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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6 알러지성 비염 2

알러지성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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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 넘어 콧물을 줄줄 흘리며 괴로워 하는 꼴이라니...

 

올 6월 들어 갑자기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를 해대 여름 감기에 걸린줄 알았다.
하지만 열이 난다던지 머리가 아프는 등 감기 증상이 없어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다.

점점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갔다.
난 항상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의사선생님께 알러지 비염이 의심된다고 하자

나이가 들어 알러지가 생긴 것 같다며 센~ 약을 지어 주겠다고 했다.

그 약을 먹자 거짓말처럼 싸악 나았다. 더 이상 코찔찔이가 되지 않았고 재채기도 멈췄다.

하지만, 약이 떨어지자 도루아미타불...

마침 메르스가 온 나라를 덮쳐 민심이 흉흉하던 차에

회사에서 연신 재채기를 해대며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자니 눈총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알러지는 하루 아침에 좋아질리 만무하다는 소신으로

약국에서 산 항히스타민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처음에는 오전에만 그러더니 갈수록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재채기와 흐르는 콧물때문에

삶의 질의 현저히 떨어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젠 깡으로 버틸 나이도 아닐 뿐더러 점점 심해지는 증상을 더 이상 참지 못해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선생님께 증상을 설명하자 알러지반응 검사를 해보자며

검사실에 들어가 등짝을 내 놓은채 엎드려 있으라고 했다.

간호사가 등에 뭉툭한 침 같은걸로 여러 군데 점을 찍는 것 같더니

거기에 시약을 떨어뜨리고 침으로 콕콕 찔렀다.

약 10분이 경과 한 후 의사선생님이 검사실에 들어와 상태를 보더니 몇번 몇번 알러지라며

결과는 집먼지, 집진드기 알러지란다.

어~ 하시더니 환삼덩굴 꽃가루 알러지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호사는 내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자기 번호를 입력하는게 아니라...
내 등짝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사진을 살펴보니 검사를 시작하며 뭉뚝한 침으로 점을 찍은 것처럼 느껴졌던 건 볼펜으로 숫자를 적은 거였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31번과 53번 밑에 빨갛게 달아오른 붉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음...사실 좀 창피했다.

집먼지, 집진드기라니. 환삼덩굴 꽃가루 알러지는 그나마 낮다.

 

갑자기 안하던 집안 대청소를 하고 싶어졌다.

단순히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스팀걸레질까지 마구마구 하고 싶어진다.

안다. 나 원래 약샵하다.

 

 

요즈음 날마다 나이듦을 원망하게 된다.

머리카락이 시어져 지져분함을 견디다 못해 염색을 하게 되고,

가급적 셀카는 찎지 않게 되고, 늘어나는 뱃살을 한탄한다.

그래 안다. 그래봤자 흐르는 세월을 돌이킬 수 없다는걸. 이길 수 없다는걸.

즐기진 못할 망정 피해서 될 일은 아닌걸 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맘은 청춘인데 몸은 회춘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그런지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이젠 의지보단 초연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ps. 환삼덩굴은 성내천변을 걸으며 많이 봐왔다.

사납게 주위를 뒤덮고 잎과 줄기에 가시가 나 있는데다 외래종이라 인상이 고약하던 놈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알러지까지 선사하다니.

나쁜넘. 내 니 뿌리를 뽑진 못하겠지만 네놈의 악행을 틈나는대로 내 지인에게 고발하리라.

내 소심한 복수를 맞으라~~~
환삼덩굴이 혈압강하에 좋다는 둥 약초로서 효능이 있다고 하나 먹는 사람 못봤다.

유해식물로 지정됐나 보다. 한강에서도 플랭카드 걸고 제거작업 하더라.

흥!! 이다.

 

 

                            ▲ 환삼덩굴꽃

 저 꽃대를 흔들면 미세한 꽃가루가 엄청나게 흩날린다. 유해종은 왜그리 성장속도도 빠르고 번식도 잘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그리 유익하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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