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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16 포스팅과 걷기 14
벗꽃은 화려하다. 화려함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지만 반작용으로 금방 싫증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근거 없는 추정이지만 너무나 화려해서 벗꽃은 아주 찰라의 순간만을 존재하다 서둘러 꽃잎을 떨굴지도 모르겠다. 말했지만 근거는 없다. 올해 들어 벗꽃과의 첫 근거리 조우를 마치고 다시 걷는다.
이리보니 끝이 안보인다. 끝이 보이진 않지만 길은 이어져 있다. 여기서 보면 아직 개나리만이 봄이란걸 알려 주는듯 하지만 조금만 더 걸으면 아주 반가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멧비둘기인듯 하다. 이놈도 나처럼 봄맞이 하러 나왔나 보다.
노랑의 진달래와 알수 없는 새순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경계를 나누고 있다. 노랑과 연두가 만나면 묘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설마 나만 그렇게 느끼진 않겠지?
계속 걸어 나간다. 엊그제에도 강변을 지나치며 개나리를 봤지만 아직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는데 오늘은 정말 노랬다. 그냥 노랗다고...
봤으니 이젠 믿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노랗다는 사실을...
나도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노랑을 접한건 처음이다.
공원 한켠에선 개나리 말고 나도 있다고 조용히 시위하고 있는 흰꽃도 있었는데 워낙 얄팍한 상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름은 모르겠다.
잔디밭에는 나름의 꽃을 피워 올린 풀들도 있었다. 역시 이름은 모른다.
계속 전진한다.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갈지자로 왔다가다 하다보니 허기가 져 한강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다. 가지고 간 마테차도 한잔하고... 여유만만 봄기운을 즐기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시 서둘러 걸어 광진교에 도착해 건너기 시작한다.
광진교를 걸어서 건너 본 경험이 5번은 된것 같다. 그때마다 다리 밑에 있는 "8번가"라는 전시공간에 와 보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각의 구도도 그렇고 유리로 되어있는 바닥을 통해 한강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겨울에 왔을 때는 얼음이 얼어 새파란 색깔을 띠던 한강이 오늘은 햇빛을 받아 옥색으로 빛난다.
이젠 광진교를 건너 아차산을 오른다. 해발 3백미터도 되지 않지만 많이 걸어온 터라 팔각정까지 오르는데 꽤 힘이 들었다.
그렇게 팔각정쪽으로 오르다 개울 근처에서 찍은 돌단풍이다.
아차산에 원래부터 자생했던 건 아니고 조경용으로 심은듯하다.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때 심산계곡에서 많이 보았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다. 이놈 꽃이 소박하지만 가을엔 단풍도 든다.
화려함을 감히 벗꽃에 비할수 없지만 나름의 정취를 간직한 꾳이란 생각이 든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와 새순을 튀우고 꽃까지 탐스럼게 피운 노력이 가상하다.
조금 더 오르다 보니 진달래도 만났다. 개나리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필텐데 오늘 내가 걸어온 길에서는 군락지가 없어 찍지 못했는데 산 중턱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진달래를 보면 왠지 꽃지짐을 해먹어야 할 것 같다. 식욕을 돋구는 색이라 그런가...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또 이름도 모르는 풀이 노란꽃을 펼치고 있었다. 뭐 내가 식물학자는 아니니까 이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알고는 싶다.
아차산 정상에 도착해서 조금 한갓진 곳에 일인용 방석을 깔고 앉아 차도 한잔 마시고 쉬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가 잘 안터져서 제대로 통화는 못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늘 용마산 건너갔다 오는건 포기다. 핑계거리 생겼으니...
이래서 토요일의 걷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게 걷기였는지 꽃구경이었는지 아리송하다.
오늘 천안 어머님 댁에 갔다 올라오다 석촌호수 벗꽃소식을 뉴스에서 본지라 궁금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 사진찍고 꽃구경을 하느라 떠들썩 했다. 난 어제 이미 꽃구경은 충분히 했으므로 몇장 사진을 찍고 노을도 구경하고 서둘러 귀가 했다.
포스팅하려고... 이거 잘하는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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