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 호명산 거쳐 호명호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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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4일 청평터미널-호명산-호명호수-상천역)

 

 

 

지난 주에 등산을 못한 관계로 2주만에 산에 오르게 되었다.

여러 산행 후보지 중에 고심을 거듭하다 호명산을 선택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산행지는 어느 정도 한번씩은 다녀왔기 때문에

산행지역을 넓히기 위하여 요즈음 눈여겨 보는 지역이 경춘선 라인이다.

남양주시청역, 마석역, 청평역, 가평역에서 갈 수 있는 산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 요즈음의 몸상태를 감안하여 비교적 난이도가 낮을 거라고 예상되는 호명산을 선택했다.

물론 산 정산에 있다는 호명호수가 신기하기도 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쉬운 산은 없다.

한 주간 등산을 쉬었다고 이리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산행코스가 어렵거나 산정상이 높은 것도 아닌데

몸은 천근만근, 다리는 휘청, 심장 RPM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주일에 한번의 등산으로 체력을 끌어 올린다는게 정말 쉽지 않나 보다.

이젠 반성도 지겹다.

그냥 살자.

그러다 잠깐이라도 각성하면 주중에 성내천이라도 걷겠지.

 

 

▲ 호명산 입구에 있는 등산안내도를  찍어 가로, 세로 안내판 틀을 잘라버리고 편집했다.

    산행코스가 한눈에 보이니 만족스럽다. ^^ 

    나는 청평역 방향에서 시작되는 1코스로 산을 올라 호명호수를 둘러 본 후 상천역으로 하산하는 계곡길을 탔다.

    기차역 한정거장 만큼의 거리를 등반한 셈이다.

 

 

     

 

호명호수를 구경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지만 몸상태가 최악이라 거북이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총거리 11km를 휴식시간 1시간을 빼더라도 5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정확히 시속 2km다.

이 정도면 유치원생들이 대공원 소풍다니는 수준이다. 헐~

 

고도를 표시한 그래프에서 보여지듯 이 코스는 청평 안전유원지를 들머리로 하여

호명산 정상까지 쉼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호명산 정상부터 기차봉까지는 산 능선을 타면서 내리막, 오르막이 반복되다

기차봉부터는 내리막이 계속되면서 고도가 거의 150m 정도 낮아진다.

 

호명호수까지 4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기점으로

이미 기진한 체력을 테스트하는 마지막 반짝 오르막이 나온는데

가뜩이나 지쳐있는 상태에서 이 400m는 나에겐 재앙이었다.

 

하지만 간신히 고개를 올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언제 힘들어 했냐는듯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호수가 특별히 예쁘다기 보다는 산 정상에 있다는게 신기했다.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나는 경춘선 전철보다는 집에서 접근하기 쉬운 동서울터미널에서 청평가는 버스를 이용했다.

청평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무작정 걷다보니 안전유원지가 나왔다.

입은 뒀다 어디다 쓰려 하는지 웬만하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발품을 조금 더 팔았지만 덕분에 안전유원지를 구경 할 수 있었다.

입이 무거우니 다리는 바빠지고 눈은 호사를 누리는 이상한 결과를 낳았다.

 

여느 유원지와 마찬가지로 도로가에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고,

자전거 하이킹족, 낚시꾼, 등산객 들로 북적였다.

지도를 보니 조종천은 명지산 줄기인 1199봉 계곡에서 출발하여 청평을 감싸고 돌아

북한강에 합류하는 꽤나 긴 하천이었다.

여기에서는 주로 꺽지 낚시를 한다고 한다.

나야 낚시는 젬병이라 꺽지가 어떻게 생긴 고기인지도 모르지만...

 

 

 

안전유원지에서 청평역 방향으로 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가평올레 6-1코스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가평군에서 올레길을 조성하면서 호명산-호명호수 등산로를 올레길에 편입시킨 것 같다.

호명호수에서 가평역까지 10km 정도 되는 등산로는 가평올레길 6코스라고 한다.

난 언제쯤이나 6코스와 6-1코스를 한번에 주파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좀 요원해 보인다.

