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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16 포스팅과 걷기 14

포스팅과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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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다보니 걷기나 등산을 한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아! 지난주에도 걷기는 했구나. 친구하고 강변을 걸었었지...
문제는 걷고 나서 거하게 한잔을 걸치다 보니 걸었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마셨다는 사실만 머리 속에 각인된다는 것이다. 걷기가 마시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기 위함인지 걷고나니 마시고 싶게 된 것인지 그 경계가 심히 모호하다. 굳이 그 경계를 명확히 해봐야 큰 의미가 있을리 만무하다.
이젠 걷다가 사진 찍고, 둘러보고, 생각하고, 간단한 글이라도 포스팅을 해야 기억으로 존재하는듯 하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행위를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은 뭐지? 한편으론 즐기면서도 한편으론 귀찮기도 하다. 모든게 양면이 존재 하듯이...
오늘도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엄청 익숙한 행위인양 자판을 두들긴다.
웃기다. 두달전만 해도 오늘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없다고 신념처럼 생각하고 살았는데... 조금 변할 수도 있구나 싶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래저래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약속을 잡기도 하면서 저녁마다 고칼로리의 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했다. Input = Output 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내 몸은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다. 가슴이 허전해지면서 복부가 팽창한다. 그리고 아주 기분이 나쁘다. 복부가 팽창한들 어짜피 씩스팩은 구경도 못해본 처지고, 그 미세한 고도의 차이를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데 뭔 상관이랴 싶다. 하지만 나만이 아는 내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통해 약간이라도 몸매를 보정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길을 나섰다.

밖으로 나와보니 세상을 싸돌아 다니기엔 너무나 적절한 상태였다. 바람에선 아직 냉기를 맡을 수 있지만 햇볕은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걷는 내내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의는 얇은 등산복과 조끼를 입었는데 팔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바람의 감촉이 그렇게 새로울 수 없었다. 마치 전에는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참 별일이다.

오늘 걷기 코스는 올림픽공원 북2문을 출발하여 성내천을 따라 한강공원으로 나와 광진교를 건넌 후 아차산을 등반 하고 힘이 남으면 용마산 국기봉 찍고 하산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아쉬우면 대공원가서 꽃구경을 할 수 도 있고... 알다시피 사람 사는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진 않는다.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성내천 둑길을 1Km정도 걸으면 올림픽파크텔 옆에 있는 정자를 만날 수 있다. 기껏해야 20~30m 정도의 짧은 길이 있는데 벗꽃이 만개 할 때면 다양한 View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벗꽃은 화려하다. 화려함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지만 반작용으로 금방 싫증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근거 없는 추정이지만 너무나 화려해서 벗꽃은 아주 찰라의 순간만을 존재하다 서둘러 꽃잎을 떨굴지도 모르겠다. 말했지만 근거는 없다. 올해 들어 벗꽃과의 첫 근거리 조우를 마치고 다시 걷는다.

 

 이리보니 끝이 안보인다. 끝이 보이진 않지만 길은 이어져 있다. 여기서 보면 아직 개나리만이 봄이란걸 알려 주는듯 하지만 조금만 더 걸으면 아주 반가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멧비둘기인듯 하다. 이놈도 나처럼 봄맞이 하러 나왔나 보다.

 

노랑의 진달래와 알수 없는 새순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경계를 나누고 있다. 노랑과 연두가 만나면 묘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설마 나만 그렇게 느끼진 않겠지?

 

계속 걸어 나간다. 엊그제에도 강변을 지나치며 개나리를 봤지만 아직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는데 오늘은 정말 노랬다. 그냥 노랗다고...

 

 

 

 

 

봤으니 이젠 믿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노랗다는 사실을...

나도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노랑을 접한건 처음이다.

 

 

 

공원 한켠에선 개나리 말고 나도 있다고 조용히 시위하고 있는 흰꽃도 있었는데 워낙 얄팍한 상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름은 모르겠다.

 

잔디밭에는 나름의 꽃을 피워 올린 풀들도 있었다. 역시 이름은 모른다.

 

계속 전진한다.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갈지자로 왔다가다 하다보니 허기가 져 한강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다. 가지고 간 마테차도 한잔하고... 여유만만 봄기운을 즐기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시 서둘러 걸어 광진교에 도착해 건너기 시작한다.

 

 

 

 

 

광진교를 걸어서 건너 본 경험이 5번은 된것 같다. 그때마다 다리 밑에 있는 "8번가"라는 전시공간에 와 보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각의 구도도 그렇고 유리로 되어있는 바닥을 통해 한강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겨울에 왔을 때는 얼음이 얼어 새파란 색깔을 띠던 한강이 오늘은 햇빛을 받아 옥색으로 빛난다.

 

이젠 광진교를 건너 아차산을 오른다. 해발 3백미터도 되지 않지만 많이 걸어온 터라 팔각정까지 오르는데 꽤 힘이 들었다.

 

 

그렇게 팔각정쪽으로 오르다 개울 근처에서 찍은 돌단풍이다.
아차산에 원래부터 자생했던 건 아니고 조경용으로 심은듯하다.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때 심산계곡에서 많이 보았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다. 이놈 꽃이 소박하지만 가을엔 단풍도 든다.
화려함을 감히 벗꽃에 비할수 없지만 나름의 정취를 간직한 꾳이란 생각이 든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와 새순을 튀우고 꽃까지 탐스럼게 피운 노력이 가상하다.

 

조금 더 오르다 보니 진달래도 만났다. 개나리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필텐데 오늘 내가 걸어온 길에서는 군락지가 없어 찍지 못했는데 산 중턱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진달래를 보면 왠지 꽃지짐을 해먹어야 할 것 같다. 식욕을 돋구는 색이라 그런가...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또 이름도 모르는 풀이 노란꽃을 펼치고 있었다. 뭐 내가 식물학자는 아니니까 이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알고는 싶다.

 

아차산 정상에 도착해서 조금 한갓진 곳에 일인용 방석을 깔고 앉아 차도 한잔 마시고 쉬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가 잘 안터져서 제대로 통화는 못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늘 용마산 건너갔다 오는건 포기다. 핑계거리 생겼으니...

이래서 토요일의 걷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게 걷기였는지 꽃구경이었는지 아리송하다.

 

오늘 천안 어머님 댁에 갔다 올라오다 석촌호수 벗꽃소식을 뉴스에서 본지라 궁금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 사진찍고 꽃구경을 하느라 떠들썩 했다. 난 어제 이미 꽃구경은 충분히 했으므로 몇장 사진을 찍고 노을도 구경하고 서둘러 귀가 했다.

포스팅하려고... 이거 잘하는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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