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댕기기'에 해당되는 글 80건

  1. 2012.09.17 도봉산 산행기
  2. 2012.09.10 운악산 2
  3. 2012.09.10 운악산 1
  4. 2012.09.01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5. 2012.08.25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6. 2012.08.25 여수 앞바다
  7.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2
  8.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1
  9. 2012.08.25 천마산 2
  10. 2012.08.19 천마산 1
  11. 2012.08.07 불암산 등산
  12. 2012.06.30 폐쇄 방지용 펌 2
  13. 2012.04.23 일요일의 방황 4
  14. 2012.04.16 포스팅과 걷기 14
  15. 2012.03.18 우이령길 6
  16. 2012.03.05 짧은 여행. 제부도 2
  17. 2012.02.27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18. 2012.02.22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19. 2012.02.20 일요일 오후 2
  20. 2012.02.19 북한산 둘레길 걷기 2

도봉산 산행기

|

9월 16일 일요일에 도봉산을 다녀왔다.

 

토요일에 청평에 갈 일이 있어 일을 마치고 축령산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가지 않아도 되어 일단 축령산은

포기 또는 뒤로 미뤘다.

가급적 대중교통으로 접근 할 수 있는 곳을 먼저 가려고 마음 먹고 있던 터라 일이 없는데 굳이 남양주까지

차를 몰고 가긴 싫었다. 그래서 쉽게 갈 수 있는 산을 몇군데 검색 해 보다 물망에 오른 산이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정도이고 항상 언젠가는 걸어야지 맘먹고 있었던 인천 무의도도 후보군에 속해 있었다.

 

세상사가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던가...

금요일에 별다른 약속도 없고 내일 산행을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고 퇴근 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 후 느긋하게 TV 리모컨 성능 테스트를 하면서 11시부터 방송되는 수퍼스타K4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좀 심심해서 가볍게 소맥도 즐기고...

그런데 불길하게도 핸드폰이 울렸다. 오랜시간을 같이 해온 이젠 동네친구가 되버린 남자에게서 온 전화였다.

 

뭐하누?

집에서 TV보고 있지

나와라

그게...

나와라

알았어

 

그리하여 결국 거나하게 마시고

토요일 아침엔 당연히 아무 의욕도 없고 속은 쓰리고...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시간이 되자 일요일까지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비장한 의무감으로 도시락, 오이, 바나나, 물, 커피를

열심히 준비했다. 아침에 눈만 뜨면 떠날 요량으로...

 

목적지는 후보지 중 도봉산으로 정했다. 도봉산이야 여러번 등반 해본 경험이 있으므로 가보지 않은 코스를

찾아 가보려 마음 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 해 보니 도봉산역을 한 정거장 지나 망월사역에서 하차하여

사패능선에 올라 포대능선을 타고 산림감시초소, 포대정상을 거쳐 신선대 정상을 밟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봉산역으로 내려 가는 코스로 하산 하는게 무난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계획대로 실행했다.

망월사역에서 산으로 진입하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지 못해 무조건 산만 바라보고 전진하다 보니

지도상에 표기된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가 아니라 "안말공원지킴터"가 출발점이 된 정도의 차질만이

있었을 뿐이다.

 

오전 11시부터 등반을 시작하여 오르다, 쉬다, 걷다, 밥먹고, 하산하니 오후 5시였다.

총 소요시간 6시간, 등산거리 7.2km.

만만치 않은 험한 산인데다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타고 정상(신선대, 730m)에 접근하다 보니 산이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산행이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힘들지 않은 산행은 없다.

 

내 현재 몸무게의 1/3정도를 덜어 낸다면 날아 다닐 수 있을까... 바람에 날려 외출을 삼가해야 할지도.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출발하여 천호역에서 5호선, 군자역에서 7호선,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무려

3번의 환승을 거쳐 마침내 목적지인 망월사역에 도착했다.

환승을 많아서 그렇지 소요시간은 1시간 약간 넘는 정도다.

 

 

 

만약 이쪽 길이 초행이신 분은 일단 망월사역에 내려 산쪽을 바라 보고  걷는데 직진 방향은 건물에

막혀 있으므로 좌측 또는 우측 방향으로 걷다가 골목이 나오면 다시 산쪽으로 직진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오른쪽으로 걷다가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왼쪽으로는?  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마을을 지나면 이런 개울도 나오고...산이 가까워지나 보다.

 

 

역에서 1km 남짓 걸으면 마침내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부터 포대능선까지 2.3km다. 2300m. 평지로 치면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산은 그렇지 않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숫자의 가벼움에 고무되어 까짓거 하며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착각이라도 없다면 힘빠져서 어찌 그 높은 산들을 오르겠는가.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는 위 사진에 있는 "원도봉"이 만장봉, 자운봉처럼 산의 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도봉산은 "원래 도봉산"이라는 뜻이고 원도봉계곡(망월사계곡)을 지칭 할 때만 쓰이는

것 같다. 산을 오르면서 도대체 원도봉이 어디지 하고 계속 찾았으나 "원도봉입구", "원도봉주차장",

"원도봉탐방지원센터"만 있지 정작 "원도봉우리"는 없었다. 망월사계곡을 지칭 할 때 쓰는 지명 고유명사

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적멸보궁"이란 단어를 보고 "적을 멸하고 궁을 보호하자" 쯤으로 짐작하고 네이버

한테 물어 봤더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이라고 한다. 무식하면 모른척하는게 상책이다.

 

이 곳은 북한산둘레길 16구간 중간 정도 되는 곳이다.  북한산둘레길 1~12구간까지 중간을 가로지르는

우이령길을 기준으로 남쪽 방향은 작년 여름에 다 돌았는데 13~20구간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내게 걷기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길인데 가을에는 시간을 내서 마저 걸어야 겠다.

이번 가을을 넘기지 않고 꼭 걸으려고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요약표를 만들었다.

혹시 가실 분은 아래표를 참조 바란다. 이틀은 버겁고 삼일은 헐렁하고 고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잠깐은 등산길이 북한산 둘레길과 겹쳐 있어서 그런지 험하지 않다.

둘레길 표지도 보이고 해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금세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산의 능성이에 오르기 위해 땀을 빼야 할

시간이다. 가다보면 이런 멋진 소나무도 보인다. 이렇게 큰 산에는 오래되고 멋있게 굽어 있는 소나무가 제격

이지 싶다.

 

 

 

외계인 닮은 기암괴석도 나오고...

 

 

 

지구를 침공한 외계식물(?)도 나온다.

나무 뿌리 주위의 토양이 다 유실되어 버렸다. 산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등산하다 본 표지판 중에 도봉산의

비공인 등산로를 개발하신 분들의 공로로 산이 600여개로 쪼개져 버렸으니 공인된 등산로만 이용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여기가 미지의 신대륙도 아닌데 가라고 허락된 곳으로만 다니는게 좋지 않겠나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암벽을 등반하는 코스가 시작된다. 튼튼하게 연결해 놓은 쇠줄을 붙잡고 나에게만 유난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중력을 이겨내고 한발작씩 전진한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오르면 평평한 곳이 나타난다. 헬기장과 이곳에는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과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하다. 나는 잠깐 쉬며 바나나와 커피로 요기만 하고 계속 전진했다.

벌써 점심자리 펴면 오늘 가고자하는 코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사패능선에 다다른 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포대능선 정상을 향해 가는 도중 뒤를 돌아보고 한 컷 찍었다.

이제 신선대까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니 여러군대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산을 탄적이 거의 없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능선의 바위 정상에 앉아 신발을 찍었다. 산에 오를 때마다 이런 바위를 골라 앉아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일종의 나만의 세레모니다. 멀리 만경대, 자운봉이 보인다. 아직 멀었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더니 다시 끝도 뵈지 않는 계단이 앞을 가로 막고 서있다.

요즈음 어느 산을 가나 설치되어 있는 계단들. 좀 지겹다. 

 

 

 

왼쪽부터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40m), 신선대(730m) 이다.

 

 

 

포대능선의 정상인 포대에 다다랐다. 과거에 대공진지인 포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이 능선의 길이만 해도 1.4km라고 하니 꽤나 긴 거리다.

 

 

 

 

 

마지막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포대정상에서 자운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인데 바위 틈 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로프에 의지해 곡예에 가까운 몸짓으로 건너야만 하는 곳이다. 다들 건너는 곳이니 나도 가긴

했으나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산행이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이 코스 별로 권고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 난코스를 지나면 왼편 자운봉과 오른편 신선대 사이로 설치해 놓은 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다 왔다.

 

 

 

신선대 정상에서 북한산 방면을 바라본 전경이다. 좌측 멀리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보인다.

 

 

 

신선대 정상에서 본 자운봉 모습이다. 원래 하나의 바위였다가 풍화작용으로 여러조각으로

나뉘었겠지만 지금 보면 여러조각의 바위를 정교하게 쌓아 놓은 듯 하다. 가운데 바위 조각을

살살 잡아당겨 빼면 안 무너질까?

 

중간에 점심을 먹으면 코스를 완주하는데 차질을 빚을까봐 미루다가 조금 하산 한 후 3시 반 정도가

되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게눈 감추듯 도시락과 막걸리 한병을 해치우고

다시 하산 길을 재촉했다.

 

 

 

하산 길에 잠깐 천축사를 둘러봤다. 휘~리릭...

 

 

 

천축사 입구에 여러 불상과 미륵보살상이 봉헌되어 있었다. 불상 밑에는 시주한 분들의 이름이 써 있었고...

 

 

 

여느 때 같았으면 계곡에 잠깐이라도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었을텐데 오늘은 웬지 마음이 급해져

생략했다. 아마 오늘이 일요일이라 월요일 걱정이 앞서서 일게다.

 

 

이렇게 해서 6시간의 산행을 마쳤다.

점점 산행의 고도나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 것도 자꾸 욕심이 생긴다.

 

간단한 산행, 충분한 휴식 보단

충분한 산행, 간단한 휴식이 되가고 있다.

 

바람직한지 어떤지는 아직 모르겠고

아무튼 월요일에 종일 꾸벅거렸다.

컨디션을 좀더 세밀하게 조정해야겠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2  (0) 2012.09.24
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1  (0) 2012.09.24
운악산 2  (0) 2012.09.10
운악산 1  (0) 2012.09.10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2012.09.01
And

운악산 2

|

정상에서 일일친구가 된 어떤 아저씨와 가져온 잣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하산을 시작했다.

 

 

 

운악산의 다섯번째 전경과 만났다. 좀 거시기하지만 남근바위다.

내가 보기엔 에일리언바위가 더 그럴듯한 명칭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근바위를 설명하는 표지석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있다.

"운악산 정기를 이어 받은 남근석(바위)에 소원을 빌어 보자"

대체 거시기한 이름을 가진 이 바위에 대고 무슨 소원을 빌어 보자는 건지 아리송하다. 다 늦게 딸아이를 점지 해 달라고 해야 하나?

 

 

한참을 내려오다 바위 위에 피어 있는 꽃이 있어 한컷 찍었다.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습관이 되어 버렸다.

 

 

 

여섯번째 전경 코끼리 바위다. 코 모양이 뚜렷하다. 이런 모양으로 남아 있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용케 코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위 사진이 절고개 폭포인 것 같은데 표지판을 보지 못해 확신 할 수는 없다. 굉장히 길고 경사가 급한 바위 위로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장쾌한 광경을 연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등사 조금 못미쳐에 함허당득통탑(涵虛堂得通塔)과 석등을 만날 수 있다. 1411년(태조11) 현등사를 중창했던 함허조사의 사리탑인데 함허당득통(涵虛堂得通)의 명문이 음각되어 있다고 한다. 음, 그렇다고 한다...

