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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산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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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신 술의 여파로 늦게서야 눈을 떳다. 숙취가 가시질 않아 아침부터 비실비실...
아내의 잔소리가 두려워 알아서 아침 챙겨 먹고 방안에서 두문불출.
뭘 봤더라. 드림팀 어쩌구 하는거...짜식들 잘달린다.
빈둥거리다보니 아내가 목욕가시고 난 다시 영화소개하는 프로에 넋이 나가서 멍...
어느덧 시간은 흘러 12시가 휘릭 넘었다.

이래선 안돼 하는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나갈 채비를 서두른다. 청계산에나 가볼까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친구의 카톡. 뭐하시나? 산에 가려구. 어느산? 청계산. 같이가자. (이게 비극의 시작이다.)
이렇게 간촐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전철을 타고 중간에 합류하여 청계산입구에 도착했다.
서울의 등산객 붐비는 산 밑은 각종 음식점, 노점상, 등산용품점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
벌써 오후 2시가 다되어 간다.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우린 둘다 점심을 하지 않은 관계로 잔치국수 한그릇씩을 후루룩 비우고 산행에 나섰다.



청계산 등산 안내도 앞에 서서 오늘 어떤 코스를 탈지 상의했다. 우린 무리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진달래능선을 통해 옥녀봉까지 갔다가 그때 몸상태 봐서 더 등산 할건지 결정하기로 했다.  옥녀봉은 꼴랑 375m에 불과한데 이건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우리는 천천히 산을 타기 시작했다.

요즈음 걷거나 등산 할때 장딴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아파서 한참이나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풀어주어야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떤 친구에게 배운 응급처치 방법을 써본다. 새끼손가락 첫째와 둘째마디 사이를 꾹꾹 누르는 방법이다. 장딴지가 안아픈 사람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같이 근육이 뭉쳐 아픈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꽉꽉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뭉쳤던 근육은 풀린다. 인체는 참 신비롭다. 아, 나는 인체가 아니라 웅(熊)체였던가.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골짜기가 원터골이다. 원래 뭔가가 있었던 곳이라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모르지만 익숙치 않다. 골짜기에는 겨우내 꽁꽁 언 얼음이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무슨 세제 거품을 부어 놓은 듯한 형태와 색깔이 인상적이다.

서울 근교 대부분의 산들에서는 마사토가 많아 주의를 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거나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뻔한 적이 많았는데 청계산은 등산길이 전반적으로 고운 입자의 흙으로 덮여 있어 걷기에 편하다. 입구의 평평한 코스를 지나 우리는 진달래 능선으로 향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었다.

방향을 꺽자마자 상당히 가파르다. 소나무가 군락지어 있어 길은 운치있지만 경사가 상당히 심해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다. 우리의 목표가 겨우 해발 375m인데 금방 가겠지 싶어 힘을 내본다.

 가파른 경사를 지나 등성이에 다다르면 진달래능선이 시작된다. 안내판을 읽어 보니 봄이 되면 900m의 진달래 군락이 일제히 꽃을 피워 장관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냥 밋밋한 등성이일뿐이지만.

그리고 청계산에 와서 느낀점 하나. 이 산엔 유난히 젊은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그다지 험난하지 않고 걷기 편해서일까? 건전하게 데이트하는 청춘들을 보니 흐뭇하다. 부럽기도...음.음.

요즘 등산이나 걷기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다. 처음 걷기 시작 할때는 아득해 보이는 목표지점도 한걸음 한걸음 가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된다. 차나 자전거에 비해 걷기가 엄청나게 느린건 사실이지만 어느순간엔 도착한다. 옛말이란게 누군가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란걸 실감한다. 그렇다. 아무리 먼길도 첫발걸음을 떼지 않는다면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없다.

도착했다. 1차 목표지점 옥녀봉. 표지판의 마지만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대략 난감하다. 문장을 여러번 읽어 봤는데..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해야 될 것 같다.

우리는 오늘의 운동량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등성이를 조금 더 걷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오른게 많지 않아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려가는 길도 계단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편안하다.

내려오는 길에 골짜기를 보니 약수터의 물인지 얼음이 녹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봄은 저 골짜기에서 아주 서서히 야금야금 시작되고 있나 보다.


우리는 등산을 마치고 우리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 위해 이런거 파는 집으로 향했다. 선릉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종로빈대떡 막걸리 집.

이분들은 내친구의 소개로 XX역 종로빈대떡 집에서 전부치는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육전도 그렇고 굉장히 부드럽다. 추가로 시킨 어리굴젓도 감칠맛나고. 막걸리 딱 3병 나눠마시고.
여기까지가 토요일의 바람직한 행보였다.

이후부터 또 한명의 친구와 합류하면서 시작된 광란의 음주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친구가 자랑하던 막걸리를 걸러 만든 청주를 시작으로 다시 막걸리, 자리 옮겨 소주, 다시 소주...깨어보니 집이긴 하다. 기억은 반토막 나버리고 속은 쓰리고 머리는 깨진다. 이제 이정도 나이 먹었으면 절제가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건만. 금주(今週)는 금주(禁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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