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기록'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5.09.16 알러지성 비염 2
  2. 2015.04.17 4.16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2
  3. 2014.10.14 야생화 이야기 번외편 (한강 산책) 2
  4. 2013.11.11 8
  5. 2013.04.01 꽃구경을 빙자한 산책 6
  6. 2013.03.18 전남 장흥에서 퍼온 봄소식 5
  7. 2013.02.26 동네 산책 4
  8. 2013.02.17 고드름도 녹고 있다 4
  9. 2012.12.05 거의 첫눈... 6
  10. 2012.04.08 부친과의 대화 2
  11. 2012.04.08 The man from earth 7
  12. 2012.04.01 신부 4
  13. 2012.03.23 6
  14. 2012.03.18 MBC-KBS-YTN 3단합체 파업콘썰트 4
  15. 2012.03.11 끄적끄적... 3
  16. 2012.02.19 일요일 아침 4
  17. 2012.02.19 영화 "오늘" 2
  18. 2012.02.19 내세와 현세 2

알러지성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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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십 넘어 콧물을 줄줄 흘리며 괴로워 하는 꼴이라니...

 

올 6월 들어 갑자기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를 해대 여름 감기에 걸린줄 알았다.
하지만 열이 난다던지 머리가 아프는 등 감기 증상이 없어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다.

점점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병원에 갔다.
난 항상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의사선생님께 알러지 비염이 의심된다고 하자

나이가 들어 알러지가 생긴 것 같다며 센~ 약을 지어 주겠다고 했다.

그 약을 먹자 거짓말처럼 싸악 나았다. 더 이상 코찔찔이가 되지 않았고 재채기도 멈췄다.

하지만, 약이 떨어지자 도루아미타불...

마침 메르스가 온 나라를 덮쳐 민심이 흉흉하던 차에

회사에서 연신 재채기를 해대며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자니 눈총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알러지는 하루 아침에 좋아질리 만무하다는 소신으로

약국에서 산 항히스타민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처음에는 오전에만 그러더니 갈수록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재채기와 흐르는 콧물때문에

삶의 질의 현저히 떨어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이젠 깡으로 버틸 나이도 아닐 뿐더러 점점 심해지는 증상을 더 이상 참지 못해 다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선생님께 증상을 설명하자 알러지반응 검사를 해보자며

검사실에 들어가 등짝을 내 놓은채 엎드려 있으라고 했다.

간호사가 등에 뭉툭한 침 같은걸로 여러 군데 점을 찍는 것 같더니

거기에 시약을 떨어뜨리고 침으로 콕콕 찔렀다.

약 10분이 경과 한 후 의사선생님이 검사실에 들어와 상태를 보더니 몇번 몇번 알러지라며

결과는 집먼지, 집진드기 알러지란다.

어~ 하시더니 환삼덩굴 꽃가루 알러지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호사는 내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자기 번호를 입력하는게 아니라...
내 등짝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 사진을 살펴보니 검사를 시작하며 뭉뚝한 침으로 점을 찍은 것처럼 느껴졌던 건 볼펜으로 숫자를 적은 거였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31번과 53번 밑에 빨갛게 달아오른 붉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음...사실 좀 창피했다.

집먼지, 집진드기라니. 환삼덩굴 꽃가루 알러지는 그나마 낮다.

 

갑자기 안하던 집안 대청소를 하고 싶어졌다.

단순히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스팀걸레질까지 마구마구 하고 싶어진다.

안다. 나 원래 약샵하다.

 

 

요즈음 날마다 나이듦을 원망하게 된다.

머리카락이 시어져 지져분함을 견디다 못해 염색을 하게 되고,

가급적 셀카는 찎지 않게 되고, 늘어나는 뱃살을 한탄한다.

그래 안다. 그래봤자 흐르는 세월을 돌이킬 수 없다는걸. 이길 수 없다는걸.

즐기진 못할 망정 피해서 될 일은 아닌걸 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맘은 청춘인데 몸은 회춘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그런지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이젠 의지보단 초연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ps. 환삼덩굴은 성내천변을 걸으며 많이 봐왔다.

사납게 주위를 뒤덮고 잎과 줄기에 가시가 나 있는데다 외래종이라 인상이 고약하던 놈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알러지까지 선사하다니.

나쁜넘. 내 니 뿌리를 뽑진 못하겠지만 네놈의 악행을 틈나는대로 내 지인에게 고발하리라.

내 소심한 복수를 맞으라~~~
환삼덩굴이 혈압강하에 좋다는 둥 약초로서 효능이 있다고 하나 먹는 사람 못봤다.

유해식물로 지정됐나 보다. 한강에서도 플랭카드 걸고 제거작업 하더라.

흥!! 이다.

 

 

                            ▲ 환삼덩굴꽃

 저 꽃대를 흔들면 미세한 꽃가루가 엄청나게 흩날린다. 유해종은 왜그리 성장속도도 빠르고 번식도 잘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그리 유익하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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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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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났다.

