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능선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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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일 소요산 능선타고 한바퀴 돌기)

 

 

 

3월 1일. 금토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첫날이다.

 

전날 밤에 산에 같이 가기로 결의(?)한 덕분에 오랫만에 와이프와 동반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산행지는 전부터 봐두었던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이다.

몇번이나 가려고 했으나 집에서 전철을 3번이나 갈아 타야 하고 2시간이나 소요되어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와이프는 산행을 같이 가기로 약속한 터라 따라 오긴 했지만

산행지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

코스가 길다는 이유,

급격한 오르막이 없어서 땀이 안난다는 이유 등등으로 툴툴거린다.

어째 부부가 좋아하는 산행 스타일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틀리는지...

나름 재미 있었던 동반산행 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다짐했다.

앞으로 각자 스타일로 각자 산행하자고...그래 그게 좋겠다.

 

 

  

 

혼자 조용히 다니다가 동반자가 있어서 그랬는지

트랭글 앱 실행시키는 것도 까먹었다가 1km 정도 산행을 진행 한 후에야 뒤늦게 깨닫고 트랭글을 켰다.

덕분에 산행 시작점 해발 고도가 200m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하산길이 완벽한 빙판이어서 거의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오느라 많이 지체되었다.

 

* 산행코스

   벨기에·룩셈브르크 참전기념비 → 팔각정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 나한대 → 의상대  → 자재암(폭포) → 자재암 매표소

 

 

 

이 안내도는 소요산 매표소 방향으로 갔을 때 볼수 있다.

따라서 내가 진입한 들머리는 이 안내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소요산 등산계획을 잡을 때 요긴 할 것 같아 사진을 올린다.

 

 

 

1호선 소요산역에서 내려 역사를 나와 길건너편을 바라보면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기념비가 보인다.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찾아 보니 많은 블로거들이 저곳을 등산 들머리로 삼길래 나도 따라 갔다.

대형주차장과 음식점들이 있는 소요산 입구는 역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5~6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참전기념비 뒤쪽으로 돌아가면 조그마한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다.

처음에는 표지판이 없어 길이 맞나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조금 오르다 보면 아래의 표지판 사진을 만나게 된다.

 

산을 오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왜 이길로 산을 오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소요산 입구 매표소에서 1,000원짜리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이 돈이 아까워 이 길로 오르라는건 아니고 소요산의 모습을 제대로 조망 할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소요산 입구에서 정상만 찍고 다시 내려가는지

이 코스는 등산객이 붐비지 않아 비교적 조용한 산행이 가능했다.

 

 

 

참전기념비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팔각정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길을 잘못 들어설 염려는 없다. 능선을 따라 오르기만 하면 된다.

 

 

 

등산을 시작하고 15분 정도 만에 첫번째 목표물에 도착했다.

팔각정...참 멋없게 지어 놓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온통 돌밭이다.

너덜지대는 아니고 그렇다고 암릉지대라고 표현하기도 뭣하고...

아무튼 능선에 크고 작은 암석들이 많아 등산길이 편하진 않다.

 

앞에 가는 저분(마눌님)은 산을 오르는 내내 앞장서서 갔다.

나보다 체력이 월등하다. 땀 한방울 안흘린다.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 반정도 지나서야 하백운대에 도착했다.

가을의 소요산 단풍이 절경이라고 하던데...

 

사실 지금은 한겨울의 눈산도 아니고

아지랭이 스멀거리는 봄산도 아닌 조금 어정쩡한 계절이다.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햇볕이 닿지 않는 곳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스케이트장을 방불케한다.

 

 

 

하지만 소요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수령이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능선을 따라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런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계절의 어정쩡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운데 계곡을 끼고 U자 형태로 등산을 하다 보니 맞은 편에 소요산 정상이 보인다.

등산을 하는 내내 전체 산세를 조망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산과 다른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 가운데 소나무도 생김새가 매우 독특하다.

지상에서 1m도 안되는 지점에서 세개의 큰 가지로 분리되어 자랐다.

가지가 분리되는 부분이 포토존인듯 싶다.

다들 한번씩 앉아 사진을 찍었는지 껍질이 닳아 번들번들하다.

소나무야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니. 마눌님이 거기 앉아 사진 찍고 싶다 하시는데...

 

아마도 이쯤 어디가 중백운대 일텐데 소나무에 빠져 사진찍으며 좋아라 하다가 표지판을 놓쳤다.

 

 

 

 

 

이 소나무는 아예 절벽을 내려다 보며 누워 있다.

절벽 방향이 남쪽이라 볕이 잘 들긴 하지만 너무 편한 자세로 살고 있다.

하긴 겨울산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 내려면 낮은 자세가 유리 할 지도 모르겠다.