 

등산로 들머리는 사진처럼 조정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다리를 꽤나 낭만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비가 많이 와 징검다리가 물에 잠기면

하류방향으로 1km 정도 아래에 있는 청평교를 건너야 한다고 한다.

 

 

 

조종천도 봄기운을 타는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들머리 표지판을 보고 산을 타기 시작하자 마자 꽤나 가파른 등산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명산이 마치 내가 만만한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듯이.

만만하게 생각한적 없는데...

 

이 부근은 몇십년 전에 잣나무를 집중적으로 조림했나 보다.

잣나무들이 서로서로 햇빛보고 살아보겠다고 아웅다웅 하며 쭉쭉 뻗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나 같이 땅 넓은 줄 모르고 옆으로만 자라는 중년은 주눅들어 어찌 살라고...

 

 

 

급격한 경사의 잣나무숲을 겨우 10분 정도 올랐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찼다.

잣나무 숲을 통과하자 다행히 운동기구와 약수가 있는 쉼터가 나왔다.

나뿐 아니라 등산객 모두 운동기구들을 의자 삼아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기 바빴다.

 

수도꼭지를 입에 물고 약수를 내뿜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저건 분명 갈라파고스에 산다는 땅거북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북상과는 영판 다른 형태의 모습인데다

입에는 수도꼭지를 물고 있다니 어찌보면 기괴하기까지 하다.

아니 흘려 버려지는 약수가 아깝다고 수도꼭지를 달아 사용 안 할때는 잠그려 했나?

비싼 돌로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조성해 놓고 기껏 몇천원짜리 수도꼭지로 마무리 하다니

정말 현대미술의 난해함은 이해가 난망하다.

 

 

 

다시 힘을 내 영차영차 고갯길을 오르다 보니 북한강을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요즈음 들어 그나마 황사가 덜한 날이라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 전경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강 건너 설악면으로 가는 도로 중간에 수상레져를 즐기는 바지선이 보이는데

그 즈음이 뾰루봉을 거쳐 화야산을 오르는 등산로 들머리다.

앞으로 갈 산들을 검색하면서 보아둔 곳인데 문제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설악면이나 청평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하루에 버스가 몇번 다니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꼭 한번 가보려 한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엉금엉금 산을 타기 시작한다.

 

햇빛은 강하게 내리 쬐고 공기는 따사로왔으나

아직은 새순이 돋거나 꽃봉우리가 터지기엔 이른 시절이라

소나무 잎을 제외하곤 산은 여전히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내 몸엔 이미 봄이 강령하였는지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느라 고글을 벗었다 썻다 정신이 없다.

여자들이 세안 할 때 쓰는 머리띠라도 하고 다녀야 될성 싶다.

 

 

 

산을 오를수록 산아래 인공 조림되어 있던 잣나무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란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이런 소나무의 자태에 반해 소나무만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도 있다고 한다.

나도 산에 다닐수록 소나무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2시간 조금 못미쳐 호명산 정상에 도달했다.

시속 1km가 조금 넘는 초고속(?) 등정이다.

 

 

 

힘들여 호명산 정상에 도착했지만 미세먼지가 많은지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이 좋진 않았다.

호명산 정상석엔 새들이 실례한 자국만이 선명하다.

해발 632.4m.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지라 500m 정도 되는 산을 가볍게 오른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실제로는 600m가 넘는 산이었다.

하긴 500m 산이나 800m 산이나 오르기 힘든것 매 한가지고

막상 오르고 나면 오르느라 힘들었던건 어느새 잊혀지기 마련이다.

 

 

 

정상 근처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의 점심은 컵라면에 식은밥, 김치와 나물 조금, 사과 한알, 막걸리 한병이다.

이 정도면 푸짐한 점심이다.

산에서 먹는 식사는 특히나 허기가 반찬이다.

더구나 혼자 다니다 보니 수다 떨일도 없어 구석진 곳에 앉아 잽싸게 먹고 떠나는게 제일이다.

 

멀리 보이는 호명호수의 모습이다.

호수의 삼면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뚫려져 있는 산과 산사이의 골을 흙과 돌로 메꾼 서쪽 사면이 보인다.

마치 팔당댐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호명산 정상에서 호수까지는 3.64km.

