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from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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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 또한 영화보기를 매우 즐겨한다. 한 때는 주중에 여러 영화를 다운로드 해 놓고 주말내내 몰아서 보기도 했다. 간혹 재미없는 영화여서 졸립더라도 끝까지 다 봤다. 대체 무슨 의무감에서 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대신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두번은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 세번 봤다. 내가 세번 본 거의 유일한 영화다.

The man from earth

 

우연히 이 영화를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 되자마자 보게 된 것을 후회했다. 화질자체가 C급 독립영화수준이었고 주인공의 거주지인 오두막 세트 자체도 많이 허접해 보였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까지 계속 봐야하나 갈등했다.

하지만 약간의 참을성을 발휘한 이후엔 이야기에 몰입되면서 놀라운 속도로 빠져들었다. 아마 도 내가 이 영화에 급속히 몰입된 이유는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했던 주제의 신선함과 지적 호기심을 유발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인 배우, 엄청난 물량공세, 화려한 CG가 없어도 탄탄한 시나리오의 힘 하나로 대단한 성과를 끌어 낸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는 존 올드맨이라는 주인공(교수)이 트럭에 짐을 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의 나이는 35세, 대학에서 10년동안 근속했고 조금 있으면 학과장에 선임될 정도로 실력도 인정받고 있으나 돌연 사표를 내고 떠나기로 한다. 그의 동료들이 의문을 표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두막에 모여들고... 몇가지 얘기가 오가다 주인공이 돌연 폭탄 선언을 한다.

나는 구석기 후반부터 140세기(14,000년)를 살아 왔다고.

나이가 35살에 고정된 이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10년마다 거주지를 옮겨 다닌다고...

동료교수들(심리학자, 생물학자, 인류학자, 종교학자)은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이나 각자 영역의 전문적인 질문에 담담한 어조로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론상의 헛점이 없자 점점 분위기가 고조된다.

구석기 후반 탄생 후 첫 신분인 크로마뇽인으로부터 살아온 과정, 경로, 생존방식 등이 서술됨과 동시에 교수들 간의 지적논쟁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불교와 예수에 대한 묘사다. 주인공은 불교시대를 지나면서 부처의 이론에 흥미를 느낀다. 500년이 흐른 후 로마제국에 들어서는데 도처에서 살육이 벌어지자 부처의 가르침을 여기에 맞게 전파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천한다. 이후 의도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학교 다닐때 읽었던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이후 기독교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저작물을 접해 본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나에겐 이 영화가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몇년 전에 처음으로 이 영화를 접한 뒤 영화 Review를 쓰고 싶어서 어제 다시 봤다. 근래에 종교나 기독교에 관한 비판적인 관점을 지닌 글, 책, 다큐를 접했기 때문에 처음 봤을때 정도의 충격이나 몰입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감상 할 수 있었다.

아직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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