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구경을 위한 축령산, 서리산 등반

|

 

(2013년 5월 25일 기다리던 철쭉군락...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올 해에는 이런 저런 꽃들을 쫓아 다니며 

봄을 온전히 맞으리라는 결심을 하고 부지런히 산을 다녔다.

 

제대로 마중나가 본 꽃도 있고 날짜를 제대로 맞추기 못해 지나친 꽃들도 많다.

 

봄꽃의 마지막 이랄 수 있는 철쭉군락을 보기 위해 3월부터 가보기로 마음 먹었던 곳이 서리산 철쭉동산 이다.

남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이제나 저제나 활짝 필까를 엿보다가

나름 절정에 달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날을 택하여 등산을 시도했다.

 

택일한 날짜는 5월 25일.

하지만 결론적으로 몇일 늦었다.

월급쟁이가 주중에 산에 갈 수는 없어서

할 수 없이 토요일을 택해 철쭉동산에 갔는데 불과 몇일 만에 많은 꽃들이 져버렸다.

지난 주 토요일에 가본 블로거의 사진을 보니 아직 활짝 피지 않았던데... 아쉽지만 어쩌겠나.

내년을 기약해 본다.

 

 

     

 

총 9.9km, 5시간 34분이 소요되었다.

 

* 등산코스

  축령산 산림휴양관 → 남이바위 → 헬기장 → 축령산 정상 → 절고개 → 서리산 → 철쭉동산 → 산림휴양관

 

 

 

축령산 휴양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 방법을 알아 봤으나 이래 저래 시간제약이 많았다.

더구나 저녁엔 약속까지 잡혀 있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하였다.

잠실에서 친구를 픽업하여 경춘고속도로를 타다가 화도IC에서 내려 국도로 축령산 휴양림에 접근 했다.

 

축령산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 우회전하여 제1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야 했으나

직진하는 바람에 산림휴양관 근처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차를 한 후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동안 남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휴양림 풍경이 아니라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고 등산객들이 가길래 따라가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표지판을 유심히 살펴 보니 이 길은 축령산 정상을 지나 절고개로 직행하는 코스였다.

 

멀리까지 왔는데 축령산을 지나 칠 수는 없어 고민하다 아래 방향을 보니 축령산 방향으로 가는 샛길 표지판이 보였다.

하마터면 제1주차장까지 고도를 100m 정도 낮추었다가 다시 오를뻔 했다.

친구와 난 고도 100m를 벌었다고 희희낙낙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고난을 이때는 알 수 없었기에...

 

 

 

다리를 건너다 찍은 계곡 사진이다.

 

이 날 최고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무더운 날씨였다.

그런데 운전을 하고 오다 보니 가게를 지나쳐 버렸다.

주차를 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가진 음식이라곤 친구가 사온 김밥 두줄과 약간의 과일이 전부였다.

내 베낭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컵라면에 부어 먹으려던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과

얼음물 한병. 얼린 커피 한병이 전부였다.

이 지방에서 유명한 잣막걸리를 사려고 서울에서 미리 준비하지 않은 잘못이 컷다...

 

 

 

샛길로 오르다 보니 등산객은 우리 둘 밖에 없어 조용해서 좋았다.

하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헤멘 경험이 있는지라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리본을 살피며 조심조심 산에 올랐다.

등산로 옆에는 풀솜대가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붉은 병꽃나무꽃도 보이고...

올해 많은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됐지만

산에 병꽃나무가 이리 흔한지도 처음 알았다.

아마도 저 꽃들이 지고 나면 같은 나무를 보고도 이 나무는 뭘까 하고 궁금해 하겠지...

 

 

 

한 시간쯤 오르다 보니 절벽을 향해 가지를 옆으로 뻗은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었다.

절벽 아래 계곡에서는 휴양림에 놀러 온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가 들려 왔다.

다들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듯 했다. 

 

나는 왜 저들처럼 산밑에서 재미있게 놀지 못하고 낑낑거리며 산을 타고 있나 싶다.

내가 이걸 더 즐겁다고 생각하나?

흐음... 잘 모르겠네...

 

 

 

첫번째 통과 과제인 남이바위는 860m, 서리산까지는 4,450m 남았다.

나처럼 남은 거리를 미터단위로 표지판에 써 놓으면 등산객들이 싫어하겠지? ㅎㅎ

 

 

 

1시간 30분 정도 걸려 남이바위에 도착했다.

남이바위는 능선에 돌출되어 있어 사방을 살피기에 좋은 장소다.

물론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멀리까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남이바위란 명칭도 조선시대 세조때의 명장인 남이장군이 축령산에 자주 올라 지형지물을 익혔고

이 바위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장군들은 등산에도 능했어야 한다...

 

 

 

남이바위에서 남이장군을 생각하며(?)

다리를 계곡에 늘어뜨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실 많이 후들거렸다.

이젠 고소공포증까지 생겼나...

 

 

 

 

남이 바위에서 헬기장 찍고 축령산 정상까지는 3~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드디어 축령산 정상이다.

해발 886.2m.

