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 종주
(2012년 11월 18일 경기도 양주 불곡산을 가다..)
불곡산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높지 않은 산이다.
아버님을 모신 곳과 가까워 성묘하러 다니다가 알게 된 산이다.
전에 와이프와 불곡산을 한번 다녀 온적은 있지만
그때는 가장 가까운 코스로 간단히 산행을 마치고 아버님 산소를 찾아 뵜었다.
이번에는 산 전체를 한번 훑어 본다는 기분으로 산행 코스를 정했다.
여러 블로그를 뒤져 보니 양주시청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달 한 후
이어진 암릉을 따라 상투봉, 임꺽정봉을 밟은 후 하산하게 되면 불곡산이 품고 있는
풍경은 대부분 감상 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는 경로는 총 5.2km다.
경로의 종료지점이 불곡산장(음식점)인데 여기에서 샘내골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1.9Km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총 7.1km, 밥먹고 쉬는 시간을 뺀 순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다.
고도를 표시한 그래프다.
전체 경로의 고도를 압축해서 볼 수 있지만 한 화면에서 전체 경로를 보려고
가로축을 압축하다 보니 무슨 에베레스트를 등반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마도 가로축을 이정도로 늘려 보는게 좀더 현실적인 산 모양일 거라 생각된다.
이 방면으로 오면서 항상 차를 가져 왔는데 이번에는 산을 오르는 곳과 내려올 예정지가
다를 뿐만 아니라 주말엔 가급적 차를 움직이기 싫어 대중교통을 검색해 보았더니 조금
불편하긴 해도 접근이 가능했다.
집에서 8호선, 5호선, 7호선, 1호선 무려 4번의 전철을 갈아타고 1호선 양주역에 하차했다.
양주역에서 양주시청까지는 약 1km 정도이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다리도 풀겸해서
걸어서 입구까지 접근 했다.
양주 시청과 왼편에 양주 시의회 건물이 연이어 있는데 시의회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위 사진과 같이 등산 진입로가 설치 되어 있다.
2주 연속 등산로 입구를 못찾아 헤메었는데 오늘은 출발이 부드럽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랗게 질려 있고
공기는 제법 알싸한
냉기를 품고 있다
이제 잠깐의
화려했던 단풍의
영광을 뒤로 한채
온 산은
나뭇잎을 떨구며
겨울맞이에 분주하다
길어진 그림자가 외롭다
수북히 쌓인 낙엽이 바스라진다
걷었던 팔소매를 내리게 하는
싸늘한 바람이 휘돈다
여러 징조로 보아
세상이 바뀌고 있나 보다
위 사진은 2보루이다.
사실 표지판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그냥 지날 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 석축이 삼국시대(고구려)의 유적이라고 하니
그 오랜 세월의 풍파를 어찌 이겨 낼 수 있었겠는가.
널부러진 파편들이 과거의 흔적을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송전탑이 있는 넓은 공터가 나왔다.
혼자 등산을 다니다 보니 밥때를 놓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으니
조금 빠른 감이 있지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양지바른 구석에 앉아 자리를 펴고 앉았더니 햇볕이 따뜻하긴 하지만 눈이 부셨다.
좀 웃기지만 모자와 까만 고글을 쓴채로 무려 1,500원짜리 컵라면 신라면블랙에 밥을 말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등산을 계속 했다.
내 종아리 근육에 문제가 있나 보다.
산을 타는 초반에 종아리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임시 방편으로 새끼손가락 두번째와 세번째마디를 세게 지압하면 일시적으로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뭉쳐진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앉아 쉬면서 종아리를 두들기거나 주물러서 풀어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산을 오른 후 몸이 풀리면 근육 뭉침이나 통증이 잦아 드는데 좀 고질적이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몇가지 동작의 스트레칭을 해주라는 조언과 전문의와 상당하라고만 나온다.
평상시에 아픈게 아니라서 병원 찾기도 그렇고...
산에 오르기 전에 스트레칭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해를 가리고 있는 소나무.
소나무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 선조들이 왜 이 나무를 그리 사랑했는지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품격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생각인가?
소나무 뒤로 마침내 불곡산의 정상인 상봉이 보인다.
상봉을 오르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계단 옆 경사가 심한 바위 위에 "펭귄바위"가 있다.
머리 모양이 펭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그나저나 바닥의 바위가 경사가 심한데 어떻게 저렇게 큰 돌덩어리가 떨어지지 않고
유구한 세월을 버티고 있었는지 신기하다.
