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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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의 어느날 밤.

어찌하다 보니 새벽이었다.

 

몽롱한 취기에 힘입어 에버노트 어플에 핸드폰 자판을 눌러댔다.

아침에 깬 후에 읽어 보며 얼굴이나 붉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뭐 어때. 음주 카톡이나 페북을 하는것도 아닌데 하며,

 

 

들어가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뭘해야 할까 하는 근심
오늘은 괜찮았나 하는 우려

그런 소소한 생각들이 때때로 나를 괴롭힌다

 

나만의 소심함 때문이겠지만
내 마음을 가끔씩 짓누르는 요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위안을 얻고 싶었나 보다.

꽃이라도 붙들고...

 

 

- 꽃에 대한 단상 -

 

내가 들과 산에서 널 볼때
내가 너희들을 만났을때

 

느끼는 반가움은
나의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일게다

 

만나서 느끼는 반가움
돌이켜  추억하며 느끼는 반가움
뒤늦게 널 만났었다는 기억에 의존한 반가움
모든 것들이 공존한다

 

어제는 널 잊은듯이 살았지만
오늘은 실존하는 널 찾으러 간다

 

내가 허상으로 느껴지는 순간순간
넌 실제한다

 

그러기에 너의 존재는
내 허상을 메꿀 수 있는
소중한 위안이다.

 

우습게도 넌 너로서 존재하지만
때로는 의도치 않은 역할을 하게 될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의도치 않은 존재의 목적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가 원하든 그렇지 않던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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