 

 

 

현등사에 오르는 돌계단을 지나면 입구에 "나는 누구인가?"라고 새겨진 돌이 서있다. "도를 아십니까?" 정도의 식상함에 순간 피식거렸다. 사실 죽을때까지 골몰해야 할 화두이긴 하지만 문구가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우물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인데 돌로 만든 그릇이 신기해서 한 컷 찍었다. 요즘처럼 수량이 많을 때에만 이렇게 물을 흘려 보낸다고 한다.

 

 

 

현등사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절은 아니었다. 이 절은 신라로부터 시작되어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여러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위 사진은 현등사삼층석탑인데 1470년(성종 1년) 세종대왕의 8남인 영응대군의 부인 송씨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탑을 개탑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 5과를 봉안했다고 한다.

 

 

절의 한쪽에는 좀 특이한 모양의 2층 불당이 증축되어 있었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안 된 것처럼 보이는데 단청을 입히지 않은 모습도 자연미가 있어 보기 좋은 것 같다. 

 

 

 

 

 

하산 할 때에는 왼쪽의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어 물소리도 듣고 지친 발을 물에 담글 수도 있었다. 나도 5분 정도 발을 담궜는데 피로가 싸악 가시고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해서 오전 11시에 시작한 등산이 오후 4시반 정도가 되어 마무리 되었다. 겨우 6km 조금 넘는 거리지만 험한 산길이라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많은 산을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운악산은 경기의 5악 중 가장 수려하다는 산답게 아름다운 경치와 볼거리를 품은 산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꼭 한번 운악산 등반하기를 권고 드린다. 멋지다니까~~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1  (0) 2012.09.24
도봉산 산행기  (0) 2012.09.17
운악산 1  (0) 2012.09.10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2012.09.01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2012.08.25
And

운악산 1

|

전직장에서 같이 근무하시던 선배가 퇴직하시고 가평군 하면 신상리에 펜션을 지으셨다. 부럽다...

 

오랫만에 OB모임을 이 펜션에서 가지기로 하고 9월 7일 금요일에 퇴근 후 모여 그간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물론 얘기만 하진 않았고 가평 잣막걸리를 밤 늦게까지 마셨다.

 

혹시라도 가평의 펜션에 머무르고 싶으신 분은 http://www.masilpension.co.kr/ ◀ 여기를 눌러 보시라.

펜션도 편안하고 주인장도 좋으시다.

 

좀 늦게까지 마셨지만 공기가 좋아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아침 밥도 얻어 먹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난 미리 계획한대로 운악산을 오르기로 하고 차를 몰아 하판리 출발점으로 향했다. 어제 일기예보는 토요일 오전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으나 아침에 다시 확인해 보니 오후 늦게나 비가 온다고 되어 있어 일기예보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하긴 비가 와도 산 근처까지 가긴 했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지 못했기에 점심을 준비하지 못해 가게에 들렀으나 변변한게 없었다.  할 수 없이 싸구려 포장 족발과 생수 한병을 사 가방에 넣었다. 펜션에서 챙긴 잣막걸리 한병과 포장 족발로 점심을 때울 요량이었다.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출발이다.

여러 음식점들을 지나 등산로로 들어서는 입구에 황토로 지어진 집이 있는데 용도가 매우 궁금했다. 가운에 소나무는 1층부터 지붕까지 집을 관통하고 있다.

아마도 소나무를 그대로 둔채 집을 지었던 것 같다. 관리사무소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운악산 등산로를 표기한 지도다. 미리 파악한 바로는 오른편 산 등성이를 따라 오르고 왼편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게 정석이라고 한다. 나도 당연히 정석을 따랐다.

 

(산행코스)

안내소 → 눈썹바위 → 병풍바위 → 미륵바위 → 만경대 → 정상 (총 3.08Km)

남근석 → 절고개 → 코끼리바위 → 현등사 → 백년폭포 → 안내소 (총 3.35km)

 

 

여느산 같지 않게 조금 낯선 곳이 있어 안내문을 읽어 보았더니 삼충단(三忠壇)이라고 한다. 한자대로 세분의 충신을 모신 제단이다. 1905년에 체결된 을사조약에 울분을 토하며 항거하거나 자결하신 조병세, 최익현, 민영환 세분의 순국열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등사의 일주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초입은 이렇게 마사토와 자갈로 걷기 편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조금 걷다 보면 계곡으로 내려가는 철재사다리가 있다. 계곡으로 내려가 보니 조그마한 폭포가 보였고 어제 밤에 꽤나 많은 비가 내려서 인지 수량이 풍부 했다.

표지판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여기가 백년폭포 인것 같다. 작은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규모가 큰 규모의 폭포가 아니어도 색다른 경치를 구경했다는 사실에 오늘 여기 온 보람이 느껴졌다.

 

다시 등산로로 오르다 보니 왼편의 계곡 모습이 환상적이다. 비록 백담사계곡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운치를 보여 준다.

 

 

이제 등산로가 급격하게 가파라 진다. 오른편 산 등성이를 타기 위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경사도 급한 등반로를 한참이나 올랐다. "악"자 들어간 산 아니랄까봐 상당히 험하다. 숨은 헉헉거리고 장단지는 뻣뻣하게 굳어질 무렵 운악산의 첫번째 절경이 나타난다.

 

 

눈썹바위다. 산 밑에서는 왜 눈썹바위라고 부르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 없었다. 참 희안하게 생긴 바위다.

 

 

눈썹바위를 지나 4~50m를 오르니 사방이 탁 트인 바위 등성이가 있었다. 바위에 오르니 벌써 꽤 많이 오른 것 처럼 보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산 아래를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혔다. 사진에 보이는 골프장은 썬힐 G.C다. 스크린골프 칠 때 상당히 많이 가 봤는데 페어웨이가 좁고 난이도 높은 골프장이었다. 가상으로만 보았던 골프장을 산 위에서 실제로 보다 보니 피식하는 헛웃음이 배어져 나왔다.

 

 

 

 

이제 등성이를 타고 등반을 계속 한다.

이 산에서는 유난히 눈에 확 띄는 소나무가 많이 보였다. 이 소나무도  두 그루가 마주 보고 자라며 서로를 위한 배려에서인지 가지를 각각 반대 방향으로 뻗고 있다.

 

 

돌양지꽃이다. 다년생 초본으로서 안개가 많고 습기가 높은 곳의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한다. 꽃은 이미 져버렸다.

 

 

고사목이 보여 얼른 사진 몇장을 찍었다. 이 산에는 소나무도 많지만 고사목도 꽤 보였다. 어떤 나무였는지 모르지만 살아 있을 때 못지 않은 풍광을 연출해 주고 있다.

 

 

운악산에서 보아야 할 두번째 전경 병풍바위다. 병풍바위를 잘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산이다. 바위들을 보면 그 자체로 한폭의 동양화다. 어렸을때 산수화를 보면서 굉장히 비 현실적인 산들을 그린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제 보니 서양화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보고 관찰에 기초하여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나 바위를 뚫고 서있는 소나무들이 실제로 눈 앞에 펼쳐져 있으니 말이다.

 

 

병풍바위 전망대를 지나고 나면 더이상 두 발로만 등산하기 어려운 코스가 나온다. 조금전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본 그 바위를 오르기 위해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쇠줄이나 지지대를 발로 밟고 손으로 잡고 한참을 올라야 한다. 그 와중에도 잠깐씩 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은 밑둥이 불룩 튀어나온 배불뚝이 소나무인데 안타깝게 고사해 버렸다. 바위 틈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다 이제 그 끈을 놓아버렸다.

또 다른 고사목이다.

 

 

 

세번째 전경 미륵바위의 모습이다. 아무리 봐도 미륵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다. 필시 내 도력이 부족해서 일게다.

 

 

소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두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바위 틈을 비집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서 인지 세월의 고난이 느껴진다.

 

 

 

이 소나무도 대단하다. 처음 자리를 잡은 곳에서 물을 찾기가 어렵자 바위 틈으로 무려 5~6m나 뿌리를 뻗고 있다. 소나무의 생명력이 놀라울 뿐이다.

 

 

네번째 전경 만경대다. 만경대는 넓직한 바위로 자체가 볼거리는 아니고 사방이 확 트여 있어 산 아래 전체를 조망 할 수 있는 곳이다. 정상보다 약간 낮은 곳이긴 하지만 주위 풍경을 보기에는 최고의 지점이다.

 

만경대에서 본 좌측 풍경.

 

 

만경대에서 본 우측 풍경.

 

파노라마로 찍어봤다. 하늘에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 어둡고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운악산 동편 전체를 조망 할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100m 남았다. 한발 한발 딛다 보니 정상이 가까워 진다. 사람의 발걸음이 좁고 느리지만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결국엔 도착하더라는 평범한 사실이 떠오른다.

 

 

가평군에서 설치해 놓은 운악산 비로봉 표지석이다. 937.5m의 높이는 내가 가본 산 중에서 한라산을 빼고는 가장 높은 산이다. 이제 1,000m급 산을 찾아 봐야겠다. 하긴 300m짜리 산도 1,000m가 넘는 산도 등산은 언제나 힘들었다. 높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표지석은 포천시에서 세워 놓은 것이다. 이 산의 정상에서 서로의 경계가 갈려서 이렇게 각자 설치해 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산행기  (0) 2012.09.17
운악산 2  (0) 2012.09.10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2012.09.01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2012.08.25
여수 앞바다  (0) 2012.08.25
And

불암산 몇장의 사진

|

월말 결산 때문에 회사에 가긴 했으나 어짜피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잠깐 들러 몇가지 숫자만 확인 한  후 불암산에 올랐다.

 

 

회사와 가깝기 때문에 전에 올랐던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오늘은 정상공략 보다는 가급적 둘레길을 많이 걸었고 굳이 정상에 오르진 않았다. 위 사진은 등반 안내도에 내가 걸었던 코스를 표시 했다. 7~8km 정도 될 것 같다.

 

  어제 비가 와서 산의 조그만 골마다 물이 넘쳐 났고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때문에 한결 상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었다. 산이 높지 않지만 수락산부터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형태라서 전에 걷던 코스와 다른 길로 접어드니 전혀 새로운 모습의 산으로 다가 왔다.

 

몇장의 사진을 올린다.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의 색이 싱그럽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돌계단 위로 물이 흐른다)

 

 

  (이름은 모르지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이다. 불암산엔 유난히 여기저기 군락을 지어

   많은 곳에 피어있다.) 

 

 

  (불암산 둘레길을 걷다가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 있던 돌계단이다. 계단 위로는 물이

   흐르고 주위 풍광과 어울려 호젖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암벽을 비집고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 대단하다)

 

 

  (마치 스크림마스크를 보는 듯하다. 웬지 친근감(?)이 느껴지는 바위다)

 

 

  (고사목이 나뭇잎 한장 없이 쓸쓸히 하늘을 향해 서있다.)

 

 

  (이놈들 바위 틈에서 고생한다. 멀리 별내가 보인다)

 

 

  (고생의 흔적 이랄까? 까칠해진 손등을 보는 듯하다)

 

 

 

  (조그만 골마다 어제 온 비로 인해 물이 지천이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악산 2  (0) 2012.09.10
운악산 1  (0) 2012.09.10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2012.08.25
여수 앞바다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2  (0) 2012.08.25
And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

하기휴가 (8월 21일 오후)

 

오전의 바다낚시를 뒤로 하고 알이 꽉찬 휴가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고향인 순천만을 찾았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여수 숙소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에 고향마을에 벌초하러 왔다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갈대밭을 본적은 있는데 본격적으로 관광을 하기위해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차를  주차하고 매표소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안내도다. 오른쪽에 있는 빨간점(현위치)에서 시작해서 좌측 상단에 있는 용산전망대까지가 공원의 탐방 코스이다.

