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릉 답사, 백봉산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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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1일  홍릉을 답사 후 발걸음이 편한 백봉산 가로지르기)

 

 

 

이제 봄 야생화 시즌도 끝이 나고...

 

지난 주에 화야산에서 심마니 흉내 내느라 생긴 험한 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번 주에는 조금 편안 할 것으로 생각되는 등산 계획을 세웠다.

 

검색 해 놓은 지 꽤 오래 되었지만 그닥 끌리지도 않고, 별 특징도 없어 보여 뒤로 미루어 두었던 산이다.

하지만 등산 해본 결과 나름의 매력이 넘치는 산이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백봉산은 높지 않은 대신 동서방향으로 긴 능선을 가지고 있어 트래킹 한다는 마음으로 오르기에 좋은 산이다.

또한, 정상에 올라 마치고개 방향으로 하산 한 후 천마산으로 연계 종주를 시도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백봉산의 매력은 부드러운 흙으로 감싸져 있는 육산(肉山)이라

오르 내리는 발걸음이 어느 산보다도 편안하다는데 있다.

내 생각에는 지금까지 가본 산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흙길로 등산로가 꾸며져 있지 않나 생각된다.

 

8시에 잠실역(8호선) 9번출구에서 친구와 만나 1000번 버스를 타고 홍유릉 정류장에서 하차 하였다.

아침에 조금 빨리 서두른 탓에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아 홍유릉을 둘러 본 뒤 백봉산을 타기로 하였다.

 

홍유릉은 홍릉(고종.명성황후 합장)과 유릉(순종.순명효황후.순정효황후 합장)을 합쳐 부르는 명칭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능(40기)이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되었다고 한다.

 

홍유릉은 9시부터 개방한다고 하여 정문 앞에 있는 역사관을 잠시 둘러 본 후 입장하였다.

 

 

 

능에 들어서자 왕릉답게 수령이 오래 되어 보이는 키 큰 전나무들이 길을 감싸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능을 가꾸는 직원 몇 분만 보이고 산책하는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새들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뜨릴 뿐...

웬지 숙연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분위기다.

 

 

 

입구에서 좌측 길을 따라 걸으면 먼저 홍릉이 나온다.

왕실의 권위를 상징한다는 홍살문이 맨 앞에 배치되어 있고 좌.우로는 석물이 줄지어 서 있다.

가운데에 보이는 건물은 침전인데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석물은 능에서 가까운 쪽에서부터 문관, 무관, 기린, 코끼리, 사자, 해태, 낙타, 말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침전의 모습이다.

제례를 지낼 때 쓰이는 상이 놓여 있다.

가운데에 큰 상이 제수를 차려 놓는 제상, 좌측이 축문을 올려 놓는 축상, 오른쪽이 향로, 향합을 올려 놓는 향상이다.

 

 

 

처마의 단청이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정작 고종과 명성황후를 모셔 놓은 능에는 접근 할 수 없도록 나무 담장이 쳐져 있어 가 보진 못하고

오른쪽의 약간 높은 언덕에서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언덕에는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요즈음 들이나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야생화인데 천연 염색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역시 왕릉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가 어울린다.

푸른 하늘을 향해 용이 승천 하는 듯 하다.

 

쓰고 나서 다시 사진을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소나무 껍질 사이사이에는 이끼가 끼어 있다.

세월의 두께를 말해 주는 것 같다.

 

 

 

 

 

석재로 조성해 놓은 배수로에도 애기똥풀이 피어 있다.

 

모든 자연은 예로부터 그 자리에서 나고 지고 또 피는데

그것을 인지하는 건 관심의 유무 아닐까 싶다.

 

분명 과거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는 이 풀들을 보았을텐데

이제서야 그 존재를 깨닫게 된 건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거고,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인 것 같다.

 

애기똥풀처럼 내가 나이 든 증거도 지천이다.

 

 

 

침전 옆에 심어져 있는 향나무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가지가 사방으로 나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유릉에 왔지만 침전 등의 건물이 공사 중이라 들어가 보진 못했다.

 

 

 

담장 옆 한켠에는 라일락이 피어 있다.

향기가 코 끝을 스치지만 진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교정에 라일락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 맘때 쯤이면 라일락 향기가 사방에 퍼져

여드름쟁이 고딩의 마음을 흔들었던 기억이 선하다.

 

 

 

홍유릉 입구쪽 화단에는 겹철쭉이 피어 있다.

꽃잎이 겹겹히 피어 올라 유난히 화사하다.

색이 너무 화려하다 보니 역설적이게도 조화처럼 보인다.

