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댕기기'에 해당되는 글 80건

  1. 2013.04.15 꽃구경을 빙자한 빡센 산행 - 원적산 7
  2. 2013.04.11 산행을 빙자한 꽃구경 - 추읍산 4
  3. 2013.03.26 청평 호명산 거쳐 호명호수까지 6
  4. 2013.03.12 꼬여버린 북한산 산행 2
  5. 2013.03.06 소요산 능선타기 4
  6. 2013.02.20 하남위례길 덕풍골에서 시작해 위례둘레길 걷기 4
  7. 2013.02.15 예봉산 가로지르기 2
  8. 2013.02.05 양재 화물터미날에서 청계산 질러가기 6
  9. 2013.01.28 부용산, 형제봉 등산 6
  10. 2013.01.21 정동진, 금진항 나들이 6
  11. 2013.01.17 구룡산 거쳐 대모산까지
  12. 2013.01.17 대부도 해솔길 4
  13. 2013.01.10 계사년을 열며 검단산에 오르다
  14. 2013.01.03 태안 해변길5코스(노을길) 걷기
  15. 2012.12.20 서울 성곽길 걷기 (흥인지문에서 사직공원까지) 6
  16. 2012.12.10 올림픽공원에서 망우리까지 2
  17. 2012.11.19 불곡산 종주 2
  18. 2012.11.12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 2
  19. 2012.11.07 경기도 하남시 용마산 산행 2
  20. 2012.10.29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2 2
  21. 2012.10.29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1 2
  22. 2012.10.22 북한산 단풍놀이 3 2
  23. 2012.10.22 북한산 단풍놀이 2 2
  24. 2012.10.22 북한산 단풍놀이 1 4
  25. 2012.10.15 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2
  26. 2012.10.15 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1 1
  27. 2012.10.10 예봉산을 오르다
  28. 2012.10.04 강변공원을 거쳐 아차산까지
  29. 2012.09.24 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2
  30. 2012.09.24 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1

꽃구경을 빙자한 빡센 산행 - 원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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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3일  동원대에서 정개산.원적산 등반 후 이천 산수유 축제까지...)

 

 

 

원적산은 6~7년 전에 회사에서 단체 산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산이다.

당시의 탁 트인 능선과 능선을 넘어가는 운무에 대한 환상적인 풍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여러번 인터넷 검색을 했으나 찾지 못하다가 옛 동료에게 물어 물어 겨우 산이름을 알게 되었다.

 

산이름을 알아 낸 후 자세한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이 동네에서 이천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2주 연속 산수유축제를 쫓아다니는 산행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침에 산수유마을에 가서 축제를 잠깐 보고 산행을 하려다

잘 못하면 축제 기분에 빠져 산행은 제껴두고 아침부터 막걸리파티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싶어 계획을 수정했다.

 

인터넷지도를 보니 동원대학교에서 능선을 타고 원적산 천덕봉에 접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뒤져 봤더니 역시나 등반코스가 개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지도를 보고 길이 있겠다 싶으면 영락없이 길이 나있다.

 

등산을 계획하면서 전체 길이를 재보고 약 10km 정도 되니 그닥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산이 그리 높지도 않으니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고...

하지만 오해였다.

크고 작은 봉우리를 수도 없이 넘어야 했고 하나 같이 만만치 않았다.

덕분에 고생 좀 했지만 고생에 비례해 성취감은 크다.

 

총소요시간은 6시간 40분 이다.

작년에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을 했을때 7시간이 걸렸는데 나로서는 두번째로 많은 시간이 걸린 산행이었다.

실 소요시간은 쉬는 시간 1시간 20분을 뺀 5시간 20분, 소요거리 9.6km다.

 

 

 

친구와 강변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 9시에 만나 1113-1번 버스를 타고 동원대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이 버스 중부고속도로 잠깐 타다 경기광주IC에서 빠져 나와 국도를 타는데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

결국 11시 경에야 산행을 시작 할 수 있었다.

 

사진의 표지판은 산행을 끝마친 지점인 산수유마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어서

실제 산행코스는 사진의 제1코스 반대 방향이었다.

 

* 산행코스 : 동원대후문주차장 → 범바위약수터 → 주능1봉 → 주능2봉 → 정개산정상 → 주능3봉 → 천덕봉  → 원적봉

                  → 낙수제 → 산수유마을

 

 

 

동원대학교 내에 있는 종점에서 버스를 내린 후 오른쪽으로 나 있는 샛길로 빠지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조금 걷다 처음으로 마주친 표지판이다.

이 길이 이천시에서 조성한 걷고싶은둘레길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친구와 난 산을 탈 계획이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도 산수유마을에 도착 할 수 있다.

이젠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걷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한적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잠깐이나마 놓을 수 있다.

가끔씩 보이는 진달래도 찍고... 소풍 나온 아이들 마냥 마음이 가볍다.

 

물론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하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머리 속은 하얗게 지워지지만...

힘들어 죽겠는데 앞으로 산행은 포기하고 가볍게 걷기나 할까...

 

 

 

진달래는 군락을 이룬 모습을 찍기 전에는 사진을 잘 안받는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듬성듬성 피기 때문인지 뭔가 허전해 보인다.

색도 옅은 분홍이라 그리 강렬하지도 않고...

 

이번 주말에 고려산의 진달래군락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이상 기온으로 진달래가 필 기색이 없다.

아무래도 한주 미뤄야겠다.

 

 

 

임도를 1km 가량 걷다보니 범바위약수터가 나왔다.

여기서부터 산행길과 둘레길이 갈라진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점퍼를 벗어 베낭에 묶고 매무세를 가다듬었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은 끝날 줄을 모르고...

계단이 끝나면 오르막이 끝날 줄을 모르고...

헉헉거리며 쉬다 가다를 반복하고...

 

 

 

주능1봉과 2봉을 거쳐 정개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거대한 송전탑이 버티고 있었다.

송전탑 아래에 평평한 넓은 자리가 펼쳐지자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팀들은 다들 점심 먹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야 둘 뿐이라 일단 정개산에 오른 후 점심을 먹기로 하고 내쳐 정상으로 향했다.

 

 

 

이 팀은 식사자리로 명당을 잡았다.

높다란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아래에 자리를 잡았으니 뿌듯하겠다.

 

 

 

정개산이라고 알고 올랐는데 막상 정상석에는 소당산이라고 적혀있었다.

찾아보니 산이름이 혼용되고 있었다. 산의 형세가 높고 우뚝하여 솥뚜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소당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른쪽 신둔면, 왼쪽 백사면의 전경이다.

이 방면에는 높은 산이 보이질 않는다.

 

 

 

소담산 정상에서 앞으로 가야 할 운적산 방향을 바라 보았다.

사진의 맨 뒤 왼쪽 봉우리가 천덕봉, 오른쪽 봉우리가 원덕봉이다.

헐~~

생각보다 멀 뿐더러 대체 봉우리를 몇개나 넘어야 할 지 감도 오지 않는다.

애써 외면하며 점심을 먹기위한 자리잡기에 정신을 팔았다.

두사람 앉아 밥먹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 한참을 헤메다 결국 대충 앉아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등산한 얘기야 항상 같으니 생략하고~~

 

길가다 보니 희안한 모습의 두나무가 X자로 마주보고 서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몸을 완전히 섞었다. 흐흠,..

두 나무는 물박달나무와 신갈나무로 알고 있는데 뿌리는 각자 땅에 내리고 있고

줄기 중간이 서로 교차되면서 맞닿아 수분과 양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구한 전설 한토막 얹으면 스토리라인이 살아날텐데...

 

 

 

전주에 이어 산에는 여전히 생강나무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에 이 나무가 이렇게나 많은지 올해서야 알았다.

때론 모르는게 많아서 좋다.

배우는 기쁨이 크잖아~~ ㅎㅎ

 

 

 

등산로 가에 보라색의 작은 꽃이 보여 찍어 보았다.

꽃의 크기가 새끼 손톱만 하다보니 촛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 꽃 이름은 서울제비꽃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주로 경기지역에 분포한다고 한다.

여기가 이천이니까 경기지역 맞다...

 

 

 

꽃이 매우 작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나름 예쁘다.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있을라구...

 

 

 

눈에 익은 돌양지꽃이다.

이 꽃도 너무 작아 쭈그리고 앉아 카메라에 담느라 요가 좀 했다.

 

 

 

그 작은 꽃에도 벌은 꼬인다.

근데 저 곤충이 벌이 맞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꿀벌 모양은 아니던데...

 

 

 

난 버들강아지가 꽃이라는 사실을 엊그제 처음 알았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게 꽃인지 잎이나는 새순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다.

하긴 버들강아지가 꽃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었으니까.

 

버들강아지는 단성화로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사진은 암꽃이다.(~일 것이다. ~이라고 사료된다...)

수꽃이 더 화려하단다.

 

 

 

정개산에서 원적산으로 가는 능선을 타다 보면 왼쪽에 두개의 골프장이 보인다.

이 사진은 그린힐CC다.

 

골프는 좋은 운동임에 틀림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나도 한참 골프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멀어지면서 지금은 거의 손을 놓았다.

안보면 멀어지기 마련이다.

 

골프의 단점은 비싸다는 것.

저렇게 넓은 땅에 사람 보기 힘들 정도로 토지이용율이 낮으니 비쌀 수 밖에...

 

 

 

산행을 시작 한지 4시간이 넘어서야 천덕봉이 훤히 보이는 곳에 도착 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이 모두 개활지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은 아니고, 추측컨데 산 오른쪽 아래에 군부대 사격장이 있는데

사격시 산불이 나 번질 것을 우려해 정상부분을 깨끗하게 이발해 놓은 것 같다.

실제로 군부대에서 사격 훈련이 있을 때는 이 등산코스는 폐쇄된다고 한다.

 

아무튼 덕분에 훤하게 트여 있는 산능성을 볼 수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천덕봉 오른쪽 골짜기 전경. 저 밑에 사격장이 있나 보다.

 

 

 

천덕봉을 오르는 마지막 구간이다.

멀리서보니 등산객들이 줄지어 집 찾아 가는 개미 같아 보인다.

이 고개만 오르면 더이상 오르막이 없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무거운 다리를 한발씩 옮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중간중간 사진은 찍어줘야지~~

 

 

 

드디어 천덕봉 정상(634.5m)이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 방향인 영원사에서 오르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우린 동원대에서 능선타고 오느라 거의 5시간이 걸렸다.

물론 1시간 정도는 밥먹고 물먹고 막걸리 마시느라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왔던 길을 돌아 보니 까마득하다.

사진 왼쪽 상단에 정개산 정상 바로 앞에 있던 거대한 송전탑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능선을 따라 하산하면서 원적봉으로 나아간다.

왼쪽 사면에는 울창한 숲이 남아 있지만 오른쪽  사면은 까까머리다.

 

 

 

가다가 뒤도 한번 돌아보고~

 

 

 

원적봉 표지석이다.

564m로 천덕봉보다 70m 정도 낮다.

원적산 줄기가 북쪽으로 주욱 이어져 있다.

 

 

 

원적봉 정상에서 내려봤더니 산수유축제 중인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오다 만난 폭포다.

등산객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발을 담그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따라했다.

대기 기온에 비해 물은 굉장히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 5분도 담그지 못했지만 덕분에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산수유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미류나무, 흙길, 산수유 이런 것들이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2주 연속 산수유의 절정을 보게 되니 처음 보았던 그 감동은 많이 누그러 들었다.

하지만 이 마을의 산수유 나무는 양평에 비해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많아 훨씬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매화도 보이고...

 

 

 

 

논두렁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어서 찍어 보았다.

들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 이름이 뭘까 하고 한참을 찾았다.

음... 된장국 끓여 먹는 냉이였다.

난 정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구나...

 

 

 

뭐라도 좀 먹고 갈까 하고 기웃거리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조금 있다 6시에 마지막 셔틀버스가 있으니 이용하라고 한다.

친구와 난 축제 구경은 커녕 셔틀버스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앞만 보고 걸어야 했다.

 

이 시간에도 관광객은 계속 꾸역꾸역 올라 오고 있었다.

양평 내리 축제에 비하면 이천 산수유 축제가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게 치뤄지고 있었고 방문객도 훨씬 많았다.

 

 

 

 

 

우린 이번에도 가까스로 셔틀버스에 올라 탈 수 있었다.

이천에서 서울까지는 우등고속으로 편안히 올라 왔다.

 

뭐 그냥 집에 갔을리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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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빙자한 꽃구경 - 추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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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원덕역에서 추읍산. 내리 산수유축제장까지)

 

 

 

한달 전부터 이번 봄에는 여기저기 찾아 다니며 꽃구경을 하기로 마음 먹고 갈만한 곳을 미리 검색해 놓았다.

그 중 한 곳이 지난 주에 다녀온 산수유 축제 현장인 양평군 내리이다.

 

이 곳은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 승용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 산수유축제 홈페이지를 통해 등산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원덕역에서 추읍산에 올라 내리 방면으로 하산하는 방법이었다.

 

오랫만에 친구와 동반산행을 했다.

 

 

     

 

등산도 하고 산수유축제도 볼겸해서 계획한 산행이라 코스가 심플하다.

 

 

 

등산 안내도에서 보듯이

중앙선 용문산행 전철을 타고 원덕역에서 하차하여

1..4km 정도를 걸어 추읍산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 한 후 정상에 올라 3코스인 내리로 하산하는 등산코스를 탔다.

 

 

 

어제(토) 종일 비가 와서 오늘 날씨는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구름이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날이 맑아 다행이다.

 

사진에 보이는 정상부의 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는 산이 추읍산이다.

해발 500m정도 이상은 하얗게 보여 상고대가 열렸나 하고 흥분했지만 올라가 보니 눈이었다.

아니 4월에 눈이라니 날씨가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 

겨울의 꽃 시샘이 싸한 뒷끝을 보여주고 있나 보다.

 

원덕역에서 산행 들머리로 접근하는데 상당히 많은 등산객들이 보였다.

단체로 온 팀도 여럿 보였고...

나 뿐만 아니라 이 많은 사람들도 등산도 하고 산수유도 볼 요량으로 몰려 든 것 같다.

나만 똑똑한줄 알았더니...

 

앞에 보이는 하천 이름은 흑천인데 남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천 중 하나다.

하천 바닥의 검은 돌 때문에 검게 보여서 흑천으로 이름지어졌다는 설이 있단다...

 

그나 저나 이 동네 참 고즈넉하다.

 

 

 

산에 오르자마자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등산객들을 반긴다.

꽃샘 추위가 아무리 시샘을 해도 다들 지 할일 열심히 한다.

 

 

 

진달래도 군데군데 화사한 분홍을 드러내며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먹어 본적은 없지만 웬지 꽃지짐을 해먹어야 될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꽃은 먹는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건가?  이게 뭔소리...

 

 

 

 

 

쉬다 가다를 반복하며 얼마나 올랐을까...

하늘에서 눈발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기온도 영상인데 이게 뭔일일까 싶었다.

조금 있다 알게 됐지만 눈이 내리긴 했으나 높이 솟아 있는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이었다.

여긴 아직 봄의 혜택이 멀기만 한듯 서 있는 나무들은 온통 흰눈에 덮여 있었다.

 

 

 

등산객들 모두 잠시 산행을 멈추고

이 계절과 불화의 산물인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려 분주하다.

 

 

 

 

 

생강나무꽃이 눈의 습격을 당했지만 금방 이겨 낼 것 같다.

벌써 눈들은 녹고 있다.

 

 

 

 

 

오늘 꽃구경을 하려고 산행을 했는데 덤으로 눈구경까지 하게 됐다.

이걸로 겨울도 아듀~~다.

 

 

 

정상까지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추읍산 583m.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산이다.

 

정상 표지석을 끼고 사진을 찍는 등산객이 많아 기다리다 못해

사람이 없는 잠깐의 틈새를 이용해 표지석을 찍다 자동촛점모드로 전환하지 않아 뿌옇게 찍혀 버렸다.

촛점이 뒤에 보이는 갈대에 맞았다. ㅋㅋㅋ

 

 

 

아직 날은 흐리지만 점차 개고 있어 눈이 빠른 속도로 녹아 사라지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모습이다.

 

친구와 컵라면과 김밥, 과일, 그리고 무겁게 지고 올라온 막걸리로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혼자 일때는 궁상 맞아 보일까봐 자연스럽게 구석진 곳을 찾게 되는데

친구와 같이 있으니 남 눈치 안보고 아무데나 자리를 깔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내리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가에도 생강나무 군락이 있었다.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해가 비치자 노오란 색이 더 고와 보인다.

 

 

 

 

 

 

 

 

 

 

 

산을 어느정도 내려오자 인공조림한 리기다 소나무 군락지도 보이고...

 

 

 

산수유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산을 거의 다 내려 온듯 싶다.

 

 

 

노란 꽃 색깔과 팝콘 같은 모양새가 생강나무나 산수유 둘다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꽃잎 모양은 상당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 클릭해서 확대해 보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사실은 말로 설명하기가 매우 애~~매 해서...)

 

 

 

앞에 작품활동에 열심인 아저씨... 오늘 산행에 같이온 절친이다.

 

 

 

하늘이 이렇게나 맑게 개이다니... 산행을 시작한 오전과는 너무나 다른 하늘이다.

오늘 하루처럼 다양한 풍경과 만난 날이 있었던가 싶다.

 

 

 

 

 

흐드러진다.는 표현을 뒀다 뭣하랴...

 

 

 

 

 

 

 

 

 

 

 

마침내 축제장에 도착했다.

이 산수유축제는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가 벌써 10회째다.

어제 비가 와버려 적자가 나지나 않을까 하는 굳이 남들이 안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병인가...

 

 

 

무대쪽에서는 흥겨운(= 나에겐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엄청난 출력으로 사방에 울려퍼지고,

행사장 뒷쪽에서는 양평 한우를 구워 먹기 위한 숯을

현장에서 만드느라 마을 어르신들이 열심히 화목을 불사르고 있고,

마당 가운데에는 참관객들이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연기를 피우며 한우를 사와 구워 먹고 있다.

정말 정신을 쏙 빼버리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친구와 나도 고기를 구워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이 무슨 전쟁통도 아닌데 뿌연 연기속에서 피난민처럼 쪼그리고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영 마뜩지 않아서였다.

 

우린 차양속에서 한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수퍼에서 파는 아주 평범한(= 맛없는) 도토리묵과 파전 비슷한 것을 시켜

소주 한병과 산수유 동동주 한병을 섭취 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와중에 양평군수님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노래도 부르시고...

앵콜에 앵콜을 받아 무려 4곡이나 부르셨다.

이 분 오늘 표좀 벌었다.

 

 

 

지상의 분주함과는 달리 하늘에는 수백미터의 연이 하늘로 솟아 올라 하늘거렸다.

묻고 싶다. 거긴 어때?

 

 

 

산수유축제와 오리새끼 전시가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아무튼 전시 되어 있어서 찍어 보았다.

아! 관련이 있구나... 둘 다 노랗다.

모든 새끼들은 예쁘구나.

 

 

 

이곳에 산수유축제가 없는 363일은 아마도 이사진 처럼 조용한 곳일텐데...

추읍산을 반대편에서 올려다보니 전혀 다른 산처럼 보인다.

 

주최측에서 제공해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귀가를 하려고 줄을 섰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언제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히치하이킹을 할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데 동네에서 긴급 투입한 포터 트럭이 우리 뒤에 도착했다.

이럴땐 줄이고 뭐고 필요없다.

잽싸게 트럭 뒷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수월하게 귀가...

 

여행 중의 난관은 언제든지 튀어 나올 수 있다.

항상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의도치 않은 행운도 근처에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 기울어진 운동장 보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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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 호명산 거쳐 호명호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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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4일 청평터미널-호명산-호명호수-상천역)

 

 

 

지난 주에 등산을 못한 관계로 2주만에 산에 오르게 되었다.

여러 산행 후보지 중에 고심을 거듭하다 호명산을 선택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산행지는 어느 정도 한번씩은 다녀왔기 때문에

산행지역을 넓히기 위하여 요즈음 눈여겨 보는 지역이 경춘선 라인이다.

남양주시청역, 마석역, 청평역, 가평역에서 갈 수 있는 산들이 수두룩하다.

 

그 중 요즈음의 몸상태를 감안하여 비교적 난이도가 낮을 거라고 예상되는 호명산을 선택했다.

물론 산 정산에 있다는 호명호수가 신기하기도 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 쉬운 산은 없다.

