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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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거리며 내릴줄 알았던 보슬비가
장대비로 변해 강변을 넘실거린다.
좀 과하다 싶게 밤새 퍼붓더니
이젠 눈까지 합세했다.
한놈은 미리와서 위세를 부리고
한놈은 갈때를 모르고 강짜를 부린다.
아직 비구름을 비집고 비치기에는
햇볕이 힘에 부친다

눈비가 물러난 자리에
온전히 햇볕이 자리잡을줄 알았다
그리하여 빗물 머금은 땅에
온기를 불어 넣을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엉뚱한 놈이
주인행세를 한다
바람이다.
왜왔냐고 물었더니
눈과 장대비가 가길래 얼결에 따라왔단다
참 개념없는 놈들이다
개념이 없을뿐더러
웬 힘자랑을 그리 해대는지
나를 땅바닥에 패대기 치겠다고 덤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도대체 왜들이러지
이건 한여름에 등장해야 되는데...
다들 자기들의 입장순서와 시기가
뒤죽박죽이다
뭉게구름은 뒤늦게 눈치챘는지
바람에 밀려 종적을 감추기 바쁘다

간신히 비집고 들어온 햇볕이
초롱초롱 하지 못하다
요즈음 들어 엉뚱한 놈들에게
린치 당하다보니 영 주눅이 들어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맏형인데
곧 자리를 박차고 건재함을 증명하겠지

우리는 안다
온세상이 아지랭이로 어지러워 지고
노오란 개나리가 펑하고 터질 거란걸.

잿빛세상은 풀빛세상으로 교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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