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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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3일에...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이한 날이다. 나름의 추모를 위하여 19일 서울시청에서 있었던 추모콘서트에 다녀왔고, 또 나 나름대로의 추모를 더하기 위하여  그가 내게 끼쳤던 직간접적인 영향을 떠올려 본다.

아직도 이분에 관한 사진을 보거나 추도의 글을 접할때면 콧등이 시큰거리고 눈자위가 뻐근해지는 증상이 수반된다. 아마도 그의 끝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더 그럴 것이다. 동시에 그를 그런 사지로 몰아 넣은 세력에 대한 분노는 새록새록하다. 오직 본인의 영달을 위해 부엉이 바위로 몰고간 그 인간들의 끝을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내가 받은 영향은 절대적이다. 특히 그는 간접적이긴 하지만 내게 정치에 대해 눈을 뜨게 만들었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 관심은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마 2002년이었을 것이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어느 기자의 강연을 듣다 "미디어오늘"과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언론을 소개 받아 인연을 맺게 되었다. 

오마이뉴스는 그 이름의 파격성에 맞게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모토와 함께 독자를 기자로 끌어들이는 유래없는 시도를 통해 아직까지 인터넷 진보매체의 맏형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내고 있다. 한참 이 매체에 빠져 올라오는 기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탐독 했었는데 그때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터졌다. 아마도 이 사건이 나를 좀더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꽃다운 나이의 여학생 두명이 벌건 대낮에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었는데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의 부당함이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노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는 "나를 키운건 구할이 교양이다"라고 했고, 내 친구는 "나를 키운건 팔할이 바람이다"라고 불리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난 "나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한 것은 구할이 분노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못했고 아는 것도 없었기에 현실에 대한 분노가 아마도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원이었으리라 생각 된다.

아무튼 오마이뉴스를 탐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조금씩 접하게 되었고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던 사실들을 한번 더 확인하고 프레시안 같은 매체로 시야를 확장하는 등의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침내, 아주 조금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이 느껴져 왔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그 혼란스럽던 8~90년대를 대학생의 신분으로 살았으면서 어찌 그리 아무일 없었다는듯 무심하게 살았을까 하는 자책감이, 나를 아주 조금 괴롭혔다. 아주 조금... 충분히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자책감. 많이 낯 간지럽고 어디 가서 창피해서 얘기하기도 부끄러울 만큼의 부채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노무현 후보자를 흔드는 세력이 나타났다. 이른바 "후단협". 후보단일화협의회라는 말 그대로 갈대와 같이 지조없이 흔들리는 구케으원 모임이다. 자신들의 당 대권후보가 지지율이 낮으니 오직 축구 밖에 모르는 인기있는 부자아저씨를 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이상자 내지는 권력 외에는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잘나가는 후보를 우리의 보스로 삼자는 모리배들의 모임되겠다. 겉으로는 딴당 후보와 자당의 후보를 단일화 해서 경쟁력을 높이자고 했지만 속마음은 위에 얘기 한 것처럼 찌질한 자당 후보를 버리고 윤기 쫘르르 흐르는 몽준이를 옹호하자였다.

이때 혜성같이 짠하고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그이름 "유시민" 전 국회의원(17대)이다. 현재는 통합진보당의 평당원 신분이지만 몇일 전까지만 해도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였다.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정치인이다. 불운하기도 하고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다 보니 그의 행보를 일반적인 정치인의 Frame으로 이해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나머지 쓰려다 실패했다... 언제인가는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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