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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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나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서술 -

혁명이다.
처음에는 이 조그마한 손안의 컴퓨터가 뭐 그리 대단 할까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실제 내가 공짜폰으로 가입한 연아폰에서 갤럭시S로 갈아 탄 후 처음엔 이 자그마한 물건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몰랐고, 단지 비싼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장난감이라는 인식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꼭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후 가장 쉽게 발견한 용도는 포터블 오락기였다. 부하직원으로부터 소개 받아 빠진 고스톱 오락. 그게 실제 돈은 아니지만 차츰 따 놓은 돈이 쌓이면서 맘이 뿌듯했다. 억대의 도박 자금을 모은다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게다가 멍청한 컴퓨터는 내가 무리한 "고"를 외치지만 않는다면 내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게 게임을 만든 프로그래머의 의도였다는걸 알아챌 때까지는... 재미있었다. 알고 난 뒤론 당연히 흥미가 떨어졌다.

다음엔 전세계인 중 많은 사람을 핸드폰을 자기 분신으로 여기게 만든 불후의 명작 "앵그리버드". 내 고등학교 시절의 갤러그나 제비우스 같은 중독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앵그리버드 초판부터 리오버전. 시즌스버전을 모두 깨고 났을땐 차라리 홀가분 했다. 이젠 더 이상 이 나이에 이런 게임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니까 라는 착각 때문에.
이후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중독성 있는 게임 몇 개를 찾아 자진해서 중독 되려고 노력하다 눈앞이 침침해지면서 급속도의 노안이 진행되는 것을 느끼고 관두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찌하다 보니 "나는 꼼수다"를 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작년(2011년) 7~8월 정도로 기억된다. 이미 10회 정도까지 배포되었던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동안 mp3파일을 컴퓨터로 다운받아 스마트폰에 옮겨 담고 북한산둘레길 걸으며 듣고 집에 와서 듣고 시간 날때마다 복습하고 했던 일들이 새롭다.

 

아마도 여기까지가 작년에 벌어졌던 일인 것 같다.


올해 들어와서는 사용 범위가 좀 더 다양해졌다. 주로 네트웍 통신용으로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전에 다니던 직장이 무선통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회사여서 통신사업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2G(CDMA), 2.5G(EV-DO), 3G(WCDMA), 4G(LTE)에 이르기까지 무선통신망이 점차 진화하고 있는데 결국 이들의 차이는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무선데이타의 속도일 뿐이다. 그 안에 쓰고 있는 주파수대역이 어쩌고 통신규약이 저쩌고는 사실 몰라도 무방하다.

 

그 당시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건 도대체 소비자들이 무선데이타를 쓸데가 별로 없는데 무선데이타 통신에 왜 그리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일까였다. 다시 말하면 Killer Application이 없는데 무선Data 속도를 늘리는데에만 치중하는 것은 바보짓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고작해야 90년대에 전화로 P/C통신 하던 식으로 Nate(사업자간에 폐쇄된 공간)에 접속하여 벨소리 다운받기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무선Data 통신요금이 무서워 얼른 빠져나와야 했던 시절이었고.

 

그러나 세상에 i-phone이라는 물건이 나오면서 시장자체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게 된다. 위에서 말한 Killer Application 이라는게 화상전화처럼 단순하게 무선Data를 소모하는 하나의 기술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손안에 컴퓨터를 사람들에게 들리움으로서 무선Data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사람들마다 스마트한 기기를 손에 붙들고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네트웍에 접속함으로서 무한Data 소비시대에 접어 들어가게 되었다.


이거 쓰다 보니 남들 다 아는 얘기를 무미건조하게 서술하는 논문이 되려고 한다.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기술하는 이유는 나도 여기에 편승하여 내 삶이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늘 이 얘기를 꺼낸 동기이기도 하다.

게임의 중독에서 빠져 나오자 또 다른 중독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여러 종류의 통신(?)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Twitter와 Facebook이었다. 시작은 2010년 10월경이었다. 당시에 온갖 매스컴에 SNS 얘기가 도배 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SNS에 가담하지 않으면 뭔가 무지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한 인간으로 전락할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일단 둘다 가입은 했다.

 

Twitter는 유시민, 노회찬 등 좋아하는 정치인 몇명을 팔로우하면서 시작했는데 도무지 내 정서와 맞지 않아 달랑 멘션 하나 남겨보고 포기했다.별 미련도 남지 않아 이후 쳐다보지도 않는다.