 

 

  ▲ 화장실 담벼락인데 담쟁이넝쿨과 돌들이 예뻐서 찍어봤다.

 

 

  ▲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잔디밭 전경이다. 이때만 해도 낙조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 저 아래 있는 갈색의 체험선을 타려면 미리 운항시간표를 알아 놓아야 한다. 썰물 때에는 배가 운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결국 이 배를 타보진 못했다.

 

 

  ▲ 두개의 물길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 갈대밭 안에는 이런 게들이 돌아 다닌다. 내 어렸을 적에 고향에 가면 큰어머니가 저런

   게들을 간장에 절여 반찬으로 주셨었는데... 저렇게 빨간색은 아니고 갈색게였는데...

 

 

 

 

 

  ▲ 용산전망대로 올라가는 초입이다. 낮은 산이지만 용산전망대까지 왕복40분이라는 표지판

     이 있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켁켁거리며 갔다 올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왕복 40분은 굉

     장히  어렵다. 도대체 이런 시간은 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재는걸까?

 

 

 

 

 

 

  ▲ 7시 9분에 있을 낙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정작 낙조가 보여야 할 곳에는 구름이 잔뜩껴

     흐릿하고 반대편에 있는 구름에 빛이 반사되어 색다른 광경이 연출되었다.

 

 

  ▲ 내 고향은 위 사진의 정 중앙 정도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갈대숲까지 걸어서 15~20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의 한 귀퉁이가 내 고향이란게 재미있다.

 

 

  ▲ 사실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전망대에서 낙조를 보기 위함이다. 애석하게도 이날엔 해가

      떨어지는 곳에 구름이 잔뜩 끼어버려 낙조를 보지 못했다. 용산전망대에서 30분 정도 낙조

      촬영을 위해 기다렸는데 헛수고가 되어 버렸다.

 

 

  ▲ 낙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과 태양이 오늘 보여 주었던 변화무쌍함은 낙조의 서운함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즐거운 탐방이었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악산 1  (0) 2012.09.10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2012.09.01
여수 앞바다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2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1  (0) 2012.08.25
And

여수 앞바다

|

하기휴가 (8월 21일)

 

어제의 비렁길 걷기의 여파로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어제에 이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따가운 그런 하루였다.

원래의 계획이란게 특별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처남의 제안에 따라 바다낚시에 나섰다. 럭셔리한 바다낚시, 선상에서의 라면과 갓갑은 생선회, 여수 앞바다 드라이브가 이어졌다.

아! 덕분에 호강했다.

 

 

 

 

 

  ▲ 어제 걸었던 금오도 비렁길을 오늘은 바다에서 올려다 볼 수 있었다.

     바다는 옥색으로 반짝거리고 '비렁'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바위와 그 틈을 비집고

     자리잡은 나무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 저 절벽 밑에서도 크릴새우를 미끼로 하는 릴 낚시를 했다. 몇마리 잡긴 했지만 노력에

     비하면 소득이 좋진 않았다. 난 낚시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고 이날도 그랬다.

 

 

 

  ▲ 낚시 보다는 하늘의 구름, 섬, 바다, 수평선이 내 주위를 끌었다. 도대체 이런 풍경을 언제

     보았던가?

 

 

  ▲ 배로 바다를 드라이브하다 향일암에 닿았다. 산 중턱에 보이는 절이 향일암이다. 선장님이

     내게 들려준 바로는 이곳에서의 일출광경이 매우 뛰어나 신년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

     다. 지리적으로는 돌산도의 최남단이다.

  ▲ 향일암 바로 아래쪽의 거북모양의 섬은 아니고... 그냥 거북 모양이다. 선장님이 뭐라 얘기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하기휴가 (8월 22일)

 

의도치 않았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낚시를 하게 되었다. 어제는 잡어 낚시(사실은 돔을 낚으려 했지만 손바닥만한 여러 물고기를 낚았다), 오늘은 농어낚시다. 잘 모르지만 농어낚시가 럭셔리한 낚시란다. 뭐 그러려니 한다.

내가 골프치려고 새벽에 일어나 보긴 했지만 낚시하러 이렇게 빨리 깨보긴 처음이다. 아침 7시 조금 넘은 풍경이다.

 

 

   ▲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농어를 낚았다. 오른쪽의 큰놈은 60cm 정도 되는 놈이다. 난 이

      놈하고 조그마한 감성돔도 한마리 낚았다. 선무당이 사람잡은 케이스다.

 

 

 

 

이렇게 삼일간의 여수에서의 휴가가 마무리되었다.

기억에 남을만한 시간들이었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암산 몇장의 사진  (2) 2012.09.01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2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1  (0) 2012.08.25
천마산 2  (0) 2012.08.25
And

금오도 비렁길 2

|

 

수달피 비렁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송광사 터가 나온다. 달랑 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고 주변은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어 절터였다는 초석 하나 볼 수도 없다. 아직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표지판의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송광사(松廣寺) 터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가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하여 나무로 조각한 새 세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한 마리는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한 마리는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앉았다고 하며 이것을 삼송광(三松廣)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고려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이 있어 이곳 절터는 송광사의 옛터로 추정 할 수 있다.

2011. 01.

여수시장

 

내용은 읽어보니 옛 절터로 추정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근거가 미약한가 보다.

 

 

                ▲ 길을 걷다 보니 고사목이 있어서 한 컷 찍었다. 흐려진 하늘과 나름 어울린다.

 

 

송광사 터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초분에 대한 표지판이 나오고 길 아래쪽에 돌로 주위를 쌓아 올린 무덤 형태가 나타난다. 다음은 안내판에 있는 문구를 옮겨 적은 것이다.

 

초분(草墳)

초분은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돌이나 통나무 위에 관을 얹고 이엉과 용마름 등으로 덮은 초가 형태의 임시 무덤으로 2~3년 후 초분에 모신 시신이 탈육(脫肉)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일반 장례법과 동일하게 묘에 이장하는 토속장례법이다. 이렇게 초분을 만드는 것은 초분을 통해 마지막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것이고 뼈를 깨끗이 씻어 묻음으로써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이곳 초분은 돌을 쌓고 시신을 올려두는 고임초분 형태로 2년 전까지 행해져 왔던 초분 터에 그대로 복원하였음.

2011. 01.

여수시장

 

2년 전까지 실제 시신을 모셔두었던 곳을 복원하였다니 웬지 좀 오싹하다.

 

 

   ▲ 씨에서 채취되는 기름은 식용으로 사용한다는 비자나무가 나왔다. 더불어 '콩난'까지.

      비자나무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식물이 콩난인데 기생을 하는 건지 나무위에서 자생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  바위 밑의 석조 거북이 약수를 뿜어내고 있다. 길가는 여행객들에게 신선한

                    음료와 시원한 세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절벽이 나타났다. 평평한 바위도 있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잠깐 앉아 땀을 식혔다. 나중에서야 신선대가 왜 안나타나지 하고 생각하다 아까 앉아 쉬었

     던 곳이 신선대라는걸 깨달았다. 내가 표지판을 못 보았거나 표지판이 훼손되어 사라진 것

     같다.

 

 

   ▲ 위 사진은 두포의 모습이다.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산의 등성이를 걸어와 두포를 거쳐

      다시 2코스를 걷기 위해 고개를 오르고 있다.

 

여천항 → 송고항 → 함구미항으로 이어지는 도로코스 4.7Km

함구미 → 미역널방 → 수달피비렁 → 송광사 터 → 초분 → 신선대 → 두포까지 1코스 5km를 걸었다. 도합 9.7km이다. 이 길이 평지였다면 괜찮았겠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이었고 무덥고 습한 날씨였기에 체력과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하지만 1코스만 마치고 돌아 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꾸역꾸역 계속 길을 걸었다.

아까 1코스 중반에 간이 식당이 있어 맥주 한캔과 콩국수를 먹었더니 베낭에는 아침에 사온 김밥과 막걸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진작에 쉬면서 이 것들을 해치우고 싶었는데 비렁길에는 마땅히 앉아 음식을 먹을 만한 공간이 없어 계속 미루다가 2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위 사진의 나무가 있는 곳을 발견하여 자리를 잡았다.  

 

 

1시간 30분 전쯤에 콩국수를 먹었기 때문에 허기가 진 건 아니었지만 이왕 앉은 김에 베낭의 음식을 꺼냈다. 음식이라고 해봐야 김밥 한줄과 막걸리 한병이 다였지만...

하지만 이 곳의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매우 궁금했다. 김밥을 안주 삼아 한잔 들이킨 소감은 솔직히 별로였다. 감미료를 많이 넣었는지 달달했고 장수막걸리에 비해 탄산이 적어 청량감도 그리 좋지 않았다. 내 입맛이 싸구려라서 감흥이 없는걸까?

아마 내 입맛이나 여기 막걸리나 싸구려이긴 마찬가지일게다...

 

 

  ▲ 이 집을 보는 순간 폐가 이겠거니 하고 짐작했으나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건물은 창고나

     외양간인듯 싶다. 안쪽에 살림집이 따로 있다.

 

 

굴등전망대를 거쳐 촛대바위 전망대다. 이젠 전망대의 모습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걷고자 하는 의욕 보다는 빨리 끝내고 싶은 의욕이 앞섰다. 얼굴은 벌겋게 익었고 다리는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마침내 2코스의 종점인 직포에 다다랐다. 아까 보았던 두포항과 외견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2코스는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로 이어지는 3.5km 코스이다.

이로서 오늘 걸은 총 거리는 13.2km이다. 많이 걸었다. 이렇게 블로그에 정리하면서 세어 보니 꽤 긴거리였으며 지칠만한 거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오늘 왜이리 힘들지 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아무튼 직포의 가게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께 차를 두었던 신기항에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내가 내렸던 여천항에 가야하는데 남편분이 용달차로 영업을 하니 조금 기다리라고 얘기했다.  

 

여천항까지의 차비로 13,000원을 내고 무사히 4시 30분 신기행 배를 탈 수 있었다. 아~참! 배 삯은 편도 5,000원이다. 차를 실을 수 있는데 가격은 모르겠다.

 

 

                ▲ 돌산대교 모습   

 

이렇게 해서 아주 힘들었던 금오도 비렁길 걷기를 마치고 처남 집으로 다시 차를 몰았다.

걷기를 시작한 이후 제일 멋있는 길을 걸었지만 제일 힘들었다. 사서 고생했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2) 2012.08.25
여수 앞바다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1  (0) 2012.08.25
천마산 2  (0) 2012.08.25
천마산 1  (0) 2012.08.19
And

금오도 비렁길 1

|

하기휴가 (8월 20일)

 

본격적인 나만의 하기휴가를 즐기기 위하여 어제 여수로 내려왔다. 여수에서 일하고 있는 처남이 모든 편의를 제공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제 밤에 계획한 대로 첫날은 금오도에 개발되어 있는 비렁길을 걷기로 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돌산도의 신기항에서 9시 10분 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처남의 자가용을 운전하여 도착해 보니 8시 40분 정도가 되었다. 마땅한 가게는 없고 컨테이너 박스 간이매점에서 생수, 김밥, 막걸리를 사서 베낭에 담았다.

 

 

  ▲ 여수 앞바다에 있는 10여개의 섬들을 다리로 연결하여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프로젝트

     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아마 그 중의 하나 인듯 한데 신기항에서 화태도를 연결되는 다리

     가 건설 중이다.

 

여수 최남단(돌산)에 위치한 항구라서 금오도에 2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단다.

배이름은 금오페리5호이다. 배에 탑승해서 하늘을 보니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지만 바람이 불어 나름 상쾌했다.


