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내가 공짜폰으로 가입한 연아폰에서 갤럭시S로 갈아 탄 후 처음엔 이 자그마한 물건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단지 비싼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장난감이라는 인식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꼭 틀린 말도 아니지만...
다음엔 전세계인 중 많은 사람을 핸드폰을 자기 분신으로 여기게 만든 불후의 명작 "앵그리버드". 내 고등학교 시절의 갤러그나 제비우스 같은 중독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앵그리버드 초판부터 리오버전. 시즌스버전을 모두 깨고 났을땐 차라리 홀가분 했다. 이젠 더 이상 이 나이에 이런 게임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니까 라는 착각 때문에.
아마도 여기까지가 작년에 벌어졌던 일인 것 같다.
그 당시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건 도대체 소비자들이 무선데이타를 쓸데가 별로 없는데 무선데이타 통신에 왜 그리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일까였다. 다시 말하면 Killer Application이 없는데 무선Data 속도를 늘리는데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보짓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고작해야 90년대에 전화로 P/C통신 하던 식으로 Nate(사업자간에 폐쇄된 공간)에 접속하여 벨소리 다운받기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무선Data 통신요금이 무서워 얼른 빠져나와야 했던 시절이었고.
그러나 세상에 i-phone이라는 물건이 나오면서 시장자체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게 된다. 위에서 말한 Killer Application 이라는게 화상전화처럼 단순하게 무선Data를 소모하는 하나의 기술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손안에 컴퓨터를 사람들에게 들리움으로서 무선Data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사람들마다 스마트한 기기를 손에 붙들고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네트웍에 접속함으로서 무한Data 소비시대에 접어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Twitter와 Facebook이었다. 시작은 2010년 10월경이었다. 당시에 온갖 매스컴에 SNS 얘기가 도배 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SNS에 가담하지 않으면 뭔가 무지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한 인간으로 전락할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일단 둘다 가입은 했다.
Twitter는 유시민, 노회찬 등 좋아하는 정치인 몇명을 팔로우하면서 시작했는데 도무지 내 정서와 맞지 않아 달랑 멘션 하나 남겨보고 포기했다.별 미련도 남지 않아 이후 쳐다보지도 않는다.
Facebook도 거의 같은 처지였다. 그나마 Facebook은 Twitter보단 거부감이 덜하였다. 아주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옛 직장 동료들을 한 두명이나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짜피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 한 것도 아니고 내 주위에 그럴만한 사람들도 없었기에 가끔 심심할 때마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신경쓰지도 않고 단촐하게 사진 한장, 글 한줄 올리는게 Facebook 활동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 한 명(JYS)에게 친구등록을 신청하게 되었고 그 친구에게 딸린 동창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과도 페친을 맺고 하다 보니 친구가 급작스럽게 늘게 되었다. 그중 한명이 동창회그룹을 만들면서 초대하는 바람에 1년 반동안 등록한 친구 수보다 훨씬 많은 친구를 등록하게 되었고. 게다가 이 친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게시물을 올리고, Youtube 음악을 올리고, 감상을 적고, 댓글을 달고 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상당 부분 빠져 들었다. 이 글의 주제인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접속하여 누가 뭔 말을 올렸는지 체크하고 내가 게시한 게시물에 댓글은 달렸는지 확인하고... 이러한 현상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평범한 경험 이란걸 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 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도 생기기도 해서 현재는 쉬고 있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개인 간에 1:1로 카톡으로 대화한다면 뭐 그리 깨가 쏟아지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크게 즐기진 않았는데 어릴적 친구 18명이 한방에 모였더니 상황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말을 꺼내고 마침 시간이 되는 친구가 말을 받고, 주거니 받거니가 계속되면 어느새 대화방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건에 달하고 밀린 숙제 하듯 읽기도 바빴다. 그렇다고 안 읽자니 뭔가 아쉬움이 남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것도 수시로 새로운 얘기 없나 기웃거리게 되고 안보면 불안하고 전형적인 중독증세를 낳는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가 아쉬움이 남았는지 "카카오스토리"까지 만들어서 이젠 사진까지 올리며 소통하라고 난리를 치니 온통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충실해 진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사실 스마트폰의 혁명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든 것부터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컴퓨터를 만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 조그만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어플들이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면서 스마트폰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잡스가 위대 하다고들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