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일 해돋이 검단산 산행)
계사년 새해를 맞아 올해는 산에서 해돋이를 하리라 마음 먹었다.
의도는 그랬지만 어디 내 맘대로 세상이 굴러 가던가...
일출시간이 7시 30분 정도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역으로 시간을 산출해서 5시에 일어나는 부지런을 떨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서 새해를 맞이하기엔 넉넉지 않은 시간이었다.
새벽같이 움직여야 했으므로 차를 몰고 가기로 하고
차에 몰고 지하주차장을 나오는 순간...
펑펑 쏟아지고 있는 함박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일단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컵라면과 초코렛바를 산 후 10분간 고민했다.
이 눈을 뚫고 차를 몰고 가느냐, 아니면 어짜피 일출 보기는 난망해졌으니
차를 다시 주차장에 고이 모셔 놓은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점점 굵어지는 눈발에 질려 차를 버리기로 결심하고
주차한 후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에는 부지런한 사람들로 한가득 차있었다.
모두들 신년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아니면 산 정상에서 무언가를 기원하기 위하여 길을 재촉하겠지.
나는... 무언가를 기원하기 보다는 새해니까 기념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 접근했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사방이 어둠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비추는 렌턴의 가느다란 불빛에 묻어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얌전하게 산을 오른 길 그대로 내려왔다.
오른쪽 고도를 표기한 그래프에서 보듯 해발 500m정도에 있는
헬기장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내 인내심과 체력을 테스트하는 구간처럼 느껴진다.
올해 산에서 눈구경은 실컷 한다.
산 중턱에 오를때까지 눈이 계속 쏟아졌다.
눈이 멈추자 이번에는 휘이익 찬바람이 훓고 지나가며 나무에 얹혀있던 눈을 날린다.
눈을 맞으며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검단산에는 지금까지 10여번 정도 오른 것 같다.
북쪽으로는 예봉산, 운길산
동쪽으로는 팔당댐과 팔당호
서쪽으로는 하남시
남쪽으로는 용마산과 멀리 남한산까지 조망 할 수 있다.
오늘은 사방을 둘러 봐도 가시거리 안에는 하얀 눈과 나무 몇그루가 전부다.
정상에는 9시 10분 정도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 기쁨도 잠시, 바람도 세차고 기온도 매우 낮다.
그래도 사진에 보이는 파라솔에서 막걸리 한잔을 사 시원하게 들어켰다.
날도 추운데 시원하게~~
사방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전경을 바라보다,
밧줄을 걸어 놓은 기둥위에 누군가 잘게 부수어 놓은
과자를 먹으러 날아온 곤줄박이(참새목 박새과)를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온 세상이 꽁공 얼어 붙어 있으니
과자 부스러기라도 얻어 먹어야 이 매서운 겨울을 날 수 있겠지 싶다.
이 녀석들 사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호시탐탐 과자를 먹으려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딱히 정상에 서서 거창한 새해 다짐을 할일도 없고
새해를 기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배도 고프고~~
정상에서 헬기장까지는 사진처럼 경사가 매우 급하다.
오늘 새로 산 아이젠 덕을 톡톡히 봤다.
헬기장 조금 못 미쳐 제법 굵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헬기장에 있는 정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을까하다 너무 추워 먹기를 포기했다.
대신 커피와 초코바를 꺼내 먹고 있는데 정상에서 보았던 곤줄박이가 여기에서도
사람들 근처를 배회하며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초코바를 작은 조작으로 부스러뜨려 난간에 올려 놓았더니
근처에 있던 곤줄박이가 차례대로 조각을 물고 날아 갔다.
사진에 찍힌 녀석은 한입에 삼키지 못할 정도의 크기를 가져갔는데 잘 먹엇는지 모르겠다.
이녀석은 박새다.
먹이 앞에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순간 사진을 찍었다.
이 녀석들한테 년초에 작은 보시를 했으니 복이 오려나~
녀석들이 밋밋했던 산행에 조그마한 추억을 남겨 주었다.
검단산의 2/3지점 정도에 있는 약수터다.
저 약수터에는 사시사철 약수가 넘친다.
여름에는 넘쳐 흐르는 약수에 시원하게 세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여름이 기다려진다.
하산하면서 찍은 눈에 덮힌 검단산 전경...
개인적으로 검단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View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일본잎갈나무)들이 꽤 이국적으로 느껴져서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 나무가 빨리 자라고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아 1904년부터 전국적으로 인공조림했다고 하니
검단산에 있는 낙엽송들도 언제인가부터 인공으로 가꿔졌을 것이다.
날이 꽤나 추웠는데도 개울물이 얼음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낙엽송 숲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잣나무가 조림된 구간도 있다.
검단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처음 등산을 시작하는 입구에는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고
조금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낙엽송 숲이 나오고
정식 등산로는 아니지만 오른쪽 산등성이에 오르면 잣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산에 오르면 소나무와 참나무 등의 여러 활엽수가 섞여 자생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식생을 보유한 산도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공조림의 결과일지라도...
이렇게 계사년 첫 산행을 마쳤다.
물러가는 눈구름 사이로 새해의 태양이 솟고 잇다.
산을 다 내려와서야 일출을 맞았다.
만약 알았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ㅎㅎㅎ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룡산 거쳐 대모산까지 (0) | 2013.01.17 |
---|---|
대부도 해솔길 (4) | 2013.01.17 |
태안 해변길5코스(노을길) 걷기 (0) | 2013.01.03 |
서울 성곽길 걷기 (흥인지문에서 사직공원까지) (6) | 2012.12.20 |
올림픽공원에서 망우리까지 (2) | 2012.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