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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9 중독과 집착 3

중독과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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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 술이나 마약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동의어 "의존증"
집착 :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

고2까지 오락실을 거의 가지 않았다. 특별히 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게 아니라 별다른 기회가 없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더니...난 오락실을 따라갔다. 중독됐다. 고3때... 돈만 생기면 쫓아가고, 심지어 어머니 지갑에서 백원짜리를 훔치기도 했다. 이후 대학교에 가고 나서 아마 일학년이 지나서야 시들해졌던 것 같다. 난 남들 다하는 당구를 배우지 않았다. 중독의 휴유증을 또 겪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대학교 생활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엉뚱한데 중독이 됐다. 이제까지 한번도 피우지 않던 담배가 이상하게 피우고 싶어졌다. 꿈에서조차 담배피는 뽀빠이가 나를 유혹 했다. 아마도 학교생활에 적응도 잘 안되고, 재미도 없다보니 위안거리를 찾고 싶었나 보다. 아니면 종교에 대한 반항심이었을지도...
처음엔 내가 조정 할 수 있을줄 알았다. 내가 원하면 피우고 아니다 싶으면 말고. 대단한 착각이었다. 전자오락 따위도 못끊는 주제에.
이후 25년 넘게 공기를 더럽혔다. 내 폐와 함께.
마침내 중독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거의 일년이 다되간다. 심한 부작용과 싸우고 있지만.
난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 아마 생각이 나지 않는 거겠지. 사람은 다 꾼다고 하니...
그런데 희안하게도 담배피는 꿈은 아침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하도 생생해서 금연이 깨진걸로 착각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술은 조금 사차를두었다. 학교 다닐때는 주머니도 가볍고 또 그리 잘 마시지도 못했다. 좀과하다 싶으면 거의 내용물 확인하고 무지 괴로워 했기 때문에 술과 절친이 되리라곤 생각치 않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문제는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부터다.
사회 초년병으로서, 가장으로서, 모든게 낯선 환경속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퇴근 후 입사동기와 나누는 소주가 없었다면 그 모든걸 어떻게 감내하고 살았겠는가. 안다. 다 핑계다.
그래서 나쁜놈 또 하나가 점점 절친이 돼갔다. 그놈 사귄지도 삼십년 다돼간다.
오늘 알았다. 난 '알콜중독'이 아니라 '알콜의존증'이야 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중독"의 다른이름이 "의존증"이란다.

중독이란 말이 긍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A에게 중독됐다"란 식의 다소 낭만적인 묘사나, "운동중독" 같이 그런거 한번 걸려봤으면 하는거 외에는 거의없다.

술, 담배, 마약, 도박, 전자오락, 커피, 과자, 설탕, 일... 다른 의미지만 농약. 중금속 중독도 있고.
의도적이든 우연이든 간에 사람이 중독 될 수 있는 가지수는 상당할거다.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상태"
중독의 의미를 되새겨 볼수록 살벌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들과는 거리를 두는게 좋겠지. 그래야 친구들과 양로원 동기 먹기도 수월할테니.

그런데 카톡에 누가 글을 올렷나 수시로 체크하고, 휴대폰 만지작거리고 안절부절 못하는건 중독인가? 집착인가? 아마도 집착일게다.
"어떤 것에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메달림"상태가 심하다 보니 친구 중 한명이 마음을 정돈하고자 잠시 카톡계를 등지겠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부디 집착과 중독을 평정하고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를...설마 부처로 환생하지는 않겠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뭔가. "집착을 버리기 위한 수행과정이다"라고 말하면 다들 재수없어 하겠지? 그냥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그런다. 그래도 나 오늘 오랜만에 맨정신으로 글쓴다. 기특하지 않나?

2012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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