강변공원을 거쳐 아차산까지
추석연휴 동안 찌운 지방을 조금이라도 연소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 길을 나섰다.
오후의 가을 햇살은 아직 따갑고, 하늘엔 군데군데 구름이 피어 올라 있지만 가을 답게
청명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날이다. (10월 3일 개천절)
오전에 오랫만에 골프연습장에 가서 골프채를 휘둘렀더니 허리가 묵지근했다.
나도 나름 허리라는 부위를 사용하긴 하나 보다.
느즈막히 연습장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집에 와보니 벌써 3시다. 늦은 시간을 핑계대고
눌러 앉으면 어제와 같이 TV속에 빨려 들어갈까봐 모자와 수건 등을 챙긴 후 바로 집을
나왔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나왔지만 평소 가장 부담없이 다니던 길로 들어섰다.
오늘의 트래킹코스다.
올림픽공원 북2문 → 송파워터웨이(성내천 뚝방길) → 강변공원 → 광진대교 → 아차산 → 긴고랑길(하산)
총 길이 12km,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성내천을 왼쪽으로 끼고 걷기 시작한다.
천변에는 갈대가 자라나 제철을 맞고 있다.
벌써 가을의 정취를 풍겨내고 있다.
오른쪽 길가에는 강아지풀이 빼곡하다.
이놈들도 서서히 가을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아직 제색을 갖추고 있다.
올림픽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과거에는 가운데 보이는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앞을 바라보면 시야가 확 트여 있어 일몰 감상이
용이했는데 지금은 높은 아파트(파크리오)가 들어서는 바람에 시야를 많이 가려 버렸다...
앞에 보이는 강아지풀 닮은 풀을 낭미초(狼尾草)라고 한다.
검은 자주색 털이 빽빽하게 난 꽃이삭이 늑대(狼)의 꼬리(尾)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낭미초가 산책로를 따라 탐스럽게 피어있다.
강변공원 한켠에는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
이 코스모스 품종은 키가 작나 보다.
아직 활짝 개화하지는 않았다.
광진대교 위에서 천호대교 방향을 바라본 풍경이다.
해가 구름속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다.
광진대교 중간 쯤에서 아차산 방면을 찍었다.
오늘따라 한강이 호수처럼 잔잔하다.
여기 올 때마다 파노라마사진을 찍는다. 가슴이 확트이는 느낌이다.
아차산에 오르기 시작 할 때는 이미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일몰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고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다행히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아차산 일출 전망대쯤에서 찍은 남산 뒤로 지고 있는 일몰 광경이다.
자세히 보면 남산타워가 보인다.
노을과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조금 지나니 해가 서해바다로 완전히 빠져버리고 잔상만 남았다.
세상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여기서 보기에...
일몰을 한참 보다가 반대방향(구리, 하남방면)을 돌아 보았다.
너무 자주봐서 익숙하다.
노을 감상하면서 신선놀음을 계속 하다가는 어두운 산에서 헤메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왔는데 야간산행이면 어떠랴 싶어 내쳐 아차산 등성이를 타고
정상을 지나 용마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긴고랑길로 빠져 하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지런히 걸어 아차산 정상에 다다르니 이젠 완전히 어두어져 사방은 어둡고 등산객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내리면서 강변북로의 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한컷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핸드폰 밧데리도 거이 방전 수준이 되어 켜지 못하고 불빛하나 없는 긴고랑길을 내려왔다.
긴고랑길은 이번이 처음인데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긴 고랑길이니 당연히 긴고랑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쪽 방면에 집이 있다면 모를까 권장하고 싶지 않다.
산을 다 내려와서도 대중교통을 타려면 거의 1~2km는 걸어야 했다.
내려오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깜짝 놀랐다.
어두운 밤길에 가장 무서운 것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더니 실감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므로...
이렇게 개천절의 트래킹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