수많은 국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추모행렬을 이어갔지만 난 이런저런 핑계로 추모식장에 가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의 진상규명을 위한 여러 절규어린 행사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도,

세월호 이젠 접어야 될때가 됐다는 친구와 침을 튀기며 열띤 토론을 하면서도

정작 추모대열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국민TV 서울남동부지부 회장이 조합원에게 발송하는 추모제 참여 독려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무덤덤했다.

그런데 정작 4월 16일이 되자 그동안의 무심함이 일말의 가책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디엔가 나서는 일에는 잼병인 성격대로 퇴근시간까지 누군가가 약속을 걸어오면

핑계삼아 추모제 참가를 포기하겠다는 비겁한 배수진을 깔고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배수진은 먹히질 않았고 결국 시청역 5번 출구로 향했다.

시청역에서는 5번 출구가 추모제 행사로 혼잡하니 6번 출구를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인파를 헤치며 꾸역꾸역 행사장으로 진입했다.

이미 7시가 넘은 시각. 추모제 행사장은 발디딜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행사는 한참 진행 중이었다.

미쳐 참배에 사용 할 꽃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4.16 시민연대에서 벌여 놓은 모금함에 소액을 기부하고

국화꽃 한송이를 얻었다.

 

추모영상과 유가족들의 발표, 가수들의 추모곡들이 어어졌고 거의 두시간에 걸쳐 행사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울컥하는 순간들이 어어졌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도 했다.

 

 

 

이제 정부의 무능함과 교활함, 무책임함은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 근저에는 '대통령의 타자의 아픔을 공감할 능력이 없음'이 깔려 있으리라...

 

쌍용차 해고자와 세월호 유가족을 상담해 주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박사가 파파이스에서

박근혜대통령의 세월호 기자회견에서 흘렸던 눈물은 눈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눈에서 물이 흐른다고 다 눈물이 아니라고.

아무런 신체적 반응의 동반없이 눈에서 물이 흐른다면 그건 눈물이라 말할 수 없다라고.

격하게 동감한다.

 

기자회견 이후 유가족을 철저히 외면했던 행동만 보더라도 그때 흘린 눈물은 정치적인 이벤트였을 뿐이다.

1년을 끌며 세월호 특별법을 겨우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모(母)법을 뒤집는 시행령을 들고나와

원천적으로 진상조사위를 무력화하겠다는 민낯을 보일 때면 과연 이들이 사람인가 싶다.

왜들 그럴까?

무엇을 그리 숨기겠다는 걸까...

 

 

 

추모제 행사가 끝날 무렵 손에 든 국화꽃을 헌화하려 합동분양소로 발길을 돌렸다.

추모제에 참석했던 5만여명의 시민들이 봉기라도 할까봐 그런지 차벽을 치는 경찰들의 발놀림이 바빠졌다.

가까스로 차벽을 뚫고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는데 엄청난 추모인파가 그 긴 광장을 세번이나 돌아 줄을 서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거른터라 허기가 몰려오고 밤이 깊어져 한기가 심해졌지만

꼬마를 대리고 온 엄마들과 나이 어린 학생들 마저 묵묵히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고 도저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긴 줄의 끝을 찾아 한참을 헤멘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1시간 넘게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빌어먹을 정부가 하는 짓에 비해 이 선량하고 이웃의 아픔을 나눌 줄 아는 시민들은

비록 돼지목에 걸렸지만 진주처럼 빛나는 구나 하는 생각,

이런 시민들로 인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

칼바람이 부는 광장 한가운데 촛불을 켠채 낮으막한 피켓에 의지해 날밤을 새고 있는 유가족들 보며

얼마나 피맺힌 한이 저들을 이자리에서 버티게 할까 하는 생각,

이런저런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을 보고 난 저들의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 등등.

 

 

 

 

 

 

 

마침내 내 참배 차례가 되어 헌화와 묵념 목례 순서로 참배를 했다.
합동분향소 벽면에는 295명의 희생자 학생, 일반인들의 조그마한 영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순간 또 왈칵한다.

그들의 영면을 빈다...

 

여당과 정부는 제발 정신 차려라!

언제까지 진실을 가린다고 가려지겠는가?

하기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제까지 그랬겠지만...

 

그래서 긴싸움이 될 것 같다.

또 그래서 지치지 말고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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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이야기 번외편 (한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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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산책 -

 

 

가끔씩 주말에 
 
산에 가기 싫을 때,
TV에서 더 이상 볼 게 없을 때,
이러다 누구처럼 침대에 꿰메지는 형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질 때
큰맘먹고 한강 산책을 나간다. 
 
모자와 손수건을 챙기고
걷다 들을 팟캐스트 방송을 다운 받고
카메라를 어깨에 들쳐 맨 후
항상 같은 코스로 길을 나선다. 
 
이제 단풍을 맞을 때가 되었건만
아직은 한 낮의 따가운 햇살이 목덜미를 쪼아댄다. 
 
