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2일 예빈산, 예봉산, 적갑산 질러가기)
구정 연휴가 끝났지만
뒤로 이틀을 더붙여 회사 단체휴무를 준 덕분에 평일에 산을 탈 기회가 생겼다.
월급장이로는 쉽지 않은 기회다.
구정연휴 내내 먹고, 자고, TV시청하고를 반복한 결과
가뜩이나 부풀은 배가 곧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갈 태세다.
배도 진정시키고 눈구경도 할 겸 산을 타기로 했다.
오늘도 빡셀거라고 생각 했지만...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소요시간은 5시간 40분, 거리는 8.7km이다.
등산코스 : 천주교 소화묘원 → 3개의 이름없는 봉우리 → 견우봉 → 직녀봉 → 율리고개 → 율리봉
→ 예봉산 → 철문봉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 적갑산 → 도곡리
예봉산도 벌써 세번 정도는 오른 것 같다.
서울 근교 산을 한번씩 오르되 같은 코스로는 오르지 않겠다는게 내 일차 목표다.
그래야 가본척도 할 수 있고...
계속 벼르고 있는 곳이 소요산인데 집에서 2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타야 해서 계속 뒤로 밀린다.
결국 그나마 가까운 예봉산을 선택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코스로 간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면서...
결론적으론 흡족하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같은 산이라도 오르는 코스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이 산을 오르며 그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행은 거의 고행이었다.
고질적인 종아리 근육의 뭉침 현상 때문에 무슨 수도자의 자학적인 수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지 1년이 넘어 가는데 좀 나아져야 하는거 아닌가...
아~ 이건 뭐...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때면 하도 아퍼서 눈물이 다 난다. 에잉~~
팔당역에서 버스를 내린 후 길 건너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 탄 후 천주교 소화묘원에서 하차 했다.
예봉산을 오를 때마다 팔당역에서 올랐지만
오늘은 능래리 방향으로 이동해서 산 줄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등산을 시작 하기로 했다.
사실 체력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U"자 형태로 예빈산, 예봉산, 운악산을 한꺼번에 도는 종주 산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무리하다고 생각되면 중간에 내려올 코스도 미리 생각해 놓긴 했다.
무리하다 헬기 탈 일은 만들지 말아야 겠지에..
결국 무리 할래야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반만 돌고 하산 했다.
흠... 나는 내 체력을 잘안다.
천주교 묘원답게 언덕 이름이 골고타언덕이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올랐다는 그 언덕 말이다.
언덕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걸 위트로 이해 해야 할지,
아니면 돌아 가신 분을 찾아온 가족들에게 신앙심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드려는 의도로 이해 해야 할지...
그런데, 나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오르지도 않는데 왜 이리 힘든걸까?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종아리의 고통도 허파의 힘든 헐떡거림도
충분히 보상 될 만한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위에 떠있는 섬(?)들은 남해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며
눈 덮힌 호수는 언제나 쉽게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광은 아니었다.
저곳을 분명 내가 잦은 걸음으로 걸었던 곳이었건만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아주 색다른 감흥이 느껴 졌다.
강 건너 하계산 전망대에서 팔당호와 두물머리를 보았을 때의 감상과는 또 다른
정겨움 같은 감정이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 소화묘원의 제일 높은 곳에 다다르면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몇몇 산악회에서 달아 놓은 리본이 메달려 있다.
다만 등산로 입구에 잠들어 계신 저분들은
죄 없이 길 옆에 누워 있는 모양이 되버려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묘원 입구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860m, 여기서부터 예봉산까지는 3.9km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왔다.
팔당역에서 가장 짧은 코스로 예봉산을 오르면 1.5km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코스는 3배가 넘는 4.8km나 된다.
예봉산까지는 총 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그 중에서 첫번째 봉우리다.
별다른 이름은 없나 보다.
첫번째 봉우리에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바라보았다.
왼쪽에 보이는 산의 능성이를 따라 등산을 진행하면 된다.
오른쪽에 멀리 보이는 산이 운길산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봉우리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이 없어 청평호와 두물머리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다.
이곳은 해발 약 350m 정도 되는데 운동기구가 즐비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 오느라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왔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아침운동 삼아 여기에 올라 가볍게 역기도 하고 허리도 풀고 슬슬 하산하고 그러나 보다.
뭐냐? 이 초라해지는 느낌은...
사진 가운데 가로지르는 다리가 6번국도의 봉안대교이다.
봉안대교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능내리이고 호수와 접한 끝쪽에 다산유적지와 다산지구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저곳을 다시 걷고 싶은 생각도 든다.
시야를 조금 왼쪽으로 돌려보면 가장 오른쪽에 양수대교, 가운데 양수교, 왼쪽에 양수철교가 보인다.
