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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7 도봉산 산행기

도봉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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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일요일에 도봉산을 다녀왔다.

 

토요일에 청평에 갈 일이 있어 일을 마치고 축령산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가지 않아도 되어 일단 축령산은

포기 또는 뒤로 미뤘다.

가급적 대중교통으로 접근 할 수 있는 곳을 먼저 가려고 마음 먹고 있던 터라 일이 없는데 굳이 남양주까지

차를 몰고 가긴 싫었다. 그래서 쉽게 갈 수 있는 산을 몇군데 검색 해 보다 물망에 오른 산이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정도이고 항상 언젠가는 걸어야지 맘먹고 있었던 인천 무의도도 후보군에 속해 있었다.

 

세상사가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던가...

금요일에 별다른 약속도 없고 내일 산행을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고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 후 느긋하게 TV 리모컨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11시부터 방송되는 수퍼스타K4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좀 심심해서 가볍게 소맥도 즐기고...

그런데 불길하게도 핸드폰이 울렸다. 오랜시간을 같이 해온 이젠 동네친구가 되버린 남자에게서 온 전화였다.

 

뭐하누?

집에서 TV보고 있지

나와라

그게...

나와라

알았어

 

그리하여 결국 거나하게 마시고

토요일 아침엔 당연히 아무 의욕도 없고 속은 쓰리고...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시간이 되자 일요일까지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비장한 의무감으로 도시락, 오이, 바나나, 물, 커피를

열심히 준비했다. 아침에 눈만 뜨면 떠날 요량으로...

 

목적지는 후보지 중 도봉산으로 정했다. 도봉산이야 여러번 등반 해본 경험이 있으므로 가보지 않은 코스를

찾아 가보려 마음 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 해 보니 도봉산역을 한 정거장 지나 망월사역에서 하차하여

사패능선에 올라 포대능선을 타고 산림감시초소, 포대정상을 거쳐 신선대 정상을 밟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봉산역으로 내려 가는 코스로 하산 하는게 무난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계획대로 실행했다.

망월사역에서 산으로 진입하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지 못해 무조건 산만 바라보고 전진하다 보니

지도상에 표기된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가 아니라 "안말공원지킴터"가 출발점이 된 정도의 차질만이

있었을 뿐이다.

 

오전 11시부터 등반을 시작하여 오르다, 쉬다, 걷다, 밥먹고, 하산하니 오후 5시였다.

총 소요시간 6시간, 등산거리 7.2km.

만만치 않은 험한 산인데다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타고 정상(신선대, 730m)에 접근하다 보니 산이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산행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힘들지 않은 산행은 없다.

 

내 현재 몸무게의 1/3정도를 덜어 낸다면 날아 다닐 수 있을까... 바람에 날려 외출을 삼가해야 할지도.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출발하여 천호역에서 5호선, 군자역에서 7호선,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무려

3번의 환승을 거쳐 마침내 목적지인 망월사역에 도착했다.

환승을 많아서 그렇지 소요시간은 1시간 약간 넘는 정도다.

 

 

 

만약 이쪽 길이 초행이신 분은 일단 망월사역에 내려 산쪽을 바라 보고  걷는데 직진 방향은 건물에

막혀 있으므로 좌측 또는 우측 방향으로 걷다가 골목이 나오면 다시 산쪽으로 직진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오른쪽으로 걷다가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왼쪽으로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마을을 지나면 이런 개울도 나오고...산이 가까워지나 보다.

 

 

역에서 1km 남짓 걸으면 마침내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부터 포대능선까지 2.3km다. 2300m. 평지로 치면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산은 그렇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숫자의 가벼움에 고무되어 까짓거 하며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착각이라도 없다면 힘빠져서 어찌 그 높은 산들을 오르겠는가.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는 위 사진에 있는 "원도봉"이 만장봉, 자운봉처럼 산의 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도봉산은 "원래 도봉산"이라는 뜻이고 원도봉계곡(망월사계곡)을 지칭 할 때만 쓰이는

것 같다. 산을 오르면서 도대체 원도봉이 어디지 하고 계속 찾았으나 "원도봉입구", "원도봉주차장",

"원도봉탐방지원센터"만 있지 정작 "원도봉우리"는 없었다. 망월사계곡을 지칭 할 때 쓰는 지명 고유명사

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적멸보궁"이란 단어를 보고 "적을 멸하고 궁을 보호하자" 쯤으로 짐작하고 네이버

한테 물어 봤더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이라고 한다. 무식하면 모른척하는게 상책이다.

