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계속 가다보니 허기가 졌다.
위 사진은 만경대 허리에 난 길을 따라 가다가 단풍도 구경 할겸 잠깐 쉬면서
찍은 사진이다. 이때 마신 맥주 한캔이 산에 와서 섭취한 유일한 칼로리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정상에 갔다 내려오면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또 길을 재촉했다.
만경대 허리를 돌아 백운데 코 앞에 도착했다.
이제 저 돌산을 올라야 한다.
암봉을 오르는 구간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쇠줄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구간이 있기도 하다. 등산객 중 한명이 벼락 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쇠줄을 동아줄 같은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여름에 갑자기 비가 오면서 벼락이 치면 바위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금속성 쇠줄에 벼락이 떨어질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이 오르는 산에 나무나 동아줄 같은 것으로 가드 레일을
설치해 놓으면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웬 오지랍이람...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항상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충분히 넓지 않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백운대 중간쯤에 새머리 모양의 바위가 큰바위에 얹어져 있다.
참 재미있게 생겼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아까부터 몰려오던 구름이 하늘을 꽉 메워버렸다.
정상에서 서남방향을 찍었는데 저멀리 구름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있다.
정상의 넓은 바위 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운동은 등산이 아닐까 싶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여러 산에 접근 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과 경제적으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일게다.
하지만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 평균연령을 따지면 오십은 가뿐하게 넘길 것 같다.
다들 나이를 먹어야 산이 좋아지나 보다. 나도 그렇다.
여기가 정상인데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다.
신기한 일이다.
몇백억을 들여 산성은 복원하면서 표지석 하나 세워 놓지 않다니 알다가 모를 일이다.
북한산 대피소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 찰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대충 참고 먹으려 했으나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결국 포기하고 도선사까지 뛰다시피 하산하여 도선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2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우이동 입구까지는 2km가 넘었다.
또 결국 포기하고 열심히 내려가고 있는데 2/3쯤 내려 왔을 때 버스가 손님을 태우러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단풍구경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꼬였다.
하긴 그깟 밥한끼 못먹은게 뭔 대수냐.
이렇게 멋진 단풍을 하루종일 싫컷 구경했는데...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2 (2) | 2012.10.29 |
---|---|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1 (2) | 2012.10.29 |
북한산 단풍놀이 2 (2) | 2012.10.22 |
북한산 단풍놀이 1 (4) | 2012.10.22 |
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2 (0) | 2012.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