그 뒤로는 두물머리, 양수역 등이 있고... 또 그 뒤로는 부용산, 형제봉, 청계산이 있다.
가본지 얼마 안되다 보니 눈에 선하다.
아무리 날이 추워도
새움을 튀울 만반의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가 세번째 봉우리다.
여기도 역시 이름은 없다.
소나무 뒤로 멀리 검단산이 보인다.
검단산 뒤로 멀리 용마산도 보이고...
이제 이 근처 지형은 거의 머리속에 들어와 있다.
김정호선생이 대동여지도를 그리러 전국을 그리 다녔다고 하시더니 이제 좀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 올라온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팔당댐이 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네번째 봉우리 견우봉이다.
특별한 표지석은 없고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는 것이
이곳이 견우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다.
길가던 산객들이 답답했는지 매직으로 눈에 보일만한 크기로 견우봉이라고 써놓았다.
여기가 다섯번째 봉우리이면서 예빈산 정상 겸 직녀봉이다.
이곳도 길안내 표지목 중간에 희미하게 "예빈산(직녀봉)"이라고 쓰여져 있는 글씨가 안내의 다다.
예봉산 정상을 가다보니 철쭉군락지가 나왔다.
철쭉의 키가 족히 2m가 넘어 보였다. 수령도 꽤나 오래 되지 않았나 싶다.
철쭉이 한창일 무렵엔 이 근처가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그때쯤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율리고개에 있는 표지판이다.
예봉산을 가리키는 표지판은 썩어서 떨어져 나갔나 보다.
대체로 예빈산의 표지판은 너무 오래되어 훼손된 곳이 많다.
남양주시장님! 예산 조금 들여 수리좀 하시죠...
갑자기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보았더니
딱따구리가 벌레를 찾느라 부리로 나무를 쪼다가 나를 발견했는지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딱따구리는 광릉수목원에만 사는줄 알았는데 이런 산에도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제 꽤나 많이 올라왔다.
내가 저 앞에 보이는 산을 타고 온게 맞나 싶다.
여섯번째 봉우리 율리봉이다.
이젠 마지막 예봉산 정상만 남았다.
눈밭위의 억새 색이 예쁘다.
드디어 예봉산 정상이 코앞에 보인다.
해발 683m.
근처 산 중에서는 제일 높다.
(적갑산 560m, 운길산 610m, 검단산 657m, 용마산 596m, 청계산 658m)
오늘도 여지없이 이놈들을 만났고, 난 여전히 새우깡을 준비하지 못해
사과를 주었으나 이놈들 입맛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그냥 한두번 찍어 먹어 볼뿐이다.
잠시 경치 구경을 하다 어디로 하산 할 지 고민을 했다.
오늘 어짜피 운길산까지 가진 못하지만 내리막 길이므로
적갑산을 들렀다 하산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가까운 길을 버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 산이 수종사를 품고 있는 운길산이다.
저곳을 가려면 코 앞에 잡힐 듯이 보이는 능선을 타고 대략 6~7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저 코스는 다음 기회에 꼭 한번 가기로 하고 오늘은 적갑산까지 1.68km를 탄 후 하산하기로 한다.
저멀리 미사대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도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시야가 좋지 않다.
하늘에 보이는 까만 점들이 까마귀들이다.
근처 나무에서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다.
이 눈내린 겨울산에서 무엇을 먹고 연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철문봉... 달랑 막대 표지판 하나.
수령이 상당 할 것 같은 소나무가 눈 또는 강품으로 인해 한쪽 큰줄기가 쩍하고 갈라져 버렸다.
저 정도로 자라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 했을텐데... 안타깝다.
앞이 훤하게 트인 곳이 나오는데 여기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한쪽 구석에는 가설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떤 분이 막걸리가 많이 있다며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하였다.
난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아직 하산길은 멀고 몸은 오늘따라 천근만근인지라 사양했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은 하산길을 가다 보니 거기 앉아 몇잔 했다가는 내려오는데 꽤나 헤멜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높은 봉우리에서 낮은 봉우리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내리막 길만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산에서는 뭐하나 만만한게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다시 하산길은 1.9km...어휴!
한국화를 보면 바위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바위에 점을 찍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난 그게 이끼를 그린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좀 비현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기억이 있다.
설마 바위에 저런 이끼가 살겠어? 라는 의구심이었는데... 세밀한 관찰에 의한 사실적인 묘사였음을 알게된 날이다.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다.
그런데 여기에서 도심역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하지? 걸어서?
네이버 지도를 보니 여기에서도 상당히 멀던데...
지친 발을 끌고 걷다가 아이젠을 벗어 베낭에 넣는 순간 마을버스가 왔다.
어찌나 고맙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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