한 주간 등산을 쉬었다고 이리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산행코스가 어렵거나 산정상이 높은 것도 아닌데

몸은 천근만근, 다리는 휘청, 심장 RPM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주일에 한번의 등산으로 체력을 끌어 올린다는게 정말 쉽지 않나 보다.

이젠 반성도 지겹다.

그냥 살자.

그러다 잠깐이라도 각성하면 주중에 성내천이라도 걷겠지.

 

 

▲ 호명산 입구에 있는 등산안내도를  찍어 가로, 세로 안내판 틀을 잘라버리고 편집했다.

    산행코스가 한눈에 보이니 만족스럽다. ^^ 

    나는 청평역 방향에서 시작되는 1코스로 산을 올라 호명호수를 둘러 본 후 상천역으로 하산하는 계곡길을 탔다.

    기차역 한정거장 만큼의 거리를 등반한 셈이다.

 

 

     

 

호명호수를 구경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지만 몸상태가 최악이라 거북이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총거리 11km를 휴식시간 1시간을 빼더라도 5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정확히 시속 2km다.

이 정도면 유치원생들이 대공원 소풍다니는 수준이다. 헐~

 

고도를 표시한 그래프에서 보여지듯 이 코스는 청평 안전유원지를 들머리로 하여

호명산 정상까지 쉼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호명산 정상부터 기차봉까지는 산 능선을 타면서 내리막, 오르막이 반복되다

기차봉부터는 내리막이 계속되면서 고도가 거의 150m 정도 낮아진다.

 

호명호수까지 400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기점으로

이미 기진한 체력을 테스트하는 마지막 반짝 오르막이 나온는데

가뜩이나 지쳐있는 상태에서 이 400m는 나에겐 재앙이었다.

 

하지만 간신히 고개를 올라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자

언제 힘들어 했냐는듯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호수가 특별히 예쁘다기 보다는 산 정상에 있다는게 신기했다.

인공호수이긴 하지만...

 

 

 

나는 경춘선 전철보다는 집에서 접근하기 쉬운 동서울터미널에서 청평가는 버스를 이용했다.

청평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무작정 걷다보니 안전유원지가 나왔다.

입은 뒀다 어디다 쓰려 하는지 웬만하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발품을 조금 더 팔았지만 덕분에 안전유원지를 구경 할 수 있었다.

입이 무거우니 다리는 바빠지고 눈은 호사를 누리는 이상한 결과를 낳았다.

 

여느 유원지와 마찬가지로 도로가에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고,

자전거 하이킹족, 낚시꾼, 등산객 들로 북적였다.

지도를 보니 조종천은 명지산 줄기인 1199봉 계곡에서 출발하여 청평을 감싸고 돌아

북한강에 합류하는 꽤나 긴 하천이었다.

여기에서는 주로 꺽지 낚시를 한다고 한다.

나야 낚시는 젬병이라 꺽지가 어떻게 생긴 고기인지도 모르지만...

 

 

 

안전유원지에서 청평역 방향으로 천변을 따라 걷다보면 가평올레 6-1코스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가평군에서 올레길을 조성하면서 호명산-호명호수 등산로를 올레길에 편입시킨 것 같다.

호명호수에서 가평역까지 10km 정도 되는 등산로는 가평올레길 6코스라고 한다.

난 언제쯤이나 6코스와 6-1코스를 한번에 주파 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좀 요원해 보인다.

 

등산로 들머리는 사진처럼 조정천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다리를 꽤나 낭만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비가 많이 와 징검다리가 물에 잠기면

하류방향으로 1km 정도 아래에 있는 청평교를 건너야 한다고 한다.

 

 

 

조종천도 봄기운을 타는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들머리 표지판을 보고 산을 타기 시작하자 마자 꽤나 가파른 등산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명산이 마치 내가 만만한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듯이.

만만하게 생각한적 없는데...

 

이 부근은 몇십년 전에 잣나무를 집중적으로 조림했나 보다.

잣나무들이 서로서로 햇빛보고 살아보겠다고 아웅다웅 하며 쭉쭉 뻗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나 같이 땅 넓은 줄 모르고 옆으로만 자라는 중년은 주눅들어 어찌 살라고...

 

 

 

급격한 경사의 잣나무숲을 겨우 10분 정도 올랐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찼다.

잣나무 숲을 통과하자 다행히 운동기구와 약수가 있는 쉼터가 나왔다.

나뿐 아니라 등산객 모두 운동기구들을 의자 삼아 앉아 가쁜 숨을 몰아 쉬기 바빴다.

 

수도꼭지를 입에 물고 약수를 내뿜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저건 분명 갈라파고스에 산다는 땅거북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북상과는 영판 다른 형태의 모습인데다

입에는 수도꼭지를 물고 있다니 어찌보면 기괴하기까지 하다.

아니 흘려 버려지는 약수가 아깝다고 수도꼭지를 달아 사용 안 할때는 잠그려 했나?

비싼 돌로 갈라파고스 땅거북을 조성해 놓고 기껏 몇천원짜리 수도꼭지로 마무리 하다니

정말 현대미술의 난해함은 이해가 난망하다.

 

 

 

다시 힘을 내 영차영차 고갯길을 오르다 보니 북한강을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다.

요즈음 들어 그나마 황사가 덜한 날이라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는 전경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강 건너 설악면으로 가는 도로 중간에 수상레져를 즐기는 바지선이 보이는데

그 즈음이 뾰루봉을 거쳐 화야산을 오르는 등산로 들머리다.

앞으로 갈 산들을 검색하면서 보아둔 곳인데 문제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설악면이나 청평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하루에 버스가 몇번 다니지 않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꼭 한번 가보려 한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엉금엉금 산을 타기 시작한다.

 

햇빛은 강하게 내리 쬐고 공기는 따사로왔으나

아직은 새순이 돋거나 꽃봉우리가 터지기엔 이른 시절이라

소나무 잎을 제외하곤 산은 여전히 무채색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내 몸엔 이미 봄이 강령하였는지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느라 고글을 벗었다 썻다 정신이 없다.

여자들이 세안 할 때 쓰는 머리띠라도 하고 다녀야 될성 싶다.

 

 

 

산을 오를수록 산아래 인공 조림되어 있던 잣나무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란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이런 소나무의 자태에 반해 소나무만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도 있다고 한다.

나도 산에 다닐수록 소나무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2시간 조금 못미쳐 호명산 정상에 도달했다.

시속 1km가 조금 넘는 초고속(?) 등정이다.

 

 

 

힘들여 호명산 정상에 도착했지만 미세먼지가 많은지 가시거리가 좋지 않아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이 좋진 않았다.

호명산 정상석엔 새들이 실례한 자국만이 선명하다.

해발 632.4m.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지라 500m 정도 되는 산을 가볍게 오른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실제로는 600m가 넘는 산이었다.

하긴 500m 산이나 800m 산이나 오르기 힘든것 매 한가지고

막상 오르고 나면 오르느라 힘들었던건 어느새 잊혀지기 마련이다.

 

 

 

정상 근처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의 점심은 컵라면에 식은밥, 김치와 나물 조금, 사과 한알, 막걸리 한병이다.

이 정도면 푸짐한 점심이다.

산에서 먹는 식사는 특히나 허기가 반찬이다.

더구나 혼자 다니다 보니 수다 떨일도 없어 구석진 곳에 앉아 잽싸게 먹고 떠나는게 제일이다.

 

멀리 보이는 호명호수의 모습이다.

호수의 삼면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뚫려져 있는 산과 산사이의 골을 흙과 돌로 메꾼 서쪽 사면이 보인다.

마치 팔당댐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호명산 정상에서 호수까지는 3.64km.

호명산 정산까지는 쉼없는 오르막만 계속되었지만

지금부터는 능선을 타고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므로 조금은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싶다.

 

 

 

앞에 지나가는 등산객이 이 나무를 가르키며 굴참나무라고 해서 찍어 보았다.

굴참나무의 특징은 코르크질이 두껍게 발달한 나무껍질이다.

울퉁불퉁한 모습이 암석같아 보인다.

같은 참나무과에 속한 나무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 나무 등이 있다고 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구불구불 뻗어 있는 소나무 가지와 초록색 잎이 청량감을 안겨 준다.

 

 

 

걷다보면 이런 너덜지대도 몇번 나오는데 자꾸 발에 돌이 채여 이런 곳을 좋아 하지는 않는다.

하긴 부드러운 흙길만 걷고 싶으면 한강공원에 가면 되지 험한 산에 일부러 찾아와 투덜 댈 필요는 없다.

 

 

 

기차봉에 도달했다.

특별히 봉우리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기차도 보이지 않고...

 

 

 

모든 나무들이 움을 튀울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준비만 하고 있지만 잠깐 사이에 일제히 새순을 내밀겠지...

 

 

 

이놈은 생강나무인것 같은데...

 

 

 

마지막 400m에 달하는 깔딱고개를 힘겹게 오르니

드디어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호명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보자마자 드는 첫느낌은

호수가 파랗구나. 인공호수 맞구나. 공원이구나. 정도...

 

 

 

호수의 전체 모양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야구장을 닮았다.

이 호수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양수발전을 위한 저수지라고 한다.

 

전기가 남는 시간에 물을 퍼 올려 여기 상부저수지에 저장해 놓았다가

전기가 모자라는 시간대에 하부저수지로 물을 흘려 내리면서 발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저수지란 이야기다.

그런 목적으로 산 정상에 이렇게 엄청난 공사를 할 정도의 사업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하지만 내 소관 밖이다. 

 

 

 

"호랑이가 우는 산"이라 하여 호명산이라 불리웠고 호명산에 조성된 호수니까 호명호수다.

이렇게만 쓰니까 매우 건조하긴 하다...

 

 

 

호수 서쪽사면 아래에 있는 미로정원의 모습이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아 가 볼수 없다.

 

 

 

 

 

호수 가운데 백조 두마리가 떠있다.

 

 

 

 

 

호수에 떠 있는 표류하는 거북이의 이름은 "하늘거북"이다.

등에 태양전지를 설치하여 태양광발전을 한다고 한다.

참~~ 오늘 보는 거북이들은 하나 같이 괴이하게 생겼다.

 

표지판을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한국수력원자력발전(주) 청평양수발전소"라고 표기되어 있다.

알게 모르게 이미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우리의 생활 깊숙히 파고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보이는 구조물이 전망대 겸 호명Gallery 건물이다.

1층에서는 미술 작품을 전시와 커피와 간단한 다과를 판매하고,

건물의 지붕위에는 호수 전체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호명Gallery에서 커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최달수화백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다.

 

 

커피로 담묵을 표현하는 기법이 신선하고 화풍도 정겹다.

 

 

 

호랑이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다. 호명산이니까...

 

 

 

한국전력 순직사원 위령탑도 있다.

전력공사를 하면서 사망하신 분들도 많은가 보다.

 

 

 

이 사진은 청평터미널에 붙어 있는 호명호수 가는 버스시간표다.

걸어서 등산하긴 싫고 호수 관광만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참고가 될 것 같아 찍어 왔다.

 

 

 

한참을 호수구경에 시간을 쓰다 하산길에 접어 들었다.

하산길에 이런 표지판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북쪽능선을 타고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골짜기를 타게 된다.

두코스 모두 상천역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나는 골짜기 코스가 조금 더 가까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왔다.

 

 

 

골짜기로 내려오다 보니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어 연습삼아 찍어 보았다.

삼각대가 없다 보니 초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건 어쩔 수 없다.

 

 

 

내려가는 길에도 울창한 잣나무 숲을 만날 수 있었다.

조용하고 한갓진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는 하산길이었다.

 

 

 

아직도 씨앗을 날리지 못하고 매달고 있는 나무를 만나서 한컷 찍었다.

 

 

 

귀가는 상천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간 후 청평역에 내려

청평터미널에서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서서 가기 너~~무 힘이 들어서 앉아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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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린 북한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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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북한산 숨은벽능선을 타려 했으나...)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밤골에서 시작하는 북한산의 북서방면의 숨은벽능선을 타고 올라

백운대를 찍은 후 남쪽 방면으로 하산하면서 산성 주능선을 타고

대성문까지 내려와 다시 형제봉능선을 타고 국민대학교로 나오는

총연장 약 11~12km의 북한산을 거의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코스를 타려고 햇다.

 

결론적으로...계획만 거창했다.

몇가지 요인이 겹쳐 산행이 많이 꼬여 버렸다.

기분이 영 개운치가 않아 산행기 쓰는걸 포기 할까 하다가 이왕 갔다 왔으니

꼬인 산행에서 얻은 느낌이라도 몇마디 남겨 놓으려 한다.

 

첫번째 교훈. 등반코스와 소요시간을 조금 더 꼼꼼하게 점검하라.

나는 어짜피 혼자 다니는 등산이라 사전답사라는게 무의미 하므로 가고자 하는 산이 있으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참조하게 된다.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들도 실패한 경험이 있으므로 혼동이 될 만한 지점에 대해서는 강조를

하게 마련인데 이런 부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블로그들을 찾아 읽고 코스를 숙지 해도 현장 가서 좌, 우 갈림길 하나만 잘못들면 완전 꽝된다.

나처럼...

 

두번째 교훈. 산행 당일의 컨디션 조절에 힘써라.

주말에 산행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일주일 내내 금욕적인 생활(=금주)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와 마찬가지므로

최소한 산행 전일 금주와 조기 취침으로 자기 몸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추어야겠다.

 

주중에 걷기나 다른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꾸준히 한적은 없고

맨날 늙기를 촉진하는 짓만 골라 하다 거울만 보면 회춘을 꿈꾼다...ㅉㅉ

 

세번째 교훈. 계획이 창대하면 실망이 크다. 대신 계획이 단촐하면 성취감은 작다.

컨디션과 날씨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산행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실패할 경우 짜증이 난다. 

이번처럼...

하지만 동네 산책이나 할까 하고 나갔다 오면 성취감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기분전환은 된다.

몸과 마음을 Refresh하기 위한 산행인데 욕심내지 말고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겠다.

 

쓰다 보니 갑자기 무슨 지침서 집필하는 분위기 난다.

다음에도 또 그럴거면서...

 

 

 

3호선 구파발역 2번출구에 내려 다시 버스(704 or 34번)를 타고 효자2통에 내리기까지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밤골매표소 기점이 나온다.

나름 스트레칭도 하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스포츠 고글을 쓰는 등 준비를 마친 후 산행을 시작 햇다.

 

어느 블로그에선가 저 지점을 강조한 것을 보았지만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갈림길일 줄이야...

왼쪽으로 가면 숨은벽능선을 타는 길이고 직진하면 밤골 계곡을 타는 길이다.

왼쪽은 북한산둘레길, 직진은 백운대라고 되어 있는 표지판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직진을 감행(?)했다.

처음부터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이 먼곳을 들머리로 선택한 목적이 북한산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을 보여 준다는 숨은벽능선을 타는 것이었는데

나무와 돌무더기에 둘러쌓인 골짜기 등산로를 타고 정상에 접근했으니 감상 할만한 경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계곡의 수량도 풍부하고 폭포도 이어져 있어

역시 이쪽 방면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표지판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곳이 숨은폭포 아닌가 싶다.

 

 

 

딱 이곳까지만 좋았다.

눈 녹은 물들이 모여 들어서인지 아직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넉넉하다.

 

 

 

산을 타기 시작한지 한시간 정도 되었는데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가 2.6km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저 정도면 금방 가겠다 싶었다.

하지만...

 

 

 

뭔가 조금 이상했다.

지금쯤은 서서히 능선을 타고 오르며 발 밑에 펼쳐지는 주위 경치를 감상해야 하는데

여전히 내 머리 위는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고 경사는 점차 가파라졌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높은 바위산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저 바위산 위로 나있는 능선을 탔어야 했다는 사실을...

 

 

 

가다보니 굉장히 가파른 바위면에 나무사이로 비춰지는 햇빛을 받으며 이끼가 듬성듬성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겨울산에서 만난 싱싱한 초록이 반가워 사진 몇장을 찍었다.

 

 

 

계곡을 오를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응달이라 아직 녹지 않은 눈은 질척질척한 팥빙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젠을 착용하기 귀찮아 그냥 눈길을 오르다  몇번이나 넘어질뻔 했다.

겨울산을 타본 경험으로는 아무리 짧은 눈길을 만나도 아이젠을 착용하는게 항상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까불다가 자빠지면 창피하고 아프고 나만 손해다.

 

왼쪽 능선에서 계곡쪽으로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어서 그 능선을 타고 백운대로 갈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이 대답하기를 숨은벽능선을 올라 백운대로 가기위해 계곡길을 타려고 내려 온 것이며

그 지점부터는 로프 타는 전문 산악인만 넘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그제서야 내가 코스를 잘못 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집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남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갈림길이 생각났고 그 지점이 바로 등산을 시작한 매표소 앞이었다.

산을 3/4정도 올라온 것 같은데 돌아 갈 수도 없고, 투덜거리며 길을 재촉 할 수 밖에...

 

 

 

북한산의 백운대나 인수봉은  봉우리 자체가 거대한 바위다.

보면 볼수록 그 형태도 특이하고 산세도 정말 대단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항상 올 수 있는 산이어서 그런지

그 위용에 비하면 이 산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백운대 정상이다.

정상 바위 위에 3.1운동에 관한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나같은 날렵한(?) 몸매도 우산 하나 정도만 쥐면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상에서 하산하다 숨은벽능선 방향을 바라보았다.

봄되면 꼭 다시 한번 시도 해봐야겠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이다.

정상 부분을 보면 로프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둘러 앉아 쉬고 있다.

저렇게 바위 타는게 재미 있을까?

좀 무서울 것 같은데...

 

 

 

바위 틈바구니에 멋지게 자리 잡은 소나무다.

역시! 하며 쟤들을 보고 엄지를 치켜 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대단하신 소나무들...

 

 

 

코스 잘 못타고

오늘따라 컨디션조절에 실패해 몸은 천근만근

계획한 코스대로 가려면 집에서 빨리 나와 최소한 10시부터는 산을 타야했으나 11시 반이 되서야 들머리에 도착했고

핸드폰 밧데리 방전 된지도 모르고 다녔더니 트랭글로 기록하는 산행기록이 일부 날아가 버렸다.

 

급속한 의욕 상실로 추가적인 코스타기는 생략하고

가장 가까운 하산코스인 도선사로 내려왔다.

도선사에서 신도들 태우는 버스 타고 우이동에 내려 뒤도 안돌아 보고 귀가 했다.

 

꼬여버린 북한산 산행... 이렇게 끄~~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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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능선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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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일 소요산 능선타고 한바퀴 돌기)

 

 

 

3월 1일. 금토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의 첫날이다.

 

전날 밤에 산에 같이 가기로 결의(?)한 덕분에 오랫만에 와이프와 동반 산행을 하게 되었다.

산행지는 전부터 봐두었던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이다.

몇번이나 가려고 했으나 집에서 전철을 3번이나 갈아 타야 하고 2시간이나 소요되어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와이프는 산행을 같이 가기로 약속한 터라 따라 오긴 했지만

산행지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

코스가 길다는 이유,

급격한 오르막이 없어서 땀이 안난다는 이유 등등으로 툴툴거린다.

어째 부부가 좋아하는 산행 스타일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틀리는지...

나름 재미 있었던 동반산행 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다짐했다.

앞으로 각자 스타일로 각자 산행하자고...그래 그게 좋겠다.

 

 

  

 

혼자 조용히 다니다가 동반자가 있어서 그랬는지

트랭글 앱 실행시키는 것도 까먹었다가 1km 정도 산행을 진행 한 후에야 뒤늦게 깨닫고 트랭글을 켰다.

덕분에 산행 시작점 해발 고도가 200m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렸는데 하산길이 완벽한 빙판이어서 거의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오느라 많이 지체되었다.

 

* 산행코스

   벨기에·룩셈브르크 참전기념비 → 팔각정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 나한대 → 의상대  → 자재암(폭포) → 자재암 매표소

 

 

 

이 안내도는 소요산 매표소 방향으로 갔을 때 볼수 있다.

따라서 내가 진입한 들머리는 이 안내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소요산 등산계획을 잡을 때 요긴 할 것 같아 사진을 올린다.

 

 

 

1호선 소요산역에서 내려 역사를 나와 길건너편을 바라보면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기념비가 보인다.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찾아 보니 많은 블로거들이 저곳을 등산 들머리로 삼길래 나도 따라 갔다.

