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추리 -
2년전쯤으로 기억한다.
봄에 산을 오르면서 어떤 아주머니가 나물을 뜯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원추리 새순이란다.
그때만 해도 그 나물이 6~8월 사이에 노란 백합 모양의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인지 몰랐다.
그 사실을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됐지만 여전히 봄에 보았던 새순과
여름 산에 피는 노란 꽃을 머리 속에서 일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day lily는 원추리속(屬)을 총칭하는 영문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추리는 단 하루 동안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든다고 한다.
대신 여러개의 꽃봉우리가 달려 차례로 꽃을 피워 내므로 날마다 관찰하지 않는 이상 이런 사실을 알아채기가 어렵다.
아래 사진에서도 하나의 꽃봉우리는 활짝 피어 있지만
이미 시든 꽃은 꽃잎을 비비꼬면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추리를 포함한 백합과에 속하는 대부분의 꽃들은 꽃부리(花冠)가 6장으로 갈라져 있고
수술은 6개, 암술은 1개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니 자신은 별로 없다...
원추리라는 이름은 중국명 훤초에서 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노바디 노바디 원츄~~♬" 에서 "원추~리"란 이름이 유래됐다는 설을 지지한다.^^
꽃잎을 노란 단색으로 물들이고 길다란 수술의 꽃밥에 갈색으로 포인트를 준 원추리는
화려 한듯 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멋을 간직하고 있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 건너온 왕원추리는 원예용으로 많이 심는데 주황색의 화려한 무늬가 특징이다.
(8~10번 사진)
더 복잡한 분류는 못하더라도 이 둘 정도는 이름을 따로 불러 줘야 할 것 같다.
모양 뿐만 아니라 "국내자생종 vs 중국원산", "야생화 vs 관상용" 꽤나 다르지 않은가?
원추리 여관(안도현)
왜 이렇게 높은 곳까지 꽃대를 밀어 올렸나
원추리는 막바지에 이르러 후회했다
꽃대 위로 붉은 새가 날아와 꽁지를 폈다 접었다 하고 있었다. 원추리는
어쩔 수 없이 방을 내어 주고 다음 달부터 여관비를 인상한다고 똑 부러
지게 말하지 못했다.
멀리서 온 것이나 키가 큰 것은 다 아슬아슬해서 슬픈 것이고,
꽃 밭에 널어 놓은 담요들이 시들시들 마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가을이 오면 어린 잠자리들의 휴게소로 간판을 바꾸어 달아도 되는지
면 사무소에 문의해 볼까 싶었지만,
버스를 타고 올라 오기에는 너무나 멀고 낡은 집이어서 관두기로 했다.
원추리 꽃대 그늘이 흔들리다가 절반쯤 고개를 접은 터였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 계곡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
속씨식물문 > 외떡잎식물강 > 백합목 > 백합과
꽃말 : 기다리는 마음. 지성
- 하늘말나리 -
바야흐로 백합과 꽃들의 계절이다.
이른 봄부터 피어나던 여러 야생화들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 무렵 백합과 꽃들은 제철을 만난다.
혹시나 하고 가까운 산에 올랐더니 역시나 짙은 녹음에 눌려 피어 있는 야생화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듯 하늘말나리가 간간히 가는 길목을 지켜주고 있었다.
백합과 나리속으로 분류되는 꽃들도 많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꽃이 고개를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구분한다는 점이다.
꽃이
하늘을 향하면 하늘나리,
땅을 보면 땅나리,
옆을 보면 중나리로 부른다.
물론 이밖에도 잎모양 따라 솔나리, 말나리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며
구체적인 특징을 덧붙인 이름을 가진 종도 여럿 있다.
말나리의 특징은 줄기 중간에 6~12개 정도의 끝이 뽀족한 타원형의 잎이 줄기를 빙돌려 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보고 있고 잎이 줄기를 빙둘러 나는 나리의 한종류이다.
그래서인지 하늘말나리를 우산말나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여름의 하늘말나리는 꽃의 화려한 색채와 외모로 길가던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들 핸드폰을 꺼내 주머니속에 담아두겠다고 셔터를 눌러댄다.
나도 이놈을 온전히 담아보겠다고 수없이 찰칵거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카메라 성능이 문제가 아니라 꽃의 미모에 팔려 꽃을 담는데만 집중하다보니
하늘말나리 전체를 제대로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가지 배웠다.
"미모에 현혹되면 전체를 보지 못하게 된다"라는...
예쁜 것들 조심해야돼!!! ㅎㅎㅎ
나리꽃(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무심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으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 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산지의 풀밭이나 계곡 주변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속씨식물 > 외떡잎식물 > 백합목 > 백합과
꽃말 :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
- 산꿩의다리 -
산꿩의다리는 지나가는 산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할것 같다.
꽃은 솜털 같은게 뭍어 있는듯한 단순한 모양인데다
다른색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순 하얀색이다.
줄기는 특별할 것 없이 가느다랗고,
그나마 잎모양이 세개로 갈라진 발굽모양으로 앙증 맞다.
꽃 모양을 육안으로 자세히 관찰하기는 쉽지 않으나 사진을 확대해 보면
곤봉 또는 볼링핀 모양의 수술이 산발한 머리처럼 나있다.
그 속 어딘가에 암술도 있다는데 보진 못했다.
꽃잎은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 가느다란 수술이 피어나면
그걸 둘러싸고 있던 화피(꽃잎?)가 금세 떨어지기 때문이다.
순백색의 단순한 꽃모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이 풀에 더 끌리는 부분은 귀엽게 생긴 잎모양이다.
흔히 산꿩의다리를 약초로 쓰이는 삼지구엽초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산꿩의다리도 삼지구엽초의 이름처럼 줄기에서 세개의 가지가 뻗어나 거기에서 다시 세개의 잎이 달리기 때문인데,
결정적으로 삼지구엽초의 잎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고 꽃모양도 현격히 다르다.
꿩의다리속 족보도 꽤나 복잡하다고 한다.
자주꿩의다리, 좀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그늘꿩의다리, 참꿩의다리, 바이칼꿩의다리...
앞으로 만나봐야할 꿩의다리 식구들도 꽤나 많다.
"꿩의다리"라는 이름이 날씬한 줄기가 꿩의 다리를 닮아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두루미다리" 또는"학의다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밑에 진짜 꿩의다리 사진을 보고 과연 닮았는지 비교해 보시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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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 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