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댕기기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

bearyang 2012. 11. 12. 14:30

(2012년 11월 10일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

 

지난 주 토요일에 하남시에 있는 용마산-검단산 연계산행을 하려다

시간문제로 검단산 정상을 밟지 못하고 중도 하산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었다.

 

같은 산을 연속으로 도전하기는 싫어서

전부터 생각해 왔던 물암산-수락산 연계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아침부터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요즈음엔 산에 가기 전에 Poral Site의 지도를 펴놓고 가상 등반을

먼저 해 본다. 등산 시작점까지의 대중교통, 등산로 입구까지 진입하는 길,

목적한 코스의 전체 길이, 등고선을 보고 코스의 난이도까지 점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주처럼 등산로 입구가 없거나 이번 주처럼 등산로 입구를 못찾아 헤메거나

겨우 입구를 찾아 등산을 시작했는데 엉뚱한 코스였거나...

 

4호선 당고개역에서 내린 후 지난 주처럼 잘 모르면서 혼자 잘났다고 등산로 입구를

찾아가지 않고 등산객들 뒤를 쫓아가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등산객들이 끼리끼리 모여 인사와 농담만 나눌뿐 어느 팀도

선뜻 등산을 시작하지 않았다. 희안한 일이다.

 

할 수 없이 이번에도 휴대폰 지도에 의지해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 걷기 시작했다.

일이 꼬이려면 어쩔 수 없나 보다.

 

지도 어플을 작동시키고 내 위치를 확인 한 후 등산로 입구를 향해 걸었다.

계속 위치 확인하면서... 그런데 전혀 가까워 지지 않았다.

이상해서 네이버지도 어플을 닫고 다음지도 어플을 켜고 위치 확인하고 또 걸었다.

계속 걸었지만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입구와 가까워지지 않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30분이나 흘렸을까...마침내 깨달았다. 휴대폰 GPS 센서를 작동시키지 않고 내 위치를

확인 한 결과 기지국 RF신호를 분석해 대충 내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한 것이다.

GPS 센서를 On 시키자 현재의 위치가 실제와 500m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나온다. 아! 나의 멍청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날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겨우 겨우 입구를 찾아 등반을 시작했다.

불암산 정상 안내표지판도 보았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이 그 길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을 3~400m 정도 올랐을 때 길이 자꾸 불암산 정상이 아니라 수락산

방면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해서 휴대폰 지도에서 내 위치를 확인 했다.

아뿔사! 불암산은 생략한 채 수락산 방면으로 가고 있었다.

2주 연속 헤메다 보니 온갖 짜증과 욕이 튀어 나오려 했지만 누굴 원망하겠는가!

모두 다 내 잘못인걸.

그나마 나 혼자였으니 누구한테 욕 안먹은걸 위로삼아야 하나?

 

결국 처음 시작한 자리로 하산해서 다시 시작했다.

평소보다 서둘러서 10시 조금 넘어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1시간 이상을 제자리를

뱅뱅 돈 셈이었다.

 

 

 

불암산을 당산역에서 오르려고 한 것은 이쪽으로는 한번도 올라본 경험이 없어서이다.

한 두번 가본 길은 기대감이 떨어져서 새길을 찾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아무튼 오늘 코스는 당산역에서 불암산을 거쳐 덕릉고개, 도솔봉, 수락산, 장암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 11.5km, 7시간이 소요 되었다.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수락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정도였는데 휴대폰 밧데리를 갈아 끼우는

바람에 지도가 2개가 됐다. 어떤 프로그램은 이어서 붙여주는데 내가 쓰는 App.은

그런 기능이 없어 조금 아쉽다.

 

 

 

이 그래프를 보면 내 산행 궤적을 좀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프의 좌측에 화살표를 보면 해발 200m 정도의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 내가 길을 잘못들어 헤멘 흔적이다. 이렇게 보니 재미있다.

이 그래프 역시 수락산 정상에서 밧데리가 다되어 짤렸다.

 

 

 

집을 나서서 전철을 타려고 걸어가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예뻐서 찍어 봤다.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는데 사진으로 포착하진 못했다.

 

 

 

길가에 단풍잎이 수북히 쌓여 있다.

예쁘긴 하지만 청소하는 아저씨 고생이 많겠다.

 

 

 

여기가 당산역에서 내려 한참을 헤메다가 겨우 찾은 등산로 입구이다.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불암산↑"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 따라 직진하면 나같이 헤멘다. 물론 그길을 계속가다 빙돌아

다시 불암산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러기 싫다면 불암산 둘레길이라 써진

표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100m 정도 간 후 좌측에 보이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된다. 아쉽게도 표지판을 찍어 놓은 사진이 없다.

 

 

 

여기는 지대가 낮아서인지 아직 단풍이 화려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좌측 수락산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불암산을 거쳐 저길 가야 하는데...

 

 

 

태양을 배경으로 억새를 찍어 봤다. 생각만큼 예쁘진 않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여느 등산로와는 다르게 자연석으로 잘 꾸며져 있다.

 

 

 

가면 갈수록 수락산과 가까워지는 느낌은 뭐지?

 

 

 

여기는 아직 가을이 절정이다.

 

 

 

작살나무 열매다.

가지 모양때문에 작살나무라고 명명되었다는데 선뜻 수긍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나무 열매의 색은 누구를 유혹하려는지... 고혹적인 보라색을 띄고 있다.

