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금진항 나들이
(2013년 1월 19일 정동진에서 겨울바다 보고 금진항에서 대게로 포식...)
오늘도 친구의 Call Sign을 받고 수원 영통으로 버스를 타고 간다.
오늘은 강원도 정동진 방면으로 이동해서 바닷길을 걸은 후 대게를 먹기로 했다.
항상 그렇지만 계획한대로 모두 이루어지진 않는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전주에 이어 오늘도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을 보게 된다.
아무튼 영통 황골마을에 도착하니 8시 17분.
8시까지 만나기로 했으니 조금 늦었다.
난 서울에서 합류했으니 꼬와도 니들이 참아야지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여유를 부려 본다.
나, 대학동창 3명, 작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동창의 와이프(생각해 보니 제수씨도 대학동창 이다.)
이렇게 총 다섯명이 승용차를 Full로 채워 강원도로 출발했다.
영서지방까지는 괜찮았으나 영동으로 넘어오자 입이 떡 벌어졌다.
목요일에 40cm의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막연하게 왠만큼 치웠겠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왔다.
물론 차가 다니는 도로는 웬만큼 통행이 가능하도록 치워져 있었으나
이면도로나 가게 앞은 겨우 사람이 지나 다닐 정도의 길만 내놓고
눈을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오를 넘어서면서 날이 포근해지고 눈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와 가게나 집 앞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도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기에
눈을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사시는 분들은 오죽하랴 싶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야 눈보고 좋아라 하지만...
나는 정동진에 처음 와봤다.
알다시피 드라마 '모래시계' 덕분에 이 조그마한 기차역과 해변이 이렇게 번잡한 곳이 되어 버렸다.
어느 조그마한 동네가 유명해지면 원래의 풍광을 잃어버리고 상업시설만 넘치는 식상한 장소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결국 '드라마'나 '책'에서 보여 주었던 분위기와 감동은 정작 그 자리에 가면 느낄 수 없다.
아이러니다.
그래도 짙푸른 바다와 눈에 덮힌 산과 해변이 있기에 여기까지 달려온 보람이 있다.
특히 분명 서해와 다른 동해의 바다색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준다.
서해는 많은 생명을 보듬은 뻘로 인해 탁한 바다색를 띠고 있다지만
우리의 간사한 눈은 동해의 시원하고 검푸른 바다색을 선호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남해의 옥빛 바다색은 또다른 감동을 주지만...
▲ 모래시계공원을 연결하기 위해 정동진천 위에 놓여 있는 '모래시계공원다리'
▲ 모래시계공원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정동진 밀레니엄 모래시계'
가운데 위 삼각형 부분에 채워져 있는 모래가 아주 소량씩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모래시계의 주기는 1년이며 지름이 무려 8.06m, 폭이 3.20m이다.
파도...시원하다.
옛 증기기관차와 객차가 공원 한쪽에 길게 늘여져 있다.
객차는 여러가지 옛시계나 모래시계를 전시하는 유료 전시장으로 꾸며 놓았다.
입장료는 2,500원이었던가...
밖에서 8m짜리 모래시계를 보았는데, 굳이 또 시계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패스.
해변 오른쪽 산위에 거대한 배가 한척 얻어져 있어서 궁금해서 가 보았다.
실제로 철판으로 제조한 배모양의 '썬크루즈리조트'였다.
저 정도 크기의 배를 지으려면 공사비가 엄청 나겠단 생각이 든다.
과거 중공업회사 다니던 가락이 있는지라...
여기 주차장 옆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 5,000원... 역시 패스.
오늘 이 나들이를 제안한 친구는
이동네를 검색하면서 그냥 찻길을 걷고 점심을 먹을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어림없는 상태였다.
엊그제 온 눈을 승용차 2대가 겨우 교행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제설이 되어 있어
길가로 보행을 할 수가 없고, 걷는다 해도 지나가는 차가 튀기고 갈 질척이는 눈을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걷기는 포기하고 주린 배를 채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심곡항, 금진항이 나온다.
금진항에 도착하니 '동해시 수협 금진어촌계 위판장'이라고 쓰여진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가건물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조금은 나이 들어 보이는 분들이 그물에 걸려있는 대게를
일일이 손으로 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게를 잡기도 어렵겠지만 저렇게 일일이 그물에서 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는 kg당 만오천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친구는 몇kg 사 가져가겠다는데 나야 차도 없고 해서 또 패스.
마침내 오늘의 주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게를 파는 식당으로 갔다.
여기서는 kg당 삼만오천원. 다섯명이 5kg정도를 까먹었다.
사실 난 미식가가 아니다.
뭘 먹든 굶지 않고 끼니만 때우면 크게 불만이 없는 사람이라 맛에 대한 평가는 모르겠다.
물론 부폐식당에서 먹었던 대게 보다야
당연히 싱싱한 대게를 금방 쪄왔으니 훨씬 맛있겠지만
그 미묘한 정도의 차이에 대해 평가 할만한 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쩌면 나에겐 매우 다행일지도...
오늘도 이렇게 해서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눈때문에 길을 걷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대신 다음주에 조금 빡세게 걷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