대형주차장과 음식점들이 있는 소요산 입구는 역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5~6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참전기념비 뒤쪽으로 돌아가면 조그마한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된다.

처음에는 표지판이 없어 길이 맞나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조금 오르다 보면 아래의 표지판 사진을 만나게 된다.

 

산을 오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왜 이길로 산을 오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소요산 입구 매표소에서 1,000원짜리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이 돈이 아까워 이 길로 오르라는건 아니고 소요산의 모습을 제대로 조망 할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소요산 입구에서 정상만 찍고 다시 내려가는지

이 코스는 등산객이 붐비지 않아 비교적 조용한 산행이 가능했다.

 

 

 

참전기념비 뒤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팔각정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길을 잘못 들어설 염려는 없다. 능선을 따라 오르기만 하면 된다.

 

 

 

등산을 시작하고 15분 정도 만에 첫번째 목표물에 도착했다.

팔각정...참 멋없게 지어 놓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온통 돌밭이다.

너덜지대는 아니고 그렇다고 암릉지대라고 표현하기도 뭣하고...

아무튼 능선에 크고 작은 암석들이 많아 등산길이 편하진 않다.

 

앞에 가는 저분(마눌님)은 산을 오르는 내내 앞장서서 갔다.

나보다 체력이 월등하다. 땀 한방울 안흘린다.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 반정도 지나서야 하백운대에 도착했다.

가을의 소요산 단풍이 절경이라고 하던데...

 

사실 지금은 한겨울의 눈산도 아니고

아지랭이 스멀거리는 봄산도 아닌 조금 어정쩡한 계절이다.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햇볕이 닿지 않는 곳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스케이트장을 방불케한다.

 

 

 

하지만 소요산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수령이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소나무들이 능선을 따라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런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계절의 어정쩡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운데 계곡을 끼고 U자 형태로 등산을 하다 보니 맞은 편에 소요산 정상이 보인다.

등산을 하는 내내 전체 산세를 조망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산과 다른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 가운데 소나무도 생김새가 매우 독특하다.

지상에서 1m도 안되는 지점에서 세개의 큰 가지로 분리되어 자랐다.

가지가 분리되는 부분이 포토존인듯 싶다.

다들 한번씩 앉아 사진을 찍었는지 껍질이 닳아 번들번들하다.

소나무야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니. 마눌님이 거기 앉아 사진 찍고 싶다 하시는데...

 

아마도 이쯤 어디가 중백운대 일텐데 소나무에 빠져 사진찍으며 좋아라 하다가 표지판을 놓쳤다.

 

 

 

 

 

이 소나무는 아예 절벽을 내려다 보며 누워 있다.

절벽 방향이 남쪽이라 볕이 잘 들긴 하지만 너무 편한 자세로 살고 있다.

하긴 겨울산의 매서운 바람을 이겨 내려면 낮은 자세가 유리 할 지도 모르겠다.

 

 

 

소나무 옆에는 이런 기묘한 바위도 있다.

이런 암석이 편마암인가? 편마암은 줄무늬가 있다는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세로로 쪼개지는 형태의 바위도 많다.

규암이 아닐까 싶은데... 믿지는 마시라.

 

 

 

등산로의 북쪽 사면은 아직 눈으로 덮혀 있고 남쪽 사면은 깨끗이 녹아 있다.

능성이를 기준으로 정확히 반분되어 있다.

북반구에서 남쪽의 의미를 극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오늘 빨간 잠바 입은 저분 자주 등장한다.

 

"나를 낮추거나 또는 우러러보거나" 라는 글귀와 함께

위 사진을 카톡스토리에 올렸는데 주어가 빠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줄 오해한다.

"마눌님 앞에서 나를 낮추거나 마눌님을 우러러보거나"였는데...

늙어 가면 슬슬기어야 밥이라도 얻어 먹는다. ㅋㅋ

 

 

 

상백운대까지 오는데 2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사진 찍으며 놀아서 그런지 산행속도가 조금 늦은 편이다.

 

 

 

등산로가 이런 식의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많아 발이 편하지 않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치를 제공한다.

 

 

 

칼바위는 안내판에 따르면 여기에서 선녀탕 입구로 하산하면서 볼 수 있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는 소요산 정상에 가야 하므로 직접 보지는 못했다.

 

 

 

칼바위에서 나한대로 가는 중간에 오늘 본 소나무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나무를 만났다.

바위 틈에서 뿌리를 내린 후 점차 성장하면서 바위를 집어 삼킨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소나무의 생명력이란 실로 놀랍다.

 

 

 

 

 

저 육중한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다니...

 

 

 

이 나무 줄기 여기저기에는 혹이 달려 있다.

떨어져 있는 가지를 주워 살펴보니 벌레의 침입을 받은 것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혹의 정체를 모르겠다. 원래 생김새가 저런가?

 

 

 

 

 

 

 

나한대에 도착해 멀리 보이는 산을 찍었다.

아마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가 왕방산 정상 인 것 같다.

대진대학교 안에 들머리가 있던데 교통편이 좋지 않아 가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날이 좀더 길어지면 가봐야겠다.

 

 

 

여기가 의상대이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한다.

 

 

 

이 의상대가 소요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의상대 안내판에 이 봉우리가 소요산의 최고봉이라고 적혀 있는데

읽어 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사진만 찍은 뒤 계단을 내려가면서 더 이상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싶어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물어 보았다.

소요산 정상이 어디냐고... 금방 지나온 의상대가 정상이란다.

정상이 또 있는 줄 알고 대충 훓어 보고 금방 내려왔는데 조금 허탈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 반이나 걸렸는데 정작 정상에 와서는 별거 없네 하면서 1분 정도 머무른게 다다.

 

 

 

 

 

아무튼 경사가 매우 험한 계단을 따라 하산을 서둘렀다.

 

 

 

소요산에는 이상하게 생긴 나무가 많다.

 

 

소요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공주봉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

많이 지치기도 하고 공주봉에서 자재암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없는줄 알고 그냥 하산하기로 햇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주봉을 거쳐 자재암으로 하산 하는 길이 있을 뿐더러 그쪽 하산길이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산길은 말 그대로 빙판이었기 때문이다.

하산길이 북사면인데다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아주 매끄러운 빙판이 만들어졌다.

아이젠을 착용해도 미끄러질 정도로 경사도 급하고 빙질(?)도 좋았다.

 

덕분에 마눌님 손을 꼬옥 붙잡고 내려오느라 손에 쥐가 날 정도였다.

산을 오를 때는 거침 없던 와이프가 빙판 내리막에서는 설설 기었다.

내심 흐뭇한 이 기분은 뭐지? ㅋㅋ

 

 

 

어느 산을 가나 돌탑을 쌓으시는 분이 있다.

대단한 정성이다.

 

 

 

산을 거의다 내려오다 만난 빙벽이다.

색이 웬지 으스스하다.

 

 

 

"자재암"임을 알리는 나무기둥에 목어가 걸려있다.

산을 완전히 내려와 평지에 다다르면 자재암과 바로 옆에 있는 원효폭포, 원효굴을 만날 수 있다.

 

 

 

원효폭포다.

10m 정도의 높이인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수량이 꽤 된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 속에 부처님 석상을 모셔 놓고 있다.

 

 

 

보통 일주문은 산을 타기 시작 할 때 만나는데 남들과는 반대로 산을 탔더니

산행 날머리에서 자재암의 일주문을 만났다.

 

일주문 근처에 요석공주 별궁지가 있다.

그냥 표지석 하나 달랑 서있다.

요석공주와 원효대사가 부부의 연을 맺었고 그 아들이 설총이라 한다.

 

 

 

얼굴을 가린채 돌탑을 쌓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런 퍼포먼스로 산행을 마치게 될 줄은 몰랐다...

 

 

And

하남위례길 덕풍골에서 시작해 위례둘레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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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6일 위례둘레길 덕풍공원에서 출발해서 걷기)

 

 

▲ 버스를 기다리다 영파여고의 메타세콰이어를 사진기에 담았다. 이렇게 키가 컸었나? 새삼스럽다.

 

하늘이 맑아 걷기 좋은 날이다.

 

 

 

하남시청 홈페이지에서 얻은 하남위례길 지도를 보고

이번에는 작년 여름 선법사에서 시작해서 걸었던 둘레길의 맞은편에서 걸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들머리인 말바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포탈사이트의 위성지도까지 살피며 짐작해보고

집에서 가는 교통편도 검색해 보고,

코스 중간에 있는 이성산성엔 뭐가 있는지도 미리 알아 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도에 파란색으로 동그랗게 칠해 놓은 

덕풍골 또는 말바위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였다.

다행히 포탈사이트 지도를 보고 미리 연습한대로  접근했는데 헤메지는 않았다.

 

혹시 여기서부터 걷기를 시작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면

버스를 타고 하남 구시가지에 있는 하남우체국 정류장에서 하차 한 후

덕풍공원을 찾아 오면 된다. (덕풍초등학교나 하남자이아파트 방향)

동산어린이집 옆 덕풍공원입구에 도착하면 계단을 오른 후 오른쪽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말머리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나도 저기를 어떻게 찾아가지 하며 난감해 했는데 나름 정보를 검색하고

실행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총 소요시간 4시간 47분, 11km를 걸었다.

등산코스 : 덕풍공원 → 말바위 → 사리고개(서울외곽순환도로) → 거북바위 → 이성산성 → 춘궁동

               → 향여고개(서하남로) → 광암동 → 큰바위얼굴 → 덜미재 → 어미새와 아기새바위

               → 금암산 → 참샘골 → 널문이고개 → 연주봉옹성 → 우익문 → 성골마을

 

등산코스를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하남시에서 길을 조성하면서 아주 친절하게 곳곳마다 여기가 어디라는 안내판을 설치해 놓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말바위에 들어선 이후엔 길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전체 코스는 무난한 편이다.

두번의 도로를 건너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긴 거리에 걸쳐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는 형태라서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코스라고 생각된다.

 

 

 

덕풍공원 계단을 오른 후 오른쪽(하남자이아파트 방면)으로 5분여 정도 길을 따라 가면

둘레길의 첫 표지판이 나온다.

 

 

 

다시 5분정도 걷다보면 "말바위"가 나온다.

특별한 특징이 있는 바위는 아닌듯하고 이 바위 위쪽에 동네 주민들이 나무들을 기부해서

가꾸어 놓은 "말바위 꽃동산"이 있다.

이동네 매우 가족적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선사시대 유적에 대해 설명하는 표지판이 여럿 눈에 띈다.

풍납동, 암사동, 덕풍동 등 한강유역의 이 지역들이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나 보다.

 

 

 

주민들이 운동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 어딜 가도 이런 곳이 흔하다.

다만 이용하는 사람만 이용 한다.

 

 

 

서울 외곽순환도로가 길을 막아선다.

중부고속도로와 판교방향의 순환도로가 갈라지기 직전인 지점이다.

 

계속 전진하려면 눈쌓인 건너편 산으로 도로를 횡단해야 한다.

날아서?

아니면 차를 요리조리 피해 도로를 건너서?

 

 

 

아니 안전한 길로 내려와 굴다리 통해 건넌다.

너무 썰렁한 농담이었나~

 

굴다리를 건넌 후 사진 좌측 길건너 공장 앞 계단에서 다시 산을 오르면 된다.

나 엄청 친절하다...ㅋㅋ

 

사실은 내가 위성지도를 보면서 걷는 길이 도로때문에 끊겨 있어서

건너는 방법을 검색해 봤지만 쓸만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나라도 좀 자세히 써서 정보를 제공하고 싶을 뿐이다. 

 

 

 

다시 산으로 오르는 지점이 "사리고개"라고 한다.

 

 

 

사리고개 설명문에 나오는 석불이 이 계단 중간쯤에 보이는 허름한 가건물 속에 모셔져 있다.

 

 

 

석불의 몸체는 시멘트로 발라져 있고 어깨까지만 그 원형이 남아 있다.

주위에 촛불도 켜져 있는 걸로 봐서는 누군가 여기를 관리하고 있나 보다.

 

 

 

물박달나무다.

"자작나무과로 나무줄기에 네모난 하얀 종이를 덧붙인 듯한 별난 모습을 하고 있다." 라고 표지판이 알려주었다.

자작나무와는 외피 모양이 사뭇 다르다.

 

 

 

생강나무에 새순이 맺혀있다.

3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저 봉우리가 새순이 아니라 꽃봉우리 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는 가을에 노랗게 낙엽이 지면 예쁘던데 꽃은 어떤지 보질 못했다.

 

 

 

위례길 중간중간에 둘레길 표식을 달아 놓았다.

나무를 안다치게 하려고 했는지 스프링으로 메달아 놓았다.

꽤나 세심한 배려를 한 것 같다.

 

 

 

거북바위라고 한다.

어린아이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작년에 걸었던 건너편 위례둘레길도 마찬가지였지만

내가 가본 둘레길 중에서 이렇게 보이는 바위마다 이름을 달아 놓고

보이는 골짜기마다 옛이름과 유래를 설명해 놓고

꽤 많은 종류의 나무들 앞에 이름과 특징을 설명한 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곳은 없었다.

 

물론 조그마한 바위에 별로 닮아 보이지 않은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을 보고 실소를 터트리기도 하지만

걷는 이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이런 노력을 아낌없이 바친 하남시 담당공무원께 경의를 표한다.

 

 

 

이성산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표지판에 보이는 성터는 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이성산성에서 검단산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전경이다.

가운데 짙게 보이는 산등성이가 선법사, 객산을 통해 남한산성에 가는 또다른 위례둘레길 코스다.

 

맨 왼쪽부터 예봉산, 운악산, 검단산, 객산 순이다.

 

 

 

이성산성은 삼국시대 유적이라고 하는데

검색해 보니 정확히 어느 나라의 유적인지를 확정 짓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 건물이 있었던 장소의 추춧돌을 발굴 해 놓았다.

 

 

 

저수지도 발굴해 놓았고...

난 역사탐방이 목적이 아니므로 또 부지런히 길을 걷는다.

 

 

 

리기다소나무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고 우리나라에는 1907년에 들어와 황폐한 산지를 복구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심어졌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키가 쭉쭉자라는 나무는 거의 다 외국산이다.

 

참고로 소나무는 잎이 두개씩, 리기다소나무는 세개씩, 잣나무는 다섯개씩 모여 난다고 한다.

 

 

 

이성산 정상이다.

209m의 나즈막한 야산이지만 남한산성에서 금암산을 따라 이어진 줄기에 속하는 산이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의 왕자 두사람이 이 산에 거주하였다 하여 이성산이라 칭하였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곰양의 관찰에 의하면 지금은 이성산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감시인이 상주 한다...

 

 

 

이성산성을 검색해 보면 백제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굴된 적이 없어 신라나 고구려의 성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이성산이나 춘궁동 등의 지명은 모두 백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쓰여 있다.

아직 뭔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지점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도로 위로 길이 나있다.

이 길은 서하남 IC에서 하남으로 넘어가는 서하남로인데

나는 차로 이 길을 많이 넘어 다니면서 대체 여기에 웬 굴이 있지 하며 의아해 했는데

오늘에야 굴의 정체를 알았다.

그런데 단순히 둘레길을 이으려고 이렇게나 큰 공사를 했을까 싶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으려나...

 

 

 

도로로 끊긴 등산로를 이어 놓은 지점이 향여고개라고 한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오리고기집, 보리밥집 등 음식점들이 많은데...

 

 

 

 

 

고인돌이 많아서 넓을광, 바위암 자를 써서 광암동이 되었다네... 말 된다.

 

 

 

표지판 오른쪽으로 돌을 쌓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것이 고분이다.

대체 저런걸 어떻게 알아 발굴 했을까?

 

 

 

사진상으로는 구분이 잘 가지 않지만 왼쪽의 나무 줄기가 산벚나무이고 오르쪽이 신갈나무이다.

아랫 부분으로 내려가면 거의 하나의 뿌리에서 줄기가 뻗어 나온 것처럼 보인다.

이것도 연리지의 일종인가...

봄에 한쪽 나무에선 벚꽃이 피고 한쪽 나무는 새순만 올라오면서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큰바위얼굴... 내 얼굴을 얘기하는 거냐?

 

 

 

 

 

 

 

역시 상상력이 필요하다.

 

 

 

으음... 대체 어디에 바위가 많다는 거지.

 

 

 

금암산 정상..

 

 

그 많다는 바위 중 하나에 서서 건너편 위례둘레길을 찍었다.

 

 

 

▲ 이젠 그 많은 지명과 설명에 좀 지친다... ▼

 

 

 

 

앞에 가는 분홍색 모자를 쓴 아주머니와 가는 경로가 겹쳐

하산이 끝날 때까지 내가 저분 꽁무니를 쫓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런데 이 양반 아이젠도 없이 미끄러지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하산 하는 걸 보고

무슨 메이커인지 모르지만 저 등산화를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이젠 없으면 엉덩방아의 대마왕인데...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 연주봉 옹성(465m)에 다다랐다.

시간이 있으면 옹성의 봉화대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했으면 좋으련만

마눌님의 내 친구들 가족모임에 늦겠다는 재촉 메시지에 마음이 급해졌다.

 

경치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놀라운 등산화를 착용한 그 아주머니가

내 앞 일행들 틈에 끼여 다섯번째로 걷고 있다.

질 수 없다... 쫓아가자!

 

 

 

서문에 도착하기 직전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는데 거기서 찍은

거여, 마천 방면을 조망한 사진이다.

 

 

 

 

 

서문(우익문)이다.

항상 북쪽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

왜 여기가 오른쪽 날개문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왕이 기거하는 궁궐이나 행궁이 항상 남쪽을 바라보고 지어지기 때문에

왕의 기준으로 보았을때는 서문이 오른쪽이라서 우익문이라고 한다.

 

오늘날 정치계의 보수 우익들이 출몰하는 그런 문은 더더군다나 아니고...

 

 

 

우익문에서 등산코스가 끝나는 지점까지는 1.3km로 비교적 짧다.

기적의 등산화를 신은 그 아주머니 저 앞에 간다.

잘 찾으면 보인다.

열심히 따라 가야지...

 

코스가 길고 비교적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등산 보다는 트래킹이란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길어지면 덕풍골에서 출발해서

남한산성을 돌아 향교말마을로 "U"자 형으로 한바퀴 돌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종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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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 가로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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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예빈산, 예봉산, 적갑산 질러가기)

 

 

구정 연휴가 끝났지만

뒤로 이틀을 더붙여 회사 단체휴무를 준 덕분에 평일에 산을 탈 기회가 생겼다.

월급장이로는 쉽지 않은 기회다.

 

구정연휴 내내 먹고, 자고, TV시청하고를 반복한 결과

가뜩이나 부풀은 배가 곧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갈 태세다.

 

배도 진정시키고 눈구경도 할 겸 산을 타기로 했다.

오늘도 빡셀거라고 생각 했지만...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소요시간은 5시간 40분, 거리는 8.7km이다.

 

등산코스 : 천주교 소화묘원 → 3개의 이름없는 봉우리 → 견우봉 → 직녀봉 → 율리고개  → 율리봉

               → 예봉산 → 철문봉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 적갑산 → 도곡리

 

예봉산도 벌써 세번 정도는 오른 것 같다.

서울 근교 산을 한번씩 오르되 같은 코스로는 오르지 않겠다는게 내 일차 목표다.

그래야 가본척도 할 수 있고...

계속 벼르고 있는 곳이 소요산인데 집에서 2시간 정도 대중교통을 타야 해서 계속 뒤로 밀린다.

 

결국 그나마 가까운 예봉산을 선택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코스로 간다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면서...

결론적으론 흡족하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같은 산이라도 오르는 코스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이 산을 오르며 그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행은 거의 고행이었다.

고질적인 종아리 근육의 뭉침 현상 때문에 무슨 수도자의 자학적인 수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지 1년이 넘어 가는데 좀 나아져야 하는거 아닌가...

아~ 이건 뭐...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때면 하도 아퍼서 눈물이 다 난다. 에잉~~

 

 

 

팔당역에서 버스를 내린 후 길 건너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 탄 후 천주교 소화묘원에서 하차 했다.

 

예봉산을 오를 때마다 팔당역에서 올랐지만

오늘은 능래리 방향으로 이동해서 산 줄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등산을 시작 하기로 했다.

 

사실 체력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U"자 형태로 예빈산, 예봉산, 운악산을 한꺼번에 도는 종주 산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무리하다고 생각되면 중간에 내려올 코스도 미리 생각해 놓긴 했다.

