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

 

 

어느새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났다.

수많은 국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추모행렬을 이어갔지만 난 이런저런 핑계로 추모식장에 가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의 진상규명을 위한 여러 절규어린 행사들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도,

세월호 이젠 접어야 될때가 됐다는 친구와 침을 튀기며 열띤 토론을 하면서도

정작 추모대열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국민TV 서울남동부지부 회장이 조합원에게 발송하는 추모제 참여 독려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무덤덤했다.

그런데 정작 4월 16일이 되자 그동안의 무심함이 일말의 가책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디엔가 나서는 일에는 잼병인 성격대로 퇴근시간까지 누군가가 약속을 걸어오면

핑계삼아 추모제 참가를 포기하겠다는 비겁한 배수진을 깔고 6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배수진은 먹히질 않았고 결국 시청역 5번 출구로 향했다.

시청역에서는 5번 출구가 추모제 행사로 혼잡하니 6번 출구를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인파를 헤치며 꾸역꾸역 행사장으로 진입했다.

이미 7시가 넘은 시각. 추모제 행사장은 발디딜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행사는 한참 진행 중이었다.

미쳐 참배에 사용 할 꽃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4.16 시민연대에서 벌여 놓은 모금함에 소액을 기부하고

국화꽃 한송이를 얻었다.

 

추모영상과 유가족들의 발표, 가수들의 추모곡들이 어어졌고 거의 두시간에 걸쳐 행사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울컥하는 순간들이 어어졌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도 했다.

 

 

 

이제 정부의 무능함과 교활함, 무책임함은 더 이상 거론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 근저에는 '대통령의 타자의 아픔을 공감할 능력이 없음'이 깔려 있으리라...

 

쌍용차 해고자와 세월호 유가족을 상담해 주고 있는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박사가 파파이스에서

박근혜대통령의 세월호 기자회견에서 흘렸던 눈물은 눈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눈에서 물이 흐른다고 다 눈물이 아니라고.

아무런 신체적 반응의 동반없이 눈에서 물이 흐른다면 그건 눈물이라 말할 수 없다라고.

격하게 동감한다.

 

기자회견 이후 유가족을 철저히 외면했던 행동만 보더라도 그때 흘린 눈물은 정치적인 이벤트였을 뿐이다.

1년을 끌며 세월호 특별법을 겨우 만들었는데 이제와서 모(母)법을 뒤집는 시행령을 들고나와

원천적으로 진상조사위를 무력화하겠다는 민낯을 보일 때면 과연 이들이 사람인가 싶다.

왜들 그럴까?

무엇을 그리 숨기겠다는 걸까...

 

 

 

추모제 행사가 끝날 무렵 손에 든 국화꽃을 헌화하려 합동분양소로 발길을 돌렸다.

추모제에 참석했던 5만여명의 시민들이 봉기라도 할까봐 그런지 차벽을 치는 경찰들의 발놀림이 바빠졌다.

가까스로 차벽을 뚫고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는데 엄청난 추모인파가 그 긴 광장을 세번이나 돌아 줄을 서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거른터라 허기가 몰려오고 밤이 깊어져 한기가 심해졌지만

꼬마를 대리고 온 엄마들과 나이 어린 학생들 마저 묵묵히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고 도저히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긴 줄의 끝을 찾아 한참을 헤멘 끝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1시간 넘게 차례를 기다리다 보니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빌어먹을 정부가 하는 짓에 비해 이 선량하고 이웃의 아픔을 나눌 줄 아는 시민들은

비록 돼지목에 걸렸지만 진주처럼 빛나는 구나 하는 생각,

이런 시민들로 인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살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

칼바람이 부는 광장 한가운데 촛불을 켠채 낮으막한 피켓에 의지해 날밤을 새고 있는 유가족들 보며

얼마나 피맺힌 한이 저들을 이자리에서 버티게 할까 하는 생각,

이런저런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들을 보고 난 저들의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 등등.

 

 

 

 

 

 

 

마침내 내 참배 차례가 되어 헌화와 묵념 목례 순서로 참배를 했다.
합동분향소 벽면에는 295명의 희생자 학생, 일반인들의 조그마한 영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순간 또 왈칵한다.

그들의 영면을 빈다...

 

여당과 정부는 제발 정신 차려라!

언제까지 진실을 가린다고 가려지겠는가?

하기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제까지 그랬겠지만...

 

그래서 긴싸움이 될 것 같다.

또 그래서 지치지 말고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루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러지성 비염  (2) 2015.09.16
야생화 이야기 번외편 (한강 산책)  (2) 2014.10.14
  (8) 2013.11.11
꽃구경을 빙자한 산책  (6) 2013.04.01
전남 장흥에서 퍼온 봄소식  (5) 2013.03.18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