 

Facebook도 거의 같은 처지였다. 그나마 Facebook은 Twitter보단 거부감이 덜하였다. 아주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옛 직장 동료들을 한 두명이나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짜피 적극적으로 대화와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 한 것도 아니고 내 주위에 그럴만한 사람들도 없었기에 가끔 심심할 때마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신경쓰지도 않고 단촐하게 사진 한장, 글 한줄 올리는게 Facebook 활동의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친구 한 명(JYS)에게 친구등록을 신청하게 되었고 그 친구에게 딸린 동창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과도 페친을 맺고 하다 보니 친구가 급작스럽게 늘게 되었다. 그중 한명이 동창회그룹을 만들면서 초대하는 바람에 1년 반동안 등록한 친구 수보다 훨씬 많은 친구를 등록하게 되었고. 게다가 이 친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게시물을 올리고, Youtube 음악을 올리고, 감상을 적고, 댓글을 달고 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상당 부분 빠져 들었다. 이 글의 주제인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접속하여 누가 뭔 말을 올렸는지 체크하고 내가 게시한 게시물에 댓글은 달렸는지 확인하고... 이러한 현상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평범한 경험 이란걸 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 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기도 하고 "감정의 기복"도 생기기도 해서 현재는 쉬고 있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개인 간에 1:1로 카톡으로 대화한다면 뭐 그리 깨가 쏟아지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크게 즐기진 않았는데 어릴적 친구 18명이 한방에 모였더니 상황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말을 꺼내고 마침 시간이 되는 친구가 말을 받고, 주거니 받거니가 계속되면 어느새 대화방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건에 달하고 밀린 숙제 하듯 읽기도 바빴다. 그렇다고 안 읽자니 뭔가 아쉬움이 남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것도 수시로 새로운 얘기 없나 기웃거리게 되고 안보면 불안하고 전형적인 중독증세를 낳는다.

 

이 밖에도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가 아쉬움이 남았는지 "카카오스토리"까지 만들어서 이젠 사진까지 올리며 소통하라고 난리를 치니 온통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충실해 진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요즘 어디에 가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TV를 보거나, 신문기사를 검색하거나, 카톡으로 친구와 대화하거나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강 변을 산책 해봐도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엊그제 신문에서 본 뉴스에 따르면 휴대폰 가입자 5,255만명중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50%가 넘었다고 한다. 놀라운 수치다. Apple이 시작하고 삼성이 따라하면서 이들이 사람들에게 소비 시킨 금액과 시간을 따져보면 엄청난 수치가 나올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은 Hardware에 불과하고 Twitter, Facebook, 카카오톡 등의 SNS, 각종 오락, 신문, 만화 등등의 컨텐츠가 받쳐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사실 스마트폰의 혁명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든 것부터 시작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컴퓨터를 만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 조그만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어플들이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수익이 발생하면서 스마트폰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순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잡스가 위대 하다고들 하나보다.

그나마 그동안 내 스마트폰 갤럭시S(이젠 완전 구닥다리가 되어 버렸다)에 수많은 무료 어플을 깔았다 지웠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활용도가 높은 어플은 Evernote라는 것이다. 우연찮게 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카카오톡에 조금 길게 쓸 글을 임시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다 이젠 내 원고지가 되고 수첩이 되어 버렸다. 갤럭시S의 화면 크기가 작아 아주 긴 글을 쓰기엔 불편하지만 웬만한 메모나 글들을 바로바로 적을 수 있고 저장된 글을 컴퓨터에서도 보고 수정 할 수 있어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중 사진찍기와 Evernote에 글쓰기가 가장 요긴하다고 느껴진다.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내 인생에 다가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스마트폰 자체라기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진 SNS, Podcast 다운받아 듣기, 사진찍기, 글쓰기 등을 통해 내게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는 또 무슨 어플이나 Service가 나와 나를 흔들까?

어느 블로그에 갔더니 주인장이 i-phone을 찜질방에 가서 머리 위에 놓고 자다 도둑 맞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내 아이폰을 가져간 게 아니다. 내 몸의 절반을 가져 갔다." 아마도 그 사람은 실제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나도 얼마 전에 술 한잔을 걸치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는데 핸드폰이 없어진 걸 발견했다. 순간 요즘 유행하는 용어인 멘탈붕괴가 느껴지더군. 다행히 찾긴 했다.

이제 살면서 스마트폰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즐겨야 하는데 마냥 즐기기에는 뭔가가 자꾸 걸린다. 어느 스님이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라고 하시던데... 내가 과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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