호명산 정산까지는 쉼없는 오르막만 계속되었지만

지금부터는 능선을 타고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므로 조금은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싶다.

 

 

 

앞에 지나가는 등산객이 이 나무를 가르키며 굴참나무라고 해서 찍어 보았다.

굴참나무의 특징은 코르크질이 두껍게 발달한 나무껍질이다.

울퉁불퉁한 모습이 암석같아 보인다.

같은 참나무과에 속한 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 나무 등이 있다고 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불구불 뻗어 있는 소나무 가지와 초록색 잎이 청량감을 안겨 준다.

 

 

 

걷다보면 이런 너덜지대도 몇번 나오는데 자꾸 발에 돌이 채여 이런 곳을 좋아 하지는 않는다.

하긴 부드러운 흙길만 걷고 싶으면 한강공원에 가면 되지 험한 산에 일부러 찾아와 투덜 댈 필요는 없다.

 

 

 

기차봉에 도달했다.

특별히 봉우리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기차도 보이지 않고...

 

 

 

모든 나무들이 움을 튀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준비만 하고 있지만 잠깐 사이에 일제히 새순을 내밀겠지...

 

 

 

이놈은 생강나무인것 같은데...

 

 

 

마지막 400m에 달하는 깔딱고개를 힘겹게 오르니

드디어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호명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보자마자 드는 첫느낌은

호수가 파랗구나. 인공호수 맞구나. 공원이구나. 정도...

 

 

 

호수의 전체 모양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야구장을 닮았다.

이 호수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양수발전을 위한 저수지라고 한다.

 

전기가 남는 시간에 물을 퍼 올려 여기 상부저수지에 저장해 놓았다가

전기가 모자라는 시간대에 하부저수지로 물을 흘려 내리면서 발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란 이야기다.

그런 목적으로 산 정상에 이렇게 엄청난 공사를 할 정도의 사업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하지만 내 소관 밖이다. 

 

 

 

"호랑이가 우는 산"이라 하여 호명산이라 불리웠고 호명산에 조성된 호수니까 호명호수다.

이렇게만 쓰니까 매우 건조하긴 하다...

 

 

 

호수 서쪽사면 아래에 있는 미로정원의 모습이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아 가 볼수 없다.

 

 

 

 

 

호수 가운데 백조 두마리가 떠있다.

 

 

 

 

 

호수에 떠 있는 표류하는 거북이의 이름은 "하늘거북"이다.

등에 태양전지를 설치하여 태양광발전을 한다고 한다.

참~~ 오늘 보는 거북이들은 하나 같이 괴이하게 생겼다.

 

표지판을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한국수력원자력발전(주) 청평양수발전소"라고 표기되어 있다.

알게 모르게 이미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우리의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보이는 구조물이 전망대 겸 호명Gallery 건물이다.

1층에서는 미술 작품을 전시와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판매하고,

건물의 지붕위에는 호수 전체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호명Gallery에서 커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최달수화백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다.

 

 

커피로 담묵을 표현하는 기법이 신선하고 화풍도 정겹다.

 

 

 

호랑이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다. 호명산이니까...

 

 

 

한국전력 순직사원 위령탑도 있다.

전력공사를 하면서 사망하신 분들도 많은가 보다.

 

 

 

이 사진은 청평터미널에 붙어 있는 호명호수 가는 버스시간표다.

걸어서 등산하긴 싫고 호수 관광만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참고가 될 것 같아 찍어 왔다.

 

 

 

한참을 호수구경에 시간을 쓰다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하산길에 이런 표지판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북쪽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골짜기를 타게 된다.

두코스 모두 상천역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나는 골짜기 코스가 조금 더 가까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왔다.

 

 

 

골짜기로 내려오다 보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어 연습삼아 찍어 보았다.

삼각대가 없다 보니 초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다.

 

 

 

내려가는 길에도 울창한 잣나무 숲을 만날 수 있었다.

조용하고 한갓진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는 하산길이었다.

 

 

 

아직도 씨앗을 날리지 못하고 매달고 있는 나무를 만나서 한컷 찍었다.

 

 

 

귀가는 상천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간 후 청평역에 내려

청평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서서 가기 너~~무 힘이 들어서 앉아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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