꽤나 높은 산이지만 우리가 워낙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 해서 인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해발로만 따지면 불과 500m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막걸리도 없는 가벼운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다시 서리산으로 향했다.

2,870m. 걸음으로 따지면 약 4,800걸음 정도...

이렇게 따지면 영원히 도달 할 수 없을 것 같은 거리다. ㅎㅎ

 

 

 

철쭉동산은 아직 멀었지만 군데군데 철쭉들이 피어 있었다.

화단에 심는 관상용 철쭉에 비해 산에 피어 있는 대부분의 철쭉꽃은 연분홍 빛을 띠어 강렬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군락을 지어있는 철쭉을 보겠다고 기를 쓰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축령산 정상에서 서리산까지는 여느 능선과는 사뭇 다른 길이었다.

내가 가봤던 산과 산을 잇는 대부분의 능선은

길 양쪽으로 경사가 심하고 능선의 폭이 매우 좁은데 비해

여기는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길 양 옆으로도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여기가 능선일까 싶을 정도로 길이 넓어 어느 도심의 공원에 온 느낌마저 줄 정도다.

대신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사람 진을 빼 놓는다.

한 고개 넘으면 끝이려니 하지만 또 한고개가 펼쳐지고... 거의 무한반복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날 기온이 높다보니 땀은 줄줄 흐르고

햇빛은 따갑게 내리쬐지만 그늘이 충분치 않아 평소보다 더 힘들게 생각됐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끝은 있는법.

결국 서리산 정상에 도착했다.

철쭉군락 보는 걸 목적으로 축령산을 거치지 않고 서리산으로 직행한 산객들과 합류하다 보니

서리산 정상은 엄청나게 북적였다.

 

정상석을 사람 없는 배경으로 찍으려면 반나절은 기다려야 할 판이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배경삼아 정상석을 대충 찍고

오늘 등산의 주목적인 철쭉을 보러 발걸음을 돌렸다.

 

 

 

서리산의 유래가 적혀 있는 표지판이다.

 

서리가 쉽게 녹지 않아 서리산이라고?

이 산은 겨울에 한번 와봐야겠다.

눈이 온 겨울 풍광이 색다를 것 같다.

 

 

 

드디어 철쭉군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많은 꽃들이 져버렸다.

헐~

 

뭐 이정도에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하나?

기대가 너무 컷던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점점 실망스러움이 커지고...

 

 

 

 

 

조금 짙은 빛깔을 띠는 만개한 진달래꽃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 본다.

집사람이 카메라마저 일본여행에 가져가 버려 휴대폰 카메라로 찍다 보니 손맛도 없고...

 

 

 

서리산 정상에서 철쭉동산 전망데크가 있는 곳까지는

이렇게 수령이 수십년 된 철쭉으로 둘러 쌓여 터널처럼 연결 되어있다.

비록 꽃은 지고 없지만...

 

 

 

전망데크에 올라 철쭉동산 전체를 조망해 본다.

 

 

 

전망데크에서 보면 철쭉군락이 한반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유명한데

보시다시피 그렇게 보인다고 우기기가 쉽지 않다.

 

 

 

사진을 세로로 찍어봐도...

 

 

 

그래도 기념석은 찍어야지.

철쭉동산 왔다 간다... by 곰양.

 

 

 

오늘 깨달은게 있다.

갑자기 핸드폰을 오른손에 쥐고 나를 향해 빙긋이 웃는 아줌마가 있다면 함부로 오해하지 마라.

 

꽃을 배경으로 셀카 찍고 있는 중이다... 예쁜척 하면서...

 

하마터면 왜 그러시냐고 말 걸뻔 했다. ㅎㅎㅎ

 

 

 

이제 하산 하는 길만 남았다.

평소 같았다면 화채봉이 얼마 안 남았으니 들렀다 하산하련만

오늘은 이래저래 힘도 딸리고 해서 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하다가 남들은 다 봤다고 올려대는 족두리풀을 발견했다.

꽃 색깔도 어둡고 거의 땅에 붙다시피 해서 피는 꽃이라 그리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더불어 덩굴꽃마리도 봤다.

화야산에서 첫대면을 하고 오늘이 두번째다.

이 놈은 꽃이 작을뿐더러 유난히 흰 빛을 띠어 빛을 몽땅 반사해 버린다.

핸드폰 카메라이기도 하지만 접사로 찍기가 매우 까다로운 꽃으로 기억 될 것 같다.

 

 

 

산을 조금 내려오다 보니 잘 다듬어진 임도와 만났다.

이곳이 휴양림이어서 그런지 산 높은 곳까지도 시멘트로 정비되어 있었다.

자연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아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산행을 마쳤다.

친구와 난 산에서 먹지 못한 잣막걸리를 먹고 싶었으나 운전때문에 참고

맥사(맥주+사이다)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산행 뒤의 맥사 한잔... 캬~ 시원하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명산 산책로 걷기와 등산  (7) 2013.06.21
사패산, 도봉산 능선타기  (4) 2013.06.17
친구들과 함께 등반한 광교산  (4) 2013.06.03
무의도 - 소무의도 관광  (4) 2013.05.23
홍릉 답사, 백봉산 종단  (4) 2013.05.20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