성내천 뚝방길에 이르러 찍을 만한 꽃이 없나
두리번 거리지만 서양등골나물과 환삼덩굴만 제철을 만났다. 
 

 

▲ 환삼덩굴

 

 

▲ 서양등골나물

 


나에겐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자세히 보면 싫어지는

거의 유일한 꽃이 '등골'이 이름에 들어간 꽃들이다.
등골나물, 골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

이름도 싫지만 생김새를 자세히 보면 이름이 떠올라 더더욱 싫어진다.

선입관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아쉬움을 달래러

고마리, 미꾸리낚시, 개여뀌, 갈퀴나물, 며느리밑씻개, 수크령, 부들레야, 박주가리 같은 얘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인공적인 개천가에서 얘들이라도 만났으니 본전치기 정도는 되었다고 위로 하며,

이제 '노친네 전국유람 모드'로 '쉬엄쉬엄 걷기'에 돌입한다. 

▲ 고마리 

 

 

▲ 미꾸리낚시

 

 

▲ 개여뀌

 

 

▲ 갈퀴나물

 

 

▲ 며느리밑씻개

 

 

▲ 수크령

 

 

▲ 부들레야(Buddleja davidii, Butterfly Bush)

 

 

▲ 박주가리

 

 
마침내 트랭글이 5Km 지점을 통과했다는 메시지를 읊어줄 때 쯤이면

참새의 방앗간(천호대교 밑 편의점)을 이미 뒤로 한 지점이다.
그 방앗간은 되돌아 올 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전진 하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널부러져 있다. 

 

 

 

 

 

 
오늘은 시간도 넉넉하고,

빨리 집에 돌아가 봐야 땅콩 껍질 까는 사역 외엔

킬링타임거리가 없으므로 왕복 15km를 채우기로 마음먹는다. 
 
암사생태공원을 질러 가다 또 다시

산국, 좀작살나무, 찔레꽃 열매, 억새와 파란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걷기 반, 촬영 반 모드로 어슬렁거리다가 마침내 종착점에 도착한다. 

 


▲ 산국 & 찔레꽃열매 

 

 

▲ 좀작살나무

 

 

▲ 찔레꽃열매

 

 

 

 
이제 유턴하여 집으로... 아니 방앗간으로 향한다.
오늘의 운동효과를 원점으로 되돌려 나의 우람한 몸집을 유지하고,

요기와 취기(=라면과 막걸리)를 아주 저렴하게 해결해 주는 파라다이스로... 
 
여기까지가 평범한 주말의 모습인데 약간의 변수가 발생했다.
잠원에서 팔당까지 자전거를 탄 후 집으로 되돌아 가던 동창을 마주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막걸리를 권했지만 음주 레이싱으로는 귀가가 어렵다는 완곡한 거절 끝에
음주도보는 법으로 탄압하지 못하는 헛점을 이용해 나만 마시기로 하고 얘기 꽃을 피웠다.
어느새 해는 꼴깍~하고 넘어가며 화려한 노을도 선사해 주었다. 

 

 

 
물론 땅콩껍질 까기 보단 훨씬 재미있는 시간이었지만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되돌아 가는 발걸음은 꽤나 무거웠다.
음주 도보 4km는 만만치 않더라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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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日)이 저물고

해(年)도 저문다

 

지금은 저무는 시간

 

저물지 않는게 있던가

.

.

.

 

대신 달(月)이 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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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을 빙자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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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31일 응봉산 설익은 개나리맞이 산책)

 

일요일.

 

아침에 깨어 보니 누군가 내 머리를 헤드록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맥주도 뒤끝 장난 아니네...

최소한 토요일은 쉬었어야 하는데...

 

마눌님은 처남과 진즉 산으로 출타하셨고

집안엔 괴괴하고 음산한 기운만이 충만해 있었다.

 

그나저나

이 애매한 오전 9시에

요즘 같이 겨울도 봄도 아닌 이 애매한 계절에

꽃구경을 가자니 아직 제철이 아니고

산에 가자니 몸이 죽죽 늘어지는

이런 갈등 때리는 상황속에서

어찌 이 난국을 헤쳐 나갈까...조금 생각하다 귀찮아졌다.

 

그래도 일단 밥은 먹고 보자는 생존 본능에 의존해 부엌을 수색했다.

마침 엊그제 순전히 나를 위해(?) 끓여 놓았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는

북어국이 국물이 쫄은 채로 남아 있었다.

 

쫄은 북어국에 과감히 대충 한컵 정도를 가수(加水) 한 후

보글보글 끓기를 기다렸다가

색깔마져 맛있어 보이는

마법의 가루 MSG 한숟갈, 후추 조금, 고추가루... 없다. 고추장 듬뿍 한숟갈.

첨가 후 끓였다.

그리고 그 국에 밥말아 먹었다.

