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식이 평일이어서 아버님 산소에 가지 못햇다. 토요일에 등산도 할 겸해서 양주에 있는 아버님 산소를 찾아뵈러 갔다.
날씨는 아직 쌀쌀했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준비성이 부족한 불효자식이 과일 한톨 가져가지도 않고 가게에서 몇가지 먹을거리와 막걸리 한병을 달랑 사가지고 갔다.
물수건으로 상석을 닦고 음식과 막걸리 한잔을 올린 후 절을 드렸다. 산소와 비석, 주변 석축도 문제 없는지 살펴보았다. 좀 시간이 지난 후 '고시래'도 하고 막걸리도 산소여기저기에 부어드렸다. 12시가 다 돼가는 시각이라 배가 고팠고 목도 마르고 해서 막걸리를 뛔약볕에서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빵쪼가리와 함께...
따땃한 봄볕을 맞으며 마신 막걸리는 급속도의 취기를 불러 왔다.
난 마침내 아버님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버지. 계신곳은 어떠세요' '....'
'아버지. 살아계실때 제가 살갑게 말도 하고 했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
'제가 요즈음 느끼는 건데요. 아들들하고 대화한다는게 참 쉽지 않네요' '....'
'전 아버지보다 더 대화를 못하는거 같아요. 그래도 아버진 제게 편지도 쓰고 그러셨는데. 조금 기억나요. 아들아! 담배끊어라. 술도 줄여라. 교회좀 나가라... 이런 내용이 주였던것 같은데'
'아버지. 담배는 끊었어요. 술은 계속 마시지만..' '....'
아마도 이런 식의 대화(?)를 족히 삼십분 넘게 했던 것 같다. 괜히 감정이 복받혀서 울기도 하고... 아버지가 술 줄이라고 했는데 그 앞에서 막걸리 한병마시고 한다는 짓이...에효.
여전히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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