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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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치의 게으름으로 무장하고

하루 세끼 영양분 공급 외엔 일체의 움직임을 자제(?)하는 하루를 보낸다.

 

한밤 중이 되서야 급반성하면서 내일은 기필코 대문을 박차고 나가야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다. 그리하여 일요일 산행을 한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어제의 힘들었던 산행으로 인해 병든 닭처럼 꾸벅거린다.

 

이제 이렇게 주말을 보내는게 패턴화 되면서 고착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무튼 10월 14일 일요일 관악산 산행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간 날때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미리 검색해 놓기 때문에

어느 산을 갈지 어느 코스를 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 없다.

단지, 집에서 좀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시간을 끌다 보니

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11시쯤이 되버리는게 문제다.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등등) 지도로 산들을 검색해 보면 등산로가 잘 표기되어 있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네이버 지도를 보고 사당역에서 연주대를 오르는

약간은 험하고 긴코스를 선택했다.  

 

 

 

총10.7km, 5시간 57분이 소요되었다. 밥먹고 쉬는 시간 포함해서...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2/3 지점 쯤에서 길을 잘못들어

갔다가 되돌아 왔는데 Map에 내가 헤멘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2호선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와 산쪽으로 난 도로를 약 7~800m를 걸어 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 세워져 있는 안내도 사진에 내가 올라간 코스를

표시해 보았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 코스는 처음부터 산의 낮은 능성이를 챈 후

정상까지 계속해서 산등선이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코스는 아니다.

조금 무난한 산행을 하려면 서울대입구에서 시작하여 계곡을 따라 차근차근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를 권장한다.

 

 

 

등산로 초입이다.

관음사까지는 이렇게 포장된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관음사 일주문이다.

여기서부터 관음사까지 100m 조금 넘는 거리지만 경사도는 엄청나다.

이 길을 오르면서 시작부터 오늘 코스 잘 못 잡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관음사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시작 하자 마자 벌써 밧줄과 바위가 나오고 심상치 않다.

 

 

 

"관악산(冠岳山)은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에 속했던 산으로, 서울의 남쪽 경계를

이루고 있고 그 줄기는 과천 청계산을 거쳐 수원의 광교산까지 이른다."

(출처 : 두산백과사전)

 

난 이번에 관악산이 경기 5악에 속할 정도로 크고 험한 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전철을 타면 손쉽게 갈 수 있는 산이고 높이 또한 629m로 그리 높지 않아 등산하기에

만만한 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등산을 하면서 산의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나다고 느껴져서 나중에 검색해보니 산줄기가 수원의 광교산까지

미친다고 하니 대단한 산이었는데 내가 단단히 오해(?)를 했었나 보다.

 

 

 

등산로 중간에 바위가 툭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올때 저 바위 밑에 서면 한사람 정도는 비를 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산을 한참이나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샘터와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조그마한 운동장이 나왔다.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 난 본격적으로

등산한다고 열심히 낑낑대고 올라왔는데 그냥 동네 마실나온 차림으로

운동하고 있는 분들을 보고 이건 뭥미?하는 좀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관악산의 단풍은 아직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나 보다.

산에 단풍나무가 많지 않고 활엽수의 대부분이 상수리나무처럼

바로 갈색으로 변하는 수종이 많아서인지 영 예쁘게 물든 단풍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을 오른지 한시간 정도 지난 후 산을 올라온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많이 올라 왔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갑자기 헬리콥터가 다가 오길래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손도 흔들어 주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정지 비행을 하다

소방대원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보였다.

엊그제 TV에서 주말이면 등산객들의 조난이나 부상 신고 때문에

119 헬리콥터가 20여 차례나 출동을 한다고 하던데 내가 본 광경도

그런 출동 중의 하나였다. 헬리콥터가 떠 있던 곳이 어짜피 가는

등산로 방향이어서 가다보니 할아버지가 탈진 해 있었고 소방대원이

응급조치를 끝낸 상황이었다. 산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몸상태를

잘 체크하고 다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대가 훤히 보이는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앉아 캔맥주 한캔을 마시면서

땀을 식혔다. 관악산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컨버스를 볼텐데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수많은 부모들의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서울대...

 

 

 

 

 

여기 헬기장에서 길을 잘못들어 계속 내려가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핸드폰 지도앱에서 내 위치를 파악해 보니 정상적인 등산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다시 올라와야 했다.

아무리 길 눈이 어두워도 훤한 대낮에 등산길을 잃어버리다니...

 

 

 

쑥부쟁이 몇송이가 길모퉁이에 애처롭게 피어있다.

 

 

 

기름나물도 보이고...

 

 

 

이제 연주대 정상이 보인다. 뾰족한 철탑이 TV방송 중계탑이다.

벌써 산을 탄지 3시간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정상은 멀었다.

 

 

 

오늘 찍은 단풍 사진 중에 가장 색이 예쁘게 표현되었다.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신발 인증샷! 한컷 찍고...

 

 

 

바위로 된 능선타기는 계속되고...

 

 

 

관악문 오른쪽 바위에서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

 

 

 

친절하게 누군가 관악문이라고 페인트로 적어 놓았다.

세상엔 가끔 쓸데 없이 친절한 사람도 있다.

 

 

 

관악문을 지나오니 어떤 아저씨가 관악문 왼쪽의 바위가 한반도를

닮았다고 설명해 주셔서 한컷 찍었다. 조금 닮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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