갑자기 이렇게 혼자 집에서 멀리 떨어져 여행 온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혼자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가 뭘까? 시간 문제, 금전적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가장 큰 걸림돌은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여러가지에 대한 두려움...

 

 

배에 탄 후 사진 몇장 찍고 나니 하선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벌써 함구미항에 다왔나 보다'라고 생각을 하며 베낭을 챙겨 배에서 내렸는데 여천이라는 표지가 눈에 띈다. 조금 이상하다라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좀 틀려도 비렁길 시작점이 곧 나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걷기 시작했다.

 

 

급격한 언덕을 오르니 위와 같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4.7km를 가야 비렁길 시작점이 나온단다. 난 저 표지판을 보고 '음 1시간쯤 걸리겠군' 하며 별생각 없이 걷기 시작했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오늘 고전하게 된 순간이다.
원래의 계획은 배를 타고 함구미 항에 내려 1코스부터 차근차근 걸어 4~5코스까지 걷다가 돌아오는 거였는데 엉뚱한 항구에 내려 4.7km를 가야 최초 시작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해가 구름에 가릴 때도 있었지만 아트팔트 지열을 고스란히 받으며 4.7km를 걷는다는게 아무 생각없이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길을 걷은 사람이 나 혼자였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충분히 바보 같은 결정이었다는게 증명된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혼자 하는 여행에 마음이 들떠 있었고 아직은 몸도 가벼웠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있어 찍었다.

     꽃잎이 실타래를 풀어 놓은듯 생긴게 신기하다. (노랑하늘타리)

 

 

  ▲ KBS의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 '방풍나물'이다.

     쌈채소, 무침, 즙 등의 여러 방법으로 먹는데 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풍나물이 섬에서 잘자라고 성분도 뛰어나 섬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소득원이라고 한다.

 

 

아스팔트 지열을 받으며 1시간여를 걸었더니 마침내 최초 목적지였던 함구미항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땀으로 푹 절었는데 이제서야 시작점에 도착하다니 처음부터 오늘의 일정이 꼬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위 사진의 금오도 비렁길 안내도를 어제 밤에도 관광안내서에서 봤고 여천항에 도착해서도 봤는데, 이제서야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뱃길을 표시해 놓은 점선이 있는데 함구미항으로 가려면 여수항에서 배를 탓어야 했다. 그리고 돌산신기항에서는 여천항으로만 가도록 항로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배를 20분만 타면 금오도에 닿을 수 있다는 처남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일정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도에서 봐도 여천항과 함구미항이 꽤 멀어 보인다.

 

 

아무튼 일단 시작점에 들어왔으니 걷기 시작했다. 오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단 숲길로 접어드니 새소리, 매미소리, 바람소리가 사람이 없는 정적을 대신했다. 자연의 소리라서 그런지 시끄럽다는 느낌보다는 주위의 풍경에 녹아있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리와 풍경을 글로 표현하기엔 내 재주가 너무 무디다.

그래서 소리파일을 올린다. 직접 들어보시라.

 

 

숲길을 빠져 나오니 첫번째 전망대를 설치 해 놓은 '미역널방'이 나온다. 어디에 미역을 널어 놓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름에 설명 표지판이 없어 유래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 미역널방에서 보면 해안 절벽이 'U'자 형태로 패여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옥색의 바닷물

      빛과 절벽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비렁길은 이런 절벽 위의 숲길을 걷다가 앞이 탁트인 전망대가 나오고, 전망대를 지나 걷

      다 보면 내리막 길이 나오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조그마한 항구가 나오는 형태가 반복

      된다.

 

               

  ▲ 전망대에 망원경이 있어 망원렌즈에 대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무인도에 설치되어 있는 등대가 보인다.

 

  ▲ '미역널방'을 지나 조금 더 걷다보면 '수달피비렁'이 나타난다. 사진과 같이 절벽에 원래부

      터 자라던 나무를 전망대의 일부가 되도록 조성해 놓았다. 시공자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사투리라고 한다. 따라서 '수달피비렁'은 '수달피'라는 이름의 벼랑

      인가 보다. 걷고 있는 이길의 이름도 '벼랑길'이 된다. 벼랑을 따라 나 있는 길이라서 이렇

      게 이름 붙여졌나 보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앞바다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2  (0) 2012.08.25
천마산 2  (0) 2012.08.25
천마산 1  (0) 2012.08.19
불암산 등산  (0) 2012.08.07
And

천마산 2

|

천마산 1에 이어서...

 

 

 하늘이 점차 낮아지면서 사위가 운무에 가려 시야를 막았다. 본격적인 강우를 예고 하듯 간간이 비를 뿌렸지만 이왕 오르기 시작한 산인지라 일단은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전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걷다 보니 숲 가운데 우뚝 서있는 고사목이 보였다. 마치 마을 어귀에 세워 놓은 솟대 같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시를 새겨 놓은 표지판이 보였다. 잠시 쉴 겸해서 읽었는데 어쩌면 내마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여기에 옮겨 적는다.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 박 강 남 -

 

누군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거칠것 없고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을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싶다.

 

나를 위해 울어줄

단 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점점 운무가 짙어 지면서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정상은 보이질 않고 조금씩 마음이 급해졌다.

 

 

  (이 바위가 꺽정 바위라는데 임꺽정이 여기서 활동했었나?  더이상의 정보는 없다.)

 

 

 

 정확히 기억 나진 않지만 등산로 중 해발 6~700m 정도에 있던 벤치였던 것 같다. 절벽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고 앞은 운무에 가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저 벤치에 앉아 한참을 노닥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을텐데 아쉽다. 사진 두세장을 찍은 후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지나면서도 대체 정상은 어디있지 하며 지나쳤다. 코앞에 있는데...

산을 넘어가는 바람과 운무에 쌓여 사방이 희뿌옇다. 바람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소나무 가지가 한쪽 방향으로 쏠려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천마산의 안개폭포가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도 산을 넘어가는 안개든 비구름이든 간에 이 지점이 좌, 우의 경계선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천마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많은 산에 있는 국기봉이 여기에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국기봉을 누가 설치했나 궁금해서 살펴보다가 주로 산악동우회에서 기념으로 설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관에서 설치한다는 것도 조금 어색하긴 하다. 우리나라 애국자 많다. ㅎㅎㅎ

 

 

 정상에서 찍은 풍경이다. 전방 가시거리가 기껏해야 5m 정도이다. 오늘은 정상에서의 탁트인 전경은 진작 물 건너 갔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천마산도 아닌데... 아까 그 벤치에서 김밥도 먹을 겸 맑은날의 천마산을 즐기러 날씨 선선해 지면 다시 한번 등반해야겠다.

 

 

이렇게 훌륭한 산세에 비하면 표지석이 너무 초라하다. 명색이 남양주 군립공원인데...

각성하라! 뭐 이렇게 외치는 건 오바인 것 같고 예산 좀 남기셔서 멋지게 꾸미시길...

 

 

 

 (천마산관리소 방향으로 하산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이다.)

 

 산을 오르면서 약간의 시장기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정상에 오르고 점심을 미뤘는데 하산을 시작하자 마자 참았던 빗줄기가 본격적으로 쏟아 지기 시작했다.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음식을 먹기는 커녕 점점 굵어 지는 빗방울을 3단 소형우산으로 막아내며 하산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여러사람이 뭉쳐 하산하길래 따라 내려왔더니 천마산관리소 방향이었다. 이 방향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이래 저래 지친 몸을 이끌고 맛없는 음식점에서 국밥 한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비가 쏟아져 하산길이 정신 없었지만 꼭 와볼만한 산이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오도 비렁길 2  (0) 2012.08.25
금오도 비렁길 1  (0) 2012.08.25
천마산 1  (0) 2012.08.19
불암산 등산  (0) 2012.08.07
폐쇄 방지용 펌  (2) 2012.06.30
And

천마산 1

|
잠실에서 광역버스 1000번 또는 1100번, 1200번을 타고 중앙선 호평역에 내려 165번으로 갈아 탄 후 종점에 서 내리면 천마산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대략 1시 간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 된다.

천마산은 남양주군의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다. 지금까지 도립이나 시립은 많이 들어 봤지 만 군립은 거의 들어 본적이 없어 조금 생소하긴 하다.

천마산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분명히 8백m가 넘는 산이란 걸 인지 했을텐데 정상에 가서 표지석 을 보고서야 헉! 812m나 되는 산에 올라 왔네! 하고 놀란 이유는 내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거나, 요즘 다니는 산이 모두 6백미터가 안되는 산들이어서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높이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즈음 주말마다 별일이 없으면 등산을 하다 보니 갔던 산을 반복해서 가게 되는데 신선함이 좀 떨어 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집에서 대중 교통으로 접근 할 수 있는 새로운 등산코스를 개발 해 다녀야겠다는 것이다. 그 결심의 첫 실행이 천마산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점심으로 먹을 김밥파는 노점을 찼았으나 없었다. 이럴수가~~ 웬만한 산 입구에는 다 있는 김밥 노점이 없다니. 할 수 없이 하나 밖에 없는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과 몇가지 먹거리를 준비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cfile5.uf@18793C345030A54604E40F.jpg"



입구에는 사진처럼 등산로 출발점을 알리는 표지문과 몇가지 조각 작품들이 등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cfile23.uf@207C74335030B1BF29B398.jpg"


"cfile28.uf@163295465030B1D42560A9.jpg"


"cfile23.uf@190AFD345030B1E52C4B54.jpg"


"cfile7.uf@13150F395030B1F70B97AE.jpg"



군에서 조각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해 설치 한 것 같은데...
음. 잘 모르겠다.

"cfile22.uf@174F5E3C5030B27C1CABC7.jpg"



천마산 등산로 안내도다. 이 안내도만 봐도 꽤 깊은 산임을 느낄 수 있다.
천마산을 본 첫 인상은 '매우 울창한 숲을 품은 산이다'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자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등산로를 제외하고는 빼곡하게 원시림으로 덮여있었다. 조금 오르다보면 만나는 삼나무 숲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저마다 키 자랑을 하듯 하늘로 솟구쳐 있다. 이 나무들은 웬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원산지가 일본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cfile26.uf@155DC43B5030B8F31AE42C.jpg"


"cfile7.uf@206C08425030B909081E57.jpg"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산이 야생화로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입구에서 본 지도를 보니 등산로를 따라 관찰 할 수 있는 야생화를 표기해 놓았다. 주로 봄에 피는 야생화를 찍으러 사진작가들이 많이 방문하나 보다. 나도 이름은 모르지만 몇가지 꽃들을 찍을 수 있었다.

"cfile27.uf@161B61375030B9360A18B7.jpg"


"cfile28.uf@151F0B335030B94F1A649B.jpg"

    ▲ 싸리나무꽃

 

"cfile28.uf@12477C3E5030B96227C50F.jpg"

    ▲ 누리장나무꽃

 

"cfile23.uf@192976345030B97A286903.jpg"

                        ▲ 짚신나물

 

"cfile10.uf@1679A9365030B9931B3736.jpg"

    ▲ 등골나물

 

"cfile27.uf@11744C355030B9A107BE8C.jpg"

 

 

"cfile10.uf@177F73365030B9B31344E6.jpg"

                         ▲ 며누리밥풀꽃

 

"cfile7.uf@1571313D5030B9BC0986C8.jpg"

     ▲ 자주조희풀

 

"cfile22.uf@155C9C3B5030B9CB2CF61D.jpg"

                        ▲ 돌양지꽃 


"cfile25.uf@144681455030B9D01E05BE.jpg"

▲ 기름나물

 

"cfile3.uf@1772853B5030B9DB0F7CFF.jpg"



어제부터 일기예보를 유심히 봤는데 오늘 비가 내린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간간이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다.