무리하다 헬기 탈 일은 만들지 말아야 겠지에.. 

결국 무리 할래야 할 수 없을 만큼 지쳐 반만 돌고 하산 했다.

흠... 나는 내 체력을 잘안다.

 

 

 

천주교 묘원답게 언덕 이름이 골고타언덕이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올랐다는 그 언덕 말이다.

언덕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걸 위트로 이해 해야 할지,

아니면 돌아 가신 분을 찾아온 가족들에게 신앙심을 되새기는 계기를 만드려는 의도로 이해 해야 할지...

 

그런데, 나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오르지도 않는데 왜 이리 힘든걸까?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종아리의 고통도 허파의 힘든 헐떡거림도

충분히 보상 될 만한 광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물위에 떠있는 섬(?)들은 남해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며

눈 덮힌 호수는 언제나 쉽게 내 눈에 담을 수 있는 풍광은 아니었다.

저곳을 분명 내가 잦은 걸음으로 걸었던 곳이었건만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아주 색다른 감흥이 느껴 졌다.

 

강 건너 하계산 전망대에서 팔당호와 두물머리를 보았을 때의 감상과는 또 다른

정겨움 같은 감정이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 소화묘원의 제일 높은 곳에 다다르면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몇몇 산악회에서 달아 놓은 리본이 메달려 있다.

 

다만 등산로 입구에 잠들어 계신 저분들은  

죄 없이 길 옆에 누워 있는 모양이 되버려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묘원 입구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860m, 여기서부터 예봉산까지는 3.9km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왔다.

팔당역에서 가장 짧은 코스로 예봉산을 오르면 1.5km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코스는 3배가 넘는 4.8km나 된다.

 

 

 

예봉산까지는 총 6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

그 중에서 첫번째 봉우리다.

별다른 이름은 없나 보다.

 

 

 

첫번째 봉우리에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바라보았다.

왼쪽에 보이는 산의 능성이를 따라 등산을 진행하면 된다.

오른쪽에 멀리 보이는 산이 운길산으로 생각된다.

 

 

두번째 봉우리에 도착했다.

이 봉우리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이 없어 청평호와 두물머리를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다.

이곳은 해발 약 350m 정도 되는데 운동기구가 즐비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 오느라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왔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아침운동 삼아 여기에 올라 가볍게 역기도 하고 허리도 풀고 슬슬 하산하고 그러나 보다.

뭐냐? 이 초라해지는 느낌은...

 

 

 

사진 가운데 가로지르는 다리가 6번국도의 봉안대교이다.

봉안대교 오른쪽으로 보이는 곳이 능내리이고 호수와 접한 끝쪽에 다산유적지와 다산지구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저곳을 다시 걷고 싶은 생각도 든다.

 

 

 

시야를 조금 왼쪽으로 돌려보면 가장 오른쪽에 양수대교, 가운데 양수교, 왼쪽에 양수철교가 보인다.

그 뒤로는 두물머리, 양수역 등이 있고... 또 그 뒤로는 부용산, 형제봉, 청계산이 있다.

가본지 얼마 안되다 보니 눈에 선하다.

 

 

아무리 날이 추워도

새움을 튀울 만반의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여기가 세번째 봉우리다.

여기도 역시 이름은 없다.

소나무 뒤로 멀리 검단산이 보인다.

검단산 뒤로 멀리 용마산도 보이고...

이제 이 근처 지형은 거의 머리속에 들어와 있다.

김정호선생이 대동여지도를 그리러 전국을 그리 다녔다고 하시더니 이제 좀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 올라온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팔당댐이 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네번째 봉우리 견우봉이다.

특별한 표지석은 없고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에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는 것이

이곳이 견우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다.

길가던 산객들이 답답했는지 매직으로 눈에 보일만한 크기로 견우봉이라고 써놓았다.

 

 

 

여기가 다섯번째 봉우리이면서 예빈산 정상 겸 직녀봉이다.

이곳도 길안내 표지목 중간에 희미하게 "예빈산(직녀봉)"이라고 쓰여져 있는 글씨가 안내의 다다.

 

 

 

 

 

예봉산 정상을 가다보니 철쭉군락지가 나왔다.

철쭉의 키가 족히 2m가 넘어 보였다. 수령도 꽤나 오래 되지 않았나 싶다.

철쭉이 한창일 무렵엔 이 근처가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그때쯤 다시 올 수 있으려나...

 

 

율리고개에 있는 표지판이다.

예봉산을 가리키는 표지판은 썩어서 떨어져 나갔나 보다.

대체로 예빈산의 표지판은 너무 오래되어 훼손된 곳이 많다.

남양주시장님! 예산 조금 들여 수리좀 하시죠...

 

 

갑자기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보았더니

딱따구리가 벌레를 찾느라 부리로 나무를 쪼다가 나를 발견했는지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딱따구리는 광릉수목원에만 사는줄 알았는데 이런 산에도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제 꽤나 많이 올라왔다.

내가 저 앞에 보이는 산을 타고 온게 맞나 싶다.

 

 

여섯번째 봉우리 율리봉이다.

이젠 마지막 예봉산 정상만 남았다.

 

 

 

 

눈밭위의 억새 색이 예쁘다.

 

 

 

 

 

 

드디어 예봉산 정상이 코앞에 보인다.

 

 

 

해발 683m.

근처 산 중에서는 제일 높다.

(적갑산 560m, 운길산 610m, 검단산 657m, 용마산 596m, 청계산 658m)

 

 

 

오늘도 여지없이 이놈들을 만났고, 난 여전히 새우깡을 준비하지 못해

사과를 주었으나 이놈들 입맛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그냥 한두번 찍어 먹어 볼뿐이다.

 

 

 

잠시 경치 구경을 하다 어디로 하산 할 지 고민을 했다.

오늘 어짜피 운길산까지 가진 못하지만 내리막 길이므로

적갑산을 들렀다 하산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가까운 길을 버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오른쪽 끝에 보이는 산이 수종사를 품고 있는 운길산이다.

저곳을 가려면 코 앞에 잡힐 듯이 보이는 능선을 타고 대략 6~7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저 코스는 다음 기회에 꼭 한번 가기로 하고 오늘은 적갑산까지 1.68km를 탄 후 하산하기로 한다.

 

 

 

저멀리 미사대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도 구름과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시야가 좋지 않다.

 

 

 

하늘에 보이는 까만 점들이 까마귀들이다.

근처 나무에서 무리를 이루어 살고 있다.

이 눈내린 겨울산에서 무엇을 먹고 연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철문봉... 달랑 막대 표지판 하나.

 

 

 

수령이 상당 할 것 같은 소나무가 눈 또는 강품으로 인해 한쪽 큰줄기가 쩍하고 갈라져 버렸다.

저 정도로 자라려면 기나긴 세월이 필요 했을텐데... 안타깝다.

 

 

 

앞이 훤하게 트인 곳이 나오는데 여기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한쪽 구석에는 가설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떤 분이 막걸리가 많이 있다며 한잔 하고 가라고 권하였다.

난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아직 하산길은 멀고 몸은 오늘따라 천근만근인지라 사양했다.

가도가도 끝나지 않은 하산길을 가다 보니 거기 앉아 몇잔 했다가는 내려오는데 꽤나 헤멜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높은 봉우리에서 낮은 봉우리로 이동한다 하더라도

내리막 길만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산에서는 뭐하나 만만한게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다시 하산길은 1.9km...어휴!

 

 

 

한국화를 보면 바위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바위에 점을 찍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난 그게 이끼를 그린거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좀 비현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기억이 있다.

설마 바위에 저런 이끼가 살겠어? 라는 의구심이었는데... 세밀한 관찰에 의한 사실적인 묘사였음을 알게된 날이다.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다.

그런데 여기에서 도심역으로 가야 하는데 어떻하지? 걸어서?

네이버 지도를 보니 여기에서도 상당히 멀던데...

지친 발을 끌고 걷다가 아이젠을 벗어 베낭에 넣는 순간 마을버스가 왔다.

어찌나 고맙던지...

And

양재 화물터미날에서 청계산 질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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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청계산 세로로 관통하기)

 

 

전주 토요일. 월실적 Report 작성때문에 출근하느라 자주 볼 수 없는 광경을 놓쳐 버렸다.

 

마눌님이 예봉산에 친구와 등반하러 가는데 약속시간이 늦었다고 차로 데려달래서, 

모셔다 드리고 출근하려고 차를 몰았다.

예봉산 등산 진입로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하늘은 푸르른데 예봉산 정상에 하얗게 상고대가 피어 있었다.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이라도 정상에 올라 그 풍경을 즐기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았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마눌님이 찍어온 사진을 보니

역시 예상대로 산의 정상 부근에는 환상적인 전경이 펼쳐졌었다.

상고대는 강이나 호수 근처가 아니더라도 산을 지나가는 습기 가득한 구름 때문에도 형성되기도 하나 보다.

 

어찌됐든 아깝다.

솜씨야 어떻든 코 앞에 펼쳐진 보기 힘든 광경을 눈에도 사진기에도 담을 수 있었는데...

 

어제의 아쉬움을 달랠겸 등산을 하기로 마음먹고 베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청계산이다.

 

작년부터 여러번 청계산에 올랐지만 오늘은 양재 화물터미널 뒤에서 산을 타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청광종주를 시작하는 곳이라기에

나도 언젠가는 시도 하게 될 청광종주를 연습한다는 셈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나에겐 전적으로 무리다.

10시간 정도 산을 타야 한다는데 난 이제까지 5~6시간 정도 등산한 경험 밖에 없고

또 그 정도 가지고도 넉다운 돼버리니 갈길이 멀다.

 

 

  

 

처음 지도를 보고 계획을 세울 때는 망경대를 지나 과천 대공원역으로 하산하려고 하였으나

청계사에서 잠깐 헷갈리는 바람에 의왕방면으로 하산해 버리고 말았다.

이날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진 후의 기록을 합하면 총 5시간 40분, 약 12km의 산행을 했다.

 

등산코스는 아래와 같다.

양재 화물트럭터미날 → 굴바위산 → 옥녀봉(376m) → 매바위(578m) → 매봉(582.5m)

→ 만경대(618m) → 석기봉(583m)  → 이수봉(545m)  → 청계사 → 청계산맑은숲공원

 

 

 

양재동 화물터미날 정류장에서 내려 청계산 방향으로 길을 건너다 보니

몇몇 산행객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 사람들 덕분에 들머리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진 않겠다 싶었다.

 

등산로 입구엔 라면, 막걸리 등을 파는 허름한 무허가 주막(?)이 보였다.

아침이지만 웬지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스물거렸다.

 

집을 나올때 오늘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을 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비니를 챙기지 않았을 뿐더러

모자 달린 스키복을 팽개친채 단촐한 바람막이만 입었다.

겨우 얇디 얇은 두건으로 귀를 가리는게 전부였지만

그나마 두건마저 챙기지 않았다면 내 귀를 추위에 헌납 할 뻔 했다.

어찌나 겨울바람이 매섭던지...

 

 

 

이제 보니 이 표지판을 과천시에서 만들어 놓았다.

서울 서초구에서 등산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과천시로 넘어 왔나 보다.

 

옥녀봉을 향해 열심히 등산을 하는데 조금 오르기 버거운 고개를 만났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가까스로 고개를 올랐는데

50 중반쯤 돼 보이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왔다.

 

"아저씨! 올라 오시는 폼이 꼭 임꺽정 같아요!"

"네?"

"여기가 임꺽정 길이잖아요. 그런데 아저씨 올라오시는 모습이 꼭 임꺽정 같았다구요"

"아~~ 네..."

 

아주머니는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잠시 헷갈렸다.

임꺽정의 이미지가 뭔가?

아무리 임꺽정이 의적이라지만 결국 산적 아닌가?

내가 추위를 조금이라도 달래 보려고 두건을 써서 그런가?

 

냅두자. 그 아주머니가 잠깐이라도 즐거워 했으면 됐지 뭐...

 

 

         

 

이 산에서도 곤줄박이와 박새를 만났다.

겨울산에서 이 놈들이 오직 원하는 단 한가지는... 먹이.

 

미안. 난 새우깡 같은거 가지고 다니지 않는단다.

내 베낭을 뒤져봤자 컵라면 한개, 막걸리 한 병이 다인데

막걸리는 너의 관심사가 아닐테고

컵라면은 나의 생존 필수품이라서 양보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쟤네들 용으로 새우깡 한봉지씩 가지고 다니던지 해야겠다.

 

 

 

옥녀봉에 도착했다.

옥녀봉의 유래를 설명하는 표지판에 의하면

"옥녀봉은 봉우리가 예쁜 여성처럼 보여 이 이름이 붙었다 한다"

나만 느끼나? 이 에로틱한 전설을...

 

하긴 376m의 낮은 봉우리라고 하지만 나름 힘들여 꾸역꾸역 여기까지 왔는데

누가 이 표지판을 읽으며 에로틱한 감상을 느끼겠는가?

 

한쪽 구석 벤치에서는 젊은 처자 둘이서 막걸리 병을 마주 한 채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20대 여성 둘이 산위에 오른 모습도 그러려니와

장수막걸리 한병을 가운데 두고 벤치에 마주 앉아 즐겁게 얘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경스런 풍경으로 다가왔다.

참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하긴 20대에 무엇을 한들 좋아 보이지 않겠는가?

 

 

 

다시 매봉을 향해서 전진한다.

등산로 중간 중간에는 소나무들이 서있다.

소나무의 뿌리를 보호하려고 돌로 단을 쌓아 놓았다.

산에 다닐수록 소나무와는 뭔지 모를 애틋함이 쌓여간다.

 

 

 

청계산 등산의 그닥 좋지 못한 면 중 하나는 계단 일 것이다.

철도 침목 같은 나무로 쌓아 놓은 계단이 끝도 없이 펼쳐 진다.

계단마다 붙어 있는 숫자를 본건 3백 몇십번부터 였는데

아무튼 이제 시작이다.

 

 

 

아직은 많이 춥고

꽃피는 봄은 멀었다.

 

하지만 쟤네들은

준비를 마쳤다. 이미

 

조금 있으면

세상의 모든 식물들처럼

여린 새순을 수줍게 내보일게다.

 

그때 또 보자꾸나.


니들도

모든 동물의 애기들처럼

솜털 달린 이파리를

빼꼼히 내밀 때가

가장 예쁘더라.

 

 

 

옥녀봉을 지나 매봉을 향해 전진하던 중

전망이 확트인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잠시 땀을 식히며 뒤를 돌아본 순간

아~~ 서울이 구름에 빠져버린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펑펑 쏟을 기세고

지상엔 안개가 한가득이었다.

 

지상의 낮은 모든 것들을 생략하고 나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정도가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산 어디갔나?

 

안개 속에 파묻힌 서울을 보다 보니

도쿄타워에서 내려다본 동경이 떠오른다.

지평선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 그리고 평지.

 

서울은 동경과 사뭇 다르다.

높이의 고저가 있고 뭔가 변화가 있다.

하지만 오늘 안개에 휩싸인 모습은

구름위로 떠오른 산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들이 평준화되어 지평선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도쿄와 비교하는건 좀 억지인가?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같은 장소에서 동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저멀리 검단산으로 추정되는 산이 보인다.

이 방향으로 제일 높은 산이 검단산이므로 맞을 것 같긴 하지만 자신 할 수 없다.

 

오늘 구름도 두텁고 안개도 짙게 끼어 전망이 좋지 않았지만

덕분에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어 흥미로운 광경을 접할 수 있었다.

 

 

 

청계산 정상 만경대다.

청계산을 여러번 등반하면서도 저기 한 번을 가보지 않았다.

첫째로 저기로 가는 길을 몰랐으며

두번째 매봉에 도착 한 후 만경대에 갈 정도의 체력이나 의지나 남아 있지 않았었다.

세번째 군기지가 있다는 걸 알고 막연하게 가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하지만 오늘은 간다.

 

 

 

매봉을 불과 100m 남기고 매바위가 있다.

여기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된다.

앞이 확 트여 있어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과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늘 같이 안개에 휩싸인 날은 제외지만...

 

 

 

오늘도 무사히 매봉에 도착했다.

정확히 1,483개의 계단을 오르면 볼 수 있는 매봉 표지석이다.

표지석이 꽤나 거창하다.

 

벌써 1시 반을 지나고 있어 점심을 먹기 위해 매봉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은 컵라면에 나름 온기를 유지하고 있던

뜨거웠었던 보온병 물을 부어

면발을 불린 후 후루룩 마시듯 해치웠다.

 

막걸리는 만찬에 곁들이는 포도주같이

보온컵 뚜껑에 따라 홀짝홀짝 마셨다.

 

그러다 보니

라면을 먹으면서 반주로 막걸리를 마신 건지

막걸리를 마시면서 안주로 라면을  먹은건지 헷갈린다.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결론적으로 둘다 섭취 했다는 사실이다.

 

 

 

만경대 근처에서 찍은 모습이다.

만경대의 정점은 철조망으로 가둬진 군부대 안에 있다.

 

철조망을 돌아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휘날렸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오늘 저녁부터 눈이 내린다고 하였는데

조금 당겨졌나 보다.

 

 

 

망경대와 석기봉을 지나 계속 전진하다 보니 평평하게 조성된 곳을 만났다.

여기가 헬기장인가 보다.

임도로 조성된 도로도 보인다.

어디가 어딘지 좀 어리버리 하다.

 

 

 

눈이 한참을 쏟아지다가

눈발이 가늘어지고 있었다.

3시 가까워진 시각.

이젠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그 와중에 소나무 사진 몇장을 담아 본다.

 

 

 

 

 

 

 

절고개능선에서 잠깐 고민을 한다.

 

어짜피 하산은 청계사 방면으로 해야 하지만

그냥 산을 내려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이수봉을 갔다 올 것이냐?는 고민...

까짓 편도 500m, 왕복 1km 밖에 안되는데 무슨 고민씩이나.

체력은 약하면서 기상은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이수봉 찍었다.

 

표지석 인증샷 찍은 후

뒤도 안돌아 보고 다시 절고개능선으로 Go Go~~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사진 가운데 보이는 호수(조절저수지?) 방면으로

하산 했어야 한다.

 

항상 그렇지만 주위를 조금만 덜 기울이면

어느새 엉뚱한 곳에 와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얘들도 뭔가 준비하고 있다.

다들 다가오는 계절이 되면

터뜨릴 한방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청계사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이 산죽이다.

절에 진입하는 초입에 무리지어 자생하면서

예의 그 푸르름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청계사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와불을 모시고 있다.

언제 조성하여 모셨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절에서 흔히 볼 수 없던 형태의 부처님인 건 확실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석을 표면에 붙이고 금색, 검정색 등의 색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죄송한 얘기지만 다리 모양은 로보트 아톰다리를 보는 것처럼 뭔가 부자연스럽다.

좀더 예술성을 갖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쪽 돌담 밑에 각종 동자승, 석탑, 부처님과 보살상들의 미니어쳐를 모셔 놓은 곳이 있었다.

동자승이 다리를 포개고 목탁을 두드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아마도 저 동자승이 나중에 대사가 되었으리라...

 

 

 

이 절에는 특이하게도 마당 한가운데에 우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우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각도 지어져 있고...

물이 땅에서부터 샘솟나?

 

 

 

대웅전의 크기는 소박하다.

미쳐 이 절의 유래나 창건기를 써놓은 표지판을 읽지 못해

역사를 알지 못한다. 외형으로 보아선 오래되어 보이진 않는데...

 

 

 

이런 석물들이 계단에 도열해 있다.

어떤 의미의 인물상인지 모른다...쩝

 

 

청계사에서 다시 산길을 타야 과천 대공원방면으로 갈 수 있는데

갑자기 자동차 도로가 눈앞에 펼쳐지니 아무 생각없이 당연한듯 내려와 걸었다.

가다보니 이상해서 검색해 보니 엉뚱한 방향이었고

이미 때는 늦었으므로 계속 전진했다.

여러 주막들이 나를 유혹하였으나 버스를 탈 수 있는 대로변까지 너무 멀어

꾹꾹 참으며 걸었다.

아이젠을 벗은 뒤 두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으며... 외롭게 외롭게...

 

조금 뒤 알 수 있었다.

남들은 주막에서 한잔씩 걸친 후 마을버스를 타고 전절역으로 간편하게 이동한다는 사실을...

