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제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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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에 월초라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와 월실적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바깥 날씨는 화창한데 사무실에 갇혀 숫자를 두드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마침 대학 동기가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뭐하고 있냐 해서 내 처지를 설명했더니 토요일에 제부도에 가자고 한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건 아니고 섬에가서 한바뀌 걷고 조개구이도 먹고 하며 바람을 쐬고 오자고 했다.
바로 승낙하고 토요일을 기다리며 화창한 공휴일에 사무실에서 레포트와 씨름하는 처지에 대한 위로로 삼았다.
거의 밤샘을 하여 레포트를 완성, 금요일 오전에 무사히 보고까지 마쳤다.
이틀 동안 합해서 6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때쯤 연락이 왔다.
밝히기 뭐한 수술을 하여 거의 한달 동안 술을 입에 대지 못하던 친구가 지금 서울 올라오고 있단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얼마 전 머리를 올렸다. 진짜 머리를. 그래서 다들 그의 젊어진 외모를 보고 싶어 하던 참이었다.
물론 나도 3일째 지진나게 일만 해서 한잔이 간절하던 참이었으니 모든 아구가 맞아 떨어졌다.
술자리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나의 피로는 풀리기는 커녕 더 쌓여만 갔다. 내일 제부도 가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려 요즘 들어 좀처럼 하지 않던 자제의 미덕을 발휘했다. 쉽진 않았지만 토요일 아침에 무사히 일어나 수원까지 갈 정도의 체력과 정신상태는 겨우 유지 할 수 있었다. 3일 동안 총 수면시간 10시간. 일하느라 잠을 못 잔 것은 할 수 없지만 놀려고 잠을 못자는 건 좀 바보 같은 짓이긴 하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어쩌겠나.

일단 수원까지 가는 광역버스에서 30분 정도 수면을 보충 한 후 친구들 셋과 합류하여 제부도로 출발하였다. 정신이 멍하고 눈은 침침했지만 참을만 했다. 가다가 편의점에서 커피도 사서 마시고 친구들과 농담도 하다 보니 이제서야 비로서 여행에 대한 가벼운 들뜸이 느껴졌다.

제부도에 도착한 우리는 주변의 풍광을 즐기면서 때론 농담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봄기운을 즐겼다.
난 제부도에 첫직장에서 야유회로 와본 경험이 있다. 15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그때는 해수욕장은 자연 그대로 였고 해변과 떨어진 곳은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었다. 지금은 섬 전체가 조개구이집과 횟집으로 점령 당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는 빼곡하게 음식점이 들어차 있고 우리나라 어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번잡했다. 식당에 손님들을 끌기 위해 슈퍼맨을 비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코스프레를 한 호객꾼들로 해변 도로쪽은 걷기가 민망했다.

한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됬다. 직전 모임에 참석을 못해 나만 몰랐는데 오늘 같이온 총각 친구가 대학 써클 송년회에 갔다가 몇가지 우연, 상대 여자의 적극적 성격, 한 친구의 조력, 본인의 숨겨졌던 역량을 통해 드디어 교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부디 지피지기(知彼知己)하여 백승은 필요 없고 딱 1승만 거뒀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시커먼 남자 네놈이 섬에 갔다 왔는데 뭐 재미있는 일이 있었겠나. 그냥 웃고 떠들고 소주한잔 마시고 봄기운 느낀걸로 족하며 돌아왔다. 집에 와서 시체처럼 잠을 잤다. 그래봐야 많이 자지도 못하지만.
이렇게 삼일이 흘러갔다. 빡센 일정이 끝났다. 일요일은 쉬자...

아래 슬라이드는 시간 순서대로 구성되어 잇다. 한장씩 넘기다 보면 이동경로가 보일게다.
수원 출발해서 국도, 제부도 입구, 주변 풍경, 주차장, 주차장에 올려져 있는 요트. 등대, 전망대, 산책로, 바다에 빠질 수 있는 계단, 소라모양의 조형물, 새우깡 얻어 먹는 갈매기, 해수욕장, 해수욕장을 거니는 꼬마아가씨, 잔잔한 파도, 벤치와 갈매기알 조형물, 조개구이집,  매바위, 고동의 외출 경로, 바다, 매바위, 귀가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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