라면이 있었다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후

결국 집 밖으로의 행차를 일단 포기 한 후

TV를 보다가

PC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먼저 박수건달... 건달이 신내림을 받은 후 벌어지는 여러 헤프닝을 담은 영화

다음이 분노의 윤리학... 누가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일까요? 라는 다소 특이한 주제의 영화

두편을 연달아 감상했다. (사실 1/3정도는 자다 깨다 해서 제목을 기억해 내기도 힘들었다)

 

어느새 벽시계는 오후 4시가 지나가고 있다고 팔을 비틀어 대고 있었고

내 허리와 팔다리의 저림도 인계점에 다다를 즈음...

 

과감하게 일어섰다.

꽃구경이나 하러 가자고.

아직은 서울 어디를 가도 만개한 꽃을 구경 할 수 없을테지만

미리 점찍어 놓은 응봉산 산책이라도 하자고...

 

 

 

결국 2호선 뚝섬역에 내려

별로 볼것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서울의 숲을 향해 걸었다.

 

지나가다 입구만 봤지 실제 방문은 처음인 공원...

음... 역시 그냥 공원이다.

나에게 이 공원은 응봉산에 접근하기 위한 통로의 역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므로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공원을 지나 한강변으로 나오자 시원한 강바람이 날 맞아 주었다.

이리라도 엉덩이를 방바닥에서 떼고 나왔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이미 해는 뉘엇거리기 시작하는데 언제 꽃구경을 한담...

안달이 나기 시작해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개나리로 유명한 응봉산에 왔지만 예상대로 아직은 볕바른 쪽에만 피어 있을뿐

와~ 하고 탄성이 나오는 절정은 아직 이르다.

다음주 정도엔 최고조에 달할텐데...아쉽다.

그땐 바쁜데...

 

 

 

게다가 날도 어두어지고 있어 때깔도 안산다...ㅠㅠ

 

 

 

 

 

산수유는 오늘따라 왜이리 창백하게 보이는지.

개나리의 원초적 노란색에 질렸는지...

 

 

 

 

그래도 카메라를 조금 안쪽으로 들이미니

그 속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 떨어지는 남산을 바라보다

아직은 으스스한 저녁바람에 서둘러 자크를 올린다.

아쉽지만 집에 가자...

 

 

 

다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일요일 저녁이지만 동네 친구를 꼬셔 말어...

 

한참을 고민하는데 마눌님이 친히 전화를 주셨다.

새지 말고 집으로 직진 할 것. 고기 구워 놓겠음...

 

난 일요일 저녁에 조금은 질긴 쇠고기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좀 질기다고 항변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쇠고기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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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에서 퍼온 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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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3월 16일. 처가 방문 1바~악 2일! )

 

 

 

장모님 생신을 맞아 전남 장흥에 있는 처가에서 

처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로 해 모처럼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다행히 고속도로는 많이 밀리지 않았고 5시간에 걸쳐 무사히 도착했다.

처가 근처에 있는 보림사는 신라시대 860년 경에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일단 처가 도착 기념으로 사찰에 들러 사진 몇장을 찍고 운전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었다.

 

 

▲ 가지산 보림사 입구에 있는 외호문

 

 

▲ 외호문 천장에 매달린 용

 

 

 

 

▲ 통일신라시대의 삼층석탑 및 석등. 뒤에 보이는 건물은 대적광전.

 

오랜만에 모인 처가 식구들과 안부를 묻고 인사도 나누고...

저녁에는 배가 빵빵해 지도록 남도의 풍성한 음식을 맛보며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장인께서 내어 주신 송이버섯주와 인삼주로 처남들과 회포도 풀고...

 

장인 어른은 각종 나무와 화초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시므로 처갓집 자체가 식물원이다.

그래서 남은 대부분의 시간은 가져온 카메라로 남녘의 봄기운을 맞이하러 돌아 다녔다.

 

덕분에 봄기운을 실컷 만끽하고온 1박 2일 이었다.

 

더이상 글은 없다.

사진 감상 하시라~~ 크게 보고 싶으면 사진 클릭!

 

 

 

● 새순, 새싹

 

 

 

 

 

 

 

 

 

 

 

 

 

 

 

 

 

 

 

▲ 목련 꽃봉우리

 

 

▲ 발사 준비!

 

 

▲ 개나리

 

 

 

 

 

 

 

● 새잎

 

 

 

 

 

 

 

 

 

 

 

 

 

 

 

▲ 머위

 

 

 

 

 

 

 

 

 

 

 

 

▲ 다육식물. 이름은...

 

 

▲ 이끼 포자낭

 

 

▲ 개울가의 돌미나리

 

 

 

 

▲ 온실 전경

 

 

 

● 봄꽃

 

▲ 히어리

 

 

 

 

 

 

 

 

 

 

 

 

 

 

▲ 장미

 

 

 

 

▲ 삼지닥나무 (원산지 : 중국)

 

 

 

 

 

 

 

 

 

▲ 팥꽃나무

 

 

 

 

 

 

 

 

 

▲ 영춘화

 

 

▲ 매화

 

 

 

▲ 풍년화

 

 

 

▲ 서향나무

 

 

 

▲ 아부틸론

 

 

 

▲ 큰개불알풀(봄까치꽃)

 

 

 

▲ 광대나물꽃

 

 

 

▲ 여러 종류의 동백꽃 ▼

 

 

 

 

 

 

 

 

 

 

 

▲ 산수유

 

 

 

 

 

▲ 동양란

 

 

 

 

 

●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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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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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4일 동네 산책과 징징거리기)

 

 

토요일엔 전날의 과음으로 푸~욱 쉬고

일요일엔 생각해 보니 친지들 모임이 약속되어 있어 참석하느라

결국 주말에 등산을 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을 빼먹은듯한 이 허전함은 뭐지?