어쩐지 자동차도로를 걷는 내내 등산객 한명도 보이지 않더라니...
3km정도를 실컷 걸은 후 마을버스를 탔다.

뭐냐? 이 손해보는 느낌은?

 

 

 

이 추운 겨울에도 개울엔 물이 흐른다.

And

부용산, 형제봉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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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7일 양수역에서 부용산, 형제봉을 오른 후 국수역으로 하산)

 

 

 

여러 산을 검색하다 우연히 Journey Story라는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사진도 잘 찍으시고 산행기도 알차게 올리셔서 가끔씩 방문한다.

이 블로그에서 부용산, 청계산 산행기를 보고 언젠가 나도 한번 저 코스를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마침내 지난 일요일 실행에 옮겼다.

오늘 최고 기온이 영하 4도...

어제도 이 날씨에 과연 산에 가도 문제가 없나 생각만 하며 데굴데굴 거리다

일요일에는 도저히 참을 길이 없어 길을 나섰다.

몇주 동안 주말마다 친구와 트래킹을 빙자한 나들이를 다니면서 제대로 걷지 못한 것도 만회 할 겸

집을 나서긴 했지만 날씨가 꽤나 싸늘해서인지 잘 걸을 자신은 없었다.

 

 

     

 

가다가 날이 너무 춥고 걷기 싫어지면 중간에 대충 내려와

커피나 홀짝거릴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일단 발을 내딛으니 오기가 생겨 계획한 만큼은 등산을 할 수 있었다.

 

용담IC에서 시작해 부용산, 형제봉을 올랐다가 중앙선 국수역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Journey Story 블로그 주인장은 형제봉에서 청계산 정상을 밟고 다시 돌아와 하산하였던데

겨울에 난 조금 무리라고 판단되어 청계산에 가진 않았다.

 

위 고도를 표기한 그래프를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형제봉인데 마지막 급경사가 대단히 심하다.

부용산까지는 길게 늘어져 있는 산등성이를 따라 무난히 접근 할 수 있지만

형제봉에 오르려면 저 급경사의 깔딱고개를 올라야 하는데 나 같은 저질체력자에게는 크나큰 시련으로 다가 왔다.

숨차서 죽는줄 알았다. 

동료들로 보이는 네사람이 차례로 나를 제끼고 오르는데...

음 살을 빼든지 체력을 기르던지...창피해서 원.ㅉㅉ

 

 

 

집에서 112-1번 경기버스를 타고 팔당역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양수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양수역에서 자전거길로 조성해 놓은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부용산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있다.

하지만 얼어 있는 강도 구경하고 사진도 좀 찍으려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새로산 사진기로 불과 서너장 정도 찍었을 무렵

밧데리가 다 되었다고 카메라 전원이 꺼져버렸다.

에고~ 카메라 사면 뭐하나...전원을 충전해 놓았어야 했는데...

할 수 없이 비장의 무기 핸드폰을 꺼내들고 찍어 댈 수 밖에.

이하 핸드폰사진이다. 하긴 별차이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이 한겨울에도 갈대가 아직 남아 있다.

이 놈들은 봄이 되서야 사그라 들려나...

새순이 돋아 나오면 그 때서야 슬그머니 자리를 비껴줄 모양이다.

 

 

 

이곳을 봄에 오면 강건너 부용산에 여러가지 꽃이 피면서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는데

지금은 너무 황량해 보인다.

그나마 요즈음 뿌연날이 계속 되었는데 오늘은 하늘이라도 맑아 기분은 상쾌하다.

대신 많이 춥다. 이런게 다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때문인가 보다.

 

 

 

강을 낀 산책로를 지나고 나면 용담IC로 합류하는 찻길인 양수로가 나오는데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데크길을 조성해 놓았다.

이 데크길이 끝나는 곳이 부용산 등산을 시작하는 들머리다.

 

 

들머리에 제대로 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여기에는 확실하게 설치되어 있어 이곳이 초행인 등산객도 헤메진 않을 것 같다.

사실 나도 블로그만 검색해 보고 온터라 입구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며 걱정을 했다.

 

요 몇년사이 지자체마다 여러 걷는 길들을 조성하고 있고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에

조성된 길에 대한 안내도 친절하게 되어 있는 곳이 많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들머리에 어떻게 접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단 길에 접어 들면 표지를 따라 걸으면 되지만 

들머리에 어디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되고 시작점에는 어떤 표지가 있는지에 대한 소상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많은 걸 원하나?

 

이쪽을 여러번 와 봤는데 "물래길"이란 명칭은 오늘 처음 들어본다.

찾아보니 능내역, 양수대교, 두물머리, 세미원 등을 잇는 길이다.

명칭은 몰랐지만 한번씩은 다 걸어본 길이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눈도 다 녹아 있어 조용히 산책을 나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어떤 시련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므로...

 

 

 

등산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 표지판이 나왔다.

부용산 정상까지 4.1km 남았다.

정상이 해발 366m 밖에 되지 않는데 4.1km나 남았으니 아무리 오르락 내리락이 심해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5개 정도의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부용산까지의 등산코스는 대체로 무난하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양수역이다.

양수역에서 빙둘러 오느라 5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양수역에서 곧장 산으로 질러 오면 20분 정도면 충분 할 것 같다.

 

 

 

부용산에는 유난히 쭉쭉뻗은 키큰 소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인공조림지인지 아니면 자생지 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자로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 숲이

한국 산에서는 쉽게 마주 할 수 없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자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덮힌 등산로가 나타난다.

산아래와 산위의 온도차이가 이렇게나 많이 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아직 고도가 많이 높지 않은데...

 

 

 

오랫만에 파란 하늘을 보니 추운 공기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날이 흐리고 하늘이 내려 앉아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쳐지는 느낌이 들어 그런 날씨를 그리 좋아 하지 않는다.

 

물론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산을 장시간 돌아 다녔더니

다음날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르고 화끈거리는부작용을 겪었지만 말이다.

까짓 얼굴이야 이미 맛이 갔는데, 뭘...

 

 

 

오르막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에 전망대라고 쓰여 있고 평지길은  부용산을 가리키고 있길래 잠시 고민했었다.

힘들게 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 부용산을 갈 것인지 그냥 부용산으로 내 뺄것인지 3초 정도 망설이다

전망대를 택했다.

결론적으로 잘 선택했다.

산에 다니는 큰 목적이 운동과 풍광을 즐기는 것인데 여기를 지나쳤으면 아쉬울 뻔 했다.

 

 

 

게다가 전망대에 올라와 보니 "하계산"이라는 표지석이 있지 않은가...

아~ 등산 목적 중에 또 하나가 성취감인데, 대게는 이 성취감의 구현이 표지석 인증샷으로 나타난다.

표지판에 "하계산 정상"이 아니라 "전망대"라고 쓰여 있는 바람에 봉우리 인증샷 하나 놓칠뻔 했다. ㅋㅋ

표지석이 반들반들 하다보니 쭈그려서 인증샷 찍고 있는 동네아저씨~이 비친다.

 

 

 

전망대에서 조망 할 수 있는 광경이다.

가운데 보이는 다리가 중앙선이 지나 다니는 양수철교이고 철교를 건너면 운길산역이다.

철교 오른쪽에 보이는 산이 운길산, 왼편에 보이는 산이 예봉산이다.

날 풀리면 예봉산에 올라 가운데 보이는 적갑산을 거쳐 운길산과 수종사를 들러 하산하는 종주코스를

꼭 한번 실행해야겠다.

이 전망대의 위치가 아주 훌륭하다.

두물머리와 강건거 여러 산들까지 넓은 지역을 방해 없이 조망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설치되어 있다.

 

 

 

하계산을 지나 남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남동쪽으로 능성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갑자기 확 트여진 또 다른 전망대가 나와 한컷 찍었다.

 

 

 

여기가 부용산 정상이다.

여기에도 전망대가 있다.

청계산까지는 5.4km... 벌써 1시 50분인데 무리다.

 

 

 

조금 전의 전망대에서 3~40m 정도 올라오면 부용산 표지석이 보인다.

특이하게도 표지석을 바위위에 올려다 놓았다.

대부분 안정감있게 땅위에 설치하는데...

 

 

 

부용산 정상에서 앞으로 등산을 하게될 북동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운데 높이 솟아 있는 하얀 봉우리가 청계산 정상 인걸로 판단된다.

꽤나 멀어 보인다.

 

 

 

일단 2시가 다 된 관계로 눈 밭에 베낭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달랑 큰사이즈 컵라면 하나지만...

오늘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면서 장수막걸리를 사려다 음료수처럼 보이는 캔막걸리가 있길래 사왔다.

국순당에서 만든 "아이싱막걸리"다.

밀키스에 자몽쥬스를 섞은 것 같은 맛이 난다.

알코올 도수는 4도로 낮은 편이고 상큼한 자몽쥬스 맛이 나서 전혀 막걸리 같지 않다.

그래서 원샷했다. 음~ 맛있다...

 

 

 

부용산 표지석을 조금 지나면 나무에 저렇게 부인당이라고 써진 표지를 묶어 놓았다.

좀 웃긴건 괄호 열고 정상이라고 써 놓은 글씨다.

글쎄 이 낮은 산에 어디가 정상인지가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부인당의 유래를 찾아 보니 고려시대 어느 왕비가 첫날밤에 방귀를 뀌자 왕이 크게 노해 왕비를 여기로 귀향을 보냈고....

아니 그런 유치한 왕이 있나... 방귀뀌면 기분이야 별로 좋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귀향까지 보내다니.

 

 

 

이 산에도 일본잎갈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푸른 하늘을 뚫을 태세다.

 

 

 

여기가 샘골고개다.

부용산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청계산으로 오르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산행을 그만하고 신원역으로 내려 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청계산 정상까지는 못가더라도 형제봉까지는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가봐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젖어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형제봉가면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부용산을 떠나 형제봉으로 향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가는데 이곳은 눈으로 덮여있다.

부용산에서 형제봉까지는 3km정도 떨어져 있는데

마지막 급경사구간을 제외하면 그리 큰 힘이 들지는 않는다.

 

 

 

사진을 잘못 찍어서 그런지 이 사진을 보면 그리 급경사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형제봉을 향한 이 마지막 구간을 오르며 근래 들어 가장 힘들었다.

이미 여기까지 오면서 체력을 많이 소모시킨 상태라 그런지 한발 한발 떼는게 무슨 에베레스트 오르는 것 같았다.

앞에도 말했지만 가장 힘없어 보이는 등산객에까지 4명째 추월당하며

내 체력에 대한 자존심은 여지 없이 무너지고...

하긴 내가 다져진 체력으로 등산다니는게 아니라

오기와 참을성으로 무거운 몸매를 겨우겨우 끌고 다닌다. 뭐 먹고 살일 있다고.

 

 

 

아무튼 형제봉에 도달했다.

507.6m의 형제봉에 오르면서 이리 힘들었다니.

 

표지석도 예쁘지만 표지석 주위에 있는 소나무가 운치 있다.

이 높은 곳에 조경수로 인공적으로 심진 않았을 것 같은데 가지도 잘 다듬어져 있다.

 

 

 

여기도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하계산부터 형제봉까지 이렇게 전망대가 잘 설치되어 있는 산은 많지 않은데 지자체에서 많은 공을 들였나 보다.

 

 

 

하지만 형제봉에선 전망대가 나무에 많이 가려져 있어 하계산에서와 같이 호쾌한 전망을 볼 수는 없었다.

경치보자고 나무를 잘라 낼 수도 없고...

사진의 가운데 멀리 강이 보이는데 그 즈음이 양평군 시가지이다.

 

형제봉에서 청계산 정상까지는 1.8km이다.

왕복 3.6km...청계산 정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산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하산 하는길도 만만치 않다.

꽤나 급한 경사길을 3km 넘게 내려와야 한다.

하산 후 손두부로 요기를 한 후 국수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귀가길에 올랐다.

힘들었지만 나름 재미있었던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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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금진항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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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9일 정동진에서 겨울바다 보고 금진항에서 대게로 포식...)

 

오늘도 친구의 Call Sign을 받고 수원 영통으로 버스를 타고 간다.

오늘은 강원도 정동진 방면으로 이동해서 바닷길을 걸은 후 대게를 먹기로 했다.

 

항상 그렇지만 계획한대로 모두 이루어지진 않는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전주에 이어 오늘도 롯데월드타워 공사장을 보게 된다.

 

아무튼 영통 황골마을에 도착하니 8시 17분.

8시까지 만나기로 했으니 조금 늦었다.

난 서울에서 합류했으니 꼬와도 니들이 참아야지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여유를 부려 본다.

나, 대학동창 3명, 작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동창의 와이프(생각해 보니 제수씨도 대학동창 이다.)

이렇게 총 다섯명이 승용차를 Full로 채워 강원도로 출발했다.

 

영서지방까지는 괜찮았으나 영동으로 넘어오자 입이 떡 벌어졌다.

목요일에 40cm의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막연하게 왠만큼 치웠겠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왔다.

물론 차가 다니는 도로는 웬만큼 통행이 가능하도록 치워져 있었으나

이면도로나 가게 앞은 겨우 사람이 지나 다닐 정도의 길만 내놓고

눈을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오를 넘어서면서 날이 포근해지고 눈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나와 가게나 집 앞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도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기에

눈을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대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사시는 분들은 오죽하랴 싶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야 눈보고 좋아라 하지만...

 

 

 

나는 정동진에 처음 와봤다.

알다시피 드라마 '모래시계' 덕분에 이 조그마한 기차역과 해변이 이렇게 번잡한 곳이 되어 버렸다.

어느 조그마한 동네가 유명해지면 원래의 풍광을 잃어버리고 상업시설만 넘치는 식상한 장소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결국 '드라마'나 '책'에서 보여 주었던 분위기와 감동은 정작 그 자리에 가면 느낄 수 없다.

아이러니다.

 

 

 

그래도 짙푸른 바다와 눈에 덮힌 산과 해변이 있기에 여기까지 달려온 보람이 있다.

 

특히 분명 서해와 다른 동해의 바다색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준다.

서해는 많은 생명을 보듬은 뻘로 인해 탁한 바다색를 띠고 있다지만

우리의 간사한 눈은 동해의 시원하고 검푸른 바다색을 선호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남해의 옥빛 바다색은 또다른 감동을 주지만... 

 

▲ 모래시계공원을 연결하기 위해 정동진천 위에 놓여 있는 '모래시계공원다리'

 

 

▲ 모래시계공원에 들어서면 맨 먼저 보이는 '정동진 밀레니엄 모래시계'

   가운데 위 삼각형 부분에 채워져 있는 모래가 아주 소량씩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모래시계의 주기는 1년이며 지름이 무려 8.06m, 폭이 3.20m이다.

 

 

 

파도...시원하다.

 

 

 

옛 증기기관차와 객차가 공원 한쪽에 길게 늘여져 있다.

객차는 여러가지 옛시계나 모래시계를 전시하는 유료 전시장으로 꾸며 놓았다.

입장료는 2,500원이었던가...

밖에서 8m짜리 모래시계를 보았는데, 굳이 또 시계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패스.

 

 

 

해변 오른쪽 산위에 거대한 배가 한척 얻어져 있어서 궁금해서 가 보았다.

실제로 철판으로 제조한 배모양의 '썬크루즈리조트'였다.

저 정도 크기의 배를 지으려면 공사비가 엄청 나겠단 생각이 든다.

과거 중공업회사 다니던 가락이 있는지라...

 

여기 주차장 옆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 5,000원... 역시 패스.

 

 

 

오늘 이 나들이를 제안한 친구는

이동네를 검색하면서 그냥 찻길을 걷고 점심을 먹을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어림없는 상태였다.

엊그제 온 눈을 승용차 2대가 겨우 교행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제설이 되어 있어

길가로 보행을 할 수가 없고, 걷는다 해도 지나가는 차가 튀기고 갈 질척이는 눈을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걷기는 포기하고 주린 배를 채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심곡항, 금진항이 나온다.

금진항에 도착하니 '동해시 수협 금진어촌계 위판장'이라고 쓰여진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가건물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조금은 나이 들어 보이는 분들이 그물에 걸려있는 대게를

일일이 손으로 떼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게를 잡기도 어렵겠지만 저렇게 일일이 그물에서 떼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는 kg당 만오천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친구는 몇kg 사 가져가겠다는데 나야 차도 없고 해서 또 패스.

 

 

 

마침내 오늘의 주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게를 파는 식당으로 갔다.

여기서는 kg당 삼만오천원. 다섯명이 5kg정도를 까먹었다.

 

사실 난 미식가가 아니다.

뭘 먹든 굶지 않고 끼니만 때우면 크게 불만이 없는 사람이라 맛에 대한 평가는 모르겠다.

물론 부폐식당에서 먹었던 대게 보다야

당연히 싱싱한 대게를 금방 쪄왔으니 훨씬 맛있겠지만

그 미묘한 정도의 차이에 대해 평가 할만한 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쩌면 나에겐 매우 다행일지도...

 

 

 

오늘도 이렇게 해서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눈때문에 길을 걷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대신 다음주에 조금 빡세게 걷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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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산 거쳐 대모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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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2일 내곡동 구룡산에서 대모산까지) 

 

 

 

친구와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위 사진은 신분당선 플랫폼 벽에 설치되어 있는 벽시계다.

보다시피 9시 50분이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친구녀석은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아이젠을 사오라고 그리 말하였건만 빈손으로...

역시 산은 혼자 다니는게 속편하다. 으이그 웬수~~

 

친구가 금요일 밤 한밤중에 나보고 내일 어디에 갈거냐는 카톡메시지가 왔지만

나는 보지 못하고 잠이든 관계로 아침에 일어나서야 카톡을 보고 내 계획을 얘기했더니 합류하겠다고 했다.

 

전부터 계획 해 놓은 코스가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원래 계획은 양재시민의숲 역에서 구룡산에 오른 후 능선을 따라 대모산까지 종주를 하고

헌릉IC로 내려와 다시 인릉산에 올라 청계산입구역보다 남쪽에 있는 넘말골로 하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고 인릉산에 오르는 길을 발견하지 못해 헌릉IC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겨울에는 2시가 넘으면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산에 오르기가 겁이 나기도 했다.

 

 

       

 

생각보다 거리도 길었고 시간도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낮은 산이라지만 300m짜리 산을 오르고 100m 이상 내려 온 후

다시 100m 이상을 오르는 코스라서 마냥 쉽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도 없지만...

 

 

 

구룡산을 오르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네이버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등산로 입구는 없었다.

네이버 잘 좀 만들자! 응!

 

지나가는 동네 어른께 물어물어 겨우겨우 등산로에 진입했다.

 

 

 

원래는 저 학술진흥원에서 등산로가 시작되나 본데

우리는 저 진입로를 찾지 못해 "초원조경" 옆길로 진입했다.

물론 거기에는 등산로 표지판도 없었다.

사진에 있는 학술진흥원은 한국연구재단을 가르키는 것 같다.

진입로를 찾으려고 한국연구재단 건물 근처를 잘 살펴 보았지만 진입로가 없던데 이상하다... 

 

 

 

아무튼 산불감시초소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근래 들어 보기 드물게 영상의 기온을 보였다.

가파르진 않지만 오르막길이 계속 펼쳐져 오르다 보니 더워 땀이 맺혔다.

땀을 닦으며 산에 오르기는 오랫만이다.

 

 

 

생각보다는 상당히 많은 등산객들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

토요일 인데다 오랫만에 날씨가 풀려서 다들 집을 박차고 나왔나 보다.

 

 

 

산불 감시초소다.

말그대로 초소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아직 구룡산 정상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대모산 정상이 1.8km 남았다고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

물론 구룡산 정상은 이 표지판에서 3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기는 하다.

 

 

 

고도가 낮은 등산로에는 등산로 곳곳에 잔설이 조금 남아 있는 수준이었지만

정상 가까이 오니 눈이 내린 그대로 남아 있어 미끄러웠다.

비록 300m급 산이지만 산 밑과 정상은 온도차이가 많이 나나 보다.

 

 

 

구룡산 정상이다.

"돈 많은 서초구 지자체 뭐하나. 기념사진 찍을만한 표지석이라도 하나 세워 놓지" 하는 타박을 해 본다.

전망대는 갖춰져 있지만 뿌연 스모그 때문에 주위 경관을 둘러 보았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하산하는데 아이젠을 끼지 않으면 미끄러워서 도저히 내려 갈 수가 없었다.

친구녀석이 아이젠을 가져 오지 않은 관계로 한쪽 발씩만 나눠 끼고 내려갔다.

