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7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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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8일 하기휴가 제주올레길 7코스 걷기)

 

 

 

무려 석달 전쯤 예약해 놓았던 저가항공 티웨이를 이용해 제주도에 도착했다.

4박 5일의 나홀로 여행.

 

별다른 일정 없이 오로지 올레길 걷기와

조금 지겨우면 오름 중에 하나 골라 갔다 온다는 단순한 계획이 전부다.

 

간만의 자유...

그런데 평소에 나를 구속한게 있기는 했나?

아! 밥벌이로부터의 해방감은 확실히 있다.

 

일은 잊고

오로지 걷고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 찍고

더위에 온몸을 맡기는 그런 단순한 일정...

 

결론적으로 추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몸은 조금 고달팟지만...

 

 

 

제주 공항을 나서자 마자 보이는 이국적 풍경.

동남아 어느 공항이라고 해도 속을 것 같다.

 

 

 

제주 공항에 9시 반 정도에 도착 한 후 바로 올레길을 걸으려 했으나

너무 짐이 무거워 계획을 변경했다.

일단 짐을 풀고 난 후 올레길을 걷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로 이동 했다.

 

사진은 공항리무진을 타고 풍림리조트에 내려

법환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를 갈아 타려고 걷다가 보게된 다리 '악근교'다.

당연히 다리 아래엔 악근천이 흐른다.

 

 

 

이래저래 이 개천과는 인연이 많다.

 

공항리무진에서 내려 처음 본 제주 풍경이 이 개천이고

오후에 7코스를 걷다가 바다와 만나는 이 악근천을 다시 보게 되고

몇일 뒤에는 여기에서 물놀이를 하게 된다.

짧은 기간 중 세 번이나 마주친 개천.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올레 코스 중 들머리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7코스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걷기 위해 택시를 탄다는게 아이러니 하지만 코스 시작점부터 제대로 걸으려면 어쩔 수 없다.

 

올레길 7코스는 외돌개를 시작으로 해서 돔베낭길을 걷다가,

내가 숙소로 잡은 '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법환포구, 해군기지 때문에 아직도 싸움 중인 강정마을 돌아 나와

월평마을에서 끝난다.

위 지도에서 보다 시피 13.7km 정도의 거리이며,

소요시간은 놀다 걷다 해서 4시간 35분이 소요 되었다.

 

 

 

외돌개에 내려 어디 점심 먹을 곳이 없나 찾아 봤지만

간단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만 있었다.

 

밥 먹으러 다시 움직인다는게 영 거추장스러워 어쩔수 없이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 했다.

제주도 휴가와서 먹은 첫 음식이 컵라면이라니...

 

여행 내내 제대로 된 제주 음식을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냥 대충 허기를 때우는 식으로 매번 넘어갔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은 뜨거운 탕이나 생선조림 종류가 대부분인데다

1인분은 원천적으로 주문이 안되었다.

 

혼자 흑돼지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구차하기 이를데 없고...ㅎㅎㅎ

결국 여행 내내 점심은 국수나 짜장면으로 때웠다.

맛있는 것은 서울가서 먹으면 되고, 제주에서는 멋있는 경관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고.

 

 

 

이제부터는 말을 줄이고 눈으로 보는 걸로...

구구절절이 쓰다보면 이거 공개까지 한달도 더 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는 걸로...ㅎ

 

 

 

 

 

 

 

 

 

 

 

 

 

코발트색의 바닷물에 파도가 치며 만들어 놓은

그라데이션과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여행의 흥분에 빠져든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닷물빛의 아름다움에 한참이나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문섬

 

 

 

 

 

높이가 20m쯤 된다는 외돌개.

혼자 서있어서 외돌개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나 그리 외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뒤쪽에서 보면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가?

 

 

 

 

 

 

▲ 산책로 주변에 심어져 있는 '사랑초'

 

제주도에 와 본 첫 꽃이기도 하지만 '사랑초'란 꽃의 생애 첫 대면하기도 했다.

 

 

▲ 벌노랑이

 

중부 이남 지방에서 자라고 강장제, 해열제 등의 약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범섬을 배경으로 참나리가 활짝 개화했다.

지금 제주도는 곳곳에 참나리가 한창이다.

서울 근교 산을 다니면서는 털중나리를 많이 봤는데 제주도에는 참나리 일색이다.

제주 여행 중 다른 종류의 나리는 보지 못했다.

 

 

▲ 국화잎아욱

 

이름만 들으면 토종 야생화같지만 중남미에서 귀화한 식물이라고 한다.

세계화시대에 사람만 아니라 식물도 귀화하여 이땅에 뿌리를 내리고 잘 살고 있다.

 

 

 

 

▲ 돔베낭길

 

돔베(='도마'의 제주 방언) + 낭(='나무'의 제주 방언)

도마처럼 넓은 잎을 가진 나무가 많았던 골짜기란 뜻에서 '돔베낭골'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한다.

역시 제주 방언은 어렵다.

 

왼쪽의 바다로 접한 절벽을 끼고 조성된 돔베낭길은 산책하기에 부담이 없는 길이다.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칸나도 심어져 있다.

 

 

▲ 애기범부채

 

정열적인 색깔의 꽃을 자랑하는 애기범부채도 아름다운 제주를 꾸미는데 단단히 한몫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참나리와 애기범부채가 활짝 피어 7월의 여행객들을 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호젓한 데크길은 주차장에서 끝이 나고 마을길로 접어든다.

