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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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1에 이어서...

 

 

 하늘이 점차 낮아지면서 사위가 운무에 가려 시야를 막았다. 본격적인 강우를 예고 하듯 간간이 비를 뿌렸지만 이왕 오르기 시작한 산인지라 일단은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전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걷다 보니 숲 가운데 우뚝 서있는 고사목이 보였다. 마치 마을 어귀에 세워 놓은 솟대 같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시를 새겨 놓은 표지판이 보였다. 잠시 쉴 겸해서 읽었는데 어쩌면 내마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여기에 옮겨 적는다.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 박 강 남 -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거칠것 없고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을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나를 위해 울어줄

단 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점점 운무가 짙어 지면서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정상은 보이질 않고 조금씩 마음이 급해졌다.

 

 

  (이 바위가 꺽정 바위라는데 임꺽정이 여기서 활동했었나?  더이상의 정보는 없다.)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등산로 중 해발 6~700m 정도에 있던 벤치였던 것 같다. 절벽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고 앞은 운무에 가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저 벤치에 앉아 한참을 노닥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을텐데 아쉽다. 사진 두세장을 찍은 후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지나면서도 대체 정상은 어디있지 하며 지나쳤다. 코앞에 있는데...

산을 넘어가는 바람과 운무에 쌓여 사방이 희뿌옇다. 바람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소나무 가지가 한쪽 방향으로 쏠려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천마산의 안개폭포가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도 산을 넘어가는 안개든 비구름이든 간에 이 지점이 좌, 우의 경계선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천마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많은 산에 있는 국기봉이 여기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국기봉을 누가 설치했나 궁금해서 살펴보다가 주로 산악동우회에서 기념으로 설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관에서 설치한다는 것도 조금 어색하긴 하다. 우리나라 애국자 많다. ㅎㅎㅎ

 

 

 정상에서 찍은 풍경이다. 전방 가시거리가 기껏해야 5m 정도이다. 오늘은 정상에서의 탁트인 전경은 진작 물 건너 갔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천마산도 아닌데... 아까 그 벤치에서 김밥도 먹을 겸 맑은날의 천마산을 즐기러 날씨 선선해 지면 다시 한번 등반해야겠다.

 

 

이렇게 훌륭한 산세에 비하면 표지석이 너무 초라하다. 명색이 남양주 군립공원인데...

각성하라! 뭐 이렇게 외치는 건 오바인 것 같고 예산 좀 남기셔서 멋지게 꾸미시길...

 

 

 

 (천마산관리소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이다.)

 

 산을 오르면서 약간의 시장기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정상에 오르고 점심을 미뤘는데 하산을 시작하자 마자 참았던 빗줄기가 본격적으로 쏟아 지기 시작했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먹기는 커녕 점점 굵어 지는 빗방울을 3단 소형우산으로 막아내며 하산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여러사람이 뭉쳐 하산하길래 따라 내려왔더니 천마산관리소 방향이었다. 이 방향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이래 저래 지친 몸을 이끌고 맛없는 음식점에서 국밥 한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비가 쏟아져 하산길이 정신 없었지만 꼭 와볼만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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