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생각의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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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을 보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보낼까. 그 생각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깨어있는 동안엔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 한다.

하지만 생각의 대부분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각,
외부 자극에 대한 리액션에 필요한 생각,
직업적 필요때문에 반복적으로 정형화된 일련의 프로세스들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생각
정도일 것이다.

먼저 생존에 필수적인 생각
   * 배가 출출한데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 목마르다. 녹차, 커피, 생수?
뭐 이런 단순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생각들...

두번째, 외부 자극에 대한 리액션에 필요한 생각
   * 내 코에 파리가 앉았다. 머리를 흔들어 파리를 날려 보낼까, 아니면 손바닥으로 확 쳐서 잡을까.
이렇게 외부에서 뭔가 자극이 왔을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생각이다. 

세번째, 직업적 필요 때문에 기계적으로 반복하거나 일련의 프로세스대로 연결되는 생각
   * 마우스를 움직여 A10 Cell에 갖다 놓고 숫자 5,467,600을 타이핑 한후에 엔터. A11 Cell에는 A2에서
     A10까지 Sum  함수를 사용하여 합계를 낸 후.... (나 같은 놈)
이런 식으로 직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관련된 행위들을 반복하거나 앞과 뒤의 행위들을 연결시키기 위하여 하는 생각들 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제외하려는 생각들인데 설명이 너무 구차하다.

여기서 한가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로 외부의 자극에 대해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의 어디까지를 생각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예쁜 아기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웃는다면 이 행동이 내 생각의 결과인지 단순한 외부자극에 대한 리액션인지 애매하다. 모르는건 패스~

아무튼 이렇게 짧은 지식과 사고체계를 가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위에 나름 정리한 세가지(일상적인 생각)를 제외하고
여타의 하루 분량의 생각들을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어느 정도의 길이가 나올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문장의 길이와 내 삶의 행복지수 또는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함께 해본다.

아마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생각을 건조한 단어로 나열한다면 그리 많은 문장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루분의 생각으로 A4 한장을 채울 수 있을까. 만약 이렇게 군살 쫙 빼고 생각의 건더기만 나열한다면 푸석거리는 단어 몇개 외에는 건질만한 것이 없는 날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문장의 길이가 길수록 좀 더 나은 생활이라는 보장도 없다. 온갖 번뇌와 증오, 갈등, 혐오의 문장들로 꽉 차 있다면 차라리 텅빈 백지가 나을수도 있을테니까.

 

그래 애초부터 쓸데 없는 엉뚱한 상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미련이 남았다. 뭐하나 건질거 없나?


* 자뻑용 권총 (출처: 어디더라...)

그래서...
아주 재미없고, 안전하고, 들으나 마나한 결론을 하나 썼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라서 지웠다.
생각이라는 걸 정의하고, 종류별로 분류하고, 유의미한 것과 무의미한 것들로 거른 후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삶을 살게 될거야'라는 류의 얄팍한 생각을 글로 옮기고 나니,
'시간나면 잠이나 자지 그랬어' 하는 자책감이 몰려와 그냥 지웠다.
역량도 안되는데 앞으로 이런 무리한 짓은 말아야겠다. 괜히 머리만 아프다.

한가지 얻은건 있다.
안돌아 가는 머리를 회전시키며 기름칠해서 치매예방에 기여했다는 정도의 위안.
할머니 고스톱치는 이유와 같다.

난 오늘 생각한 분량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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