덕분에 몇번이나 넘어질뻔 했는지 모르겠다.

역시 겨울산에는 아이젠이 필수다.

 

 

 

구룡산 정상에서 한참을 내려 오다가 다시 대모산 정상을 향해 오르막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가 대모산 정상이다.

역시 표지석은 없다.

정상에 왔지만 좀 뻘쭘하다.

주위 경관도 잘 보이지 않고 기념할만한 표식도 없어서 좀 맹숭맹숭하다.

 

 

 

대모산을 내려오니 1시 4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인능산을 오르는 길을

네이버 지도를 보며 찾았으나 결국은 실패했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해 먹을 곳을 찾다가 오른쪽 가운에 보이는 정자에 올라

사발면과 사과 몇쪽을 나눠 먹는 걸로 대신했다.

왼쪽의 아파트는 LH 보금자리 주택이다.

 

점심을 먹은 후 계속 등산 진입로를 찾아 볼까 하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기에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산행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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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해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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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6일 대부 해솔길(구봉도) 걷다)

 

 

안면도 같이 간 친구가 오늘은 뜬금없이 대부도에 가잔다.

섬길 걷는데 재미붙였나 보다.

나야 이런 제안은 시간만 나면 언제나 오케이...따라서 가기로 했다.

 

요즈음엔 어딜가나 걷는 길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놓아

대한민국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몹시 바람~~직 하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부지런히 서둘러 잠실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영통 황골마을에서 내려 친구 부녀와 조인했다.

이번에 SKY의 그 Y대를 들어간 기특한 녀석이 아빠따라 같이 간다고 해서 데려 왔단다.

여러모로 기특하다.

우리집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면 콧방귀나 뀌며 짜증 냈을텐데...

 

 

▲ 잠실사거리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를 한컷 찍었다.

   부디 마천루의 저주를 피해가길... 롯데가 걱정되는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불황이 깊어질까봐.

 

 

 

원래의 계획은 시화교를 건너자 마자 대부도 관광안내소에서 시작되는 1코스(11.3km)를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치밀하지 못한 인터넷 사전답사에 힘입어 1코스의 중간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 버렸다.

덕분에 1코스의 지루한 부분은 건너 뛰고 엑기스만 걷고 왔다.

우리가 걷고 온 길이 지도에 노랗게 표시된 부분이다.

이곳은 원래 섬이었다.

봉우리가 아홉개로 된 섬으로 구봉도, 구봉이섬으로 불린다.

구봉염전이 천일염전(현재 낚시터)으로 되면서 제방을 축조하여 대부도에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의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코스를 걸었다.

개미허리로 접근할때는 산길로, 돌아 올 때는 해변길로 구성되어 있다.

5.5km, 두시간 조금넘게 걸렸다.

가벼운 산책과 바다의 풍광을 즐기기에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코스라고 생각된다.

 

 

 

오른쪽 해변이 대부해솔길 1코스의 걷기를 생략한 부분이다.

요즈음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해변이 얼어있다.

바다물이 얼려면 영하 2도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사진에 보듯이 저렇게 광범위하게 얼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추웠는지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싶다.

 

 

 

시화교를 지나 구봉도 표지판 따라 우회전 한 후부터는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길을 찾기가 대략 난감하다.

우리도 길가는 분께 물어 물어 왔는데 구봉도 주차장이 어디인지 물어보면 된다.

주차장에는 구봉도 해솔길이 시작되는 안내구조물이 바로 보이니 길을 헤멜 염려는 없다.

 

 

 

개미허리라는 지형은 그 이름만으로도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이 간다.

그리 높지 않은 산길을 오르면 해안 절벽을 끼고 산허리에 길이 조성되어 있다.

 

 

 

친구 부녀가 모자를 푹 뒤집어 쓴채 걷고 있다.

근래 들어 그나마 조금 따뜻한 날씨임에도 꽤 추웠다.

눈이 빙판으로 변해 있어 내리막에서는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조금 걷다 보면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 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별 생각없이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내려가기 귀찮아서였던 것 같은데 오늘의 볼거리 하나를 놓쳤다.

나중에 보니 천영물약수터가 있는 곳이었다.

약수터와 눈 내린 해변을 지척에서 감상 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멀리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돌아 올때 걷게 될 해안도로가 산 밑으로 보인다.

 

 

 

이 사진 한장으로 "개미허리"란 지명의 유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그마한 새끼섬이 구봉도 본섬과 가느다란 모래 자갈길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면 밀물 때는 길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바닷가의 암석들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조그마한 섬이 바다 위에 홀로 떠있다. 외로이~~

어째 유행가 가사 같다.

섬이름은 꼬깔이섬. 꼬깔을 닮아서 그렇게 이름을 지어졌을까?

 

 

 

조그만 섬의 정상...

이제부터 구봉도 낙조전망대로 내려간다.

 

 

 

전망대로 가는 길이 다리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다들 기념사진 찍느라 바쁘다.

 

 

 

온전한 조각물만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사람들이 줄지어 조각에 앉거나 타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조각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건 좋지만

조각물에 함부로 앉아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좋게 바라 볼 수만은 없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오랫만의 나들이 기분에 취해 조금 과장된 행동을 하신게 아닌가 싶지만 떨떠름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꼬깔이섬.

여전히 외롭네...

여기서 섬을 끼고 석양을 바라보면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해지기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상상속의 낙조만 바라보고 돌아 왔다.

 

 

 

전망대에서 바다 경치를 구경 한 후 해변을 따라 돌아가고 있다.

 

친구가 딸보고 바닷물을 만지는 포즈를 취하라고 하며 사진을 찍는다.

곁에 있던 나도 덩달아 한장 찍었다.

친구가 나에게 너가 보기에는 착한 딸이라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아빠한테는 그리 착한 딸만은 아니라고 몰래 흉을 본다.

 

이 친구 배가 부른가 보다. (사실 배가 불룩하다.)

Y대 들어간 딸한테... 업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혹시 나한테 반어법으로 자랑질을 한건가? ㅎㅎㅎ

 

 

 

오늘 따라 햇볕이 매우 강하다.

썬그라스 가져 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온다.

눈이 부셔도 너~~무 부시다. "물러줘!"라고 소리 칠 수도 없고...

 

 

 

다시 개미허리아치교.

이번에는 해변에서...

 

 

 

해변을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할매, 할아배바위다.

안면도 꽃지해변에서 볼 수 있는 두개의 섬도 할매바위, 할아비바위더니

여기에도 할매, 할아배바위가 있다.

친구 녀석 말대로 매우 흔한 지명인가 보다.

여기에 얽힌 전설을 설명한 표지판이 없어 유래는 알 수 없었다.

 

친구의 따님이 점심으로 회를 드시겠다고 하명을 하자 친구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덕분에 잘 얻어먹었다. ㅎㅎㅎ

 

점심을 먹은 후 계속 걸으려 했으나 이어지는 길을 찾지 못해 포기하고

대신 안내지도에서 본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가보기로 하고 차를 몰았다.

 

 

 

1954년에 캠밸얼리 포도나무를 처음 심었고 서른두개 내외의 농가가 조합을 만들어

2001년 첫 와인을 생산하고 2년의 숙성시간을 거쳐 2003년부터 출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전시장에는 조합에서 생산하고 있은 다섯 종류의 와인을 볼 수 있었고 시음도 시켜 주었다.

설명하시는 분이 여기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고유의 포도향을 살리기 위해

오크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통에서 발효 숙성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먹어본 칠레나 프랑스산보다 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도 잘 얻어 먹은터라 와인 한병을 사 친구 딸에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엄마와 마셔 보라고 안겨주었다.

 

내가 와인을 잘 모르긴 하지만 와인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꼭 한번 추천하고 싶다.

포도농가가 모인 조합에서 직접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일 뿐더러 맛과 향이 뛰어난 만큼

이런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랑꼬또 와이너리 홈페이지 참조하시길...

 

그린영농조합 방문을 끝으로 오늘의 나들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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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을 열며 검단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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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일 해돋이 검단산 산행)

 

계사년 새해를 맞아 올해는 산에서 해돋이를 하리라 마음 먹었다.

의도는 그랬지만 어디 내 맘대로 세상이 굴러 가던가...

 

일출시간이 7시 30분 정도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역으로 시간을 산출해서 5시에 일어나는 부지런을 떨었다.

그래도 산 정상에서 새해를 맞이하기엔 넉넉지 않은 시간이었다.

 

새벽같이 움직여야 했으므로 차를 몰고 가기로 하고

차에 몰고 지하주차장을 나오는 순간...

펑펑 쏟아지고 있는 함박눈과 마주치게 되었다.

 

일단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컵라면과 초코렛바를 산 후 10분간 고민했다. 

이 눈을 뚫고 차를 몰고 가느냐, 아니면 어짜피 일출 보기는 난망해졌으니

차를 다시 주차장에 고이 모셔 놓은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점점 굵어지는 눈발에 질려 차를 버리기로 결심하고

주차한 후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에는 부지런한 사람들로 한가득 차있었다.

 

모두들 신년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아니면 산 정상에서 무언가를 기원하기 위하여 길을 재촉하겠지.

나는... 무언가를 기원하기 보다는 새해니까 기념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도착하니 벌써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 접근했지만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사방이 어둠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비추는 렌턴의 가느다란 불빛에 묻어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얌전하게 산을 오른 길 그대로 내려왔다.

오른쪽 고도를 표기한 그래프에서 보듯 해발 500m정도에 있는

헬기장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내 인내심과 체력을 테스트하는 구간처럼 느껴진다.

 

 

 

올해 산에서 눈구경은 실컷 한다.

산 중턱에 오를때까지 눈이 계속 쏟아졌다.

눈이 멈추자 이번에는 휘이익 찬바람이 훓고 지나가며 나무에 얹혀있던 눈을 날린다.

눈을 맞으며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검단산에는 지금까지 10여번 정도 오른 것 같다.

 

북쪽으로는 예봉산, 운길산

동쪽으로는 팔당댐과 팔당호

서쪽으로는 하남시

남쪽으로는 용마산과 멀리 남한산까지 조망 할 수 있다.

 

오늘은 사방을 둘러 봐도 가시거리 안에는 하얀 눈과 나무 몇그루가 전부다.

 

 

 

정상에는 9시 10분 정도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한 기쁨도 잠시, 바람도 세차고 기온도 매우 낮다.

그래도 사진에 보이는 파라솔에서 막걸리 한잔을 사 시원하게 들어켰다.

날도 추운데 시원하게~~

 

 

 

       

 

사방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전경을 바라보다,

밧줄을 걸어 놓은 기둥위에 누군가 잘게 부수어 놓은

과자를 먹으러 날아온 곤줄박이(참새목 박새과)를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온 세상이 꽁공 얼어 붙어 있으니

과자 부스러기라도 얻어 먹어야 이 매서운 겨울을 날 수 있겠지 싶다.

이 녀석들 사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호시탐탐 과자를 먹으려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딱히 정상에 서서 거창한 새해 다짐을 할일도 없고

새해를 기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하산을 서둘렀다.

배도 고프고~~

 

정상에서 헬기장까지는 사진처럼 경사가 매우 급하다.

오늘 새로 산 아이젠 덕을 톡톡히 봤다.

 

 

 

헬기장 조금 못 미쳐 제법 굵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헬기장에 있는 정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을까하다 너무 추워 먹기를 포기했다.

대신 커피와 초코바를 꺼내 먹고 있는데 정상에서 보았던 곤줄박이가 여기에서도

사람들 근처를 배회하며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초코바를 작은 조작으로 부스러뜨려 난간에 올려 놓았더니

근처에 있던 곤줄박이가 차례대로 조각을 물고 날아 갔다.

사진에 찍힌 녀석은 한입에 삼키지 못할 정도의 크기를 가져갔는데 잘 먹엇는지 모르겠다.

 

 

 

       

이녀석은 박새다.

먹이 앞에 서서 주위를 경계하는 순간 사진을 찍었다.

이 녀석들한테 년초에 작은 보시를 했으니 복이 오려나~

녀석들이 밋밋했던 산행에 조그마한 추억을 남겨 주었다.

 

 

 

검단산의 2/3지점 정도에 있는 약수터다.

저 약수터에는 사시사철 약수가 넘친다.

여름에는 넘쳐 흐르는 약수에 시원하게 세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여름이 기다려진다.

 

하산하면서 찍은 눈에 덮힌 검단산 전경...

 

 

 

 

 

 

 

 

 

 

개인적으로 검단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View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일본잎갈나무)들이 꽤 이국적으로 느껴져서 좋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 나무가 빨리 자라고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아 1904년부터 전국적으로 인공조림했다고 하니

검단산에 있는 낙엽송들도 언제인가부터 인공으로 가꿔졌을 것이다.

 

 

 

 

 

날이 꽤나 추웠는데도 개울물이 얼음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낙엽송 숲을 지나면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잣나무가 조림된 구간도 있다.

 

검단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처음 등산을 시작하는 입구에는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고

조금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낙엽송 숲이 나오고

정식 등산로는 아니지만 오른쪽 산등성이에 오르면 잣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산에 오르면 소나무와 참나무 등의 여러 활엽수가 섞여 자생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식생을 보유한 산도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공조림의 결과일지라도...

 

 

 

 

 

이렇게 계사년 첫 산행을 마쳤다.

물러가는 눈구름 사이로 새해의 태양이 솟고 잇다.

산을 다 내려와서야 일출을 맞았다.

만약 알았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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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5코스(노을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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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9일 태안 해변길5코스 삼봉에서 꽃지해변까지 걷기)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이미 작년의 일이 되어 버렸다.

 

28일 저녁 한해가 거의 마감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퇴근 후 근래 들어 계속되는 술자리에 지쳐 TV를 보면서 멍~하고 있는데

친구녀석에게서 카톡 문자가 왔다.

SERI CEO 매거진에서 안면도 소개 동영상을 봤는데  걷는 길이 좋아 보였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난 약간의 망설임 끝에 가기로 약속했다.

 

사실은 내일에는 전부터 계속 생각해 놓고 실천하지 못했던 예봉산, 운길산 종주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잠깐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겨울에는 긴 산행이 무리라는 생각도 들고, 오랜만에 섬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같이 가기로 약속 했다. 같이 오기로 한 낼모래 나이 오십인 새신랑의 깨소금 신혼살림 얘기도 들을겸...

 

언젠가 태안쪽에 해안길이 조성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일 수원에서 9시 30분에 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걷게 될 길을 검색해 보았다.

 

길은 4개구간으로 총 연장이 73.9km나 되었다.

* 솔모랫길 : 몽산포~드르니항. 13km

* 노을길    : 백사장항~꽃지. 12km

* 솔향기길 : 만대항~갈두천(풍천교회). 4개코스 42.5km

* 태배길    : 의항해변~방제로일대. 6.4km

 

으음~~

시간은 없고 걸을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 아침 9시반에 수원에서 친구 차를 타고 태안 백사장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일단 주린 배를 채우기로 하고 음식점에 들어가 해물칼국수와 막걸리 한병을 흡입 하였다.

 

오늘의 "노을길" 트래킹 코스다.

삼봉해변(남매바위) → 기지포해변 → 창정교 → 안면해변 → 두여해변 → 밧개해변

→ 두에기해변 → 할미할아비바위 → 방포해변 → 꽃다리 → 꽃지해변

 

원래 백사장항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삼봉해변에서 출발하게 되어

거리가 약간 줄어 10.3km를 걸었다.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3시간 8분이나 소요 되었다.

아마도 해변과 소나무 숲길이 모두 고운 모래로 되어 있어 걷기가 쉽진 않았고,

중간 중간에 낮은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여기가 걷기 시작한 삼봉해변이다.

썰물 때여서 그런지 해변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오랜만에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따뜻한 날씨였지만

하늘은 온통 하얀 안개로 덮여 있어 시야가 매우 좋지 않은 날이었다.

 

 

 

삼봉해변에 접어 들면 맨 처음 눈에 띄는 풍광이 해변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위다.

안내지도에 보니 남매바위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정확히 어느 바위를 지칭하는지는 모르겠다.

 

 

 

 

 

삼봉해변은 정말 넓다.

이 정도면 대행여객기가 착륙해도 너끈 할 것 같다.

넓은 땅을 보니 나무라도 심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멍~청한 생각이 든다.

좁은 국토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이상한 강박에 시달린다.

 

 

 

해변가에 대나무로 방책을 만들어 둔 것을 보고 무슨 용도인지 궁금했다.

조금 있다 안내판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모래포집기라고 한다.

이 지역에 해안사구가 발달되어 있는 곳이 많은데 모래가 유실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

바다 바람을 타고 육지쪽에 쌓인 모래가 다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꽃지해변을 따라 설치된 3.2㎞의 해안 도로를 만들기 위해 쌓았던 옹벽을 철거 한다는 뉴스를 봤다.

옹벽이 생기자 모래가 파도에 쓸려 나가 버리고 사구도 형성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서

다시 옹벽을 철거하고 모래포집기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자연을 되살린다니 다행이다 싶긴 하지만 옹벽을 만들 때는

'이런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탑동 공유수면 매립 등의 환경 파괴 행위를

강행하려는 자들은 그 결과가 어떤 폐해와 비극을 낳을지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연을 조금 파괴하더라도 나라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의 치적 쌓기나 개발 수익 등의 순수한(?) 욕심때문에 무모한 짓을 추진 할 것이다.

세상에는 무모한 신념에 차 있거나 순수한 욕망에 몸을 맡긴 머리 또는 양심이 나쁜 놈이 많이 있다.

 

제발 정신들을 차려야 할텐데... 안면도를 걷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가버렸다.

 

 

 

해변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는 해송 숲속을 걸을 수 있도록 해변길이 조성되어 있는 구간도 있다.

이 소나무 숲이 너무도 울창한 뿐더러 그 면적도 방대하다고 느껴져 누가 이 숲을 인공적으로 가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 봤더니 아래와 같은 내용이 "안면도 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안면도에는 국내 유일의 소나무 천연림으로서 수령 100년 내외의 안면 소나무 천연림이 430ha에

집단적으로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고려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하였으나 도남벌이

심해지자 고려때부터 왕실에서 특별 관리하였으며, 1965년도부터 충청남도에서 관리하고 있다."

 

아! 나의 놀라운 탐구력으로 이 숲의 정체를 밝혀 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냅두세요. 그러다 말겠지요.

 

 

 

숲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찍은 풍경이다.

하늘이 하도 낮게 내려 앉아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소나무 숲길이 위의 데크길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길을 천사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통행 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는데 길이를 일부러 1,004m로 맞추어 놓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모래 둔덕이 해안사구이다.

이 해안사구에는 갯그령, 통보리사초, 갯메꽃 등의 다양한 사구 식물들이 서식한다고 한다.

지금은 누런 잔디로 밖에 보이진 않지만 봄이 되면 저 사구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새싹을 튀우겠지... 

 

 

 

다시 길은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고...

 

 

 

소나무 숲에서 해안쪽으로 이렇게 데크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도 있다.

지금은 추워서 앉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봄, 가을엔 여기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꾸벅거리기에 딱 좋을 것 같은 장소다. 따뜻한 햇볕을 즐기며...

 

 

 

길은 미세한 모래입자로 덮여 있다.

아마도 해변에서 육지쪽으로 부는 바람에 날려온 미세한 모래가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생성된 지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느낌이다. 딱딱한 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든다.

 

 

 

소나무 숲길이 개울을 건너기 위한 창정교와 맞닿아 있다.

위 사진은 창정교를 건너 다시 숲길로 들어가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하늘, 바다, 강(개울), 눈, 나무, 숲... 많은 종류의 자연이 녹아 있는 장면이다.

 

 

 

여기가 안면해변이다.

길 가다 나무가 멋있어서 한컷 찍었다.

하얀 하늘 때문에 세상이 온통 색이 바래 버렸다. 

 

 

 

여기서 해변길이 끊기고 산길이 시작된다.

물론 해발 50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올랐더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두여전망대의 모습이다.

오늘은 전망대에 올랐으나 전망 할 대상이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뵈는게 있어야지...

 

 

 

겨우 바다에 떠있는 조그마한 바위섬 하나 보는 재미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썰물때에는 여기 두여 해변에

"대규모 지각운동에 의해 지층이 큰 물결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형태의 습곡이

특이하게 해변을 따라 노출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것마저 지금은 밀물 때라 물속에 잠겨 있다.

이래저래 오늘은 걷기에만 만족해야만 할 듯 싶다.

