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을 빙자한 빡센 산행 - 원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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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동원대에서 정개산.원적산 등반 후 이천 산수유 축제까지...)

 

 

 

원적산은 6~7년 전에 회사에서 단체 산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산이다.

당시의 탁 트인 능선과 능선을 넘어가는 운무에 대한 환상적인 풍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여러번 인터넷 검색을 했으나 찾지 못하다가 옛 동료에게 물어 물어 겨우 산이름을 알게 되었다.

 

산이름을 알아 낸 후 자세한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이 동네에서 이천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2주 연속 산수유축제를 쫓아다니는 산행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침에 산수유마을에 가서 축제를 잠깐 보고 산행을 하려다

잘 못하면 축제 기분에 빠져 산행은 제껴두고 아침부터 막걸리파티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어 계획을 수정했다.

 

인터넷지도를 보니 동원대학교에서 능선을 타고 원적산 천덕봉에 접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뒤져 봤더니 역시나 등반코스가 개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지도를 보고 길이 있겠다 싶으면 영락없이 길이 나있다.

 

등산을 계획하면서 전체 길이를 재보고 약 10km 정도 되니 그닥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산이 그리 높지도 않으니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고...

하지만 오해였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수도 없이 넘어야 했고 하나 같이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고생 좀 했지만 고생에 비례해 성취감은 크다.

 

총소요시간은 6시간 40분 이다.

작년에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을 했을때 7시간이 걸렸는데 나로서는 두번째로 많은 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실 소요시간은 쉬는 시간 1시간 20분을 뺀 5시간 20분, 소요거리 9.6km다.

 

 

 

친구와 강변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9시에 만나 1113-1번 버스를 타고 동원대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이 버스 중부고속도로 잠깐 타다 경기광주IC에서 빠져 나와 국도를 타는데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

결국 11시 경에야 산행을 시작 할 수 있었다.

 

사진의 표지판은 산행을 끝마친 지점인 산수유마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어서

실제 산행코스는 사진의 제1코스 반대 방향이었다.

 

* 산행코스 : 동원대후문주차장 → 범바위약수터 → 주능1봉 → 주능2봉 → 정개산정상 → 주능3봉 → 천덕봉  → 원적봉

                  → 낙수제 → 산수유마을

 

 

 

동원대학교 내에 있는 종점에서 버스를 내린 후 오른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빠지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조금 걷다 처음으로 마주친 표지판이다.

이 길이 이천시에서 조성한 걷고싶은둘레길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친구와 난 산을 탈 계획이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도 산수유마을에 도착 할 수 있다.

이젠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걷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한적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잠깐이나마 놓을 수 있다.

가끔씩 보이는 진달래도 찍고... 소풍 나온 아이들 마냥 마음이 가볍다.

 

물론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하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머리 속은 하얗게 지워지지만...

힘들어 죽겠는데 앞으로 산행은 포기하고 가볍게 걷기나 할까...

 

 

 

진달래는 군락을 이룬 모습을 찍기 전에는 사진을 잘 안받는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듬성듬성 피기 때문인지 뭔가 허전해 보인다.

색도 옅은 분홍이라 그리 강렬하지도 않고...

 

이번 주말에 고려산의 진달래군락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이상 기온으로 진달래가 필 기색이 없다.

아무래도 한주 미뤄야겠다.

 

 

 

임도를 1km 가량 걷다보니 범바위약수터가 나왔다.

여기서부터 산행길과 둘레길이 갈라진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점퍼를 벗어 베낭에 묶고 매무세를 가다듬었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은 끝날 줄을 모르고...

계단이 끝나면 오르막이 끝날 줄을 모르고...

헉헉거리며 쉬다 가다를 반복하고...

 

 

 

주능1봉과 2봉을 거쳐 정개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거대한 송전탑이 버티고 있었다.

송전탑 아래에 평평한 넓은 자리가 펼쳐지자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팀들은 다들 점심 먹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야 둘 뿐이라 일단 정개산에 오른 후 점심을 먹기로 하고 내쳐 정상으로 향했다.

 

 

 

이 팀은 식사자리로 명당을 잡았다.

높다란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아래에 자리를 잡았으니 뿌듯하겠다.

 

 

 

정개산이라고 알고 올랐는데 막상 정상석에는 소당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찾아보니 산이름이 혼용되고 있었다. 산의 형세가 높고 우뚝하여 솥뚜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당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른쪽 신둔면, 왼쪽 백사면의 전경이다.

이 방면에는 높은 산이 보이질 않는다.

 

 

 

소담산 정상에서 앞으로 가야 할 운적산 방향을 바라 보았다.

사진의 맨 뒤 왼쪽 봉우리가 천덕봉, 오른쪽 봉우리가 원덕봉이다.

헐~~

생각보다 멀 뿐더러 대체 봉우리를 몇개나 넘어야 할 지 감도 오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며 점심을 먹기위한 자리잡기에 정신을 팔았다.

두사람 앉아 밥먹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 한참을 헤메다 결국 대충 앉아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등산한 얘기야 항상 같으니 생략하고~~

 

길가다 보니 희안한 모습의 두나무가 X자로 마주보고 서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몸을 완전히 섞었다. 흐흠,..