 

 

 

이 표지를 발견 하기 까지 한시간 넘게  걸렸다.

이제서야 정상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다 보니 폭포 약수터가 있었다 . 폭포약수회가 남긴 기념석판도 보이고...

 

 

 

이 약수터는 다른 곳과 다르게 바위속 파이프에서 물이 나온다.

어떻게 시공 한 것인지 신기하다.

 

 

 

폭포 약수터 바로 옆에 폭포로 추정(?)되는 계곡이 있다.

수량이 많을 때는 폭포였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산역에서 오르는 코스가 짧은 편이라 경사도는 상당히 심한 편이다.

등산을 매주 다니면 조금씩이라도 쉬워져야 하는데 매번 느끼지만

힘든건 매한가지다. 내 체력은 왜이리 증진되지 않을까?

정말 저질체력이다. 모두 살 때문이야~~

 

 

 

불암산 정상(508m)이다.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딱 한번 단체로 와 보고 오지 않던 산을 올해에만 벌써 6번째다.

한번 인연을 맺으니 이상하게 계속 오게 된다.

 

 

 

불암산 정상에서 사진 중간에 보이는 당산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다람쥐동산, 뒤에 멀리 보이는 산이 수락산이다.

다람쥐동산의 봉우리를 넘어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덕릉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수락산 줄기를 타게 된다.

 

 

 

아래 한참 아파트를 짓고 있는 동네가 별내면이다.

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는 도로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이다.

 

 

 

별내면의 아파트 신축현장들이 이어져 있고 오른쪽 산 아래는 삼육대학교로 생각된다.

 

 

 

다람쥐동산 봉우리에서 신발포즈 한번 잡고...

등산바지 하나 사야겠다. 여름부터 내내 같은 바지다.

마누라를 졸라야겠다.

 

 

 

산 능선의 오른편(동쪽)은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신기하게도 능선의 왼편으로 조금만 가면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래서 불암산에서 하산하면서 왼편의 조용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신라면블랙 컵라면, 밥, 총각김치, 햄, 죽순무침, 막걸리한병, 커피 한잔...

산에 와서 오랫만에 포식했다.

 

 

덕릉고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아래로는 2차선 도로다.

 

 

 

덕릉고개를 조금 지나면 철탑이 보이고 계속 길을 따라 가다보면

덕릉예비군훈련장이 나온다. 예비군훈련장 철조망을 따라 등산로가 나있다.

 

 

 

이제 완전히 수락산 능성이로 넘어왔다.

중간에 파란색 지붕이 보이는데 덕릉예비군 훈련장이다.

뒤로 불암산이 보인다.

 

 

 

거의 다왔다.

도솔봉아래에 있는 표지판이다.

너무 지쳐 도솔봉이 어디 있는지 돌아볼 생각도 못했다.

표지판에 거리가 나와있지 않아 좀 답답하다.

 

 

 

가다 보니 큰 바위사이로 길이 나 있다.

이 길 뒤는 빛이 쏟아져 하얗게 바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생긴 곳이 천국의 문 아닐까?

영화에서 보면 저승으로 통과하는 곳은 항상 저렇게 하얀 빛으로 덮여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방면을 찍은 사진인지 기억이 안난다.

해가 떨어지고 있으니 서쪽이고 수락산역 방면인 것 같다.

 

 

 

치마바위다.

전체적인 형태가 조망이 안되어 여인네의 치마폭이 머리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이 구멍들이 오랜세월 동안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생기진 않았겠지?

 

 

 

좀 이상하게 생긴 "하강바위"다.

남들은 저런 바위 보면 올라가 보기도 하고 포즈잡고 사진도

찍더만 난 오늘 너무 지쳐 덜렁 사진만 한장 찍고 정상을 향해 전진한다.

 

 

 

"코끼리바위"라고 한다.

어디가 코끼리 귀는 어디있고 코는 어디에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

 

 

 

드디어 수락산 주봉에 도착했다.

 

수락산 표지석에는 637m, 다음 지도에는 638m, 네이버 지도에는 640m,

두산백과사전에는 638m, 한국민족문화대백과 638m,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는 641m로

나와있다. 다수결로 정해야 하나? 왜 이러는 거지?

 

 

 

불암산방면을 바라보고... 많이 왔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고 있다.

정상에서 잠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핸드폰 App. TraGGle GPS가

일몰이 한시간 남았으니 하산을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참 좋은 App.이다. 주인이 산속에서 미아 될까봐 걱정도 해주고...

 

 

 

해가 북한산 너머로 지고 있다.

완전히 해가 넘어가려면 30분 정도 남아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하산 길이 이어지는데 주위가 점점 어두워 지면서

길이 분간이 되질 않아 조금 헤멨다.

내 뒤에도 한 사람이 하산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헤메고 있었다.

그래봤자 계곡 따라 내려가면 되니까 큰 걱정은 되질 않았다.

 

 

 

계곡에 들어 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쳐 놓았는데

칡이 담쟁이처럼 철조망을 휘감고 자라 벽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내려가면 석림사가 나오는데 거기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해가 저물어 가게의 불빛만이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막걸리 집들도 다들 폐장 분위기다.

 

아직 까지 미련이 남아 잔을 기울어고 있는

취객인지 등산객인지 모를 몇몇 무리들이 

그네들의 가정, 우정과 사랑, 국가와 정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들을 지나치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