 

 

 

소나무 옆에는 이런 기묘한 바위도 있다.

이런 암석이 편마암인가? 편마암은 줄무늬가 있다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세로로 쪼개지는 형태의 바위도 많다.

규암이 아닐까 싶은데... 믿지는 마시라.

 

 

 

등산로의 북쪽 사면은 아직 눈으로 덮혀 있고 남쪽 사면은 깨끗이 녹아 있다.

능성이를 기준으로 정확히 반분되어 있다.

북반구에서 남쪽의 의미를 극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오늘 빨간 잠바 입은 저분 자주 등장한다.

 

"나를 낮추거나 또는 우러러보거나" 라는 글귀와 함께

위 사진을 카톡스토리에 올렸는데 주어가 빠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오해한다.

"마눌님 앞에서 나를 낮추거나 마눌님을 우러러보거나"였는데...

늙어 가면 슬슬기어야 밥이라도 얻어 먹는다. ㅋㅋ

 

 

 

상백운대까지 오는데 2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사진 찍으며 놀아서 그런지 산행속도가 조금 늦은 편이다.

 

 

 

등산로가 이런 식의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많아 발이 편하지 않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치를 제공한다.

 

 

 

칼바위는 안내판에 따르면 여기에서 선녀탕 입구로 하산하면서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소요산 정상에 가야 하므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칼바위에서 나한대로 가는 중간에 오늘 본 소나무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나무를 만났다.

바위 틈에서 뿌리를 내린 후 점차 성장하면서 바위를 집어 삼킨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소나무의 생명력이란 실로 놀랍다.

 

 

 

 

 

저 육중한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다니...

 

 

 

이 나무 줄기 여기저기에는 혹이 달려 있다.

떨어져 있는 가지를 주워 살펴보니 벌레의 침입을 받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혹의 정체를 모르겠다. 원래 생김새가 저런가?

 

 

 

 

 

 

 

나한대에 도착해 멀리 보이는 산을 찍었다.

아마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왕방산 정상 인 것 같다.

대진대학교 안에 들머리가 있던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 가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날이 좀더 길어지면 가봐야겠다.

 

 

 

여기가 의상대이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한다.

 

 

 

이 의상대가 소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의상대 안내판에 이 봉우리가 소요산의 최고봉이라고 적혀 있는데

읽어 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사진만 찍은 뒤 계단을 내려가면서 더 이상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싶어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물어 보았다.

소요산 정상이 어디냐고... 금방 지나온 의상대가 정상이란다.

정상이 또 있는 줄 알고 대충 훓어 보고 금방 내려왔는데 조금 허탈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 반이나 걸렸는데 정작 정상에 와서는 별거 없네 하면서 1분 정도 머무른게 다다.

 

 

 

 

 

아무튼 경사가 매우 험한 계단을 따라 하산을 서둘렀다.

 

 

 

소요산에는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많다.

 

 

소요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공주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많이 지치기도 하고 공주봉에서 자재암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없는줄 알고 그냥 하산하기로 햇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주봉을 거쳐 자재암으로 하산 하는 길이 있을 뿐더러 그쪽 하산길이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산길은 말 그대로 빙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산길이 북사면인데다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아주 매끄러운 빙판이 만들어졌다.

아이젠을 착용해도 미끄러질 정도로 경사도 급하고 빙질(?)도 좋았다.

 

덕분에 마눌님 손을 꼬옥 붙잡고 내려오느라 손에 쥐가 날 정도였다.

산을 오를 때는 거침 없던 와이프가 빙판 내리막에서는 설설 기었다.

내심 흐뭇한 이 기분은 뭐지? ㅋㅋ

 

 

 

어느 산을 가나 돌탑을 쌓으시는 분이 있다.

대단한 정성이다.

 

 

 

산을 거의다 내려오다 만난 빙벽이다.

색이 웬지 으스스하다.

 

 

 

"자재암"임을 알리는 나무기둥에 목어가 걸려있다.

산을 완전히 내려와 평지에 다다르면 자재암과 바로 옆에 있는 원효폭포, 원효굴을 만날 수 있다.

 

 

 

원효폭포다.

10m 정도의 높이인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꽤 된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 속에 부처님 석상을 모셔 놓고 있다.

 

 

 

보통 일주문은 산을 타기 시작 할 때 만나는데 남들과는 반대로 산을 탔더니

산행 날머리에서 자재암의 일주문을 만났다.

 

일주문 근처에 요석공주 별궁지가 있다.

그냥 표지석 하나 달랑 서있다.

요석공주와 원효대사가 부부의 연을 맺었고 그 아들이 설총이라 한다.

 

 

 

얼굴을 가린채 돌탑을 쌓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런 퍼포먼스로 산행을 마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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