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산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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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블로그에 복수초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지난 토요일 항상 가던 계곡을 찾았다. 
 
계곡 초입부터 진사들이 타고 온 차들로 붐비는 것을 보고

뭔가가 있을 듯 싶어 내심 기대를 하며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 계곡은 아직 겨울이다.

 

하지만...

낙엽만 수북하게 쌓인 계곡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냉기를 뿜어내고 있을 뿐

꽃은 커녕 푸른 새싹 하나 찾기도 어려웠다.

혹시나 하며 주위를 연신 두리번 거리고 뒤돌아 서서 내려다 보기도 하며 열심히 수색했지만 허탕이었다. 
 

 

▲ 사위질빵 씨앗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 처녀치마... 올해엔 꼭 꽃을 보고 말리라. 작년엔 너무 늦어 다 진 꽃대만 봐서 아쉬움이 컸다.

 

 

계곡은 임도가 가로지르며 중간 중간 허리를 끊어 놓았는데

내 나름대로 1단, 2단, 3단으로 구분해 놓았다.

1단 초입에는 홀아비 바람꽃, 1단 상단에 앵초, 2단 중단부에는 얼레지가 지천이었다는 둥...

기억을 되살리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작년 기억으로는 2단 중단부와 3단 초입에 복수초가 있었는데 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2단 상단부쯤 지나는 순간 좌측 해가 비추고 있는 곳에 아주 가느다란 노란 빛이 스쳤다.

재빨리 다가가 보니 복수초 다섯주가 이제 막 꽃을 틔우고 있었다.

 

 

짜잔~~드뎌 발견했다. 2017년산 싱싱한 복수초...

 

심마니가 산삼을 찾았을 때의 기쁨...보다는 못하겠지만 꽤나 설레는 순간이다.

 

 

 

 

 

 

한참을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하고 있는데

빈손으로 내려오는 듯한 진사 한 분이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린다.

 

뭔가 발견한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ㅋㅋㅋ

짐짓 모른척하며 내내 그 자리를 지키려다...

같은 동호인 입장에서 신사답게(?) 조용히 물러나 주었다.

다시 산을 오르며 돌아 보니 그양반 물만난 물고기 마냥 신나서 열심히 찍어대고 있었다. 

 

다시 3단 초입에 접어 들었으나 아무 꽃도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려는데...

복수초 세주가 돌맹이 밑에 자리잡고 있었다.

 

 

▲ 돌맹이 밑에서 해바라기 하고 있는 복수초. 덮고 있던 낙옆 어쨌노...

 

 

▲ 다 찍고 낙엽을 덮어 주었다. 나 매우 착함.ㅎㅎㅎ

 

어느 진사가 다녀갔는지 낙엽을 치워버려 헐벗은 듯해 보였다.

일단 여러 컷을 찍고 나서 꽃머리만 빼고 낙엽으로 덮어주었다.

그리고 인증샷 한컷... 

 

 

고로쇠 나무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수액 채취하느라 빨대를 꽂아 놓았다... 맛이 궁금해 한모금 훔쳐먹었다. 맛은 글쎄...ㅎㅎㅎ

 

느즈막히 산에 올랐더니 어느덧 3시.

한갓진 임도에 자리잡고 컵라면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천하태평... 느릿하게 하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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