 

이 곳은 북한산둘레길 16구간 중간 정도 되는 곳이다.  북한산둘레길 1~12구간까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우이령길을 기준으로 남쪽 방향은 작년 여름에 다 돌았는데 13~20구간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내게 걷기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길인데 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마저 걸어야 겠다.

이번 가을을 넘기지 않고 꼭 걸으려고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요약표를 만들었다.

혹시 가실 분은 아래표를 참조 바란다. 이틀은 버겁고 삼일은 헐렁하고 고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잠깐은 등산길이 북한산 둘레길과 겹쳐 있어서 그런지 험하지 않다.

둘레길 표지도 보이고 해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세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산의 능성이에 오르기 위해 땀을 빼야 할

시간이다. 가다보면 이런 멋진 소나무도 보인다. 이렇게 큰 산에는 오래되고 멋있게 굽어 있는 소나무가 제격

이지 싶다.

 

 

 

외계인 닮은 기암괴석도 나오고...

 

 

 

지구를 침공한 외계식물(?)도 나온다.

나무 뿌리 주위의 토양이 다 유실되어 버렸다. 산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등산하다 본 표지판 중에 도봉산의

비공인 등산로를 개발하신 분들의 공로로 산이 600여개로 쪼개져 버렸으니 공인된 등산로만 이용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여기가 미지의 신대륙도 아닌데 가라고 허락된 곳으로만 다니는게 좋지 않겠나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암벽을 등반하는 코스가 시작된다. 튼튼하게 연결해 놓은 쇠줄을 붙잡고 나에게만 유난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중력을 이겨내고 한발작씩 전진한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오르면 평평한 곳이 나타난다. 헬기장과 이곳에는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과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하다. 나는 잠깐 쉬며 바나나와 커피로 요기만 하고 계속 전진했다.

벌써 점심자리 펴면 오늘 가고자하는 코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사패능선에 다다른 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포대능선 정상을 향해 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고 한 컷 찍었다.

이제 신선대까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니 여러군대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산을 탄적이 거의 없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능선의 바위 정상에 앉아 신발을 찍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이런 바위를 골라 앉아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일종의 나만의 세레모니다. 멀리 만경대, 자운봉이 보인다. 아직 멀었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더니 다시 끝도 뵈지 않는 계단이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

요즈음 어느 산을 가나 설치되어 있는 계단들. 좀 지겹다. 

 

 

 

왼쪽부터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40m), 신선대(730m) 이다.

 

 

 

포대능선의 정상인 포대에 다다랐다. 과거에 대공진지인 포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이 능선의 길이만 해도 1.4km라고 하니 꽤나 긴 거리다.

 

 

 

 

 

마지막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포대정상에서 자운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인데 바위 틈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로프에 의지해 곡예에 가까운 몸짓으로 건너야만 하는 곳이다. 다들 건너는 곳이니 나도 가긴

했으나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산행이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이 코스 별로 권고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 난코스를 지나면 왼편 자운봉과 오른편 신선대 사이로 설치해 놓은 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다 왔다.

 

 

 

신선대 정상에서 북한산 방면을 바라본 전경이다. 좌측 멀리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보인다.

 

 

 

신선대 정상에서 본 자운봉 모습이다. 원래 하나의 바위였다가 풍화작용으로 여러조각으로

나뉘었겠지만 지금 보면 여러조각의 바위를 정교하게 쌓아 놓은 듯 하다. 가운데 바위 조각을

살살 잡아당겨 빼면 안 무너질까?

 

중간에 점심을 먹으면 코스를 완주하는데 차질을 빚을까봐 미루다가 조금 하산 한 후 3시 반 정도가

되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게눈 감추듯 도시락과 막걸리 한병을 해치우고

다시 하산 길을 재촉했다.

 

 

 

하산 길에 잠깐 천축사를 둘러봤다. 휘~리릭...

 

 

 

천축사 입구에 여러 불상과 미륵보살상이 봉헌되어 있었다. 불상 밑에는 시주한 분들의 이름이 써 있었고...

 

 

 

여느 때 같았으면 계곡에 잠깐이라도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었을텐데 오늘은 웬지 마음이 급해져

생략했다. 아마 오늘이 일요일이라 월요일 걱정이 앞서서 일게다.

 

 

이렇게 해서 6시간의 산행을 마쳤다.

점점 산행의 고도나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 것도 자꾸 욕심이 생긴다.

 

간단한 산행, 충분한 휴식 보단

충분한 산행, 간단한 휴식이 되가고 있다.

 

바람직한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고

아무튼 월요일에 종일 꾸벅거렸다.

컨디션을 좀더 세밀하게 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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