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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3 일요일의 방황 4

일요일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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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계획은 10시에 한성대 6번출구에서 만나 북악산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전직장의 선배들이 모이자고 해서 만들어진 약속이었다.

어제 무리한 관계로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택시타고 5호선 전철을타고 가다 다시 4호선전철로 환승할 무렵 전화가 왔다. 모임을 주도한 B부사장이었다.

미안하지만 비도 계속 내리고 해서 모임을 취소했단다.

불과 목적지에 세정거장 남았는데... 이건 재앙이다.
어쩌겠는가. 일단 목적지에 내려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지하에서 지상세계로 나와보니 아직 비가 보슬거리고 있었다.

일단 해장이 절실했다. 근처 김밥천국에 들어가 떡라면으로 해장을 시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장 방법이다. 효과는? 글쎄다.

웬만하면 혼자라도 트래킹을 시도 해보려 했으나 우산도 없고, 짜증도 나고, 가는 길도 몰라 포기하고 일단 지하세계 마차에 몸을 실은 뒤 생각해 보기로 했다.

 

몇가지 대안을 떠올려 봤다.
첫번째 귀가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두번째 아차산 역에서 내린 후 대공원을 걷든가, 아차산을 등반하던가, 아님 광진교를 건너 강변공원을 걷는다.
세번째 몽촌토성역에 내려 올림픽공원을 걷다 친구가 추천한 만화전시회를 본다.
네번째 아무데나 커피샾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즐긴다.
이정도 생각했을때 갑자기 안내방송이 귀를 파고 든다. 왕십리...어쩌고.

순간적으로 '중앙선으로 환승해서 타고 가다 아무역이나 내려 걷자'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충동적인 생각에 몸을 맡기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팔당역이다.

다음은 운길산역. 그다음은 양수역. 양수역에서 내려 거꾸로 팔당역까지 걷는 코스를 택해야겠다.

 

내려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친구들과 겨울에 왔었던 조그마한 커피집. 그때 커피를 마시면서 여주인과 역주변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다 마시고 나가면서 담엔 와이프와 한번 와야겠다고 말하자 여주인이 웃으면서 하는 말 '호호 애인 없게 생기셨네요' ㅠㅠ
맞는 말이긴 하다만... 친구들은 옆에서 낄낄거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여주인은 안보이고 알바생만 있다. 쫌 아쉽다. 딱히 할말도 없다.


올해엔 유난히 늦추위가 끈질기다. 오늘도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바람도 꽤 불고 쌀쌀하다.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았고 스산한 분위기에 괜히 마음이 무겁다.

이제 슬슬 걷기 시작해야겠다.

벌써 집 떠난지 세시간이 흘러 버렸다. 시작이 꼬이더니 마무리는 어떨지...
커피샾을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무슨 심술이람...

할 수 없이 편의점으로 가 우산을 샀다. 8천원이다. 이놈으로 오후를 버텨야 하는데.

 

편의점 방향에 지난 겨울에 왔던 곳이 내 관심을 끌었다.

한 겨울에  와서 봤던 풍경과 사뭇 다른 색채를 품고 있었다. 회색 하늘이 마음을 짓눌럿지만 애써 즐거운 마음을 가져 보려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살펴보다 지난 겨울에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있단걸 알았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이렇게 색채가 다르다. 조금 있으면 또 따른 색을 보여 주겠지.

 

 


나도 놀랐다. 거의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다니... 하긴 여기에선 정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맘에 드는 구도가 보이면 찍을 수 밖에 없어 그럴 수도 있겠다.

 

 

맨위의 사진부터 산 등성이를 이으면 연결이 된다. 대략 이런 모양이다.

 

 

이곳에 머물러 한참이나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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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운길산역쪽에서 양수역쪽으로 걸었으나 오늘은 반대로 걸었다. 역시 같은 길이지만 오늘의 날씨와 계절에 맞물려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붙잡고 보슬비 맞아가며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다...

 

지금시각 4시 35분. 마침내 내가 목적한 곳에 도착했다. 약 세시간, 12Km 정도 걸었다. 혼자 다니는 가장 좋은 점이 간섭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고 싶을때 갈 수 있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내맘대로. 외롭다고 느끼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별로 외롭진 않다. 길이 있어 걸을 수 있고 쉴곳이 있어 멈출곳이 있으면 족하다. 아무때나 이렇게 기록 할수 있는 도구가 있으니 또한 든든하다. 그런데 조금 불행해지려 한다. 밧데리가 가고 있다. 화면은 이미 어두워지고 언제 가버릴지 모르겠다. 복병이 숨어있다. 날 불행에 빠뜨리는 밧데리...

 

이렇게 조금은 척척하고 번잡한 하루가 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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