 

 

 

홍유릉 구경을 마치고 산행을 위해 들머리로 가는 골목길 어느 담장에 피어 있던 겹황매화를 보았다.

찬란한 봄이다.

 

 

     

 

이제 역사유적 탐방을 마치고 백봉산 산행이다.

음~~ 요즘 여러가지 한다. ㅎㅎ

 

위 트랙 사진에서 보듯이 남양주시청 1청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마석 청구아파트 앞으로 하산하였다.

총 거리는 9.8㎞, 5시간 45분이 소요 되었다.

들머리에서 수리봉까지 2.5㎞, 다시 백봉까지는 2㎞, 백봉 정상에서 청구아파트까지는 5.3㎞이다.

하산길이 긴 편이지만 대부분 내리막 인데다 부드러운 흙길이어서 조금 지치긴 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산행이었다.

 

 

 

산행 들머리는 금곡중고등학교에 붙어 있는 금곡실내체육관 주차장에서 보이는 입구에서 시작된다.

입구를 조금 걷다 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 치톤피드... 맘껏 흡입해 본다. ㅎㅎ

 

 

 

애기나리가 산 이곳 저곳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다.

이 녀석은 수줍은듯 꽃이 다들 땅을 향해 피어 있다.

세파에 찌들은 건 아닐테고... 어째 힘들어 보인다.

숲속 그늘에서 자라는 생육환경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덜꿩나무 인듯 한데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꽃이 활짝 피면 훨씬 예쁠텐데 아쉽다.

 

 

 

등산을 하다 '어 이게 무슨 나무지?' 하며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고

집에 와 이놈 이름을 찾아주려 검색해 보았다.

꽃이 개화하지 않은 상태라 한참을 헤메다 알아냈다.

화야산에서 보았던 병꽃나무인데 이 놈은 '붉은병꽃나무'라서 쉽게 알아 보질 못했다.

 

 

 

단풍나무 꽃이다.

나름 활짝 개화한 상태다.^^

 

 

 

산을 오르다 쉼터가 나와 쉬려는 순간

땅바닥에 떨어져 수북히 쌓여 있는 꽃잎을 보았다.

꽃잎은 떨어져도 예쁘구나...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나무에 앉아 있던 직박구리가

땅으로 내려와 어여쁜 자태를 뽑내며 먹이 구걸(?)을 한다.

얼른 최대한의 줌으로 당겨 찍었다.

사진도 찍었으니 먹거리를 주어야 하는게 사람의 도리이나, 미안하게도 줄만한게 없다.

그렇다고 막걸리를 줄 수도 없고... 쏘리다.

 

 

 

화야산에서도 보았던 각시붓꽃이다.

 

 

 

철쭉꽃이 싱그런 잎새와 어울려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었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서 참꽃, 철쭉은 먹을 수 없어서 개꽃이란다.

우리 민족 참 가난했나 보다.

이리 이쁜 꽃을 먹을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천대시 하는 "개"자를 붙이다니...

요즘 같이 먹을 것 흔하고, 반려동물 위하는 시대라면 절대로 개꽃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거다.

 

 

 

 

 

등산로를 오르다 길 옆에 피어있는 조그마한 꽃을 보고 신이 나서 카메라에 담았다.

찾아 보니 '구슬붕이'란다.

꽃말은 '기쁜소식'이라는데... 복권이라도 사볼까?

 

 

 

백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584m, 들머리부터 4.5㎞ 2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백봉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어 앉아 편히 쉴 수 있다.

친구와 김밥과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음료는 막걸리^^

주말마다 산에 다녀도 살이 안빠지는 이유가 있다.

 

 

 

팔각정에서 바라본 마석 방면 하산길이다.

능선을 타고 5㎞가 넘는 꽤나 긴 길을 걸어야 한다.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

 

 

 

하산길에 바람에 꺽여 쓰러진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나이테로 봐서는 50년이 훨씬 넘은 나무 같은데... 아깝다.

 

 

 

하산길도 돌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 있다.

 

 

 

이날 애기나리는 질리도록 봤다.

이렇게 흔한 꽃일 줄이야...

 

 

 

산이 보여준 하산길 선물... 참나무 추파춥스.

이상한 모양을 발견하고 만져봤더니 말랑말랑 했다.

꽃도 아니고 도토리도 아니고 잎도 아닌 저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달달한지 입에 넣어 볼 걸 그랬나? ^^

 

 

 

이리하여 거의 여섯시간에 걸친 등산을 마쳤다.

아침에 빨리 등산을 시작했더니 마쳤는데도 대낮이다.

친구와 난...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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