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해솔길
(2013년 1월 6일 대부 해솔길(구봉도) 걷다)
안면도 같이 간 친구가 오늘은 뜬금없이 대부도에 가잔다.
섬길 걷는데 재미붙였나 보다.
나야 이런 제안은 시간만 나면 언제나 오케이...따라서 가기로 했다.
요즈음엔 어딜가나 걷는 길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놓아
대한민국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몹시 바람~~직 하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부지런히 서둘러 잠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영통 황골마을에서 내려 친구 부녀와 조인했다.
이번에 SKY의 그 Y대를 들어간 기특한 녀석이 아빠따라 같이 간다고 해서 데려 왔단다.
여러모로 기특하다.
우리집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면 콧방귀나 뀌며 짜증 냈을텐데...
▲ 잠실사거리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한컷 찍었다.
부디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가길... 롯데가 걱정되는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불황이 깊어질까봐.
원래의 계획은 시화교를 건너자 마자 대부도 관광안내소에서 시작되는 1코스(11.3km)를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치밀하지 못한 인터넷 사전답사에 힘입어 1코스의 중간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 버렸다.
덕분에 1코스의 지루한 부분은 건너 뛰고 엑기스만 걷고 왔다.
우리가 걷고 온 길이 지도에 노랗게 표시된 부분이다.
이곳은 원래 섬이었다.
봉우리가 아홉개로 된 섬으로 구봉도, 구봉이섬으로 불린다.
구봉염전이 천일염전(현재 낚시터)으로 되면서 제방을 축조하여 대부도에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의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코스를 걸었다.
개미허리로 접근할때는 산길로, 돌아 올 때는 해변길로 구성되어 있다.
5.5km, 두시간 조금넘게 걸렸다.
가벼운 산책과 바다의 풍광을 즐기기에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코스라고 생각된다.
오른쪽 해변이 대부해솔길 1코스의 걷기를 생략한 부분이다.
요즈음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해변이 얼어있다.
바다물이 얼려면 영하 2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사진에 보듯이 저렇게 광범위하게 얼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추웠는지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싶다.
시화교를 지나 구봉도 표지판 따라 우회전 한 후부터는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길을 찾기가 대략 난감하다.
우리도 길가는 분께 물어 물어 왔는데 구봉도 주차장이 어디인지 물어보면 된다.
주차장에는 구봉도 해솔길이 시작되는 안내구조물이 바로 보이니 길을 헤멜 염려는 없다.
개미허리라는 지형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이 간다.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오르면 해안 절벽을 끼고 산허리에 길이 조성되어 있다.
친구 부녀가 모자를 푹 뒤집어 쓴채 걷고 있다.
근래 들어 그나마 조금 따뜻한 날씨임에도 꽤 추웠다.
눈이 빙판으로 변해 있어 내리막에서는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조금 걷다 보면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 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별 생각없이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내려가기 귀찮아서였던 것 같은데 오늘의 볼거리 하나를 놓쳤다.
나중에 보니 천영물약수터가 있는 곳이었다.
약수터와 눈 내린 해변을 지척에서 감상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멀리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돌아 올때 걷게 될 해안도로가 산 밑으로 보인다.
이 사진 한장으로 "개미허리"란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그마한 새끼섬이 구봉도 본섬과 가느다란 모래 자갈길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면 밀물 때는 길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바닷가의 암석들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조그마한 섬이 바다 위에 홀로 떠있다. 외로이~~
어째 유행가 가사 같다.
섬이름은 꼬깔이섬. 꼬깔을 닮아서 그렇게 이름을 지어졌을까?
조그만 섬의 정상...
이제부터 구봉도 낙조전망대로 내려간다.
전망대로 가는 길이 다리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다들 기념사진 찍느라 바쁘다.
온전한 조각물만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줄지어 조각에 앉거나 타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조각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건 좋지만
조각물에 함부로 앉아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좋게 바라 볼 수만은 없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오랫만의 나들이 기분에 취해 조금 과장된 행동을 하신게 아닌가 싶지만 떨떠름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꼬깔이섬.
여전히 외롭네...
여기서 섬을 끼고 석양을 바라보면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해지기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상상속의 낙조만 바라보고 돌아 왔다.
전망대에서 바다 경치를 구경 한 후 해변을 따라 돌아가고 있다.
친구가 딸보고 바닷물을 만지는 포즈를 취하라고 하며 사진을 찍는다.
곁에 있던 나도 덩달아 한장 찍었다.
친구가 나에게 너가 보기에는 착한 딸이라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아빠한테는 그리 착한 딸만은 아니라고 몰래 흉을 본다.
이 친구 배가 부른가 보다. (사실 배가 불룩하다.)
Y대 들어간 딸한테...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혹시 나한테 반어법으로 자랑질을 한건가? ㅎㅎㅎ
오늘 따라 햇볕이 매우 강하다.
썬그라스 가져 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온다.
눈이 부셔도 너~~무 부시다. "물러줘!"라고 소리 칠 수도 없고...
다시 개미허리아치교.
이번에는 해변에서...
해변을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할매, 할아배바위다.
안면도 꽃지해변에서 볼 수 있는 두개의 섬도 할매바위, 할아비바위더니
여기에도 할매, 할아배바위가 있다.
친구 녀석 말대로 매우 흔한 지명인가 보다.
여기에 얽힌 전설을 설명한 표지판이 없어 유래는 알 수 없었다.
친구의 따님이 점심으로 회를 드시겠다고 하명을 하자 친구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덕분에 잘 얻어먹었다. ㅎㅎㅎ
점심을 먹은 후 계속 걸으려 했으나 이어지는 길을 찾지 못해 포기하고
대신 안내지도에서 본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가보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1954년에 캠밸얼리 포도나무를 처음 심었고 서른두개 내외의 농가가 조합을 만들어
2001년 첫 와인을 생산하고 2년의 숙성시간을 거쳐 2003년부터 출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전시장에는 조합에서 생산하고 있은 다섯 종류의 와인을 볼 수 있었고 시음도 시켜 주었다.
설명하시는 분이 여기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고유의 포도향을 살리기 위해
오크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통에서 발효 숙성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칠레나 프랑스산보다 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도 잘 얻어 먹은터라 와인 한병을 사 친구 딸에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엄마와 마셔 보라고 안겨주었다.
내가 와인을 잘 모르긴 하지만 와인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꼭 한번 추천하고 싶다.
포도농가가 모인 조합에서 직접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일 뿐더러 맛과 향이 뛰어난 만큼
이런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랑꼬또 와이너리 홈페이지 참조하시길...
그린영농조합 방문을 끝으로 오늘의 나들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