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

 

- 얼레지(Dog-tooth Violet) -

 

(야생화 이야기 서른한번째)

 

 

 

 

높은 고도와 물빠짐이 좋고 반그늘에 비옥한 토질이라는 까다로운 생육환경 때문인지

얼레지를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보기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봄의 설레임을 대표하는 야생화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른 봄이 되면  활짝핀 얼굴을 보고 싶어 날 안날나게 하는 꽃이 얼레지다.

 

작년에 선자령에서 얼레지 군락을 만났으나

날씨가 흐려 봉우리를 굳게 닫아 버린 탓에 대면에 실패하고

올해는 예봉산 골짜기에서 다시 맞선을 보려 했으나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탓에 또 다시 실패했다.
일주일을 기다려 삼세판 도전 끝에 비로서 그 화려한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었다.

 

백합과의 꽃들이 그렇듯이 얼레지도 예의 그 화려함을 자랑한다.
자주색을 띄는 6개의 화려한 꽃잎,

날렵하게 뻗어 뒤로 말린 꽃잎선,

꽃 안쪽에 "W"자 형태의 선명한 무늬,

곤충을 유혹하느라 길게 늘어뜨린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

바소꼴의 마주나는 두 잎에 갈색의 점박이 무늬가 어우러져

독특하고 수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얼레지의 모습에 반해 실제 3월 중순이 되면 야생화를 찾아 다니는

진사들의 블로그에는 온통 얼레지에 대한 찬사로 가득하다.

 

더구나 보기 힘들다는 흰얼레지를 마주한 진사들은 '유레카'를 외치며

그 단아한 모습에 흠뻑 빠져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계곡에서 만나는 진사마다 흰얼레지 본 적 없냐고 애타게 묻곤 한다.

이미 촬영에 성공한 나는 득의양양한 태도로 '요 위로 가면 한 두송이 볼수 있어요'라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이런 경우가 별로 없는 아마추어지만 따뜻한 동료애 보다는 선 경험자라는 우월감이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속물근성은 어쩔 수 없다.^^

 

복수초로 시작하여 노루귀, 바람꽃, 괭이눈, 현호색, 제비꽃 등등

여러 현란한 봄꽃들이 나름의 자태로 유혹하지만

얼레지에 대한 찬사를 앞지르기엔 역부족이라 느끼는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얼레지의 봄날은 간다 (이정자)

 

저기, 지나가는 여자를 놓고
허리 상학이 발달한 여자,
허리 하학이 발달한 여자, 운운하며
사내 몇 몇이 나른한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렇게라도 시시덕거리지 않으면 봄날은 못 견딜 일인지
제 그림자를 지우며 멀어져가는 벚나무 아래서
형이상학도 형이하학도 제 안에 다 품고 있는 듯한
꽃, 얼레지가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면서 여자 치마 뒤집어지듯 뒤집어진다고
꽃말까지 바람난 여인이라니!
이유 있는 반란이라면 서슴치 않는
요즘 꽃들이 제 아무리 화끈하다하여도
바람은 아무나 나나
얼레지는 피어나는데
무엇 그리 두려워 가시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지
보일 듯 말 듯 숨어있는 요염함을
한껏 꽃대로 밀어 올리며 살아도 좋을
봄날이 속절없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시시덕거리지 않고는 못견딜 봄날도 서서히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구근식물.
피자식물문 > 외떡잎식물강 > 백합목 > 백합과
꽃말 : 질투, 바람난 여인

 

 

 

 

 

 

 

 

 

 

 

 

 

 

 

 

 

 

 

 

 

 

 

 

 

 

 

 

 

 

'야생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야생화 Ⅰ  (0) 2018.11.06
복수초(福壽草)  (2) 2016.03.31
광대나물  (1) 2015.04.21
용담(龍膽)  (4) 2014.12.02
산국  (2) 2014.11.19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