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북한산 숨은벽능선을 타려 했으나...)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밤골에서 시작하는 북한산의 북서방면의 숨은벽능선을 타고 올라
백운대를 찍은 후 남쪽 방면으로 하산하면서 산성 주능선을 타고
대성문까지 내려와 다시 형제봉능선을 타고 국민대학교로 나오는
총연장 약 11~12km의 북한산을 거의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코스를 타려고 햇다.
결론적으로...계획만 거창했다.
몇가지 요인이 겹쳐 산행이 많이 꼬여 버렸다.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아 산행기 쓰는걸 포기 할까 하다가 이왕 갔다 왔으니
꼬인 산행에서 얻은 느낌이라도 몇마디 남겨 놓으려 한다.
첫번째 교훈. 등반코스와 소요시간을 조금 더 꼼꼼하게 점검하라.
나는 어짜피 혼자 다니는 등산이라 사전답사라는게 무의미 하므로 가고자 하는 산이 있으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참조하게 된다.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들도 실패한 경험이 있으므로 혼동이 될 만한 지점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게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블로그들을 찾아 읽고 코스를 숙지 해도 현장 가서 좌, 우 갈림길 하나만 잘못들면 완전 꽝된다.
나처럼...
두번째 교훈. 산행 당일의 컨디션 조절에 힘써라.
주말에 산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일주일 내내 금욕적인 생활(=금주)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와 마찬가지므로
최소한 산행 전일 금주와 조기 취침으로 자기 몸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어야겠다.
주중에 걷기나 다른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꾸준히 한적은 없고
맨날 늙기를 촉진하는 짓만 골라 하다 거울만 보면 회춘을 꿈꾼다...ㅉㅉ
세번째 교훈. 계획이 창대하면 실망이 크다. 대신 계획이 단촐하면 성취감은 작다.
컨디션과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실패할 경우 짜증이 난다.
이번처럼...
하지만 동네 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갔다 오면 성취감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기분전환은 된다.
몸과 마음을 Refresh하기 위한 산행인데 욕심내지 말고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겠다.
쓰다 보니 갑자기 무슨 지침서 집필하는 분위기 난다.
다음에도 또 그럴거면서...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에 내려 다시 버스(704 or 34번)를 타고 효자2통에 내리기까지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밤골매표소 기점이 나온다.
나름 스트레칭도 하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스포츠 고글을 쓰는 등 준비를 마친 후 산행을 시작 햇다.
어느 블로그에선가 저 지점을 강조한 것을 보았지만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갈림길일 줄이야...
왼쪽으로 가면 숨은벽능선을 타는 길이고 직진하면 밤골 계곡을 타는 길이다.
왼쪽은 북한산둘레길, 직진은 백운대라고 되어 있는 표지판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직진을 감행(?)했다.
처음부터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이 먼곳을 들머리로 선택한 목적이 북한산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을 보여 준다는 숨은벽능선을 타는 것이었는데
나무와 돌무더기에 둘러쌓인 골짜기 등산로를 타고 정상에 접근했으니 감상 할만한 경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고 폭포도 이어져 있어
역시 이쪽 방면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표지판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곳이 숨은폭포 아닌가 싶다.
딱 이곳까지만 좋았다.
눈 녹은 물들이 모여 들어서인지 아직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넉넉하다.
산을 타기 시작한지 한시간 정도 되었는데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가 2.6km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저 정도면 금방 가겠다 싶었다.
하지만...
뭔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쯤은 서서히 능선을 타고 오르며 발 밑에 펼쳐지는 주위 경치를 감상해야 하는데
여전히 내 머리 위는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고 경사는 점차 가파라졌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높은 바위산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저 바위산 위로 나있는 능선을 탔어야 했다는 사실을...
가다보니 굉장히 가파른 바위면에 나무사이로 비춰지는 햇빛을 받으며 이끼가 듬성듬성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겨울산에서 만난 싱싱한 초록이 반가워 사진 몇장을 찍었다.
계곡을 오를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응달이라 아직 녹지 않은 눈은 질척질척한 팥빙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하기 귀찮아 그냥 눈길을 오르다 몇번이나 넘어질뻔 했다.
겨울산을 타본 경험으로는 아무리 짧은 눈길을 만나도 아이젠을 착용하는게 항상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까불다가 자빠지면 창피하고 아프고 나만 손해다.
왼쪽 능선에서 계곡쪽으로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어서 그 능선을 타고 백운대로 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이 대답하기를 숨은벽능선을 올라 백운대로 가기위해 계곡길을 타려고 내려 온 것이며
그 지점부터는 로프 타는 전문 산악인만 넘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그제서야 내가 코스를 잘못 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집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남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갈림길이 생각났고 그 지점이 바로 등산을 시작한 매표소 앞이었다.
산을 3/4정도 올라온 것 같은데 돌아 갈 수도 없고, 투덜거리며 길을 재촉 할 수 밖에...
북한산의 백운대나 인수봉은 봉우리 자체가 거대한 바위다.
보면 볼수록 그 형태도 특이하고 산세도 정말 대단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항상 올 수 있는 산이어서 그런지
그 위용에 비하면 이 산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백운대 정상이다.
정상 바위 위에 3.1운동에 관한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나같은 날렵한(?) 몸매도 우산 하나 정도만 쥐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상에서 하산하다 숨은벽능선 방향을 바라보았다.
봄되면 꼭 다시 한번 시도 해봐야겠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이다.
정상 부분을 보면 로프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둘러 앉아 쉬고 있다.
저렇게 바위 타는게 재미 있을까?
좀 무서울 것 같은데...
바위 틈바구니에 멋지게 자리 잡은 소나무다.
역시! 하며 쟤들을 보고 엄지를 치켜 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대단하신 소나무들...
코스 잘 못타고
오늘따라 컨디션조절에 실패해 몸은 천근만근
계획한 코스대로 가려면 집에서 빨리 나와 최소한 10시부터는 산을 타야했으나 11시 반이 되서야 들머리에 도착했고
핸드폰 밧데리 방전 된지도 모르고 다녔더니 트랭글로 기록하는 산행기록이 일부 날아가 버렸다.
급속한 의욕 상실로 추가적인 코스타기는 생략하고
가장 가까운 하산코스인 도선사로 내려왔다.
도선사에서 신도들 태우는 버스 타고 우이동에 내려 뒤도 안돌아 보고 귀가 했다.
꼬여버린 북한산 산행... 이렇게 끄~~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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