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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7 불암산 등산

불암산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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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토요일이다.

요즈음 폭염때문에 주말에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더니 짜증만 나고 해서 오늘은 뜨거운 태양을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마침 별내면에 있는 공장에 잠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바로 등산 할 수 있는 불암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2주 전에도 갔었기 때문에 등산 코스가 기억에 생생하다. 정상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상계역에서 오르는 제5등산로 이지만 둘레길코스가 걷기에 좋기 때문에 원자력병원 후문에서 출발했다. 둘레길을 걷다가 제7등산로를 거쳐 헬기장,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은 후 상계역으로 하산하는 약 7~8Km 정도의 무난한 코스다.

 

   ▲ 오른쪽 '공릉산백세문'에서 출발해서 불암산 정상에 갔다가 상계역으로 하산.

      등산한 코스를 지도 위에 파란색 선으로 그려 놓았다.

 

 

하늘은 매우 청명하고 군데군데 뭉게구름이 떠있다. 사진만 보면 아주 상쾌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등산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날씨였다. 약간의 습도와 함께 대낮의 온도는 35~36도를 넘나 들었다.

 

    ▲ 이 사진은 2주 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날엔 하늘이 온통 하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둘레길 시작하는 부분은 이렇게 한적하고 부드러운 흙길로 되어있다. 더구나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어울려 태양을 가려주니 더운 날씨에도 걸을만 하다. 개인적으론 이 길이 맘에 든다. 입구에서 약 4Km 정도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가며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그동안 몇군데 길들을 찾아 걸어 봤지만 이 길만큼 흙길이 부드럽고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한 곳은 드물었던 것 같다.

 

 

불암산의 묘미 중 하나는 몇몇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하지만 이 바위에는 표지판이 없는 걸 보니 특별한 이름이 지어져 있지는 않나 보다.

 

 

한참을 오르다 별내면 쪽이 훤하게 보이는 자리가 있어 땀을 식히고 있는데 비둘기 한마리가 천연덕스럽게 내 앞을 지나간다. 마치 앞에 아무 것도 없는양... 이런 닭둘기들이 도심에만 있는게 아니라 산에도 있었다. 아님 도심에 사는 닭둘기가 나처럼 오랫만에 산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구름을 보면 '나르는 오리'가 떠오른다. 나만 그런가?

 

 

숲길이 끝나는 지점쯤에 거북바위가 있다. 위쪽이 머리이고 넓직한 부분이 등짝이다. 그렇다고 한다. 그나 저나 이제부터는 직사광선 뿐만 아니라 바위에 반사된 반사광까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정상까지 1Km 정도는 햇빛을 가려주는 건 오로지 땀에 젖은 모자와 썬그라스 뿐이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된다. 아주 어릴때 왔었을 때에는 이런 계단이 없었고 암석을 직접 기어 올랐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했던 산으로 기억된다. 안전 상으로는 계단이 좋지만 등산의 묘미는 반감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이는 등산까지 와서 계단을 오를 거면 귀찮게 산에 오지 말고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오르는게 낫겠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과 자연보호 측면에서 계단 설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하늘 색깔은 근래 들어 유난히 깨끗해 보인다. 산의 짙은 녹음과 바위,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날이다. 하지만 직사광선과 반사광이 뿜어내는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산을 오르다 보니 얼굴에 샤워기를 틀어 놓은양 땀방울이 쉴새 없이 떨어지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오른다. 무슨 영화를 바라고 이런 고행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은 더운날 집안에 갇혀 있는게 싫을 뿐이지만..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이제 마지막 시련이 눈앞에 닥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경사가 좀 심해서 그렇지 그닥 긴편은 아니다.

 

청계산 매봉에 오를때 각 계단에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100번...300번, 곧 끝나겠지 했는데 1,000번이 지나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계단 번호를 보지 않았으면 덜 지루했을텐데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1,400개 정도의 계단을 밟아야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청계산에 비하면 불암산 계단은 동네 마실 수준이다. 단지 좀 더울뿐...

그래서 계단 코너를 돌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계단 갯수를 세보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찍었다. 보는 사람은 좀 지겹겠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보이는 계단참까지만 가면 거기가 정상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에 다다르면 좀 심심하고 도전의식이 떨어질까봐(?) 다음과제가 펼쳐진다. 

 

 

자! 힘을 내시라. 조금만 더 가면 고지다.

 

 

보이는 모양이 진짜 끝나 간다고 느껴지지 않나. '계단이 하늘과 맞닿아 있으니 저기까지만 가면 코 앞이 정상이다' 라고 꼬시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거기에 가보면... 계단이 또 있다. 그래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다다르지 못할 산이 어디있겠나.

 

 

계단을 오르는 중 잠깐 숨고르기 하다 절벽위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나무 한컷 찍었다. 하필 저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전망은 좋겠다.

 

 

   ▲ 바위절벽과 구름. 멋지군. 사족이군...

 

 

이제 좀 지겹다. 저기 저 코너만 돌면...

 

마침내 보인다. 정상이... 불암산 표지석과 국기봉.

 

 

어찌 보면 이상한 표지판이 하나 있다. 불암(佛岩)산과 배우 최불암 선생의 관계(?)에 관한...

읽어 보니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 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단정적일지도.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어떤 여자 등산객이 저기 검은 불암산 표지석에 서서 뒤에 보이는 태극기까지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 주었다. 가로로 세로로... 그랬더니 나도 찍어 주겠다고 해서 찍었다. 하지만 여기에 올리진 않는다. 배가 나와 보이므로...

 

 

국기봉 옆에 이런 표지가 있다. 1980년이면 벌써 30년이 넘었다. 구맥회는 아직도 활동하고 있을까? 참 별게 다 궁금하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하면서 바로 보이는 바위가 '쥐바위'다. 잘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쥐'하면 자연스럽운 연상작용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가카'

 

점심때가 훌쩍 넘어 버려 시장기가 돈다. 위의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평지가 다람쥐광장이다. 저기 근처 그늘을 찾아 조용히 숨어 들어 주먹밥을 먹고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잠깐의 오수를 즐겼다. 바람이 넘어 오는 길목에 자리를 잡아서인지 제법 바람이 살랑거려 땀을 식힐 수 있었고 방바닥 굴착을 하지 않고 집 나오길 잘 했다는 위안도 얻을 수 있었다.

 

 

하산 길엔 이런 길을 4~50분 내려 오면 된다. 산에 오를 땐 그래도 가끔씩 몇사람 보이더니 하산코스가 다양해서 인지 앞 뒤로 한명의 등산객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산을 전세 낸 것도 아닌데 다들 어딜 간거지. 내낮의 산인데도 괴괴한 느낌이다.

 

이렇게 약 다섯시간을 산에서 보내고 상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주엔 어느 산을 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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