그 유구한 세월에 묻어가고 싶었는지 바위 여기저기에 자기 이름을 새겨 놓았다. 에잉~
정상이 바로 이 이상한 구조물 위다.
나무사다리와 밧줄을 보자 군대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남자들의 군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려고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거 만드신 공무원 아저씨 나이스~
오늘은 비교적 가벼운 산행을 하려고 마음먹고 상대적으로 낮은 산인
불곡산을 선택했으나 종아리근육이 심하게 뭉치는 바람에 어려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등산의 난이도가 산의 높이에 있는게 아니라 코스의 난이도와 내 컨디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발 470m 밖에 안되네 하며 등산을 주저하던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자만심이었는지...
정상에서 내가 산을 오른 입구 방면(양주시청)부터 왼쪽 방향으로 돌며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산의 능선이 내가 올라온 등산코스다.
사진 정면 멀리 아파트를 짓기 위한 토목공사를 마쳐 황토색으로 보이는 곳이 옥정신도시 부지라고 한다.
그 왼쪽이 덕정지구, 오른쪽이 고읍택지지구.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상봉이다.
사진 가운데에 산이 허옇게 보이는 곳이 삼성개발공원묘지와 천주교 공원묘지다.
백석읍 방면. 사진 왼쪽에 어둔리저수지가 보인다.
이제 다시 상봉에서 능선을 따라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이런 급경사 계단을 상당히 내려가야 한다.
조금 전에 내려온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뒤돌아 보고 찍었다.
불곡산은 높지 않지만 상봉부터 임꺽정봉까지 많은 부분이 암릉으로 이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산의 규모에 비해 경관이 좋은 곳이 많이 있다.
상투봉은 상봉에서 급격한 경사지를 내려왔다 다시 조금 오르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봉우리다.
해발 431.8m. 표지석만 한컷 찍고 부지런히 길을 재촉했다.
암릉이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길처럼 매끄럽다.
양쪽에 난간이 없다면 아찔하겠다.
해발 고도로 따지면 상봉에서 약 100m 정도를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야 임꺽정봉이 나온다.
고도로만 따지면 얼마 안되지만 실제 산에서 해발 100m를 다시 오른다는 건 쉽지 않다.
계속되는 암릉길... 돌산이다.
이 바위를 오르면 임꺽정봉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한고개가 더 남아 있었다.
물개바위다.
저마다 물개바위에 올라 한장씩 찍는 바람에 기다릴 수가 없어
낯모를 아저씨 상체를 잘라 찍고 길을 재촉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이 될 코스다.
불곡산은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산이다.
관악산이나 북한산처럼 큰 규모를 자랑하진 않지만 그런 산들을 1/2 규모로 축소해 놓은 듯한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그런 산이라 생각된다.
해발 449.5m 임꺽정봉에 도착했다.
상봉보다는 20m 정도 낮다. 그건 그냥 수치 일 뿐이다.
임꺽정봉에서 신발 인증샷 한컷 찍었다.
등산복이 이제 파란색 하복에서 국방색 동복으로 바뀌었다.
마누라를 졸라 바지를 한벌 사려다 동복을 발견하고 포기...
일주일에 한번 입을 바지 많으면 뭐하나 싶다.
이제 하산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수원지가 광백저수지이다.
시간이 되면 저수지에 가보려고 했으나 하산길 중간에 군부대에서 철조망을 쳐놓고
폐쇄된 등산로니 우회하라고 표기되어 있어 포기하고 하산했다.
경사가 급한 부분을 내려오고 나니 계곡을 따라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따라 하산하여야 한다.
워낙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등산로를 한번 잃었었다.
조금 헤멨지만 나무에 묶어 놓은 산악회 리본을 보고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다.
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골짜기였는데 산에서 모인 물이 계곡 중간쯤에서는 수량이 상당했다.
이물을 끌어다 바로 아래에 있는 부흥사에서 식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었다.
부흥사는 그 규모가 절이라기 보다는 암자 수준인 것 같다.
대웅전도 닫혀 있고 고요하기 이를데 없다.
부흥사에서 올려다 보고 찍은 임꺽정봉이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산국...
이 꽃이 올해 산에서 보는 거의 마지막 꽃이 아닐까 싶다.
불곡산장에 도착햇다.
제목은 산장이지만 조용한 주점이라 생각하면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수는 없는 법...
오늘은 산행을 비교적 가볍게 했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서 파전에 동동주를 시켰다.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아 파전을 반이나 남겼다.
남은 파전때문에 산행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와 등산을 같이할 파트너가 생기면 이글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파전 반쪼가리가 아까워 등산 동행을 하자고 했다는 소리 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