※ 휴가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글을 쓰다보니 편집이 자유롭지 못해 글을 1편과 2편으로 나누어야겠다. 2편을 마져 쓸 수 있으려나...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오도 비렁길 1  (0) 2012.08.25
천마산 2  (0) 2012.08.25
불암산 등산  (0) 2012.08.07
폐쇄 방지용 펌  (2) 2012.06.30
일요일의 방황  (4) 2012.04.23
And

불암산 등산

|

8월 4일 토요일이다.

요즈음 폭염때문에 주말에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더니 짜증만 나고 해서 오늘은 뜨거운 태양을 무릅쓰고 길을 나섰다. 마침 별내면에 있는 공장에 잠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일을 마치고 바로 등산 할 수 있는 불암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2주 전에도 갔었기 때문에 등산 코스가 기억에 생생하다. 정상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는 상계역에서 오르는 제5등산로 이지만 둘레길코스가 걷기에 좋기 때문에 원자력병원 후문에서 출발했다. 둘레길을 걷다가 제7등산로를 거쳐 헬기장, 깔딱고개를 지나 정상을 찍은 후 상계역으로 하산하는 약 7~8Km 정도의 무난한 코스다.

 

   ▲ 오른쪽 '공릉산백세문'에서 출발해서 불암산 정상에 갔다가 상계역으로 하산.

      등산한 코스를 지도 위에 파란색 선으로 그려 놓았다.

 

 

하늘은 매우 청명하고 군데군데 뭉게구름이 떠있다. 사진만 보면 아주 상쾌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등산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날씨였다. 약간의 습도와 함께 대낮의 온도는 35~36도를 넘나 들었다.

 

    ▲ 이 사진은 2주 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날엔 하늘이 온통 하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둘레길 시작하는 부분은 이렇게 한적하고 부드러운 흙길로 되어있다. 더구나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어울려 태양을 가려주니 더운 날씨에도 걸을만 하다. 개인적으론 이 길이 맘에 든다. 입구에서 약 4Km 정도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가며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그동안 몇군데 길들을 찾아 걸어 봤지만 이 길만큼 흙길이 부드럽고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한 곳은 드물었던 것 같다.

 

 

불암산의 묘미 중 하나는 몇몇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하지만 이 바위에는 표지판이 없는 걸 보니 특별한 이름이 지어져 있지는 않나 보다.

 

 

한참을 오르다 별내면 쪽이 훤하게 보이는 자리가 있어 땀을 식히고 있는데 비둘기 한마리가 천연덕스럽게 내 앞을 지나간다. 마치 앞에 아무 것도 없는양... 이런 닭둘기들이 도심에만 있는게 아니라 산에도 있었다. 아님 도심에 사는 닭둘기가 나처럼 오랫만에 산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른쪽 구름을 보면 '나르는 오리'가 떠오른다. 나만 그런가?

 

 

숲길이 끝나는 지점쯤에 거북바위가 있다. 위쪽이 머리이고 넓직한 부분이 등짝이다. 그렇다고 한다. 그나 저나 이제부터는 직사광선 뿐만 아니라 바위에 반사된 반사광까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정상까지 1Km 정도는 햇빛을 가려주는 건 오로지 땀에 젖은 모자와 썬그라스 뿐이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 시작된다. 아주 어릴때 왔었을 때에는 이런 계단이 없었고 암석을 직접 기어 올랐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했던 산으로 기억된다. 안전 상으로는 계단이 좋지만 등산의 묘미는 반감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이는 등산까지 와서 계단을 오를 거면 귀찮게 산에 오지 말고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오르는게 낫겠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과 자연보호 측면에서 계단 설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하늘 색깔은 근래 들어 유난히 깨끗해 보인다. 산의 짙은 녹음과 바위, 높은 하늘과 뭉게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날이다. 하지만 직사광선과 반사광이 뿜어내는 열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산을 오르다 보니 얼굴에 샤워기를 틀어 놓은양 땀방울이 쉴새 없이 떨어지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오른다. 무슨 영화를 바라고 이런 고행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은 더운날 집안에 갇혀 있는게 싫을 뿐이지만..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이제 마지막 시련이 눈앞에 닥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경사가 좀 심해서 그렇지 그닥 긴편은 아니다.

 

청계산 매봉에 오를때 각 계단에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 100번...300번, 곧 끝나겠지 했는데 1,000번이 지나도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계단 번호를 보지 않았으면 덜 지루했을텐데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1,400개 정도의 계단을 밟아야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청계산에 비하면 불암산 계단은 동네 마실 수준이다. 단지 좀 더울뿐...

그래서 계단 코너를 돌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계단 갯수를 세보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찍었다. 보는 사람은 좀 지겹겠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보이는 계단참까지만 가면 거기가 정상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에 다다르면 좀 심심하고 도전의식이 떨어질까봐(?) 다음과제가 펼쳐진다. 

 

 

자! 힘을 내시라. 조금만 더 가면 고지다.

 

 

보이는 모양이 진짜 끝나 간다고 느껴지지 않나. '계단이 하늘과 맞닿아 있으니 저기까지만 가면 코 앞이 정상이다' 라고 꼬시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거기에 가보면... 계단이 또 있다. 그래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다다르지 못할 산이 어디있겠나.

 

 

계단을 오르는 중 잠깐 숨고르기 하다 절벽위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나무 한컷 찍었다. 하필 저런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전망은 좋겠다.

 

 

   ▲ 바위절벽과 구름. 멋지군. 사족이군...

 

 

이제 좀 지겹다. 저기 저 코너만 돌면...

 

마침내 보인다. 정상이... 불암산 표지석과 국기봉.

 

 

어찌 보면 이상한 표지판이 하나 있다. 불암(佛岩)산과 배우 최불암 선생의 관계(?)에 관한...

읽어 보니 둘 사이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 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단정적일지도.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어떤 여자 등산객이 저기 검은 불암산 표지석에 서서 뒤에 보이는 태극기까지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 주었다. 가로로 세로로... 그랬더니 나도 찍어 주겠다고 해서 찍었다. 하지만 여기에 올리진 않는다. 배가 나와 보이므로...

 

 

국기봉 옆에 이런 표지가 있다. 1980년이면 벌써 30년이 넘었다. 구맥회는 아직도 활동하고 있을까? 참 별게 다 궁금하다.

 

 

이제 하산이다. 하산하면서 바로 보이는 바위가 '쥐바위'다. 잘보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쥐'하면 자연스럽운 연상작용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가카'

 

점심때가 훌쩍 넘어 버려 시장기가 돈다. 위의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평지가 다람쥐광장이다. 저기 근처 그늘을 찾아 조용히 숨어 들어 주먹밥을 먹고 막걸리 한잔 들이키고 잠깐의 오수를 즐겼다. 바람이 넘어 오는 길목에 자리를 잡아서인지 제법 바람이 살랑거려 땀을 식힐 수 있었고 방바닥 굴착을 하지 않고 집 나오길 잘 했다는 위안도 얻을 수 있었다.

 

 

하산 길엔 이런 길을 4~50분 내려 오면 된다. 산에 오를 땐 그래도 가끔씩 몇사람 보이더니 하산코스가 다양해서 인지 앞 뒤로 한명의 등산객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산을 전세 낸 것도 아닌데 다들 어딜 간거지. 내낮의 산인데도 괴괴한 느낌이다.

 

이렇게 약 다섯시간을 산에서 보내고 상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주엔 어느 산을 갈까나...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마산 2  (0) 2012.08.25
천마산 1  (0) 2012.08.19
폐쇄 방지용 펌  (2) 2012.06.30
일요일의 방황  (4) 2012.04.23
포스팅과 걷기  (14) 2012.04.16
And

폐쇄 방지용 펌

|

블로그 폐쇄(?) 될까봐

그동안 페북에 끄적거렸던거 올린다.

 

점점 게을러져서 블로그에

뭐 좀 올려야지 하는 마음만 있고 실행은 뒷전이다.

누가 뭐라는 건 아니지만...

 

하긴 요즈음엔

주말에 집에 앉아 있기 보단

대부분의 주말 시간을

산과 길을 돌아 다니며 보내고 있어

차분히 앉아서 뭘 쓸 시간이 없다.

 

아니다.

뭘 쓸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뭘 쓰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무언가 쓰고 싶을 때가 오겠지...

그때가 않오면 계속 걷든가...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마산 1  (0) 2012.08.19
불암산 등산  (0) 2012.08.07
일요일의 방황  (4) 2012.04.23
포스팅과 걷기  (14) 2012.04.16
우이령길  (6) 2012.03.18
And

일요일의 방황

|
원래의 계획은 10시에 한성대 6번출구에서 만나 북악산 트래킹을 하기로 했다.
전직장의 선배들이 모이자고 해서 만들어진 약속이었다.

어제 무리한 관계로 늦잠을 자고 말았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택시타고 5호선 전철을타고 가다 다시 4호선전철로 환승할 무렵 전화가 왔다. 모임을 주도한 B부사장이었다.

미안하지만 비도 계속 내리고 해서 모임을 취소했단다.

불과 목적지에 세정거장 남았는데... 이건 재앙이다.
어쩌겠는가. 일단 목적지에 내려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지하에서 지상세계로 나와보니 아직 비가 보슬거리고 있었다.

일단 해장이 절실했다. 근처 김밥천국에 들어가 떡라면으로 해장을 시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장 방법이다. 효과는? 글쎄다.

웬만하면 혼자라도 트래킹을 시도 해보려 했으나 우산도 없고, 짜증도 나고, 가는 길도 몰라 포기하고 일단 지하세계 마차에 몸을 실은 뒤 생각해 보기로 했다.

 

몇가지 대안을 떠올려 봤다.
첫번째 귀가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두번째 아차산 역에서 내린 후 대공원을 걷든가, 아차산을 등반하던가, 아님 광진교를 건너 강변공원을 걷는다.
세번째 몽촌토성역에 내려 올림픽공원을 걷다 친구가 추천한 만화전시회를 본다.
네번째 아무데나 커피샾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즐긴다.
이정도 생각했을때 갑자기 안내방송이 귀를 파고 든다. 왕십리...어쩌고.

순간적으로 '중앙선으로 환승해서 타고 가다 아무역이나 내려 걷자'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충동적인 생각에 몸을 맡기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팔당역이다.

다음은 운길산역. 그다음은 양수역. 양수역에서 내려 거꾸로 팔당역까지 걷는 코스를 택해야겠다.

 

내려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친구들과 겨울에 왔었던 조그마한 커피집. 그때 커피를 마시면서 여주인과 역주변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다 마시고 나가면서 담엔 와이프와 한번 와야겠다고 말하자 여주인이 웃으면서 하는 말 '호호 애인 없게 생기셨네요' ㅠㅠ
맞는 말이긴 하다만... 친구들은 옆에서 낄낄거리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여주인은 안보이고 알바생만 있다. 쫌 아쉽다. 딱히 할말도 없다.


올해엔 유난히 늦추위가 끈질기다. 오늘도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바람도 꽤 불고 쌀쌀하다. 하늘은 무겁게 내려 앉았고 스산한 분위기에 괜히 마음이 무겁다.

이제 슬슬 걷기 시작해야겠다.

벌써 집 떠난지 세시간이 흘러 버렸다. 시작이 꼬이더니 마무리는 어떨지...
커피샾을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무슨 심술이람...

할 수 없이 편의점으로 가 우산을 샀다. 8천원이다. 이놈으로 오후를 버텨야 하는데.

 

편의점 방향에 지난 겨울에 왔던 곳이 내 관심을 끌었다.

