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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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29일) 어머니 댁에 가는걸 저녁으로 미루고 예봉산을 올랐다.

우리집의 명절담당 음식인 각종 전류는 어제 저녁에 세시간에 걸쳐 준비를

완료해 놓은 터라 부담은 없었다.

어짜피 오전에는 고속도로도 꽉 막혀 있는 상태라서 좀 풀리면 내려갈 요량이었다.

 

사실 아내의 꼼수에 장단을 맞춰준 경향이 없진 않다.

어느 며느리가 시댁에 빨리 가고 싶어 하겠는가...

명절 때마다 생각해 보건데

내 자식이 결혼 한 이후에도 명절에 내 집에 모여

차례지내고 명절음식 먹고 하는 전통이 이어 질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다. 어쩌면 내가 귀찮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명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우니까

명절 2주나 1주 전에 두 아들 내외와 음식점에서 밥 한끼 먹는 것으로 때우고

여유가 있다면 여행이나 다니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로서는 공상이다.

 

 

 

총 3km, 3시간 24분이 소요되었다.

 

예봉산에 오르려면 중앙선 팔당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나도 전에 사람들을 따라 그렇게 갔었다.

하지만 오늘은 예봉산 매니아인 아내와 아내친구가 동반 등반을 하면서 그네들이

항상 다니는 길로 가다보니 인적이 드문 반대방향으로 올랐다.

팔당역을 바라보고 왼쪽길로 접어 들면 인적이 드문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는데

이 코스로 아내와 아내친구 둘의 꽁무니를 쫓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면 두 길이 만나긴 하지만 이쪽 길이 조용하고 경치도 좋다.

 

 

 

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자 마자 왼쪽에 높은 등성이가 보이는데 싸리나무잎이

벌써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군데군데 군락을 지어 미국쑥부쟁이가 하얗게 피어있어

예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만에 동반 산행을 하는 파트너들이다. 둘 중에 튀는 패션을 한 이가 아내다.

평범한 패션을 거부하는 아내... 체력은 나보다 훨 좋다. ㅎㅎㅎ

 

 

 

마을이 끝나는 산 초입에는 들깨가 심어져 있는 밭과 논도 보인다.

하늘 색깔도 예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을 하는데

더이상 경제생활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온다면

이런 곳에 조그마한 황토집을 짓고 텃밭이나 가꾸면서 살고 싶다.

체력과 여유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산이나 트래킹 코스도 다니면서...

이 생각도 현재로서는 공상이다.

 

 

 

이 코스의 초입은 비교적 험하지 않고 완만하다.

하지만 강력한 중력의 저항을 받는 나는 두 아주머니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덧 완만한 경사는 끝나고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바위를 뚫고 살아 남은 소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듯 하다.

산에 갈 때마다 여러 소나무를 보는데 유난히 바위 틈에서 자라는 식물은 소나무인 경우가 많다.

참 대단한 생명력이다.

 

 

 

산을 중간쯤 오르면 앞이 조금 트인 쉼터가 나온다.

아내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오르면서 나보고 힘들면 쉬었다가 천천히 올라오란다.

요즈음 산행을 자주 한터라 체력이 많이 길러 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자존심은 지나가는 강아지 한테 줘버리고 난 쉬었다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산의 2/3 정도를 오른 셈이 된다.

계단을 거의 다 오르면 앞이 확트인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강건너 보이는 산이 검단산이고 오른쪽 끝에 보이는 다리가 팔당대교다.

사진 중앙의 멀리 보이는 산이 얼마 전에 걸었던 위례둘레길을 품은 갑산, 남한산인 것 같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을 돌아 보면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하남시 전경이 보인다.

 

 

 

두시간 정도의 등반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해발 683m의 높이가 제법 되는 산인데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이 해발 100m 이상은 되지 않나 싶다.

 

 

 

정상에 등산코스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었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이 최단코스였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운길산이다.

예봉산 보다 동쪽에 있는 운길산은 정상에 가보지 못했다.