 

 

 

두여 전망대에서 다시 산을 내려와 평지를 걷다 보니

해풍에 시달린 해송이 줄지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꽤나 바람에 시달렸나 보다.

오른쪽은 밧개해변이다.

 

 

 

위 사진은 두에기해변이다.

이 동네 해변 이름들이 독특하다.

두여, 두에기, 밧개, 꽃지...

한자 이름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한글 지명 인 것 같은데 그 유래를 설명해 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멀리 바다위에 떠있는 섬이 할미할아비바위 이다.

 

 

 

다시 할미할아비바위를 정면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나지막한 산을 하나 올라야 한다.

노을길을 걷다 보니 작년 여름에 갔던 금오도 비렁길이 생각난다.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이 가파른 절벽으로 되어 있는 구간이 대부분이었고

태안 안면도의 노을길은 주로 해변길이고 잠깐 잠깐 해변이 끊긴 구간만 산길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물론 각각의 코스마다 개성이 있고 나름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남해의 옥빛 바다색은 서해에서는 볼 수 없다는 극명한 차이가 있긴 하다.

 

 

 

전망대에 도착하기 직전에 지나온 두에기해변을 찍은 사진이다.

서있는 산이 해발 100m도 안되는데 꽤나 높아 보인다.

 

 

 

꽃지해변과 할미할아비바위를 조망 할 수 잇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약 1,100년전 신라 42대 흥덕왕 4년(838년), 해상왕 장보고가 견승포(지금의 안면도 방포)를

 기지로 삼고 주둔 하였을때 당시 기지사령관이었던 승언은 그의 부인과 금슬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정명령을 받고 떠난 승언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으로

 기다리다 죽어서 바위가 되는데 이 바위가 할미바위입니다. 그 후 어느날 밤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천둥소리가 하늘을 깨는 듯 하더니 할미바위 옆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았는데

 이를 할아비바위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내 친구는 이 표지를 읽고 어느 해변에 가도 쌍으로 되어 있는 바위나 섬이 있으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시니컬하게 얘기 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조금 특이한 풍경에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인지

기대심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전설을 만들어 낸 것인지... 모르겠다.

닭과 계란의 문제인가?

 

 

 

아무튼 왼쪽의 할미바위, 오른쪽의 할아비바위이다.

재미없게 얘기하면 암석으로 구성된 조그마한 두개의 섬이다.

이 두섬을 배경으로한 낙조가 전국적으로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들이 출사하는 곳이기도 하고...

 

'안면도 꽃지 할미/할아비바위'가 명승 제69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명승"이란 말이 "보물"이나 "국보"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난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오늘 걷기의 종착에 거의 다다랐다.

꽃다리, 주황색으로 칠해진 아치교다.

건너편 꽃지해변으로 가려면 멀리 돌아가야 했으나

이 다리로 인해 발품도 줄고 볼거리도 생겼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싶다.

사실 다리의 모양보단 이름이 더 예쁘다.

"꽃다리"

 

 

 

여기가 오늘 여정의 끝인 꽃지 해변이다.

지금은 밀물 때라 해변이 좁아 보인다.

해산물을 파는 상인들이 해변 입구에 텐트와 파라솔을 쳐 놓았다.

우리 일행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관계로 어묵 한꼬치와 따뜻한 한컵의 국물로

허기만 달랜 후 저녁을 먹기위해 차로 이동했다.

 

 

 

이 날도 집에 도착하기 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었다.

점차 빗방울이 눈보라로 변하는데 원하는 식당을 놓쳐 헤메고...

겨우 식당을 찾아 저녁먹고 다시 신혼살림집에 가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고...

난 수원에서 잠실가는 막차를 승용차로 따라 잡아 겨우 겨우 광역버스를 집어 타고...

 

집에는 잘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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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곽길 걷기 (흥인지문에서 사직공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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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5일 흥인지문에서 사직공원까지 서울성곽길 걷기)

 

토요일 오후 5시에 인사동에서 송년회가 약속되어 있었다.

산에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이번주 산행을 포기하자니 아쉽고 해서

고민하다 전부터 한번 가보려했던 서울 성곽실 걷기를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서울 성곽길을 걸으면 시간 맞춰 약속장소인 인사동에 갈수도 있고

비록 낮기는 하지만 북악산과 인왕산도 오를 수 있어

산행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처음에는 한성대입구역 혜화문에서 시작하려다

코스가 너무 짧은 감이 있어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걷기, 등산 코스는 서울 성곽을 따라 4개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 낙산공원구간 (2.3km) : 흥인지문(동대문) → 낙산공원 → 혜화문

* 성곽소실구간 (1.5km) : 혜화문 → 서울과학고 (일반도로 구간)

* 북악산구간    (4.7km) : 와룡공원 → 말바위안내소 → 숙정문 → 청운대(293m) → 북악산정상(342m) → 창의문(자하문)

* 인왕산구간    (3.1km) : 윤동주시인의 언덕 → 기차바위 → 인왕산정상(338m) → 사직공원

 

위 Tranggle Map에서 보듯이 11.9km, 4시간 53분이 소요되었다.

 

오늘 걷기로 서울 성곽길의 북쪽 반은 모두 걸어본 셈이다.

아래 지도를 보면 남쪽 성곽길은 소실된 구간이 많아 흥미가 조금 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남산 구간은 재미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남쪽 반도 마저 걸어봐야 겠다.

 

한양도성 관광안내지도

http://tour.jongno.go.kr/Tour.do?menuId=110429&menuNo=110429

 

 

 

오늘 코스의 고도를 기록한 그래프다.

첫번째 봉우리가 낙산공원, 두번째가 북악산, 세번째가 인왕산이다.

 

 

 

흥인지문 북쪽 건널목을 건너오면 보이는 곳이 오늘 코스의 출발 점이다.

가운데 보이는 회색건물(서울디자인지원센터) 뒷쪽으로 낙산성곽길이 연결되어 있다.

비교적 찾기가 쉽고 여기까지만 오면 길이 계속 연결되어 있어 무난하게 걸을 수 있다.

 

 

 

왼편이 서울디자인지원센터 오른편에 성곽이 자리 잡고 있다.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으나 자태가 빼어나다.

파란 하늘과 어울린다.

 

 

 

주택가를 성벽이 가로 지르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성벽 바깥에 있는 건물은 대체로 깨끗해 보이는데

성벽 안쪽에 있는 주택들은 매우 허름한 오래된 건물들이다.

아주 오래된 산동네 같은 느낌인데 문화재때문에 개발제한에 묶인건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산이 인왕산으로 생각된다.

오늘 계획이 저 산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것인데 여기서 보니 꽤나 멀어 보인다.

 

 

 

낙산공원이다.

여기서부터 성곽 바깥쪽 길을 걸었는데,

안쪽으로 연결된 계단이 하나 있었지만 지나쳤더니

길이 끝날 때까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없었다.

덕분에 안쪽에 공원이 있는 건지 어쩐지 보질 못했다.

어쨌든 성곽 바깥쪽은 이렇게 우레탄이 깔린 길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성곽 안쪽에 나무들이 있는 걸 보니 뭔가 있을텐데...

들어가는 문이 없다. 그냥 통과...

 

 

 

성곽길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니 도로 건너편에 혜화문이 보였다.

성문이 저렇게 높은 곳에 위치 한걸 보면 산 중턱을 상당히 많이 깍아내고

가로지르는 도로를 개설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도로를 건너는 건널목이 위 사진처럼 혜화문을 마주 봤을때 왼편으로 한참(300m 정도?)을 가야 있었다.

혜화문을 보려면 다시 뒤로 돌아와 급경사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음 귀찮다. 그래서 패스...

 

여기서부터 서울과학고등학교까지가 성곽이 소실된 구간이다.

혜화문로터리에서 혜화초등학교 방면으로 걸으면 학교 조금 지나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이 보인다.

이 건물의 오른쪽 길로 직진하면 서울과학고에서 시작되는 성곽길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생활관의 왼쪽으로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발품 좀 팔았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직 허기지지는 않지만 북악산코스 등반 시작하기 전에 뭐라도 먹어둬야 할 것 같아서

코스를 시작하는 길 건너편에 위치한 마전터란 음식점에 갔다.

주로 북악산에서 하산한 단체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나름 이름 있는 음식점 인 것 같다.

 

나야 국밥에 막걸리 한사발하고 금방 일어났다. (쓰고 나니 어째 머슴이 점심 먹는 삘 나네. 쩝)

저녁 약속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 뜨거운 국밥에 입천장이 훌러덩 다 까졌다... 이런...ㅈㅈ

 

 

 

왼편이 서울과학고등학교 담장이다.

끊어진 성곽길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이다.

 

 

 

성곽을 따라 조용하고 한적한 공원이 연결되어 있다.

 

 

 

와룡공원.

그냥 걷는 그런 공원이다.

 

 

 

좀 가다 보면 흙길도 나온다.

 

 

 

성북동 방면을 찍은 사진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조망 명소라고 쓰여진 표지판 옆에서 찍었는데 조망이 그리 우수해 보이진 않는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사진기술 때문인지...

 

 

 

이런 성곽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말바위 안내소가 나온다.

북악산을 오르려면 여기에서 탐방신청서를 작성하여 신분증과 함께 제시 하여야 한다.

신분 확인이 되면 목에 거는 패찰을 주는데 이 구간을 다 통과 할 때까지 눈에 보이게 걸고 있어야 한다.

 

지나는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데 사진 찍는 방향과 패찰 패용여부에 대해 간섭한다.

보안이 중요한 곳이긴 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통제하는게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숙정문이다.

서울성곽의 사대문 중에 북문에 해당 되는데

궁의 뒷편에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상징적인 의미였다고 한다.

 

 

 

나무 사이로 멀리 남산과 타워가 보인다.

사진 찍는 지점이 거의 북쪽 끝이고 남산이 서울 성곽의 남쪽 끝이니 서울 도성의 규모가 대략 짐작이 된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란 생각이 든다.

 

 

 

작은 봉우리에 청운대란 표지석을 설치해 놓았다.

저 靑자를 청와대에서 따오지 않았나 싶다.

 

 

 

점점 날이 흐려진다.

왼쪽의 남산과 오른쪽의 인왕산 사이의 조망이다.

날이 흐려져 시야가 불량하다.

 

 

 

이글을 쓰면서야 저 한자가 북악산이 아니라 백악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북악산과 백악산을 혼용해서 쓰고 있었다.

 

 

 

북악산 코스의 마지막인 창의문이다.

창의문 바로 위에 있는 창의문안내소에서 패찰을 반납하고 내려오면 된다.

 

 

 

창의문에서 조금 걸어나오면 위 사진의 길이 나오는데

고가도로 밑에 멀리 보이는 계단으로 오르면 인왕산코스로 접어 들 수 있다.

길을 건너려 하는데 택시가 내 앞에 서더니 자하문이 어딘지 물어 보았다.

난... 모르겠다고 했다. 모르니까...

나중에 보니 창의문의 다른 이름(별칭)이 자하문이었다.

근처 계곡의 이름을 따 자하문이라 하였다는데 난 금방 지나온 곳을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 셈이다.

 

 

 

창의문 건너편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한컷 찍엇다.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다.

서시가 쓰여진 큰 시비도 세워져 있고...

윤동주시인이 머무르던 곳이 근처였을까?

 

 

 

오늘 성곽 좀 질리게 본다.

성곽의 기단은 옛것도 있고 새로 복원한 것도 있지만 성곽의 상층부는

거의 다 복원한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위, 아래가 현저히 차이 난다.

 

 

 

기차바위다.

왜 기차바위 인지 알 수 없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갈 수 있는 길이 있어 가봤을텐데 오늘은 웬만하면 패스다.

 

인왕산을 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까지 1km라는 표지를 보았다.

높이가 338m 인데 오르는 코스는 1km 밖에 되지 않아 경사가 매우 급한 편이다.

짧은 대신 압축적인 등산을 할 수 있는 코스다.

 

 

 

 

인왕산 정상이다.

표지석 대신 오른쪽에 보이는 큰 바위가 있다.

저 바위 위가 정상이다.

당연히 올라가 봤다. ㅋㅋ

그 바위위에서 오늘 지나온 코스를 조망한 사진이 아래에 있다.

 

 

 

사진 중간쯤의 나지막한 야산에서 시작하여 왼쪽의 능성을 따라 올랐다 내려와

북악산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른 후 다시 인왕산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코스가 보인다.

 

보면 볼수록 무학대사가 기가 막힌 곳에 도읍을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왕산을 하산하다 뒤돌아 본 풍경이다.

서서히 해가 떨어지고 있다.

 

 

 

산을 내려오면 사직공원과 마주친다.

겨울 공원이 스산하다.

 

오늘은 이렇게 걷기와 등산이 마무리되었다.

 

눈내린 겨울산을 등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역사를 가진 성곽길을 걷는 것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 성곽길의 남은 남쪽 반은 봄이 와야 걸을 마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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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에서 망우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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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8일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걷기 시작해서 망우리까지...)

 

 

▲ 광진대교 가운데에서 덕소, 하남방면.

 

지리산종주 한번 제대로 못해 봤으면서

왠지 '종주'란 단어에 욕심이 생겨 궁리궁리 하다가 아차산종주를 시도했다. ㅋㅋㅋ

 

꿋꿋하게 '아차산종주'라고 제목을 뽑고 싶었으나 민망하기 그지 없어

"올림픽공원에서 망우리까지"라고 제목을 쓰고 속으로는 "아차산종주"라고 읽는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잔데다 오늘 바깥 온도가 최저 영하 -11도란 소리를 듣고

쉽게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TV를 친구삼아 뒹굴거렸다.

 

그러다 불현듯 "나가자!"라는 단호한 외침의 목소리에 따라

부지런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오자 벌써 12시다.

 

 

▲ 광진대교 다리밑에 있는 '광진교8번가'에서

 

이미 많이 걸어 본 길이므로 망설임없이 오늘의 코스로 접어든다.

 

올림픽공원 북2문 → 성내천 → 강변공원 → 광진대교 → 아차산입구 (7.5km)

아차산입구 → 아차산 1,5,2,3,4보루 → 용마산 정상 → 용마산 5보루 → 망우산 1보루 → 망우공원묘지관리사무소 (9.6km)

 

도합 17km, 5시간 30분정도 걸렸다.

 

 

 

아차산은 수도 없이 갔지만 어디가 정상인지 모르겠다.

아차산 4보루가 정상인가?

 

Tranggle 어플에 의하면 오늘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이렇게 3개의 정상을 밟았다.

용마산은 국기봉도 있고 해서 정상에 온 느낌이 있지만

아차산과 망우산은 어디가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그냥 걷기 코스의 일부로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사실 눈이 덮힌 산을 등산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내가 산 아이젠도 없다.

와이프가 쓰던 것을 가져와 신발에 착용하고 걸었는데 미끄럽지 않고 괜찮았다.

 

문제는 오히려 눈이 없는 곳을 걸을 때 였다.

신발 가운데에 착용하는 간단한 형태였는데

눈이 없는 곳을 걸을 때는 착용한 아이젠 때문에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체중을 발바닥 전체에 골고루 분산 시켜주는 체인 형태로 된 아이젠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등산을 자주 하다보니 뭔가 자꾸 필요한게 생긴다.

요즈음 스틱을 살지 말지에 대해 고민이다.

어떤 분이 스틱이 산을 망치고 있다며 인터넷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계시던데...

그분의 주장은 등산객들이 스틱으로 찍고 다녀 지반이 약해져 등산로가 쓸려나가고 있으며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운동효과를 반감시키는 그런 기구를 왜 사용하느냐가 주된 요지 인 것 같다.

무릎보호나 안전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어 뭐라 단정짓기는 힘들다.

아무튼 난 스틱은 일단 보류다.

 

 

 

눈길을 걸어보니 나름 재미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눈을 다져놔서 푹푹 빠지지도 않고

아이젠 덕분에 미끄럽지도 않아 다닐만 하다.

대신 그냥 등산화만 신었다면 하루종일 미끄러질까봐 덜덜 떨면서 다녀야 했을 것이다.

 

 

 

여름이면 여기쯤에서 잠깐 쉬어 갔을텐데...

 

 

 

아차산 능선을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구리-암사대교가 보인다.

내가 얼마나 걸었나를 이 다리가 보이는 각도로 어림 잡아 보려고 보일 때마다 찍어보았다.

 

 

 

 

 

 

 

저멀리 용마산 정상이 보인다.

 

 

 

 

벌써 3시가 넘은 시각.

슬슬 배가고파 아차산 4보루 앞 벤치에 앉아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는데 고양이 가족이 나타났다.

먹던 방울토마토를 던져줬는데 처음엔 두 꼬마가 서로 먹겠다고 덤비다 실체를 파악하고는  관심을 끊었다

대신 아직 불고 있는 컵라면을 달라는듯 야옹거리며 내 앞을 얼쩡거렸다.

오른쪽의 엄마고양이는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자리를 유지 한채

나에게 라면을 얻어 먹는 아기 고양이를 지켜 볼 뿐이었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엄마는 위대하다.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가방엔 커피밖에 없는 관계로 미안함을 뒤로 한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차산4보루.

여기가 정상 맞나?

 

 

 

 

 

아차산 4보루에서 계곡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500m 정도 능성이를 타면 용마산 정상이다.

 

 

 

용마산 정상(348m).

 

 

 

용마산 정상에서 망우산방향을 보고 찍었다.

내가 갈 코스다.

전반적으로 내리막이고 암릉도 아니어서 편안한 코스다.

단지 길이가 5km로 좀 길다.

 

 

 

누군가 돌탑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한쪽에 사다리도 놓여 있었다.

어떤이가 어떤 사연으로 돌탑을 쌓고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수련이나 기도를 하나 보다.

 

 

 

이런 능성길을 계속 걷는다.

 

 

 

망우산 1보루다.

고구려 토기편이 여러개 발견되어 고구려 보루로 추정된다고 하다.

 

망우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한 표지가 나오는데

"태조가 자기가 묻힐 자리를 찾다가 지금의 건원릉(健元陵) 자리를 찾고 난 후

이제 모든 시름을 잊었다라고 하여 망우(忘憂)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풍수지리사상의 뿌리가 무척이나 깊나 보다.

결국 한줌 흙으로 돌아가긴 마찬가지일텐데...

 

 

 

망우산 능성이를 통과하고 나면 포장된 도로가 나온다.

포장도로가 나와 금방 끝나려니 했는데 이 길이 제법 길다.

 

 

 

여기저기 묘소들도 보이고...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이길을 걷는게 좀 지루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마감되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집에 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교통 문제일리는 만무하고...

And

불곡산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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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8일 경기도 양주 불곡산을 가다..)

 

불곡산은 경기도 양주에 있는 높지 않은 산이다.

 

아버님을 모신 곳과 가까워 성묘하러 다니다가 알게 된 산이다.

전에 와이프와 불곡산을 한번 다녀 온적은 있지만

그때는 가장 가까운 코스로 간단히 산행을 마치고 아버님 산소를 찾아 뵜었다.

 

이번에는 산 전체를 한번 훑어 본다는 기분으로 산행 코스를 정했다.

여러 블로그를 뒤져 보니 양주시청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달 한 후

이어진 암릉을 따라 상투봉, 임꺽정봉을 밟은 후 하산하게 되면 불곡산이 품고 있는

풍경은 대부분 감상 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지도 위에 표시되어 있는 경로는 총 5.2km다.

경로의 종료지점이 불곡산장(음식점)인데 여기에서 샘내골 버스정류장까지

다시 1.9Km를 걸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총 7.1km, 밥먹고 쉬는 시간을 뺀 순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다.

 

 

 

고도를 표시한 그래프다.

전체 경로의 고도를 압축해서 볼 수 있지만 한 화면에서 전체 경로를 보려고

가로축을 압축하다 보니 무슨 에베레스트를 등반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마도 가로축을 이정도로 늘려 보는게 좀더 현실적인 산 모양일 거라 생각된다.

 

 

 

이 방면으로 오면서 항상 차를 가져 왔는데 이번에는 산을 오르는 곳과 내려올 예정지가

다를 뿐만 아니라 주말엔 가급적 차를 움직이기 싫어 대중교통을 검색해 보았더니 조금

불편하긴 해도 접근이 가능했다.

집에서 8호선, 5호선, 7호선, 1호선 무려 4번의 전철을 갈아타고 1호선 양주역에 하차했다.