 

저녁엔 광장동에서 보자는 친구들이 있어서

집에서 조금 빨리 나와 잠깐 산책 겸 해서 걸었다.

 

 

 

생각보다 기온이 낮지는 않았지만 날씨는 스산했다.

 

보이는 풍광에선 온기를 찾기 어렵고,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에 상심이 깊어진다.

 

에효!

북구에 사는 사람들은 우울증 안걸리고 어떻게 사는지 몰라...

 

이 겨울,

그 끄트머리가 몹시 지겹~~다.

 

 

 

저 해가 서해 바다로 몇 번이나 잠수 타야 계절이 바뀌려나...

 

그나저나 한시간 정도의 찬바람 맞은 산책으로

얼굴이 울긋불긋 일어나 난리가 아니다.

으~ 따가워.

 

늙는 징조가 예사롭지 않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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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도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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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아무리 동장군이 위세를 떨어도

고드름이 녹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디다.

 

겨울길 걷는답시고 바지 내복까지 챙겨 입었지만

걷는 내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에

땀을 닦아내기 바빴습니다.

 

잠시 앉아 가쁜 숨을 다독이고

미지근해진 커피를 마실 때

비로서 여유라는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갯길을 오르며

온갖 욕을 해대고

세상의 모든 불의에 대해 강력한 저항의지를 불살라도

결국은 내 앞에 펼쳐진 가파른 고갯길을 저주함과 크게 다르지 않습디다.

 

내가 저 고개를 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겠지만

죽자사자 오르는 이유는 단지 저 고개가 내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온갖 불의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혼자 말로 욕이라도 하는 것은

내 눈에 그런 것들이 보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언제부터 니가 그렇게 정의의 사도가 되었냐고 물으신다면

사실은 살면서 한번도 소리내어 외친 적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그냥 마음 속에 담고 사는게 익숙한 소시민일 뿐이죠.

그러니 이렇게 앉아 주절 거리겠죠.

 

녹고 있는 고드름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엄청 샛길로 빠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고드름과 정의는 무슨 관계가 있냐구요...

 

가끔 내 대뇌의 연상작용 결과는

랜덤으로 결론을 맺는 것 같네요.

그래서 결국 그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까 하며 시나리오를 그리게 되구요.

 

마치 호떡과 미인의 관계는?

뭐 이런 도저히 답이 없는 명제에 대해 해설을 해야 하는 막연함만이 남네요.

그러니 혹시 이글을 읽더라도 그러려니 하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잠깐 집밖을 나서는데

옥상에서 눈이 녹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바깥 기온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구요.

아직 몇번의 추위가 남았지만 서서히 기온이 오르고 있나 봅니다.

 

새순이 돋고

개나리 진달래 피는

그런 봄을 이제 기다리지 말아야겠습니다.

왜냐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내곁을 스쳐 가버리는 그놈이

남기는 것은 아쉬움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긴 내가 기다리지 않는다고

그 녀석이 안오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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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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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월 5일) 오후 5시까지 7,8cm의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눈이 내리면 영업 끝이다.

덕분에 조기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직원들 퇴근시키고

남은 일들을 처리 한 후 집에 도착했더니 오후 5시가 조금 안된 시각.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눈구경도 할겸해서 집 앞 올림픽공원에 갔다.

올해 눈다운 눈은 처음인지라

기쁜 마음으로 눈구경에 빠져들었다.

 

벌써부터 어둠이 구석구석 스며들고 있어

눈구경하기엔 시간이 조금 늦어 버리긴 했지만...

 

제법 쌓인 눈길 걷기가 뻑뻑하다.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겨울이란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천지를 뒤덮을 기세로

펑펑거리던 눈발도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하얗게 쌓여

세상의 온갖 추악을 감춘다지만

그놈의 염화칼슘과 새카만 분진이 만나

맨얼굴을 드러낼 때까지

긴시간이 필요치 않다

 

폐지 줍는 할머니의 등에도

마냥 신나는 동네꼬마의 얼굴에도

가게 앞을 쓸고 있는 슈퍼아저씨 어깨 위에도

차별없이 내린다는 정도가

눈의 사회적 가치일까?

