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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8 MBC-KBS-YTN 3단합체 파업콘썰트 4

MBC-KBS-YTN 3단합체 파업콘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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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이 7~8년 살다가 다시 산지 2개월...
가뜩이나 안보고 살아 잘 모르는데다 방송사들의 파업이 시작되니 더 볼게 없다.

TV를 다시 샀지만 TV 본연의 기능 보단 PC 모니터로 더 많이 활용한다.
Youtube에 들어가서 뉴스타파, 제대로뉴스테스크, 파워업PD수첩, Reset KBS 뉴스9, 하니TV의 뉴욕타임즈, 한겨레 정치 Wi-Fi을 찾아서 시청한다. 방송사 해직기자나 파업 중인 기자, 진보언론사에서 만든 어찌...보면 허접한 환경에서 만들어낸 프로그램 들이다.

참 요상한 세상이라 여기서 다루는 '민감한' 내용은 공중파에선 보지 못한다. 내용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윗선에서 자기검열을 실시해 짜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 계속 접하다 보면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다. 한편씩 볼 때마다 이런 강아지, 망아지, 새앙쥐 같은 녀석들이 있나 하며 머리에 스팀 팍팍 돈다. 반작용으로 분노 표출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놈의 정권 들어와 언론인들 참 고생 많다.

기분도 꿀꿀한데 여의도가서 소리나 실컷 지르고 와야겠다.

▼ '방송 3사(KBS, MBC, YTN)언론자유 쟁취 대규모콘서트'포스터.


그래서 갔다 왔다.

회사에서 곧장 가려고 차를 버리고 전철로 출근했다.
회사에서 여의도까지는 7호선을 타다 군자에서 5호선으로 갈아타고 한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어짜피 사서 고생하려고 가는데 비가 문제겠어?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여의도공원에 도착했더니 어린왕자 이승환이 열창을 하고 있었고 관중들은 이미 한마음이 되어 열띤 호응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예상대로 앉는 자리가 남아 있을리 없고 서서 볼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다들 비옷을 입고 오는 비를 맞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바깥쪽의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 들고 있었기에 시야를 확보하기가 힘이 들었다.

비가 와서인지 생각보다는 많이 모이진 않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약 2만명 가량 운집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승환을 필두로 해서 김제동, 드렁큰타이거, 이은미, 이적 등 많은 연애인들이 나와 방송3사 파업콘서트를 지지하는 발언과 공연을 해 주었다.
요즈음은 시위와 공연을 교묘하게 조합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이런 공연은 일종의 시위지만 평화스럽게 진행되면서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고 지지를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공연에 심취에 쑥스럽지만 같이 소리도 지르고 율동도 가볍게 따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그마한 아가씨가 모금함을 들고 공연을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가씨는 이미 모금은 뒷전이고 공연에 푹 빠져 있었다.
아까 공연장에 들어 올때부터 모금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단 자리잡고 나중에 구경값은 내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만원 한장을 꺼내 모금함에 쑥 넣었다. 그러자 노래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당황한 아가씨는 "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내가 다 쑥스럽네. 이런 생각을 하며 돌아서려는데 이번엔 중학생 키정도의 아가씨가 나를 보며 "머니투데이 기잔데요. 잠깐 인터뷰에 응해 주시겠어요? 모금함에 돈 넣는걸 봤는데..." 이런 멘트를 날리며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 엮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모금함에 만원을 선뜻 넣은 양모씨(48)는 "회사를 끝마치고 바로 여의도로 달려왔다"며 "지금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큰 흐름을 바꾸기 위한 과도기적 작은 희생"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늦게라도 언론의 제 기능을 찾고자 하는 노조파업을 응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물어보기에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 했더니 양모씨가 되었다. 여의도로 달려온 건 아니고 지하철타고 왔고 목소리를 높인적이 없지만 기사니까 그려러니 한다. 문맥은 맞으니까.

비를 맞으며, 두시간 반가량을 서서, 추위에 떨며, 게다가 사람들 우산사이로 시야각을 확보하려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급속한 체력저하로 다리가 후들거렸다. 공연도 거의 끝날때가 됐고 북새통 전철이 걱정되는 얄팍한 소시민 아저씨로 되돌아와 귀가를 서둘렀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2만명 중의 하나로 기억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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