 

 

▲ 꽃댕강나무

 

나무를 꺽으면 '댕강'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꽃댕강나무는 댕강나무의 원예종이며 제주도 여기저기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어느집 담벼락에 탐스럽게 핀 '능소화'

 

 

▲ 하늘타리

 

남부지방 섬에서 서식한다는 하늘타리이다.

작년에 금오도에 가서도 보았던 꽃이다.

 

 

▲ 갯개불주머니

 

산에 살면 산개불주머니, 갯가에 살면 갯개불주머니 인가 보다.

꽃 색깔이나 형태가 산개불주머니와 약간 다르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동네를 돌아 다시 바다로 올레길이 이어졌는데

바닷가 바위 위에 웬 아가씨가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마치 사진에 찍히기 위해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 모델처럼...

 

이게 웬 기회냐 싶어 잽싸게 최대한 렌즈를 당겨 찍었다.

결국 멋진 한장의 달력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초상권 침해라고 항의 할까봐 안 찍은척 하며 조용히 내갈 길을 갔다.

 

 

 

 

 

 

▲ 부채선인장(= 손바닥선인장, 백년초) 꽃

 

 

▲ 제주를 이국적으로 느끼게 하는 가장 흔한 가로수 = 워싱턴야자수

 

 

 

잎끝이 동글동글하게 말린 특이하게 생긴 이놈의 이름은?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나무에 달려 있는 이 빨강꽃도 열대우림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하게 생겼다.

역시 이름은 모른다.

 

 

 

범섬을 바라보며 계속 해안길을 따라 걷다보니...

 

 

법환포구가 나온다.

이 마을에 내가 묵은 '현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들은 잘 있나....

 

 

 

 

▲ 범섬

 

 

 

 

 

게스트하우스가 뻔히 보이지만 7코스를 마쳐야겠기에 계속 걷는다.

올때야 버스타고 오면 되니까...

 

 

▲ 참나리

 

 

▲ 며느리밑씻개

 

덩굴식물 한해살이 풀인데 덩굴줄기에 가시가 쫌쫌하게 나있다.

아~ 며느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 순비기나무

 

우리나라 중부이남의 바닷가 모래밭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걷다보니 순비기나무도 자주 눈에 띄었다.

 

 

 

 

 

 

▲ 참나리와 범섬

 

 

▲ 번행초

 

길가에 흐드러지게 자라고 있는 풀이 있어서 찍어 봤는데 이 풀이 번행초라고 한다.

찾아봤더니 위장에 좋은 3대 약초 중 하나라고...

특이하게도 꽃이 잎이나는 줄기 사이에서 피어난다.

발에 채이도록 많던데... 뭘 알아야 말이지... 

 

 

▲ 주홍서나물

 

이놈은 아프리카가 원산지이고 귀화한 식물이라고 한다.

내가 야생화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제주라서 그런지 낯선 식물이 꽤나 많다.

 

 

 

 

▲ 악근천 부교

 

여기가 아까 공항에서 탔던 리무진 버스를 내려 처음으로 본 악근천이다.

 

 

 

참 예쁜 개천이다.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쓰러뜨린 나무 위로 돌탑들을 쌓아 놓았다.

 

 

 

악근천이 바다와 맞닿기 직전에 이런 깊은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풍림리조트에 머무는듯한 중국 관광객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3일 뒤에 내가 여기서 물놀이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올레길은 풍림리조트를 지나 강정마을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멀리서부터 확성기의 기도소리가 들렸다.

제주 해군기지 현장 앞에서

사제와 수녀님들이 공사를 중단하고 평화로운 제주가 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가롭게 올레길을 걷고 있는데

이 무더위에 거대한 공권력에 대항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분들을 보니

죄송스러워 마음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이 평화로운 제주에 항공모함이 입항 할 수 있는 해군기지가 웬말인가!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의도에 발맞춰 중국을 압박하는데 동참해서 우리가 얻을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정마을 골목길에 '구럼비야 보고싶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미 구럼비바위는 폭파되고 없어졌을게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해군기지 공사현장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높은 벽으로 둘러 쌓여 있다.

이스라엘의 콘크리트 장벽처럼... 광화문의 명박산성처럼...

불통의 상징물처럼 보인다.

 

 

 

무슨 꽃일까?

 

 

▲ 문주란 (어려서 TV에서 보았던 가수 이름도 문주란이었는데...)

 

 

 

 

 

이날 파도가 꽤나 거칠게 몰아쳤는데 낚시에 여념이 없는 분들이 많았다.

고기를 낚는지... 파도를 낚는지...

 

낚시꾼들 뒤편의 바위틈에서는 용천수가 꽐꽐 솟구치고 있었다.

지하수가 해안가까이의 암석이나 지층 틈새를 통해 솟구치는

제주도 특유의 용천수가 흐르는 현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 할 수 있었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가 잠깐의 숲길을 지나고 나면

월평마을 송이슈퍼에서 7코스가 종료된다.

송이슈퍼에서 올레길 스탬프를 찍어 준다.

 

올레 7코스를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고 주변 풍광도 대체로 뛰어나다.

이렇게 해서 휴가 첫날의 걷기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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