 

아무렴 어떠랴

그래도 오늘은 공원의 하얀 눈밭을

뽀드득거리며 걸어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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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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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한식이 평일이어서 아버님 산소에 가지 못햇다. 토요일에 등산도 할 겸해서 양주에 있는 아버님 산소를 찾아뵈러 갔다.
날씨는 아직 쌀쌀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준비성이 부족한 불효자식이 과일 한톨 가져가지도 않고 가게에서 몇가지 먹을거리와 막걸리 한병을 달랑 사가지고 갔다.
물수건으로 상석을 닦고 음식과 막걸리 한잔을 올린 후 절을 드렸다. 산소와 비석, 주변 석축도 문제 없는지 살펴보았다. 좀 시간이 지난 후 '고시래'도 하고 막걸리도 산소여기저기에 부어드렸다. 12시가 다 돼가는 시각이라 배가 고팠고 목도 마르고 해서 막걸리를 뛔약볕에서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빵쪼가리와 함께...
따땃한 봄볕을 맞으며 마신 막걸리는 급속도의 취기를 불러 왔다.

난 마침내 아버님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버지. 계신곳은 어떠세요' '....'
'아버지. 살아계실때 제가 살갑게 말도 하고 했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
'제가 요즈음 느끼는 건데요. 아들들하고 대화한다는게 참 쉽지 않네요' '....'
'전 아버지보다 더 대화를 못하는거 같아요. 그래도 아버진 제게 편지도 쓰고 그러셨는데. 조금 기억나요. 아들아! 담배끊어라. 술도 줄여라. 교회좀 나가라... 이런 내용이 주였던것 같은데'
'아버지. 담배는 끊었어요. 술은 계속 마시지만..'  '....'

아마도 이런 식의 대화(?)를 족히 삼십분 넘게 했던 것 같다. 괜히 감정이 복받혀서 울기도 하고... 아버지가 술 줄이라고 했는데 그 앞에서 막걸리 한병마시고 한다는 짓이...에효.

여전히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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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from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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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 또한 영화보기를 매우 즐겨한다. 한 때는 주중에 여러 영화를 다운로드 해 놓고 주말내내 몰아서 보기도 했다. 간혹 재미없는 영화여서 졸립더라도 끝까지 다 봤다. 대체 무슨 의무감에서 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대신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두번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 세번 봤다. 내가 세번 본 거의 유일한 영화다.

The man from earth

 

우연히 이 영화를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 되자마자 보게 된 것을 후회했다. 화질자체가 C급 독립영화수준이었고 주인공의 거주지인 오두막 세트 자체도 많이 허접해 보였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 계속 봐야하나 갈등했다.

하지만 약간의 참을성을 발휘한 이후엔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놀라운 속도로 빠져들었다. 아마 도 내가 이 영화에 급속히 몰입된 이유는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했던 주제의 신선함과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인 배우, 엄청난 물량공세, 화려한 CG가 없어도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 하나로 대단한 성과를 끌어 낸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는 존 올드맨이라는 주인공(교수)이 트럭에 짐을 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의 나이는 35세, 대학에서 10년동안 근속했고 조금 있으면 학과장에 선임될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으나 돌연 사표를 내고 떠나기로 한다. 그의 동료들이 의문을 표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두막에 모여들고... 몇가지 얘기가 오가다 주인공이 돌연 폭탄 선언을 한다.

나는 구석기 후반부터 140세기(14,000년)를 살아 왔다고.

나이가 35살에 고정된 이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10년마다 거주지를 옮겨 다닌다고...

동료교수들(심리학자, 생물학자, 인류학자, 종교학자)은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이나 각자 영역의 전문적인 질문에 담담한 어조로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론상의 헛점이 없자 점점 분위기가 고조된다.

구석기 후반 탄생 후 첫 신분인 크로마뇽인으로부터 살아온 과정, 경로, 생존방식 등이 서술됨과 동시에 교수들 간의 지적논쟁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불교와 예수에 대한 묘사다. 주인공은 불교시대를 지나면서 부처의 이론에 흥미를 느낀다. 500년이 흐른 후 로마제국에 들어서는데 도처에서 살육이 벌어지자 부처의 가르침을 여기에 맞게 전파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천한다. 이후 의도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학교 다닐때 읽었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후 기독교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저작물을 접해 본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나에겐 이 영화가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몇년 전에 처음으로 이 영화를 접한 뒤 영화 Review를 쓰고 싶어서 어제 다시 봤다. 근래에 종교나 기독교에 관한 비판적인 관점을 지닌 글, 책, 다큐를 접했기 때문에 처음 봤을때 정도의 충격이나 몰입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감상 할 수 있었다.

아직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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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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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던 화장을
진하게 했더군요

안입던 한복도
곱게 차려입고

쪽도리도 쓰고
가마도 타더군요

신부가 되어
신랑과 맞절하고

백년회로를
약속 받더군요

그리하여 부부가 되고
예식이 마감됐답니다

이제 시작.
새로운 막이 펼쳐집니다

지나간 세월은 뒤로 하고
남은 세월만 있습니다

온갖 힘듦이 있었지만
온갖 힘듦이 남아 있습니다

전에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둘입니다

힘들더라도 이젠 둘이라
훨씬 수월하겠죠

전에는 자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집입니다

그렇게 꾸려진 집은
따뜻함이 간직될겁니다

신부의 시작을 지켜 보고
행운을 빌었으니
이제 신부의 행복만 남은 셈입니다.