한 겨울에  와서 봤던 풍경과 사뭇 다른 색채를 품고 있었다. 회색 하늘이 마음을 짓눌럿지만 애써 즐거운 마음을 가져 보려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살펴보다 지난 겨울에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있단걸 알았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이렇게 색채가 다르다. 조금 있으면 또 따른 색을 보여 주겠지.

 

 


나도 놀랐다. 거의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다니... 하긴 여기에선 정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맘에 드는 구도가 보이면 찍을 수 밖에 없어 그럴 수도 있겠다.

 

 

맨위의 사진부터 산 등성이를 이으면 연결이 된다. 대략 이런 모양이다.

 

 

이곳에 머물러 한참이나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

 

전에는 운길산역쪽에서 양수역쪽으로 걸었으나 오늘은 반대로 걸었다. 역시 같은 길이지만 오늘의 날씨와 계절에 맞물려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붙잡고 보슬비 맞아가며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다...

 

지금시각 4시 35분. 마침내 내가 목적한 곳에 도착했다. 약 세시간, 12Km 정도 걸었다. 혼자 다니는 가장 좋은 점이 간섭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고 싶을때 갈 수 있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내맘대로. 외롭다고 느끼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별로 외롭진 않다. 길이 있어 걸을 수 있고 쉴곳이 있어 멈출곳이 있으면 족하다. 아무때나 이렇게 기록 할수 있는 도구가 있으니 또한 든든하다. 그런데 조금 불행해지려 한다. 밧데리가 가고 있다. 화면은 이미 어두워지고 언제 가버릴지 모르겠다. 복병이 숨어있다. 날 불행에 빠뜨리는 밧데리...

 

이렇게 조금은 척척하고 번잡한 하루가 또 지나갔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암산 등산  (0) 2012.08.07
폐쇄 방지용 펌  (2) 2012.06.30
포스팅과 걷기  (14) 2012.04.16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And

포스팅과 걷기

|
어찌 하다보니 걷기나 등산을 한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아! 지난주에도 걷기는 했구나. 친구하고 강변을 걸었었지...
문제는 걷고 나서 거하게 한잔을 걸치다 보니 걸었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마셨다는 사실만 머리 속에 각인된다는 것이다. 걷기가 마시기 위한 핑계거리를 찾기 위함인지 걷고나니 마시고 싶게 된 것인지 그 경계가 심히 모호하다. 굳이 그 경계를 명확히 해봐야 큰 의미가 있을리 만무하다.
이젠 걷다가 사진 찍고, 둘러보고, 생각하고, 간단한 글이라도 포스팅을 해야 기억으로 존재하는듯 하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행위를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은 뭐지? 한편으론 즐기면서도 한편으론 귀찮기도 하다. 모든게 양면이 존재 하듯이...
오늘도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엄청 익숙한 행위인양 자판을 두들긴다.
웃기다. 두달전만 해도 오늘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이 쉽게 변할 수 없다고 신념처럼 생각하고 살았는데... 조금 변할 수도 있구나 싶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래저래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약속을 잡기도 하면서 저녁마다 고칼로리의 음료를 지속적으로 섭취했다. Input = Output 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내 몸은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다. 가슴이 허전해지면서 복부가 팽창한다. 그리고 아주 기분이 나쁘다. 복부가 팽창한들 어짜피 씩스팩은 구경도 못해본 처지고, 그 미세한 고도의 차이를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데 뭔 상관이랴 싶다. 하지만 나만이 아는 내 기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운동을 통해 약간이라도 몸매를 보정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길을 나섰다.

밖으로 나와보니 세상을 싸돌아 다니기엔 너무나 적절한 상태였다. 바람에선 아직 냉기를 맡을 수 있지만 햇볕은 세상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걷는 내내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상의는 얇은 등산복과 조끼를 입었는데 팔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바람의 감촉이 그렇게 새로울 수 없었다. 마치 전에는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참 별일이다.

오늘 걷기 코스는 올림픽공원 북2문을 출발하여 성내천을 따라 한강공원으로 나와 광진교를 건넌 후 아차산을 등반 하고 힘이 남으면 용마산 국기봉 찍고 하산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아쉬우면 대공원가서 꽃구경을 할 수 도 있고... 알다시피 사람 사는 일이 모두 뜻대로 되진 않는다.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성내천 둑길을 1Km정도 걸으면 올림픽파크텔 옆에 있는 정자를 만날 수 있다. 기껏해야 20~30m 정도의 짧은 길이 있는데 벗꽃이 만개 할 때면 다양한 View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하는 곳이다.

 

 

 

 

벗꽃은 화려하다. 화려함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지만 반작용으로 금방 싫증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근거 없는 추정이지만 너무나 화려해서 벗꽃은 아주 찰라의 순간만을 존재하다 서둘러 꽃잎을 떨굴지도 모르겠다. 말했지만 근거는 없다. 올해 들어 벗꽃과의 첫 근거리 조우를 마치고 다시 걷는다.

 

 이리보니 끝이 안보인다. 끝이 보이진 않지만 길은 이어져 있다. 여기서 보면 아직 개나리만이 봄이란걸 알려 주는듯 하지만 조금만 더 걸으면 아주 반가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멧비둘기인듯 하다. 이놈도 나처럼 봄맞이 하러 나왔나 보다.

 

노랑의 진달래와 알수 없는 새순의 연두색이 조화를 이루며 경계를 나누고 있다. 노랑과 연두가 만나면 묘한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설마 나만 그렇게 느끼진 않겠지?

 

계속 걸어 나간다. 엊그제에도 강변을 지나치며 개나리를 봤지만 아직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는데 오늘은 정말 노랬다. 그냥 노랗다고...

 

 

 

 

 

봤으니 이젠 믿을거라 생각한다. 그냥 노랗다는 사실을...

나도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노랑을 접한건 처음이다.

 

 

 

공원 한켠에선 개나리 말고 나도 있다고 조용히 시위하고 있는 흰꽃도 있었는데 워낙 얄팍한 상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름은 모르겠다.

 

잔디밭에는 나름의 꽃을 피워 올린 풀들도 있었다. 역시 이름은 모른다.

 

계속 전진한다. 이리저리 사진도 찍고 갈지자로 왔다가다 하다보니 허기가 져 한강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먹었다. 가지고 간 마테차도 한잔하고... 여유만만 봄기운을 즐기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시 서둘러 걸어 광진교에 도착해 건너기 시작한다.

 

 

 

 

 

광진교를 걸어서 건너 본 경험이 5번은 된것 같다. 그때마다 다리 밑에 있는 "8번가"라는 전시공간에 와 보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각의 구도도 그렇고 유리로 되어있는 바닥을 통해 한강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겨울에 왔을 때는 얼음이 얼어 새파란 색깔을 띠던 한강이 오늘은 햇빛을 받아 옥색으로 빛난다.

 

이젠 광진교를 건너 아차산을 오른다. 해발 3백미터도 되지 않지만 많이 걸어온 터라 팔각정까지 오르는데 꽤 힘이 들었다.

 

 

그렇게 팔각정쪽으로 오르다 개울 근처에서 찍은 돌단풍이다.
아차산에 원래부터 자생했던 건 아니고 조경용으로 심은듯하다.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때 심산계곡에서 많이 보았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다. 이놈 꽃이 소박하지만 가을엔 단풍도 든다.
화려함을 감히 벗꽃에 비할수 없지만 나름의 정취를 간직한 꾳이란 생각이 든다. 바위틈을 비집고 나와 새순을 튀우고 꽃까지 탐스럼게 피운 노력이 가상하다.

 

조금 더 오르다 보니 진달래도 만났다. 개나리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필텐데 오늘 내가 걸어온 길에서는 군락지가 없어 찍지 못했는데 산 중턱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진달래를 보면 왠지 꽃지짐을 해먹어야 할 것 같다. 식욕을 돋구는 색이라 그런가...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또 이름도 모르는 풀이 노란꽃을 펼치고 있었다. 뭐 내가 식물학자는 아니니까 이름을 모를 수도 있지만 알고는 싶다.

 

아차산 정상에 도착해서 조금 한갓진 곳에 일인용 방석을 깔고 앉아 차도 한잔 마시고 쉬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가 잘 안터져서 제대로 통화는 못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늘 용마산 건너갔다 오는건 포기다. 핑계거리 생겼으니...

이래서 토요일의 걷기는 마무리 되었다. 이게 걷기였는지 꽃구경이었는지 아리송하다.

 

오늘 천안 어머님 댁에 갔다 올라오다 석촌호수 벗꽃소식을 뉴스에서 본지라 궁금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 사진찍고 꽃구경을 하느라 떠들썩 했다. 난 어제 이미 꽃구경은 충분히 했으므로 몇장 사진을 찍고 노을도 구경하고 서둘러 귀가 했다.

포스팅하려고... 이거 잘하는 짓인지.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쇄 방지용 펌  (2) 2012.06.30
일요일의 방황  (4) 2012.04.23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And

우이령길

|
마침내 걸었다. 우이령길.
목요일이던가. 갑자기 이번주 토요일엔 어딜 걸을까 하다, 작년부터 세번이나 예약만 하고 가지 못했던 우이령길이나 가볼까 생각하며 북한산 국립공원 누리집에 접속했다. 이길은 자연보호를 위해 우이동과 교현리 양쪽에서 하루 각각 500명씩 1000명 예약자에 한해 걸을 수 있도록 허가한다. 누리집에 들어가보니 역시 교현리에서 우이동 방향으론 예약이 끝났고 반대방향은 우연히 딱 한자리 남아있었다. 현재 예약자 399명. 나머지 100명은 나이드신 어른들 전화예약자 몫이다. 그 한자리를 차지해 가까스로 예약에 성공했다.

어제 여의도공원의 여파로 몸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문밖으로 나서면 된다는 신념으로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우이동까지는 상당히 멀다. 전철3번 갈아타고 한번의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다. 작년에 북한산 둘레길 걸으면서 몇번 와본터라 익숙하다. 우이동에서 내려 김밥 한줄, 삶은계란 세알을 샀다. 집에서 가져온 커피담은 보온병이 있으므로 이정도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총거리는 6.8km, 3시간 30분 소요된다고 나와있다. 이상하다. 이정도면 산길이라 하더라도 2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시간을 너무 넉넉하게 잡아 놓은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의심이 현실이 되었다.

 


입구 초입이다. 나는 우이령길 초소가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거의 이길을 2Km 정도 걸어야 초소를 만날 수 있었다.
전 주에도 하늘공원에 가서 걷기를 했는데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그게 생각난 나는 옷을 오바스펙으로 입고 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상의에 등산셔츠, 조끼, 등산용 점퍼를 입었는데 1Km 정도 걷다가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었고 3Km 정도 걷다가 등산용점퍼를 벗어 배낭에 묶었다.


잘 정돈된 흙길을 걷다보니 계곡사이를 걷널 수 있도록 나무로 조성된 다리가 나왔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젠 어딜가나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배려한 흔적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적은 돈을 들여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좋은 예란 생각도 든다.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돌만 있으면 쌓는다. 석공도 아니면서... 다들 빌어야 할 소원들이 참 많은가 보다. 난 별로 쌓고 싶지는 않다. 빌어야 할 소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니컬한 태도 때문일거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초소에 도착했다. 신분증으로 예약자 확인을 하고 오늘 걸을 길을 안내도를 보고 확인했다. 지도를 본다 한들 길이 하나 밖에 없고 어디 딴 곳으로 가지도 못하게 되어 있으므로 큰 의미는 없다.


안내도에는 볼거리가 굉장히 많이 있는 것처럼 표기되어 있지만 정작 볼거리는 많지 않다. 단지 이길은 많은 기간동안 일반인들에게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면 점이 여느 길과는 좀 다른점일 것이다.


