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걷기 시작해서 망우리까지...)
▲ 광진대교 가운데에서 덕소, 하남방면.
지리산종주 한번 제대로 못해 봤으면서
왠지 '종주'란 단어에 욕심이 생겨 궁리궁리 하다가 아차산종주를 시도했다. ㅋㅋㅋ
꿋꿋하게 '아차산종주'라고 제목을 뽑고 싶었으나 민망하기 그지 없어
"올림픽공원에서 망우리까지"라고 제목을 쓰고 속으로는 "아차산종주"라고 읽는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잔데다 오늘 바깥 온도가 최저 영하 -11도란 소리를 듣고
쉽게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TV를 친구삼아 뒹굴거렸다.
그러다 불현듯 "나가자!"라는 단호한 외침의 목소리에 따라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오자 벌써 12시다.
▲ 광진대교 다리밑에 있는 '광진교8번가'에서
이미 많이 걸어 본 길이므로 망설임없이 오늘의 코스로 접어든다.
올림픽공원 북2문 → 성내천 → 강변공원 → 광진대교 → 아차산입구 (7.5km)
아차산입구 → 아차산 1,5,2,3,4보루 → 용마산 정상 → 용마산 5보루 → 망우산 1보루 → 망우공원묘지관리사무소 (9.6km)
도합 17km, 5시간 30분정도 걸렸다.
아차산은 수도 없이 갔지만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겠다.
아차산 4보루가 정상인가?
Tranggle 어플에 의하면 오늘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이렇게 3개의 정상을 밟았다.
용마산은 국기봉도 있고 해서 정상에 온 느낌이 있지만
아차산과 망우산은 어디가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그냥 걷기 코스의 일부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사실 눈이 덮힌 산을 등산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내가 산 아이젠도 없다.
와이프가 쓰던 것을 가져와 신발에 착용하고 걸었는데 미끄럽지 않고 괜찮았다.
문제는 오히려 눈이 없는 곳을 걸을 때 였다.
신발 가운데에 착용하는 간단한 형태였는데
눈이 없는 곳을 걸을 때는 착용한 아이젠 때문에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체중을 발바닥 전체에 골고루 분산 시켜주는 체인 형태로 된 아이젠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등산을 자주 하다보니 뭔가 자꾸 필요한게 생긴다.
요즈음 스틱을 살지 말지에 대해 고민이다.
어떤 분이 스틱이 산을 망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계시던데...
그분의 주장은 등산객들이 스틱으로 찍고 다녀 지반이 약해져 등산로가 쓸려나가고 있으며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운동효과를 반감시키는 그런 기구를 왜 사용하느냐가 주된 요지 인 것 같다.
무릎보호나 안전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어 뭐라 단정짓기는 힘들다.
아무튼 난 스틱은 일단 보류다.
눈길을 걸어보니 나름 재미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눈을 다져놔서 푹푹 빠지지도 않고
아이젠 덕분에 미끄럽지도 않아 다닐만 하다.
대신 그냥 등산화만 신었다면 하루종일 미끄러질까봐 덜덜 떨면서 다녀야 했을 것이다.
여름이면 여기쯤에서 잠깐 쉬어 갔을텐데...
아차산 능선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구리-암사대교가 보인다.
내가 얼마나 걸었나를 이 다리가 보이는 각도로 어림 잡아 보려고 보일 때마다 찍어보았다.
저멀리 용마산 정상이 보인다.
벌써 3시가 넘은 시각.
슬슬 배가고파 아차산 4보루 앞 벤치에 앉아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데 고양이 가족이 나타났다.
먹던 방울토마토를 던져줬는데 처음엔 두 꼬마가 서로 먹겠다고 덤비다 실체를 파악하고는 관심을 끊었다
대신 아직 불고 있는 컵라면을 달라는듯 야옹거리며 내 앞을 얼쩡거렸다.
오른쪽의 엄마고양이는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자리를 유지 한채
나에게 라면을 얻어 먹는 아기 고양이를 지켜 볼 뿐이었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엄마는 위대하다.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가방엔 커피밖에 없는 관계로 미안함을 뒤로 한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차산4보루.
여기가 정상 맞나?
아차산 4보루에서 계곡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500m 정도 능성이를 타면 용마산 정상이다.
용마산 정상(348m).
용마산 정상에서 망우산방향을 보고 찍었다.
내가 갈 코스다.
전반적으로 내리막이고 암릉도 아니어서 편안한 코스다.
단지 길이가 5km로 좀 길다.
누군가 돌탑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한쪽에 사다리도 놓여 있었다.
어떤이가 어떤 사연으로 돌탑을 쌓고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련이나 기도를 하나 보다.
이런 능성길을 계속 걷는다.
망우산 1보루다.
고구려 토기편이 여러개 발견되어 고구려 보루로 추정된다고 하다.
망우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한 표지가 나오는데
"태조가 자기가 묻힐 자리를 찾다가 지금의 건원릉(健元陵) 자리를 찾고 난 후
이제 모든 시름을 잊었다라고 하여 망우(忘憂)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사상의 뿌리가 무척이나 깊나 보다.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가긴 마찬가지일텐데...
망우산 능성이를 통과하고 나면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
포장도로가 나와 금방 끝나려니 했는데 이 길이 제법 길다.
여기저기 묘소들도 보이고...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이길을 걷는게 좀 지루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마감되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집에 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교통 문제일리는 만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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