작년에 친구들과 수정사에 가서 500년 된 은행나무와 주변경치를 구경하고

이왕 온김에 운길산 정상에 가보자고 해서 산을 올랐는데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정상을 가지 못하고 하산해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가 심한 산이어서

그리 좋아 하지 않지만 단풍이 들때면 볼거리가 많은 산이어서 다시 한번 올라야겠다.

운길산 입구에 있는 운길산장의 막걸리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운길산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양수교와 두물머리가 보인다.

 

 

 

다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또 강이 보이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한강도 아닌데 이건 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네이버 지도를 보고서야 보이는 강이 경안천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남한강, 북한강, 경안천에서 온 세개의 물길이 모여 팔당호의 물을 채우고

다시 팔당호에서 흘려 보내는 물이 한강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앞에 보이는 산은 예빈산이다.

 

 

 

하남방면을 바라본 사진이다.

가까이는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미사대교가 보이고

중간쯤에 아차산, 용마산도 볼 수 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산은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생각된다.

 

산 정상에는 막걸리를 판다.

급히 나오느라 사오지 못해서 한병을 샀다. 무려 5,000원이다.

하긴 그 무거운걸 600m가 넘는 산 정상까지 지고 왔으니 비싸게 받아야겠지.

점심을 먹으면서 셋이서 사이좋게(?) 나눠 마셨다.

비싼 막걸리라서 그런지, 아니면 굉장히 차갑게 냉장이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하산 하는 길에 본 신기한 나무다.

하나의 뿌리에서 두개의 줄기가 뻗어나와 자란 나무다.

좀 더 내려가다 보니 한뿌리에서 세줄기가 나온 나무도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상수리 나무인것 같은데 품종이 조금 다른 건지 아니면 성장조건이 열악해서

이런식으로 자란건지 모르겠다.

 

 

 

하산 길에도 난 여전히 뒤쳐져 걸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저 두분이 밤 줏는데 정신이 팔려 내가 먼저 내려 왔지만...

 

 

 

 

 

이렇게 해서 예봉산 산행을 마쳤다.

 

아래는 산행을 하면서 발견한 열매와 꽃들이다.

 

 

 

찔레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저 열매를 새는 먹으려나...

 

 

 

"물봉선"이다. 물봉숭아라고 하기도 한다.

찾아 봤더니 꽃말이 재미있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란다.

그땐 꽃말을 몰랐지만 잎파리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내려왔다.

 

 

 

누리장나무 열매다.

잎에서 누린내가 나서 이렇게 이름 붙여 졌다고 한다.

천마산에 갔을때 누리장나무 꽃을 보았었는데 흰색 꽃의 이미지와 열매의 색이 매우 이질적이다.

 

 

이 사진이 8월에 천마산에서 찍은 누리장나무 꽃이다.

 

 

 

아마도 쑥부쟁이 일거 같은데 잎의 모양이 좀 달라 자신이 안선다.

하긴 쑥부쟁이의 종류가 10여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중의 하나 일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피어있던 코스모스와 배경으로 보이는 호박꽃이다.

 

 

 

금계국이다.

금계국을 찍을 때마다 이상하게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아마 줄기가 가늘어서 바람에 날리다 보니 초점 맞추기가 어려운가 보다.

 

과거에 경관을 위해 코스모스와 함께 금계국을 여기저기 많이 심었는데

이젠 야생화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양등골나물이다.

꽃은 예쁘지만 외래종이고 페놀을 많이 방출해서 자생종의 성장을 방해한다 하여

생태계위해 외래식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뽑아버리고 왔을텐데...

 

 

왕고들빼기 꽃이다.

봄에는 뿌리와 잎사귀를 나물로 먹고 여름에는 돋아나는 잎사귀를 쌈으로 먹는다.

지금은 줄기만 길게 웃자라서 잎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잎모양을 보면 다들 한번쯤은

먹어본 기억이 날만한 채소다.

 

 

 

미국쑥부쟁이다.

이놈 역시 꽃은 예쁘지만 밀생해서 자라면서 자생종을

밀어 내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꽃이름에 서양이나 미국이 접두사로 붙는 외래종은 우리나라 환경에 대부분

악영향을 미친다.이런 외래 종들이 워낙 생명력이 뛰어나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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