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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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국 -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녹는 개울에서 시작한 꽃의 계절이 알록달록한 단풍에 밀린지 엊그제 인데

이젠 그 단풍마저 손 흔들어 떠나 보낼 시기가 됐다. 
 
오늘은 햇살 가득했던 가을에 눈부신 노란 향기를 남겨주었던 산국 얘기다.
흔히들 '들국화'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얘기하면 '들국화'는 야생 국화류의 총칭이다.

산국을 비롯하여 하얀색의 구절초, 산국보다 꽃송이가 큰 노란색의 감국(甘菊),

연보라빛 쑥부쟁이 등 들에서 피는 온갖 국화들을 싸잡아 들국화라고 편히들 부르는 이름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다들 자기만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등산하면서 이리 저리 야생화를 틈틈히 찾아보고 사진을 찍지만 향기를 맡아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안 믿을지는 몰라도 신체적 약점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기 싫어서 때문만은 아니다.^^  
키 작은 야생화에 납작 업드려 코를 킁킁대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가급적 손대지 않고 보는 즐거움만 누리자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다. 
 
하지만 떼지어 피어 있는 산국은 근처에만 가도 자연스럽게 진한 국화향을 맡을 수 있다.

그것도 누리장나무나 밤나무 꽃처럼 기묘한 냄새가 아니라

머리를 맑게 해주는 말 그대로의 진한 국화향이 꽃 주변을 떠돈다.

그래서인지 산국을 검색 해보면 말리거나 덕어서 차를 만든다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감국보다 향이 진하고 독성이 있어 살짝 데쳐서 우려낸 후 만든다고 한다. 
 
감국은 꽃의 크기가 500원 짜리 동전만하고 향기가 은은하며 꽃잎 끝이 날카롭다는 특징이 있고

산국은 50원짜리 동전 크기로 작은 대신 감국보다 꽃송이가 빽빽하게 밀집되어 피며 향기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나 감국의 꽃잎은 씹어보면 이름처럼 단맛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감국을 보기란 쉽지 않다.

나도 언젠가는 한번 봤으려니 하고 지난 사진을 들쳐 봤지만 한번도 내 카메라에 찍힌 적이 없었다. 
 
올해 내 야생화 구경의 마지막을 장식한 꽃이 산국이다.

눈부신 노란색과 강렬한 향기로 벌과 나비의 겨울 채비에 한몫하던 산국도 지고 산과 들이 휴식기에 접어 들고 있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어 본다. 


  
국화가 피는 것은 (길상호)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피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마다
품고 있던 향기 날 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벌들
불러 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갯짓에
한 모금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 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하여 마당 한편에
햇빛처럼 밝은 꽃들이 피어
지금은 윙윙거리는 저 소리들로
다시 살아 오르는 오후,
저마다 누런 잎을 접으면서도
억척스럽게 국화가 피는 것은
아직 접어서는 안 될
작은 날개들이 저마다의 가슴에
움트고 있기 때문이다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시인님. 과격하십니다.그려...^^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다년생 초본
꽃말 : 순수한 사랑, 흉내
속씨식물문 > 쌍떡잎식물강 > 초롱꽃목 > 국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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