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단풍놀이 1
서울 또는 서울 근교의 산들을 한번씩 가보기로 마음 먹고 실천 중인데
북한산은 집에서 좀 거리가 있어 뒤로 미루어 두었었다.
지난 주에 관악산을 갔지만 생각보다 단풍이 화려하지 않아 약간 실망했었다.
그걸 보상 받기 위한 단풍구경 산행지를 검색하다 북한산 단풍이 좋다는
블로거들의 글을 보고 내친 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주 처럼 일요일에 산에 갔다 월요일에 고생하지 않으려고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했건만 결국 등산로 입구(아카데미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오늘의 등반 코스다.
아카데미하우스 → 칼바위 → 대동문 → 동장대 → 용암문 → 백운대(836.5m)
하산 : 북한산 경찰구조대 → 도선사 → 우이동계곡 → 우이동 등산로 입구
총 등산거리 10.1km, 소요시간 5시간 27분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산 단풍은 매우 훌륭했고
산행 내내 눈은 즐겁고, 마음이 가벼운
요즘 말대로 힐링이 되는듯한 좋은 시간이었다.
북한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게 최소한 5~6년은 된듯하다.
위 지도에 그려져 있는 코스로 오른 적이 한번 있는데 같이 간
직원들의 중도 하산 종용으로 그때는 백운대까지 가보진 못했다.
물론 우이동쪽에서 올라 백운대정상까지는 몇번의 등반경험이 있다.
이번에 이렇게 멀리 돌아서 정상까지 가는 코스를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한 24~5년 전 봄에 아카데미하우스 옥상 카페에서
북한산을 바라 본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환상적인 벗꽃 생각이 나서
이쪽 방면의 단풍도 예쁘려니 짐작하고 선택했다.
지하철 4호선 1번출구에서 강북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오면
등산로 입구에 올 수 있다.
Naver가 나쁜 짓을 많이 하지만 이럴 때는 참 유용하고 고맙다.
등산로 초입부터 빨갛게 물든 낮은 키의 단풍이 맞아주었다.
속으로 "오! 입구부터 이정도면 오늘 단풍구경 대~박 나겠는데!"라고 외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에는 사진처럼 박석을 깔아 놓았다.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우이동계곡 방면에 비하면
이쪽 등산 코스는 한가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5분 간격으로나 등산객들을
한두명 볼 수 있을 뿐이어서 내가 제대로 된 코스를 오르고 있는지 은근히 걱정된다.
등산을 시작하고 1시간 30분 가량은 계곡을 타고 산등성이에 올라야 한다.
칼바위까지는 위 사진과 같이 단풍으로 둘러 쌓인 계곡길을 오르면서
여러 색으로 물든 환상적인 단풍들을 감상 할 수 있다. 아직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초록과 노랑, 빨강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색들의
조합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몇년만에 이렇게 멋진 단풍을 호젖하게 즐기는지 모르겠다.
항상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가을을 탓하기만 하고 마중나가 같이 즐기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는데...
그건 다 나의 게으름과 각성의 부족 때문이었다.
주말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이렇게 멋진 산들을 곁에 두고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생활의 각박함만을 탓했는데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돈의 문제도 시간의 문제도 아닌
스스로의 마음가짐 문제였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산 몇군데 다녔다고 도통한 것처럼 얘기한다...ㅎㅎㅎ
단풍만 보면 사진을 찍어 댔다.
나중에 집에와 확인해 보니 이날 찍은 사진이 200장이 넘었다.
사진을 찍으러 간건지 등산을 한건지 모르겠다.
하긴 사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그렇지 산행 할 건 다했다.
아직 덜 물든 단풍도 있지만
오히려 초록과 빨강이 섞여 보색의 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산에 오르다 보니 노란색의 이 나무가 많이 보였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햇빛을 투과시키며
환상적인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엔 노랑과 빨강의 조화...
이사진이 이날 찍은 것 중에 제일 맘에 든다.
주위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색감이 풍부하게 표현되었다.
드디어 계곡을 벗어나 산아래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올랐다.
산등성이에 올라 조금 가다보면 드디어 칼바위가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바위타기가 시작되었다.
칼바위가 멀리 보였을 때는 그리 험하지 않고 낮아 보였으나
실제로 가보니 경사가 매우 가파랐고 힘든 코스였다.
특히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다음 발을 디딜 곳을 찾아야 하고
마땅치 않을 때는 다리를 크게 벌리거나 발을 위로 뻗어야 하는데
유연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난감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나 뻣뻣하고 유연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 또한
오늘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요가를 해야 되나...
칼바위를 벗어나 산성코스로 진입중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조금 보이지만 산 등성이를 따라 북한산성이
복원되어 있고 이길을 따라 저 멀리 보이는 백운대까지 가는 코스다.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니 저렇게 멀리 떨어진 산을 어찌 그리
쉽게 생각하고 등반했는지 신기하다.
사실 신기하게도 실제 등산 할 때는 산이 멀리 보이든 말든 그냥
전진만을 생각하므로 아득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