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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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내린 비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

나트륨 등이 비추는 산책길에
나무들이 뿜은 듯한 안개가
뽀얗게 내려 앉고 있다

어디선가 흘러와
콧속을 간지럽히는건
아마 아카시아 향일듯 싶다
아니 라일락 일지도...
비온 뒤의 텁텁한 공기와 섞여
무딘 코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 향기가
내 발걸음을 쫓아다니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어디서부터 날 쫓아 온걸까?

비를 머금은 덕분인지
길가의 풀들은 한결 생기가 돈다
이젠 연두를 벗어 던지고
제법 진한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바람은 불지 않는다
공기가 물기를 머금어서인지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낮은 온도 때문에
촉감은 상쾌하다

집에서 걸어 온지 한 시간
잠깐이다
걸음이 잠깐인지
생각이 잠깐인지
아니면 왔다가 가는게 잠깐인지...

그래, 멀리보면 모든게 잠깐이다
그 잠깐을 위해
이렇게 걷고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읇조린다

그렇게 오늘의 산책도
마무리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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