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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0 일요일 오후 2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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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친구와 걷기 약속이 잡혔다.

일단 불이나케 세수하고 머리깜고 면도하고.
고즈넉하게 널부러져 있는 가족구성원들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음을 최소화 하면서...아휴 왜이리 소심하신지.
아침은 경규 엉아의 꼬꼬면에 떡국을 한움큼 넣어 든든하게. 난 라면 좋아. 흑흑.
친구가 친절하게 모시러 왔다.

출발!
팔당역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

하얀 점들이 철새들이다. 찾아 보니 쇠백로란다. 쇠오리, 청둥오리 들도 섞여있다.
애써 찾지 말기 바란다.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핸드폰사진의 해상도가 그렇지 뭐.

강가엔 아직 얼음이 남아 있다. 겨울이라 쓸만한 경치가 없다. 그나마 구도가 재미있겠다 싶어 찍었더니 별로다. 아무튼 계속 걷는다. 친구와 온갖 잡담을 하면서. 주로 했던 얘기가 그 친구가 왜 갑자기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는지 거기 생활은 어떤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등등의 신변잡기였다. 또한가지는 꽃피는 봄되면 날잡아서 친구들 몽땅모아 소풍 오자. 어디서 모여 어디까지 걷고 어디서 커피를 마시고 어디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을지 2차로 술은 어디서 할지 등등. 남자도 맨정신으로 수다 잘떤다.

이런 길이다. 쭈욱~~ 강가를 따라서... 이 길이 중앙선 전철화 되기 전에는 철길이었다. 가카께서 시멘트로 발라주셨다. 덕분에 자전거도 슝슝 잘 달린다. 이길을 계속 걷다보면 국토를 종단할 수 있단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 멀리 팔당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걷다보면 금방이다. 친구가 투덜거린다. 댐위에 저 조형물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고. 쓰잘데 없는 낭비란다. 보기 좋구만 괜히 트집이다.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을 상상하며 만들지 않았을까?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댐의 왼쪽 물 밑에 수력발전 터빈을 돌리고 하류로 물을 흘려 보내는 수로가 있다. 짐작이다. 물밑에 있는 수로가 보일리가 있나.

댐 하류와 상류의 경치는 완전히 다르다. 하류쪽에선 흐르는 물을 보고 조금 있으면 곧 봄이 오겠다 싶었지만 상류로 와보니 여긴 완전히 시베리아다. 스케이트 타고 종단해도 될만큼 얼음이 단단해 보인다. 물이 고여 움직임이 없다보니 겨우내내 얼음의 두께를 키워 왔을 것이다. 웬지 완고해 보이는 노친네 같다. 찬바람 씽씽나는~~

끝없이 얼어 있다. 얼음!

좀더 걷다 보면 터널이 나온다. 봉안터널. 내부는 LED로 장식해 놓았다. 반짝반짝 거린다. 터널 내부에서는 썬크라스를 벗으라는 안내판도 나온다. 친구는 안내문구를 무시했다. 난 맨안경이라 벗을 필요가 없었다.

조명이 좀 유치하지만 찬란하긴 했다.

우리는 여기서 커피를 마셨다. "봉주르"
전에 같이 왔던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이 카페가 생긴건 아주 오래전 일이고 계속 확장해왔다고 한다. 떼돈도 벌었겠지.

 

들어가는 입구. 음~ 여긴 CESCO가 지키고 있군. 도둑보다 무서운 벌레...

군데군데 야외에서 모닥불을 쬘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없다. 다들 추위를 피해 토끼굴같은 실내로 들어가 있다.

이런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했다. 아는게 아메리카노 밖에 없다. 또 그것만 마신다. 제일 싸기도 하고 "라떼" 들어가 있는 건 싫기도 하다. 순수한 커피 맛을 잡탕을 만들어 버린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럴땐 나름 까칠하다.

엽차 한잔. 커피한잔. 설탕 한봉지. 스푼하나. 심플하다. 설탕은 안먹는다. 하얀거 소금, 설탕, 밀가루 이런거 안좋대서...그런다고 오래 살지는 모르겠다. 더 안좋은거 엄청 많이 먹으면서.

이 초는 밤에만 켜는 걸까? 불을 붙여 볼 생각을 했지만 담배 끊은 뒤로 라이터가 없다. 포기했다.

친구가 집에 전화를 걸더니 와이프가 1시반까지 귀가하라는 지시가 하달됬다며 갑자기 서두른다. 커피를 숭늉들이키듯 한다. 목표시간까지 1시간 20분 정도가 남아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건 여자가 아니라 와이프다"라는 말이 만고의 진리임을 친구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 준다. 나도 덩달아 서두른다. 커피 완샷!

돌아 오는 발걸음은 꽤 빨랐다. 아마 친구는 목표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무사하겠지.
난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 호출을 받지 않은 다른 친구에게 연락하여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간 곳은 아차산순두부집. 전에 아차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들렀던 곳이다. 여기 오면 항상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분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등산보다는 막걸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라도 사투리도 들리고 시끌벅적하니 장터 분위기다. 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친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 온다. 집에 가는 길에 차가 엉켜 늦었다며. 괜찮다. 기다리다 지쳐 막걸리 두사발을 혼자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우린 두부전골 小자와 막걸리 세병을 나눠 마셨다.
친구와 만나자며 했던 얘기는 원래 어린이대공원 산책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금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찬바람을 쐬며 대공원 문을 들어섰다. 왼쪽의 모교. 오랫만이다. 아직도 스쿨버스는 노란색이군.
팔각정쪽으로 걷다 보니 오른쪽에 각종 놀이기구들이 보인다.

갑자기 어릴적 탓던 청용열차를 타고 싶어졌다. 우린 취기의 독려를 받으며 순식간에 청용열차를 타기로 의기투합했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둘이 사진을 찍고... 출발. 순식간에 끝났다. 이런 놀이기구 마지막에 탄게 아마 잠실 롯데월드였던것 같다. 거기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였다. 아우 요런걸 어릴땐 무섭다고 난리를 쳤었나. 난 우리가 이제 이런걸 탈 나이는 지났다는걸 절감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탔는데 괜히 탔다는 후회가 몰려 왔다. 이후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의 집에가면 밥먹기 힘드니까 먹고 가자는 말에 솔깃해 따라갔다가 이번에는 소주를 3병 나눠 마셨다. 밥먹자 해놓고 왜 술을 먹는지...
결론적으로 일요일 오후는 두번의 산책, 두번의 음주로 마감되었다.
물론 집에 들어갈때는 까치발로 살금, 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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