두 나무는 물박달나무와 신갈나무로 알고 있는데 뿌리는 각자 땅에 내리고 있고

줄기 중간이 서로 교차되면서 맞닿아 수분과 양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구한 전설 한토막 얹으면 스토리라인이 살아날텐데...

 

 

 

전주에 이어 산에는 여전히 생강나무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에 이 나무가 이렇게나 많은지 올해서야 알았다.

때론 모르는게 많아서 좋다.

배우는 기쁨이 크잖아~~ ㅎㅎ

 

 

 

등산로 가에 보라색의 작은 꽃이 보여 찍어 보았다.

꽃의 크기가 새끼 손톱만 하다보니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꽃 이름은 서울제비꽃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주로 경기지역에 분포한다고 한다.

여기가 이천이니까 경기지역 맞다...

 

 

 

꽃이 매우 작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나름 예쁘다.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있을라구...

 

 

 

눈에 익은 돌양지꽃이다.

이 꽃도 너무 작아 쭈그리고 앉아 카메라에 담느라 요가 좀 했다.

 

 

 

그 작은 꽃에도 벌은 꼬인다.

근데 저 곤충이 벌이 맞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꿀벌 모양은 아니던데...

 

 

 

난 버들강아지가 꽃이라는 사실을 엊그제 처음 알았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게 꽃인지 잎이나는 새순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하긴 버들강아지가 꽃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었으니까.

 

버들강아지는 단성화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사진은 암꽃이다.(~일 것이다. ~이라고 사료된다...)

수꽃이 더 화려하단다.

 

 

 

정개산에서 원적산으로 가는 능선을 타다 보면 왼쪽에 두개의 골프장이 보인다.

이 사진은 그린힐CC다.

 

골프는 좋은 운동임에 틀림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도 한참 골프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멀어지면서 지금은 거의 손을 놓았다.

안보면 멀어지기 마련이다.

 

골프의 단점은 비싸다는 것.

저렇게 넓은 땅에 사람 보기 힘들 정도로 토지이용율이 낮으니 비쌀 수 밖에...

 

 

 

산행을 시작 한지 4시간이 넘어서야 천덕봉이 훤히 보이는 곳에 도착 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이 모두 개활지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고, 추측컨데 산 오른쪽 아래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데

사격시 산불이 나 번질 것을 우려해 정상부분을 깨끗하게 이발해 놓은 것 같다.

실제로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이 있을 때는 이 등산코스는 폐쇄된다고 한다.

 

아무튼 덕분에 훤하게 트여 있는 산능성을 볼 수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천덕봉 오른쪽 골짜기 전경. 저 밑에 사격장이 있나 보다.

 

 

 

천덕봉을 오르는 마지막 구간이다.

멀리서보니 등산객들이 줄지어 집 찾아 가는 개미 같아 보인다.

이 고개만 오르면 더이상 오르막이 없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무거운 다리를 한발씩 옮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중간중간 사진은 찍어줘야지~~

 

 

 

드디어 천덕봉 정상(634.5m)이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 방향인 영원사에서 오르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우린 동원대에서 능선타고 오느라 거의 5시간이 걸렸다.

물론 1시간 정도는 밥먹고 물먹고 막걸리 마시느라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왔던 길을 돌아 보니 까마득하다.

사진 왼쪽 상단에 정개산 정상 바로 앞에 있던 거대한 송전탑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능선을 따라 하산하면서 원적봉으로 나아간다.

왼쪽 사면에는 울창한 숲이 남아 있지만 오른쪽  사면은 까까머리다.

 

 

 

가다가 뒤도 한번 돌아보고~

 

 

 

원적봉 표지석이다.

564m로 천덕봉보다 70m 정도 낮다.

원적산 줄기가 북쪽으로 주욱 이어져 있다.

 

 

 

원적봉 정상에서 내려봤더니 산수유축제 중인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오다 만난 폭포다.

등산객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발을 담그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따라했다.

대기 기온에 비해 물은 굉장히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 5분도 담그지 못했지만 덕분에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산수유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미류나무, 흙길, 산수유 이런 것들이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2주 연속 산수유의 절정을 보게 되니 처음 보았던 그 감동은 많이 누그러 들었다.

하지만 이 마을의 산수유 나무는 양평에 비해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많아 훨씬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매화도 보이고...

 

 

 

 

논두렁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어서 찍어 보았다.

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 이름이 뭘까 하고 한참을 찾았다.

음... 된장국 끓여 먹는 냉이였다.

난 정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구나...

 

 

 

뭐라도 좀 먹고 갈까 하고 기웃거리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조금 있다 6시에 마지막 셔틀버스가 있으니 이용하라고 한다.

친구와 난 축제 구경은 커녕 셔틀버스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이 시간에도 관광객은 계속 꾸역꾸역 올라 오고 있었다.

양평 내리 축제에 비하면 이천 산수유 축제가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게 치뤄지고 있었고 방문객도 훨씬 많았다.

 

 

 

 

 

우린 이번에도 가까스로 셔틀버스에 올라 탈 수 있었다.

이천에서 서울까지는 우등고속으로 편안히 올라 왔다.

 

뭐 그냥 집에 갔을리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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