- 어릴적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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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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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지붕에
방울져 떨어지는빗소리에
새벽잠이 어설피 깼다.

투둑 투두둑

아주 오랫만에
이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을 하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계속 소리가 들린다.
투두두둑, 투둑, 투둑

한시간은 흐른 것 같다.
어제 늦게 잠이 들었던가?

알람 생각이 났다.
몇시일까 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켜본다.
6시 18분. 2분 남았다.

침대 귀퉁이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는다.
아니다. 1분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알람이 울리기 직전에 껏다.
오늘은 알람이 아니라
빗소리가 나를 깨웠군.

비가
공원과 들의
풀씨와 나무를 적셔
새순을 돋게 하겠지만
나에겐
오늘 알람이 되어 주었다.

아마도
새벽부터 나를 흔들어 깨운 봄비가
하루종일 내머리속을 맴돌 것 같다.

추적추적 내리면서
기분도 추적거리게 만들고
계속 내 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추적을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오랫만에
방울져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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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YTN 3단합체 파업콘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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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이 7~8년 살다가 다시 산지 2개월...
가뜩이나 안보고 살아 잘 모르는데다 방송사들의 파업이 시작되니 더 볼게 없다.

TV를 다시 샀지만 TV 본연의 기능 보단 PC 모니터로 더 많이 활용한다.
Youtube에 들어가서 뉴스타파, 제대로뉴스테스크, 파워업PD수첩, Reset KBS 뉴스9, 하니TV의 뉴욕타임즈, 한겨레 정치 Wi-Fi을 찾아서 시청한다. 방송사 해직기자나 파업 중인 기자, 진보언론사에서 만든 어찌...보면 허접한 환경에서 만들어낸 프로그램 들이다.

참 요상한 세상이라 여기서 다루는 '민감한' 내용은 공중파에선 보지 못한다. 내용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윗선에서 자기검열을 실시해 짜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 계속 접하다 보면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다. 한편씩 볼 때마다 이런 강아지, 망아지, 새앙쥐 같은 녀석들이 있나 하며 머리에 스팀 팍팍 돈다. 반작용으로 분노 표출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놈의 정권 들어와 언론인들 참 고생 많다.

기분도 꿀꿀한데 여의도가서 소리나 실컷 지르고 와야겠다.

▼ '방송 3사(KBS, MBC, YTN)언론자유 쟁취 대규모콘서트'포스터.


그래서 갔다 왔다.

회사에서 곧장 가려고 차를 버리고 전철로 출근했다.
회사에서 여의도까지는 7호선을 타다 군자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한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어짜피 사서 고생하려고 가는데 비가 문제겠어?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여의도공원에 도착했더니 어린왕자 이승환이 열창을 하고 있었고 관중들은 이미 한마음이 되어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예상대로 앉는 자리가 남아 있을리 없고 서서 볼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다들 비옷을 입고 오는 비를 맞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바깥쪽의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 들고 있었기에 시야를 확보하기가 힘이 들었다.

비가 와서인지 생각보다는 많이 모이진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약 2만명 가량 운집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승환을 필두로 해서 김제동, 드렁큰타이거, 이은미, 이적 등 많은 연애인들이 나와 방송3사 파업콘서트를 지지하는 발언과 공연을 해 주었다.
요즈음은 시위와 공연을 교묘하게 조합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이런 공연은 일종의 시위지만 평화스럽게 진행되면서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고 지지를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공연에 심취에 쑥스럽지만 같이 소리도 지르고 율동도 가볍게 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그마한 아가씨가 모금함을 들고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가씨는 이미 모금은 뒷전이고 공연에 푹 빠져 있었다.
아까 공연장에 들어 올때부터 모금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단 자리잡고 나중에 구경값은 내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만원 한장을 꺼내 모금함에 쑥 넣었다. 그러자 노래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당황한 아가씨는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내가 다 쑥스럽네. 이런 생각을 하며 돌아서려는데 이번엔 중학생 키정도의 아가씨가 나를 보며 "머니투데이 기잔데요. 잠깐 인터뷰에 응해 주시겠어요? 모금함에 돈 넣는걸 봤는데..." 이런 멘트를 날리며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 엮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모금함에 만원을 선뜻 넣은 양모씨(48)는 "회사를 끝마치고 바로 여의도로 달려왔다"며 "지금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큰 흐름을 바꾸기 위한 과도기적 작은 희생"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늦게라도 언론의 제 기능을 찾고자 하는 노조파업을 응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물어보기에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 했더니 양모씨가 되었다. 여의도로 달려온 건 아니고 지하철타고 왔고 목소리를 높인적이 없지만 기사니까 그려러니 한다. 문맥은 맞으니까.

