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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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부터 보고 싶던 꽃이기에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자생지를 알 길이 없었다. 야생화 찍기를 취미로 가진 사람 치고 자생지가 훼손될까봐 인터넷에 공개하는 사람은 없다.   
 
블로그를 이 잡듯 뒤져 겨우 건진 정보가 서산종합운동장 근처 야산이라는 것과 자생지 초입 사진 두장이 전부였다. 다들 "황금산-자생지-간월암" 코스를 따라 관광 겸 출사를 한다기에 나도 무작정 따라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황금산에 도착해 코끼리바위를 후다닥 찍고 서산종합운동장으로 직행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근처 식당에 들러 식사하면서 혹시나 해서 주인장에게 깽깽이풀 자생지를 물으니 "뭐? 땡땡이풀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먹고 살기 바쁜데 누가 풀꽃따위에 신경 쓸까 싶었다.   
 
아무튼 자생지를 찾았다!!! 결정적으로 자생지 초입사진과 같은 장소를 우연히 발견했다. 깽깽이풀 자생지가 남쪽 지방 여기저기서 발견됐다는 기사가 몇 건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어서 나름의 희열이 느꼈다. 생각보다는 꽃의 크기가 작고 아직 개화 절정기에 이르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개화기간이 유난히 짧아 개화시기를 맞추기 힘들다고 하니 이 정도의 만남에라도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깽깽이풀은 개미들이 씨에 붙어 있는 단 성분에 끌려 집으로 옮기다 보니 한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두고 띠엄띠엄 피어나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썰)이 있다. 이름이야 어떻든 봄에 피어나는 여러 풀꽃 중 미모로 투표한다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하는 개인 생각이다. 
 
자생지에는 산자고와 노루귀도 흔했다. 어~~ 이리 흔한 꽃은 아닌데 싶었다. 야생화의 자생지는 산의 북사면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생 조건이 비슷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기도 그런 조건이 맞아 떨어 진 것 같다. 
 
두세시간 꽃구경을 한 뒤 밀물 때면 고립되는 간월암을 보러 갔다. 이곳이 단체관광 코스인지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버스로 북세통을 이루었다. 그 정도는 아닌듯 싶은데... 간월암의 의미는 근처 노점에서 사온 5천원어치 꼬시래기에서 찾아야 될 것 같다. 뜬금없지만 꼬시래기와 갈치속젖의 궁합은 일품이다.

 

코끼리바위. 코가 보인다...
산에 올라가 처음으로 발견한 깽깽이풀. 어찌나 반갑던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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