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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20 박주가리 2

박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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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가리 - 
 
하루가 다르게 아침 기온이 쌀쌀해 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주책 맞게 가을을 타는지, 웬지 가슴 한구석이 휑하다.
설마 살이 빠져 그런건 아닐텐데 말이다. 
 
오늘의 야생화는 '박주가리'라는 조금은 별스럽게 생긴 꽃이다.  
 
박주가리는 꼬리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7월 중순에 천마산을 오르다 처음 만났다.

키 낮은 관목을 휘감고 오른 덩굴에서 피어난 조금은 이상한 생김새를 가진 꽃을 보며

이런 '꽃'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꽃도 이름이 있으려나 싶었다.  
 
그 옛날부터 살아 왔겠지만 내가 모르거나 생김새가 낯설면 뭉뚱거려 '잡초'라고 싸잡아 불러 왔던 관성으로

박주가리를 이름도 없는 잡초로 매도 할 뻔 했다. 
 
꽃은 흰색이나 옅은 자주색이며 화관이 5개로 깊게 갈라져 있고 안쪽에 털이 빽빽이 나있다.

암술머리는 꽃 중앙에 안테나처럼 솟아 있다.

도감에 수술은 5개라고 나와 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도대체 그 작은 꽃에서 수술 5개를 찾아낸 사람은 현미경으로 들어다 보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내가 받은 이 꽃의 첫 인상은 불가사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좀더 그럴싸하게 표현해도 '털달린 별' 정도다. 
 
처음 이 꽃을 접한 이후 10월 현재까지 박주가리 꽃을 여러 곳에서 그렇게 자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박주가리 열매는 10월경에 열리고 11월이면 완전히 익어

씨방이 갈라지면서 은백색 깃털이 달린 다량의 씨앗이 공중에 날아 오른다.

이 가벼운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기슭이나 공원 등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내가 올해 처음 봤기 때문에 신기해 했을 따름이다.   
 
박주가리는 열매가 박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열매를 군것질거리로 먹었다고 한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어 몸에 난 사마귀를 제거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이런 약효 때문인지 잎이나 줄기를 식용하면 남자한테 좋다고 한다. 남자한테... 흠.

그리고 다 익은 꼬투리에서 은백색의 깃털들을 모아

인주나 바늘쌈지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하니 나름 활용도가 높은 식물이었나 보다. 
 


 
그들의 삼각관계(마경덕) 
 
식물, 곤충, 동물이 뒤섞이는 계절
독을 숨긴 박주가리는 천연스럽고
독을 묵인하는 제주왕나비는 능청스럽다 
 
이름값대로 왕의 기질을 드러내는 제주왕나비
애벌레들은 심장을 마비시키는 박주가리 흰 즙을 먹고
박주가리보다 더 독해진다
조금씩 독을 맛보며
치사량의 독을 이겨야 하늘을 얻는다 
 
노련한 사냥꾼 푸른어치
제주왕나비 날개를 떼고 몸통을 삼킨다
용포가 찢어지는 위험한 식사,
그때 숲의 비밀을 깨닫고 삼킨 것을 모두 게워낸다 
 
죽다가 살아난 푸른어치
먹잇감의 목록에서 제주왕나비 이름을 삭제한다 
 
삼키고 뱉는 생존전략
꼬투리 틈을 열고 새처럼 날아가는 박주가리 비행으로
제주왕나비, 박주가리, 푸른어치의 관계는 해마다 이어진다 
 
 

제주왕나비 애벌레는 박주가리 잎을 먹고 자라는데, 이때 박주가리의 독이 체내에 축적된다.

후에 포식자가 자신을 잡아먹으면 이 독이 포식자의 심장에 타격을 가한다.

결국 포식자는 제주왕나비를 게워내고 위기를 모면하지만 학습효과로 인해 제주왕나비의 생존율은 높아진다. 
 
이러한 생태계를 '그들의 삼각관계'라는 약간은 코믹한 제목으로 표현한 시다.
음미하다 보니 '삼키고 뱉는 생존전략'이 그들만의 삼각관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산기슭에 흔하게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속씨식물문 > 쌍떡잎식물강 > 용담목 > 박주가리과
꽃말 : 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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