우이령길은 부드러운 흙으로 덮여 있어 걷기에 매우 편한 감촉을 준다. 초소까지도 오르막이었지만 이후로도 오르막이 계속된다. 내 머리속으로 우이령길을 우이동길로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령"은 고개를 뜻함을 알았으면서 그냥 평탄한 길이겠거니 하고 막연히 생각 했다가 오르막이 한참을 계속되자 그제서야 아, 이길이 고갯길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평범한 사실인데 몸으로 느껴야 이해를 한다. 입맛이 개운치 않다.


길을 걷다 보니 오봉전망대가 나온다. 봉우리가 다섯개라 오봉이라 부르나 보다. 표지판의 유래를 읽다 피식 김빠진 웃음이 나온다. 도대체 저런 전설은 어떤 경위를 통해 만들어지고 구전될까?


하늘에 구름이 많아 전반적으로 흐린데 오봉만 햇살이 가득 비치고 있다. 그래서 어느 봉우리에 돌을 얹은 장사가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을 차지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예쁘고 권세있는집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의 경쟁이 필수였나보다. 스토리의 프레임이 너무 진부하다.


계곡의 곳곳에는 아직도 얼음이 한자리 차지하고 아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저 얼음 밑에서는 조금씩 녹은 물들이 모여 졸졸졸 흐르며 계곡의 본류에 모여 이젠 꽤 큰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어느 순간 걷다 보니 내리막길이다. 어,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시간상으로 얼마 걷지 않았는데 벌써 끝이 나면 안되는데 하며 천천히 걸을 걸 하는 후회가 몰려온다.


교현리 초소가 1Km 정도 남았을 무렵 계곡에 물을 가두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보가 하나 있었다. 주위에 군부대가 있어 이 물을 어디엔가 쓰려고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은 바람도 부드럽고 여기저기서 새소리도 들리고 눈녹은 물들이 흐르는 물소리도 들었다. 계곡에선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처음엔 무슨 새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까 하고 주위를 둘러 봤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다 마침내 깨달았다. 세상에 서울에 양서류가 살아있다니... 환경보호란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는것과 동의어다. 만약 계곡에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펜스를 치지 않았다면 저놈들이 남아있을까? 참, 사람이 문제다.


소리파일을 세심하게 들어보면 물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지나가던 까마귀소리가 들린다.

 



갯버들이다. 이놈들도 눈치챘나보다. 개구리도 갯버들도 때가 되면 자기들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기특하다.


전체적으로 2시간 30분정도 소요 되었다. 아직 3시 밖에 안됐는데...
아무래도 모자란 부분은 광진교를 걸으며 보충해야 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이령길 걷기를 마무리했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요일의 방황  (4) 2012.04.23
포스팅과 걷기  (14) 2012.04.16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2012.02.22
And

짧은 여행. 제부도

|
삼일절에 월초라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나와 월실적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바깥 날씨는 화창한데 사무실에 갇혀 숫자를 두드리고 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마침 대학 동기가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다.
뭐하고 있냐 해서 내 처지를 설명했더니 토요일에 제부도에 가자고 한다.
특별한 이슈가 있는 건 아니고 섬에가서 한바뀌 걷고 조개구이도 먹고 하며 바람을 쐬고 오자고 했다.
바로 승낙하고 토요일을 기다리며 화창한 공휴일에 사무실에서 레포트와 씨름하는 처지에 대한 위로로 삼았다.
거의 밤샘을 하여 레포트를 완성, 금요일 오전에 무사히 보고까지 마쳤다.
이틀 동안 합해서 6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때쯤 연락이 왔다.
밝히기 뭐한 수술을 하여 거의 한달 동안 술을 입에 대지 못하던 친구가 지금 서울 올라오고 있단다. 게다가 그 친구는 얼마 전 머리를 올렸다. 진짜 머리를. 그래서 다들 그의 젊어진 외모를 보고 싶어 하던 참이었다.
물론 나도 3일째 지진나게 일만 해서 한잔이 간절하던 참이었으니 모든 아구가 맞아 떨어졌다.
술자리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나의 피로는 풀리기는 커녕 더 쌓여만 갔다. 내일 제부도 가야한다는 의무감으로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려 요즘 들어 좀처럼 하지 않던 자제의 미덕을 발휘했다. 쉽진 않았지만 토요일 아침에 무사히 일어나 수원까지 갈 정도의 체력과 정신상태는 겨우 유지 할 수 있었다. 3일 동안 총 수면시간 10시간. 일하느라 잠을 못 잔 것은 할 수 없지만 놀려고 잠을 못자는 건 좀 바보 같은 짓이긴 하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어쩌겠나.

일단 수원까지 가는 광역버스에서 30분 정도 수면을 보충 한 후 친구들 셋과 합류하여 제부도로 출발하였다. 정신이 멍하고 눈은 침침했지만 참을만 했다. 가다가 편의점에서 커피도 사서 마시고 친구들과 농담도 하다 보니 이제서야 비로서 여행에 대한 가벼운 들뜸이 느껴졌다.

제부도에 도착한 우리는 주변의 풍광을 즐기면서 때론 농담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며 봄기운을 즐겼다.
난 제부도에 첫직장에서 야유회로 와본 경험이 있다. 15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그때는 해수욕장은 자연 그대로 였고 해변과 떨어진 곳은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었다. 지금은 섬 전체가 조개구이집과 횟집으로 점령 당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는 빼곡하게 음식점이 들어차 있고 우리나라 어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번잡했다. 식당에 손님들을 끌기 위해 슈퍼맨을 비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코스프레를 한 호객꾼들로 해변 도로쪽은 걷기가 민망했다.

한가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됬다. 직전 모임에 참석을 못해 나만 몰랐는데 오늘 같이온 총각 친구가 대학 써클 송년회에 갔다가 몇가지 우연, 상대 여자의 적극적 성격, 한 친구의 조력, 본인의 숨겨졌던 역량을 통해 드디어 교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부디 지피지기(知彼知己)하여 백승은 필요 없고 딱 1승만 거뒀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시커먼 남자 네놈이 섬에 갔다 왔는데 뭐 재미있는 일이 있었겠나. 그냥 웃고 떠들고 소주한잔 마시고 봄기운 느낀걸로 족하며 돌아왔다. 집에 와서 시체처럼 잠을 잤다. 그래봐야 많이 자지도 못하지만.
이렇게 삼일이 흘러갔다. 빡센 일정이 끝났다. 일요일은 쉬자...

아래 슬라이드는 시간 순서대로 구성되어 잇다. 한장씩 넘기다 보면 이동경로가 보일게다.
수원 출발해서 국도, 제부도 입구, 주변 풍경, 주차장, 주차장에 올려져 있는 요트. 등대, 전망대, 산책로, 바다에 빠질 수 있는 계단, 소라모양의 조형물, 새우깡 얻어 먹는 갈매기, 해수욕장, 해수욕장을 거니는 꼬마아가씨, 잔잔한 파도, 벤치와 갈매기알 조형물, 조개구이집,  매바위, 고동의 외출 경로, 바다, 매바위, 귀가길 순서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686970717273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스팅과 걷기  (14) 2012.04.16
우이령길  (6) 2012.03.18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2012.02.22
일요일 오후  (2) 2012.02.20
And

청계산 산책 그리고...

|
전날 마신 술의 여파로 늦게서야 눈을 떳다. 숙취가 가시질 않아 아침부터 비실비실...
아내의 잔소리가 두려워 알아서 아침 챙겨 먹고 방안에서 두문불출.
뭘 봤더라. 드림팀 어쩌구 하는거...짜식들 잘달린다.
빈둥거리다보니 아내가 목욕가시고 난 다시 영화소개하는 프로에 넋이 나가서 멍...
어느덧 시간은 흘러 12시가 휘릭 넘었다.

이래선 안돼 하는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나갈 채비를 서두른다. 청계산에나 가볼까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친구의 카톡. 뭐하시나? 산에 가려구. 어느산? 청계산. 같이가자. (이게 비극의 시작이다.)
이렇게 간촐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전철을 타고 중간에 합류하여 청계산입구에 도착했다.
서울의 등산객 붐비는 산 밑은 각종 음식점, 노점상, 등산용품점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
벌써 오후 2시가 다되어 간다. 올라가는 사람보다 내려오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이다.
하지만 우린 둘다 점심을 하지 않은 관계로 잔치국수 한그릇씩을 후루룩 비우고 산행에 나섰다.



청계산 등산 안내도 앞에 서서 오늘 어떤 코스를 탈지 상의했다. 우린 무리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진달래능선을 통해 옥녀봉까지 갔다가 그때 몸상태 봐서 더 등산 할건지 결정하기로 했다.  옥녀봉은 꼴랑 375m에 불과한데 이건 등산이라기 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우리는 천천히 산을 타기 시작했다.

요즈음 걷거나 등산 할때 장딴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증상이 자주 일어난다. 아파서 한참이나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풀어주어야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떤 친구에게 배운 응급처치 방법을 써본다. 새끼손가락 첫째와 둘째마디 사이를 꾹꾹 누르는 방법이다. 장딴지가 안아픈 사람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같이 근육이 뭉쳐 아픈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꽉꽉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뭉쳤던 근육은 풀린다. 인체는 참 신비롭다. 아, 나는 인체가 아니라 웅(熊)체였던가.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골짜기가 원터골이다. 원래 뭔가가 있었던 곳이라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는지 모르지만 익숙치 않다. 골짜기에는 겨우내 꽁꽁 언 얼음이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무슨 세제 거품을 부어 놓은 듯한 형태와 색깔이 인상적이다.

서울 근교 대부분의 산들에서는 마사토가 많아 주의를 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거나 돌부리에 채여 넘어질뻔한 적이 많았는데 청계산은 등산길이 전반적으로 고운 입자의 흙으로 덮여 있어 걷기에 편하다. 입구의 평평한 코스를 지나 우리는 진달래 능선으로 향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었다.

방향을 꺽자마자 상당히 가파르다. 소나무가 군락지어 있어 길은 운치있지만 경사가 상당히 심해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다. 우리의 목표가 겨우 해발 375m인데 금방 가겠지 싶어 힘을 내본다.

 가파른 경사를 지나 등성이에 다다르면 진달래능선이 시작된다. 안내판을 읽어 보니 봄이 되면 900m의 진달래 군락이 일제히 꽃을 피워 장관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냥 밋밋한 등성이일뿐이지만.

그리고 청계산에 와서 느낀점 하나. 이 산엔 유난히 젊은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그다지 험난하지 않고 걷기 편해서일까? 건전하게 데이트하는 청춘들을 보니 흐뭇하다. 부럽기도...음.음.

요즘 등산이나 걷기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다. 처음 걷기 시작 할때는 아득해 보이는 목표지점도 한걸음 한걸음 가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된다. 차나 자전거에 비해 걷기가 엄청나게 느린건 사실이지만 어느순간엔 도착한다. 옛말이란게 누군가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란걸 실감한다. 그렇다. 아무리 먼길도 첫발걸음을 떼지 않는다면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없다.

도착했다. 1차 목표지점 옥녀봉. 표지판의 마지만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대략 난감하다. 문장을 여러번 읽어 봤는데..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해야 될 것 같다.

우리는 오늘의 운동량이 너무 작다는 이유로 등성이를 조금 더 걷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오른게 많지 않아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려가는 길도 계단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편안하다.

내려오는 길에 골짜기를 보니 약수터의 물인지 얼음이 녹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봄은 저 골짜기에서 아주 서서히 야금야금 시작되고 있나 보다.


우리는 등산을 마치고 우리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 위해 이런거 파는 집으로 향했다. 선릉에서 부부가 운영하는 종로빈대떡 막걸리 집.

