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비렁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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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피 비렁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송광사 터가 나온다. 달랑 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고 주변은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어 절터였다는 초석 하나 볼 수도 없다.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표지판의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송광사(松廣寺) 터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하여 나무로 조각한 새 세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한 마리는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한 마리는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앉았다고 하며 이것을 삼송광(三松廣)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고려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이 있어 이곳 절터는 송광사의 옛터로 추정 할 수 있다.

2011. 01.

여수시장

 

내용은 읽어보니 옛 절터로 추정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근거가 미약한가 보다.

 

 

                ▲ 길을 걷다 보니 고사목이 있어서 한 컷 찍었다. 흐려진 하늘과 나름 어울린다.

 

 

송광사 터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초분에 대한 표지판이 나오고 길 아래쪽에 돌로 주위를 쌓아 올린 무덤 형태가 나타난다. 다음은 안내판에 있는 문구를 옮겨 적은 것이다.

 

초분(草墳)

초분은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돌이나 통나무 위에 관을 얹고 이엉과 용마름 등으로 덮은 초가 형태의 임시 무덤으로 2~3년 후 초분에 모신 시신이 탈육(脫肉)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일반 장례법과 동일하게 묘에 이장하는 토속장례법이다. 이렇게 초분을 만드는 것은 초분을 통해 마지막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뼈를 깨끗이 씻어 묻음으로써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곳 초분은 돌을 쌓고 시신을 올려두는 고임초분 형태로 2년 전까지 행해져 왔던 초분 터에 그대로 복원하였음.

2011. 01.

여수시장

 

2년 전까지 실제 시신을 모셔두었던 곳을 복원하였다니 웬지 좀 오싹하다.

 

 

   ▲ 씨에서 채취되는 기름은 식용으로 사용한다는 비자나무가 나왔다. 더불어 '콩난'까지.

      비자나무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식물이 콩난인데 기생을 하는 건지 나무위에서 자생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  바위 밑의 석조 거북이 약수를 뿜어내고 있다. 길가는 여행객들에게 신선한

                    음료와 시원한 세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절벽이 나타났다. 평평한 바위도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잠깐 앉아 땀을 식혔다. 나중에서야 신선대가 왜 안나타나지 하고 생각하다 아까 앉아 쉬었

     던 곳이 신선대라는걸 깨달았다. 내가 표지판을 못 보았거나 표지판이 훼손되어 사라진 것

     같다.

 

 

   ▲ 위 사진은 두포의 모습이다.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의 등성이를 걸어와 두포를 거쳐

      다시 2코스를 걷기 위해 고개를 오르고 있다.

 

여천항 → 송고항 → 함구미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코스 4.7Km

함구미 → 미역널방 → 수달피비렁 → 송광사 터 → 초분 → 신선대 → 두포까지 1코스 5km를 걸었다. 도합 9.7km이다. 이 길이 평지였다면 괜찮았겠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이었고 무덥고 습한 날씨였기에 체력과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하지만 1코스만 마치고 돌아 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꾸역꾸역 계속 길을 걸었다.

아까 1코스 중반에 간이 식당이 있어 맥주 한캔과 콩국수를 먹었더니 베낭에는 아침에 사온 김밥과 막걸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진작에 쉬면서 이 것들을 해치우고 싶었는데 비렁길에는 마땅히 앉아 음식을 먹을 만한 공간이 없어 계속 미루다가 2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위 사진의 나무가 있는 곳을 발견하여 자리를 잡았다.  

 

 

1시간 30분 전쯤에 콩국수를 먹었기 때문에 허기가 진 건 아니었지만 이왕 앉은 김에 베낭의 음식을 꺼냈다. 음식이라고 해봐야 김밥 한줄과 막걸리 한병이 다였지만...

하지만 이 곳의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매우 궁금했다. 김밥을 안주 삼아 한잔 들이킨 소감은 솔직히 별로였다. 감미료를 많이 넣었는지 달달했고 장수막걸리에 비해 탄산이 적어 청량감도 그리 좋지 않았다. 내 입맛이 싸구려라서 감흥이 없는걸까?

아마 내 입맛이나 여기 막걸리나 싸구려이긴 마찬가지일게다...

 

 

  ▲ 이 집을 보는 순간 폐가 이겠거니 하고 짐작했으나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건물은 창고나

     외양간인듯 싶다. 안쪽에 살림집이 따로 있다.

 

 

굴등전망대를 거쳐 촛대바위 전망대다. 이젠 전망대의 모습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걷고자 하는 의욕 보다는 빨리 끝내고 싶은 의욕이 앞섰다. 얼굴은 벌겋게 익었고 다리는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마침내 2코스의 종점인 직포에 다다랐다. 아까 보았던 두포항과 외견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2코스는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로 이어지는 3.5km 코스이다.

이로서 오늘 걸은 총 거리는 13.2km이다. 많이 걸었다. 이렇게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세어 보니 꽤 긴거리였으며 지칠만한 거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오늘 왜이리 힘들지 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아무튼 직포의 가게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께 차를 두었던 신기항에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내가 내렸던 여천항에 가야하는데 남편분이 용달차로 영업을 하니 조금 기다리라고 얘기했다.  

 

여천항까지의 차비로 13,000원을 내고 무사히 4시 30분 신기행 배를 탈 수 있었다. 아~참! 배 삯은 편도 5,000원이다. 차를 실을 수 있는데 가격은 모르겠다.

 

 

                ▲ 돌산대교 모습   

 

이렇게 해서 아주 힘들었던 금오도 비렁길 걷기를 마치고 처남 집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걷기를 시작한 이후 제일 멋있는 길을 걸었지만 제일 힘들었다. 사서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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