비를 맞으며, 두시간 반가량을 서서, 추위에 떨며, 게다가 사람들 우산사이로 시야각을 확보하려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급속한 체력저하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공연도 거의 끝날때가 됐고 북새통 전철이 걱정되는 얄팍한 소시민 아저씨로 되돌아와 귀가를 서둘렀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2만명 중의 하나로 기억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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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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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써도 안잡아 가지만
아무 의미없는 말들을 끄적여도 안잡아가겠지.


모든게 일상이다. 어찌보면...

생각의 흐름을 따라잡아 논리적, 또는 감성적으로 해석해서 글로 표현하고, 읽는 사람은 글쓴이의 문장에서 논리적 관점이나 감정상태를 이해하고 공감을 표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이란게 말과 틀려 강력한 보전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
대화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뱉지만 당시의 분위기나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 악의가 없다면 오해의 소지는 적다. 글과 말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뭔가를 하고 있는 편이 멍하게 있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항상 멍하고 있을순 없지만 때론 그럴 필요가 있을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오늘 내가 그랬으므로...

그것이 무엇이든 깊게 빠질 때가 있다.
그래서 안절부절 못하고 오직 그 생각, 그 행위 따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영원하진 않다. 그게 뭐가 되었던 상승이 있으면 하강이 있게 마련이다.
다시 무심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다만 시간이 걸릴뿐...

사는게 심장박동처럼 진폭이 있어야 한다. 그냥 띠이이~~ 이러면 죽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간은 간다. 시간이 더디 가는게 좋을지 아님 휙휙 스쳐 가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게 내 의지와 상관없지만. 아니구나. 전적으로 내 의지에 달린 문제구나. 내가 어떻게 느끼게 만드느냐의 문제... 지금은 모르겠다.

이젠자야겠다. 이렇게 맘 먹으면 오히려 잠이 안오던데...조금 걱정되네.


덧글.

요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난독증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읽으면 머리속에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행간의 의미가 한번에 파악이 안되서 
도대체 이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거지? 하고 자꾸 되새김질 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어 보면 내가 빠뜨린 내용이나 엉뚱하게 이해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읽기 훈련이 안된건지, 덤벙거려서 그런건지, 아님 글을 읽으면서 잡생각이 많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글을 읽을 때 집중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
행간에 들어 있는 글쓴이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말하고자 하는 바, 숨은 뜻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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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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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형 가족들(All night type family).
오밤중의 유흥으로 인한 피로 회복을 위해 각자의 공간에서 쥐죽은듯 널부러져 있다.

일요일 아침은 항상 고요 그자체다 . 아마도 태초에 세상이 만들어진날 이러했으리라. 일체의 소음없이 시계초침 도는 소리만이 아직 현실세계에 머므르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내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머님의 기상 잔소리로 시작하여 부산함으로 가득했던 아침으로 기억된다.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게 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으뜸은 노는날 일찍 잠이 깨는것이다.
그리고 항상 이시간이 애매하다. 내가 이 조그만 세계에 소음을 일으켜 가장의 생존을 알려야하나, 아니면 지구의 평화를 위해 숨죽이며 다시 잠을 청할 것인가.

노구의 생체리듬상 다시 잠들기는 틀렸고 무엇을 할지 생각해야겠다. 이러다 점심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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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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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란 누가누구를 용서해 준다고 해서
미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딸은 죽었고, 내가 용서했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것은 아니다.
용서는 단지 미움을 한쪽구석으로
밀어버리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밀어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영화 "오늘"
주연 : 송혜교
"용서"라는 다룰만한 주제, 만만치 않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극전개의 어색함,
작위적 연기, 이해되지 않는 줄거리로 인해
내 연약한 감성조차도 건드리지 못한 영화.
결정적으로 영화 "밀양"에서의 유명한 장면
(피해자 가족인 전도연 앞에서 살인자가
감옥에서 이미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며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말한다)
때문에 주제의 신선함조차 느끼기 어렵다.
아! 송혜교. 그녀의 이미지를 뛰어 넘기엔
주제가 너무 무겁다.

다만 위에 인용한 피해자 엄마가 담담하게
독백같이 얘기한 내용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주인공의 "내게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가르쳐 주지 않았다"
라는 대사와 함께.

2012년 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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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와 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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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물어봤지만,
난 내세에 별 관심없다.
지금 살고 있는 이세계에도
그리 충실하지 못하면서
다음 생까지 챙기기에는
내 오지랍이 너무 좁다.

다음 생을(천국)을 위하여
현생이 괴롭다면
다음 생을(천국)을 위하여 
현생을 희생한다면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난 발은
땅에 붙이고
살아야 된다고 믿는다.
단, 뛸수는 있을지언정
날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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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의원의 대법 유죄 확정판결이 났다.
세상은 웃기게 돌아간다.
그의 발랄함이나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내가슴은 덜컥거린다.
저들은 어찌 저리도 부끄러움을 모를까.
저들은 어떻게 저런 일들을 서슴없이 저지를까.
참 알수 없는 일이다.
차근차근 쌓이는 분노를 어찌 풀어야 될지...

2011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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