이분들은 내친구의 소개로 XX역 종로빈대떡 집에서 전부치는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육전도 그렇고 굉장히 부드럽다. 추가로 시킨 어리굴젓도 감칠맛나고. 막걸리 딱 3병 나눠마시고.
여기까지가 토요일의 바람직한 행보였다.

이후부터 또 한명의 친구와 합류하면서 시작된 광란의 음주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친구가 자랑하던 막걸리를 걸러 만든 청주를 시작으로 다시 막걸리, 자리 옮겨 소주, 다시 소주...깨어보니 집이긴 하다. 기억은 반토막 나버리고 속은 쓰리고 머리는 깨진다. 이제 이정도 나이 먹었으면 절제가 무엇인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건만. 금주(今週)는 금주(禁酒)다.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2012.02.22
일요일 오후  (2) 2012.02.20
북한산 둘레길 걷기  (2) 2012.02.19
And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

오늘 점심을 빨리 한데다 만두국을 먹었더니 저녁이 되자 심하게 허기졌다.
예상대로 집에 와보니 아무도 없고...
대충 옷만 갈아 입고 반찬을 꺼내 1.5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한공기를 비운 후 0.5공기를 밥솥에서 퍼 다시 식탁에 앉는 순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미 늦었다.  뭐 어쩌리.
순식간에 밀어 닥친 포만감을 즐기며 설겆이를 마쳤다.

잠시 고민.
멍하니 있다보면 십중팔구는 Youtube로 이것 저것 찾아 보다가 꿈나라 티켓 발권해서 입장 할텐데.
그래 문앞만 나서면 돼. 항상 이부분이 가장 어렵다. 그리고 승률 50% 넘기기 힘들다.
오늘은 부풀은 배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나가기로 결정! 이성적인 사고의 승리다.
날은 그리 춥지 않으니 목도리는 빼고, 비니, 장갑, 핸드폰, 이어폰 챙기고 출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오늘 들을 팟케스트 방송을 고른다.
요즈음 팟케스트 방송이 너무 많다.
나는 꼼수다, 나는 꼽사리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이슈털어주는 남자, 생방송 애국전선, 시사난타 H, 이정희의 희소식,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정혜림의 발칙한 뉴스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많거니와 이 사람들 방송이 아니라 음원파일이라고 한편당 짧은게 한시간, 평균 한시간반씩 떠들어 댄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이거 다들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아무튼 오늘은 나는 꼽사리다 12회 - 재벌개혁을 논하다 편을 어렵게 골라 플레이버튼(▶) 모양을 눌렀다.

집을 나서면 세가지 산책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일번. 올림픽공원 뺑뺑이 코스
이번. 성내천 송파워터웨이 왕복코스
삼번. 한강 강변공원 무한대코스

오늘은 멀리 가기가 싫어서 올림픽공원 코스를 선택했다.
일단 공원내 토성 등성이로 연결되어 있는 길로 접어 들었다.


역시 밤에 핸드폰으로 뭘 찍는다는 건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풍납동 쌍용아파트가 멀리 보이고...


올림픽파크텔과 뒤쪽에 파크리오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한강은 안보인다. 투시를 하면 모를까.
등성이로 한바뀌를 돌고 났더니 꾀가 나서 평지로 걷고 싶어졌다. 집에서 나온 것만 해도 어딘데 살살하자는 간사한 마음이 들면서...

평지로 걷다가 이렇게 한장...

저렇게도 한장 찍어보고 혼자서도 잘놀아요.


평화의문도 한장 찰깍.


공원안에 커피샾도 있다.

이제 거의 '나는 꼽사리다'도 마무리 멘트 날리고 있고 나도 집에 가서 쉬어야지 하면서 길을 가다 마무리 한컷.



오늘 저녁에 초과 섭취한 0.5공기의 탄수화물과 야간산책이 쌤쌤 되었을 거란 위안을 하며 꿈나라 입장해야겠다.
세상에 평화가 와야될텐데....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일요일 오후  (2) 2012.02.20
북한산 둘레길 걷기  (2) 2012.02.19
And

일요일 오후

|
갑자기 친구와 걷기 약속이 잡혔다.

일단 불이나케 세수하고 머리깜고 면도하고.
고즈넉하게 널부러져 있는 가족구성원들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소음을 최소화 하면서...아휴 왜이리 소심하신지.
아침은 경규 엉아의 꼬꼬면에 떡국을 한움큼 넣어 든든하게. 난 라면 좋아. 흑흑.
친구가 친절하게 모시러 왔다.

출발!
팔당역에 도착하여 걷기 시작.

하얀 점들이 철새들이다. 찾아 보니 쇠백로란다. 쇠오리, 청둥오리 들도 섞여있다.
애써 찾지 말기 바란다. 숨은그림찾기도 아니고...핸드폰사진의 해상도가 그렇지 뭐.

강가엔 아직 얼음이 남아 있다. 겨울이라 쓸만한 경치가 없다. 그나마 구도가 재미있겠다 싶어 찍었더니 별로다. 아무튼 계속 걷는다. 친구와 온갖 잡담을 하면서. 주로 했던 얘기가 그 친구가 왜 갑자기 공장장으로 발령이 났는지 거기 생활은 어떤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등등의 신변잡기였다. 또한가지는 꽃피는 봄되면 날잡아서 친구들 몽땅모아 소풍 오자. 어디서 모여 어디까지 걷고 어디서 커피를 마시고 어디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을지 2차로 술은 어디서 할지 등등. 남자도 맨정신으로 수다 잘떤다.

이런 길이다. 쭈욱~~ 강가를 따라서... 이 길이 중앙선 전철화 되기 전에는 철길이었다. 가카께서 시멘트로 발라주셨다. 덕분에 자전거도 슝슝 잘 달린다. 이길을 계속 걷다보면 국토를 종단할 수 있단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 멀리 팔당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아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걷다보면 금방이다. 친구가 투덜거린다. 댐위에 저 조형물은 어디에 쓰는 물건이냐고. 쓰잘데 없는 낭비란다. 보기 좋구만 괜히 트집이다.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을 상상하며 만들지 않았을까?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댐의 왼쪽 물 밑에 수력발전 터빈을 돌리고 하류로 물을 흘려 보내는 수로가 있다. 짐작이다. 물밑에 있는 수로가 보일리가 있나.

댐 하류와 상류의 경치는 완전히 다르다. 하류쪽에선 흐르는 물을 보고 조금 있으면 곧 봄이 오겠다 싶었지만 상류로 와보니 여긴 완전히 시베리아다. 스케이트 타고 종단해도 될만큼 얼음이 단단해 보인다. 물이 고여 움직임이 없다보니 겨우내내 얼음의 두께를 키워 왔을 것이다. 웬지 완고해 보이는 노친네 같다. 찬바람 씽씽나는~~

끝없이 얼어 있다. 얼음!

좀더 걷다 보면 터널이 나온다. 봉안터널. 내부는 LED로 장식해 놓았다. 반짝반짝 거린다. 터널 내부에서는 썬크라스를 벗으라는 안내판도 나온다. 친구는 안내문구를 무시했다. 난 맨안경이라 벗을 필요가 없었다.

조명이 좀 유치하지만 찬란하긴 했다.

우리는 여기서 커피를 마셨다. "봉주르"
전에 같이 왔던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이 카페가 생긴건 아주 오래전 일이고 계속 확장해왔다고 한다. 떼돈도 벌었겠지.

 

들어가는 입구. 음~ 여긴 CESCO가 지키고 있군. 도둑보다 무서운 벌레...

군데군데 야외에서 모닥불을 쬘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없다. 다들 추위를 피해 토끼굴같은 실내로 들어가 있다.

이런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주문했다. 아는게 아메리카노 밖에 없다. 또 그것만 마신다. 제일 싸기도 하고 "라떼" 들어가 있는 건 싫기도 하다. 순수한 커피 맛을 잡탕을 만들어 버린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럴땐 나름 까칠하다.

엽차 한잔. 커피한잔. 설탕 한봉지. 스푼하나. 심플하다. 설탕은 안먹는다. 하얀거 소금, 설탕, 밀가루 이런거 안좋대서...그런다고 오래 살지는 모르겠다. 더 안좋은거 엄청 많이 먹으면서.

이 초는 밤에만 켜는 걸까? 불을 붙여 볼 생각을 했지만 담배 끊은 뒤로 라이터가 없다. 포기했다.

친구가 집에 전화를 걸더니 와이프가 1시반까지 귀가하라는 지시가 하달됬다며 갑자기 서두른다. 커피를 숭늉들이키듯 한다. 목표시간까지 1시간 20분 정도가 남아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건 여자가 아니라 와이프다"라는 말이 만고의 진리임을 친구가  몸소 실천으로 보여 준다. 나도 덩달아 서두른다. 커피 완샷!

돌아 오는 발걸음은 꽤 빨랐다. 아마 친구는 목표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무사하겠지.
난 돌아오는 길에 와이프 호출을 받지 않은 다른 친구에게 연락하여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간 곳은 아차산순두부집. 전에 아차산 갔다 내려오는 길에 들렀던 곳이다. 여기 오면 항상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분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등산보다는 막걸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라도 사투리도 들리고 시끌벅적하니 장터 분위기다. 난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
한참을 기다리니 친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어 온다. 집에 가는 길에 차가 엉켜 늦었다며. 괜찮다. 기다리다 지쳐 막걸리 두사발을 혼자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우린 두부전골 小자와 막걸리 세병을 나눠 마셨다.
친구와 만나자며 했던 얘기는 원래 어린이대공원 산책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금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찬바람을 쐬며 대공원 문을 들어섰다. 왼쪽의 모교. 오랫만이다. 아직도 스쿨버스는 노란색이군.
팔각정쪽으로 걷다 보니 오른쪽에 각종 놀이기구들이 보인다.

갑자기 어릴적 탓던 청용열차를 타고 싶어졌다. 우린 취기의 독려를 받으며 순식간에 청용열차를 타기로 의기투합했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둘이 사진을 찍고... 출발. 순식간에 끝났다. 이런 놀이기구 마지막에 탄게 아마 잠실 롯데월드였던것 같다. 거기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였다. 아우 요런걸 어릴땐 무섭다고 난리를 쳤었나. 난 우리가 이제 이런걸 탈 나이는 지났다는걸 절감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탔는데 괜히 탔다는 후회가 몰려 왔다. 이후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의 집에가면 밥먹기 힘드니까 먹고 가자는 말에 솔깃해 따라갔다가 이번에는 소주를 3병 나눠 마셨다. 밥먹자 해놓고 왜 술을 먹는지...
결론적으로 일요일 오후는 두번의 산책, 두번의 음주로 마감되었다.
물론 집에 들어갈때는 까치발로 살금, 살금.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2012.02.22
북한산 둘레길 걷기  (2) 2012.02.19
And

북한산 둘레길 걷기

|
하기휴가를 통해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제주 올레길 걷기였다.
다음이 지리산 둘레길 걷기.
북한산 둘레길 걷기는 현실적인 선택이었고.

더운 여름날
그것도 하기휴가기간에
집에서 방바닥 굴착하기엔 좀 억울한 기분이 들어
북한산 둘레길 걷기에 도전하였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가졌던 것도 아니고
몸을 괴롭혀야
잠도 잘 올것 같고
걷기 뒤에
스스로 대견해하며
상으로 내리는 막걸리때문에
열심히 걸었다.
난 걷기를 좋아하게 될거야라는 최면과 함께...

01234567



2011년 8월 20일

'돌아 댕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이령길  (6) 2012.03.18
짧은 여행. 제부도  (2) 2012.03.05
청계산 산책 그리고...  (2) 2012.02.27
야간 산책과 야경사진  (2) 2012.02.22
일요일 오후  (2) 2012.02.20
And
prev | 1 | 2 | 3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