양주역에서 양주시청까지는 약 1km 정도이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다리도 풀겸해서

걸어서 입구까지 접근 했다.

 

 

 

양주 시청과 왼편에 양주 시의회 건물이 연이어 있는데 시의회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위 사진과 같이 등산 진입로가 설치 되어 있다.

 

2주 연속 등산로 입구를 못찾아 헤메었는데 오늘은 출발이 부드럽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랗게 질려 있고

공기는 제법 알싸한

냉기를 품고 있다

 

이제 잠깐의

화려했던 단풍의

영광을 뒤로 한채

온 산은

나뭇잎을 떨구며

겨울맞이에 분주하다

 

길어진 그림자가 외롭다

수북히 쌓인 낙엽이 바스라진다

걷었던 팔소매를 내리게 하는

싸늘한 바람이 휘돈다

 

여러 징조로 보아

세상이 바뀌고 있나 보다

 

 

위 사진은 2보루이다.

사실 표지판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그냥 지날 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 석축이 삼국시대(고구려)의 유적이라고 하니

그 오랜 세월의 풍파를 어찌 이겨 낼 수 있었겠는가.

널부러진 파편들이 과거의 흔적을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송전탑이 있는 넓은 공터가 나왔다.

혼자 등산을 다니다 보니 밥때를 놓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으니

조금 빠른 감이 있지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양지바른 구석에 앉아 자리를 펴고 앉았더니 햇볕이 따뜻하긴 하지만 눈이 부셨다.

좀 웃기지만 모자와 까만 고글을 쓴채로 무려 1,500원짜리 컵라면 신라면블랙에 밥을 말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등산을 계속 했다.

 

내 종아리 근육에 문제가 있나 보다.

산을 타는 초반에 종아리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임시 방편으로 새끼손가락 두번째와 세번째마디를 세게 지압하면 일시적으로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뭉쳐진 근육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앉아 쉬면서 종아리를 두들기거나 주물러서 풀어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산을 오른 후 몸이 풀리면 근육 뭉침이나 통증이 잦아 드는데 좀 고질적이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몇가지 동작의 스트레칭을 해주라는 조언과 전문의와 상당하라고만 나온다.

평상시에 아픈게 아니라서 병원 찾기도 그렇고...

산에 오르기 전에 스트레칭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해를 가리고 있는 소나무.

소나무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 선조들이 왜 이 나무를 그리 사랑했는지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품격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생각인가?

 

 

소나무 뒤로 마침내 불곡산의 정상인 상봉이 보인다.

 

 

 

 

 

상봉을 오르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계단 옆 경사가 심한 바위 위에 "펭귄바위"가 있다.

머리 모양이 펭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다.

그나저나 바닥의 바위가 경사가 심한데 어떻게 저렇게 큰 돌덩어리가 떨어지지 않고

유구한 세월을 버티고 있었는지 신기하다. 

그 유구한 세월에 묻어가고 싶었는지 바위 여기저기에 자기 이름을 새겨 놓았다. 에잉~

 

 

 

정상이 바로 이 이상한 구조물 위다.

나무사다리와 밧줄을 보자 군대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남자들의 군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려고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거 만드신 공무원 아저씨 나이스~

 

 

 

오늘은 비교적 가벼운 산행을 하려고 마음먹고  상대적으로 낮은 산인

불곡산을 선택했으나 종아리근육이 심하게 뭉치는 바람에 어려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등산의 난이도가 산의 높이에 있는게 아니라 코스의 난이도와 내 컨디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발 470m 밖에 안되네 하며 등산을 주저하던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자만심이었는지...

 

 

 

정상에서 내가 산을 오른 입구 방면(양주시청)부터 왼쪽 방향으로 돌며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산의 능선이 내가 올라온 등산코스다.

 

 

 

사진 정면 멀리 아파트를 짓기 위한 토목공사를 마쳐 황토색으로 보이는 곳이 옥정신도시 부지라고 한다.

그 왼쪽이 덕정지구, 오른쪽이 고읍택지지구.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상봉이다.

사진 가운데에 산이 허옇게 보이는 곳이 삼성개발공원묘지와 천주교 공원묘지다.

 

 

 

백석읍 방면. 사진 왼쪽에  어둔리저수지가 보인다.

 

 

 

이제 다시 상봉에서 능선을 따라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이런 급경사 계단을 상당히 내려가야 한다.

 

 

 

조금 전에 내려온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뒤돌아 보고 찍었다.

 

 

 

불곡산은 높지 않지만 상봉부터 임꺽정봉까지 많은 부분이 암릉으로 이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산의 규모에 비해 경관이 좋은 곳이 많이 있다.

 

 

  

 

상투봉은 상봉에서 급격한 경사지를 내려왔다 다시 조금 오르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봉우리다.

해발 431.8m. 표지석만 한컷 찍고 부지런히 길을 재촉했다.

 

 

 

암릉이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길처럼 매끄럽다.

양쪽에 난간이 없다면 아찔하겠다.

 

 

 

해발 고도로 따지면 상봉에서 약 100m 정도를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야 임꺽정봉이 나온다.

고도로만 따지면 얼마 안되지만 실제 산에서 해발 100m를 다시 오른다는 건 쉽지 않다.

계속되는 암릉길... 돌산이다.

이 바위를 오르면 임꺽정봉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한고개가 더 남아 있었다.

 

 

 

물개바위다.

저마다 물개바위에 올라 한장씩 찍는 바람에 기다릴 수가 없어

낯모를 아저씨 상체를 잘라 찍고 길을 재촉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오르막이 될 코스다.

불곡산은 참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산이다.

관악산이나 북한산처럼 큰 규모를 자랑하진 않지만 그런 산들을 1/2 규모로 축소해 놓은 듯한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그런 산이라 생각된다.

 

 

 

해발 449.5m 임꺽정봉에 도착했다.

상봉보다는 20m 정도 낮다. 그건 그냥 수치 일 뿐이다.

 

 

 

임꺽정봉에서 신발 인증샷 한컷 찍었다.

등산복이 이제 파란색 하복에서 국방색 동복으로 바뀌었다.

마누라를 졸라 바지를 한벌 사려다 동복을 발견하고 포기...

일주일에 한번 입을 바지 많으면 뭐하나 싶다.

 

 

 

이제 하산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수원지가 광백저수지이다.

시간이 되면 저수지에 가보려고 했으나 하산길 중간에 군부대에서 철조망을 쳐놓고

폐쇄된 등산로니 우회하라고 표기되어 있어 포기하고 하산했다.

 

 

 

경사가 급한 부분을 내려오고 나니 계곡을 따라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따라 하산하여야 한다.

워낙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등산로를 한번 잃었었다.

조금 헤멨지만 나무에 묶어 놓은 산악회 리본을 보고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다.

 

 

   

 

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골짜기였는데 산에서 모인 물이 계곡 중간쯤에서는 수량이 상당했다.

이물을 끌어다 바로 아래에 있는 부흥사에서 식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었다.

 

 

 

부흥사는 그 규모가 절이라기 보다는 암자 수준인 것 같다.

대웅전도 닫혀 있고 고요하기 이를데 없다.

 

 

 

부흥사에서 올려다 보고 찍은 임꺽정봉이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산국...

이 꽃이 올해 산에서 보는 거의 마지막 꽃이 아닐까 싶다.

 

 

 

불곡산장에 도착햇다.

제목은 산장이지만 조용한 주점이라 생각하면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수는 없는 법...

 

 

 

오늘은 산행을 비교적 가볍게 했고 시간도 여유가 있어서 파전에 동동주를 시켰다.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아 파전을 반이나 남겼다.

남은 파전때문에 산행파트너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나와 등산을 같이할 파트너가 생기면 이글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파전 반쪼가리가 아까워 등산 동행을 하자고 했다는 소리 듣겠다.

And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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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0일 불암산 수락산 연계산행)

 

지난 주 토요일에 하남시에 있는 용마산-검단산 연계산행을 하려다

시간문제로 검단산 정상을 밟지 못하고 중도 하산하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었다.

 

같은 산을 연속으로 도전하기는 싫어서

전부터 생각해 왔던 물암산-수락산 연계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아침부터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요즈음엔 산에 가기 전에 Poral Site의 지도를 펴놓고 가상 등반을

먼저 해 본다. 등산 시작점까지의 대중교통, 등산로 입구까지 진입하는 길,

목적한 코스의 전체 길이, 등고선을 보고 코스의 난이도까지 점검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주처럼 등산로 입구가 없거나 이번 주처럼 등산로 입구를 못찾아 헤메거나

겨우 입구를 찾아 등산을 시작했는데 엉뚱한 코스였거나...

 

4호선 당고개역에서 내린 후 지난 주처럼 잘 모르면서 혼자 잘났다고 등산로 입구를

찾아가지 않고 등산객들 뒤를 쫓아가려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등산객들이 끼리끼리 모여 인사와 농담만 나눌뿐 어느 팀도

선뜻 등산을 시작하지 않았다. 희안한 일이다.

 

할 수 없이 이번에도 휴대폰 지도에 의지해 찾아가기로 마음 먹고 걷기 시작했다.

일이 꼬이려면 어쩔 수 없나 보다.

 

지도 어플을 작동시키고 내 위치를 확인 한 후 등산로 입구를 향해 걸었다.

계속 위치 확인하면서... 그런데 전혀 가까워 지지 않았다.

이상해서 네이버지도 어플을 닫고 다음지도 어플을 켜고 위치 확인하고 또 걸었다.

계속 걸었지만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입구와 가까워지지 않았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30분이나 흘렸을까...마침내 깨달았다. 휴대폰 GPS 센서를 작동시키지 않고 내 위치를

확인 한 결과 기지국 RF신호를 분석해 대충 내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한 것이다.

GPS 센서를 On 시키자 현재의 위치가 실제와 500m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안내문구가 나온다. 아! 나의 멍청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날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겨우 겨우 입구를 찾아 등반을 시작했다.

불암산 정상 안내표지판도 보았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 없이 그 길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을 3~400m 정도 올랐을 때 길이 자꾸 불암산 정상이 아니라 수락산

방면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해서 휴대폰 지도에서 내 위치를 확인 했다.

아뿔사! 불암산은 생략한 채 수락산 방면으로 가고 있었다.

2주 연속 헤메다 보니 온갖 짜증과 욕이 튀어 나오려 했지만 누굴 원망하겠는가!

모두 다 내 잘못인걸.

그나마 나 혼자였으니 누구한테 욕 안먹은걸 위로삼아야 하나?

 

결국 처음 시작한 자리로 하산해서 다시 시작했다.

평소보다 서둘러서 10시 조금 넘어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1시간 이상을 제자리를

뱅뱅 돈 셈이었다.

 

 

 

불암산을 당산역에서 오르려고 한 것은 이쪽으로는 한번도 올라본 경험이 없어서이다.

한 두번 가본 길은 기대감이 떨어져서 새길을 찾다보니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아무튼 오늘 코스는 당산역에서 불암산을 거쳐 덕릉고개, 도솔봉, 수락산, 장암역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 11.5km, 7시간이 소요 되었다.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수락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 정도였는데 휴대폰 밧데리를 갈아 끼우는

바람에 지도가 2개가 됐다. 어떤 프로그램은 이어서 붙여주는데 내가 쓰는 App.은

그런 기능이 없어 조금 아쉽다.

 

 

 

이 그래프를 보면 내 산행 궤적을 좀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프의 좌측에 화살표를 보면 해발 200m 정도의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 내가 길을 잘못들어 헤멘 흔적이다. 이렇게 보니 재미있다.

이 그래프 역시 수락산 정상에서 밧데리가 다되어 짤렸다.

 

 

 

집을 나서서 전철을 타려고 걸어가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이 예뻐서 찍어 봤다.

바람이 불어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는데 사진으로 포착하진 못했다.

 

 

 

길가에 단풍잎이 수북히 쌓여 있다.

예쁘긴 하지만 청소하는 아저씨 고생이 많겠다.

 

 

 

여기가 당산역에서 내려 한참을 헤메다가 겨우 찾은 등산로 입구이다.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불암산↑"이라고 써진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 따라 직진하면 나같이 헤멘다. 물론 그길을 계속가다 빙돌아

다시 불암산으로 갈 수 있겠지만 그러기 싫다면 불암산 둘레길이라 써진

표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100m 정도 간 후 좌측에 보이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면 된다. 아쉽게도 표지판을 찍어 놓은 사진이 없다.

 

 

 

여기는 지대가 낮아서인지 아직 단풍이 화려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좌측 수락산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불암산을 거쳐 저길 가야 하는데...

 

 

 

태양을 배경으로 억새를 찍어 봤다. 생각만큼 예쁘진 않다.

 

 

 

산을 오르는 길이 여느 등산로와는 다르게 자연석으로 잘 꾸며져 있다.

 

 

 

가면 갈수록 수락산과 가까워지는 느낌은 뭐지?

 

 

 

여기는 아직 가을이 절정이다.

 

 

 

작살나무 열매다.

가지 모양때문에 작살나무라고 명명되었다는데 선뜻 수긍이 가진 않는다.

하지만 나무 열매의 색은 누구를 유혹하려는지... 고혹적인 보라색을 띄고 있다.

 

 

 

이 표지를 발견 하기 까지 한시간 넘게  걸렸다.

이제서야 정상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가다 보니 폭포 약수터가 있었다 . 폭포약수회가 남긴 기념석판도 보이고...

 

 

 

이 약수터는 다른 곳과 다르게 바위속 파이프에서 물이 나온다.

어떻게 시공 한 것인지 신기하다.

 

 

 

폭포 약수터 바로 옆에 폭포로 추정(?)되는 계곡이 있다.

수량이 많을 때는 폭포였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산역에서 오르는 코스가 짧은 편이라 경사도는 상당히 심한 편이다.

등산을 매주 다니면 조금씩이라도 쉬워져야 하는데 매번 느끼지만

힘든건 매한가지다. 내 체력은 왜이리 증진되지 않을까?

정말 저질체력이다. 모두 살 때문이야~~

 

 

 

불암산 정상(508m)이다.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딱 한번 단체로 와 보고 오지 않던 산을 올해에만 벌써 6번째다.

한번 인연을 맺으니 이상하게 계속 오게 된다.

 

 

 

불암산 정상에서 사진 중간에 보이는 당산역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다람쥐동산, 뒤에 멀리 보이는 산이 수락산이다.

다람쥐동산의 봉우리를 넘어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덕릉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수락산 줄기를 타게 된다.

 

 

 

아래 한참 아파트를 짓고 있는 동네가 별내면이다.

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는 도로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이다.

 

 

 

별내면의 아파트 신축현장들이 이어져 있고 오른쪽 산 아래는 삼육대학교로 생각된다.

 

 

 

다람쥐동산 봉우리에서 신발포즈 한번 잡고...

등산바지 하나 사야겠다. 여름부터 내내 같은 바지다.

마누라를 졸라야겠다.

 

 

 

산 능선의 오른편(동쪽)은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신기하게도 능선의 왼편으로 조금만 가면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래서 불암산에서 하산하면서 왼편의 조용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신라면블랙 컵라면, 밥, 총각김치, 햄, 죽순무침, 막걸리한병, 커피 한잔...

산에 와서 오랫만에 포식했다.

 

 

덕릉고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아래로는 2차선 도로다.

 

 

 

덕릉고개를 조금 지나면 철탑이 보이고 계속 길을 따라 가다보면

덕릉예비군훈련장이 나온다. 예비군훈련장 철조망을 따라 등산로가 나있다.

 

 

 

이제 완전히 수락산 능성이로 넘어왔다.

중간에 파란색 지붕이 보이는데 덕릉예비군 훈련장이다.

뒤로 불암산이 보인다.

 

 

 

거의 다왔다.

도솔봉아래에 있는 표지판이다.

너무 지쳐 도솔봉이 어디 있는지 돌아볼 생각도 못했다.

표지판에 거리가 나와있지 않아 좀 답답하다.

 

 

 

가다 보니 큰 바위사이로 길이 나 있다.

이 길 뒤는 빛이 쏟아져 하얗게 바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생긴 곳이 천국의 문 아닐까?

영화에서 보면 저승으로 통과하는 곳은 항상 저렇게 하얀 빛으로 덮여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방면을 찍은 사진인지 기억이 안난다.

해가 떨어지고 있으니 서쪽이고 수락산역 방면인 것 같다.

 

 

 

치마바위다.

전체적인 형태가 조망이 안되어 여인네의 치마폭이 머리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이 구멍들이 오랜세월 동안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생기진 않았겠지?

 

 

 

좀 이상하게 생긴 "하강바위"다.

남들은 저런 바위 보면 올라가 보기도 하고 포즈잡고 사진도

찍더만 난 오늘 너무 지쳐 덜렁 사진만 한장 찍고 정상을 향해 전진한다.

 

 

 

"코끼리바위"라고 한다.

어디가 코끼리 귀는 어디있고 코는 어디에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

 

 

 

드디어 수락산 주봉에 도착했다.

 

수락산 표지석에는 637m, 다음 지도에는 638m, 네이버 지도에는 640m,

두산백과사전에는 638m, 한국민족문화대백과 638m, 네이버 지식백과사전에는 641m로

나와있다. 다수결로 정해야 하나? 왜 이러는 거지?

 

 

 

불암산방면을 바라보고... 많이 왔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고 있다.

정상에서 잠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핸드폰 App. TraGGle GPS가

일몰이 한시간 남았으니 하산을 서두르라는 메시지를 보내준다.

참 좋은 App.이다. 주인이 산속에서 미아 될까봐 걱정도 해주고...

 

 

 

해가 북한산 너머로 지고 있다.

완전히 해가 넘어가려면 30분 정도 남아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하산 길이 이어지는데 주위가 점점 어두워 지면서

길이 분간이 되질 않아 조금 헤멨다.

내 뒤에도 한 사람이 하산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헤메고 있었다.

그래봤자 계곡 따라 내려가면 되니까 큰 걱정은 되질 않았다.

 

 

 

계곡에 들어 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쳐 놓았는데

칡이 담쟁이처럼 철조망을 휘감고 자라 벽처럼 느껴진다.

 

조금 더 내려가면 석림사가 나오는데 거기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해가 저물어 가게의 불빛만이 골목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막걸리 집들도 다들 폐장 분위기다.

 

아직 까지 미련이 남아 잔을 기울어고 있는

취객인지 등산객인지 모를 몇몇 무리들이 

그네들의 가정, 우정과 사랑, 국가와 정치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들을 지나치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And

경기도 하남시 용마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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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용마산과 검단산을 연계한 산행을 계획했다.

은고개에서 용마산에 올라 고추봉을 거쳐 검단산에 오른 후

에니메이션고등학교 방향으로 하산하려고 했다.

대략 10Km 정도 산행하면 될 거리라고 생각하고 지도상에서 도상훈련까지 마쳤다.

 

그러나 항상 마음먹은데로 되진 않는 법...

처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네이버 지도상에 등산로가 있는데 실제로 가보니 없었다.

 

이런 일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기가 막혔다.

경기버스 13번을 타고 은고개약수터에서 내려 휴대폰의 네이버 지도어플을 켜고

등산로 입구에 접근했는데 지도에는 나와있는 등산로가 없었다.

어쩐지 등산복장을 한 사람들이 은고개약수터에 아무도 내리지 않더라니.

사람들 눈치보고 따라 내렸어야 했는데 아는척 하면서 그냥 버스를 내린게 화근이었다.

 

아! 무식하면 용감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잘못 되었다고 판단되면 초기에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몸이 고생한다.

 

 

 

왼쪽이 휴대폰 네이버 지도이고 오른쪽이 내 이동경로를 표시한 TranGGle이라는

어플 지도다. 나중에 알았지만 빨간색으로 표시한 구간의 등산로가 없다.

등산로 입구처럼 보이는 길이 없었으나 무작정 산을 올랐다.

조금만 가다보면 제대로 된 등산로를 만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가지고...

 

등산로가 없는 구간의 갈지자(之) 행보를 보면 얼마나 헤멧는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개고생 했다.

 

등산을 갔다 와서 화가 나 네이버에 지도 수정을 요청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네이버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날 무시해!! 미워~~

 

 

 

TranGGle이라는 어플에서 제공하는 그래프다.

내 산행 속도와 산의 고도를 표기해 주는데 아주 재미 있다.

고도를 기록하다 보니 산의 절단면을 보여 주는 듯 하다.

 

 

 

은고개약수터에서 버스를 내려 산으로 접근하는 길이다.

중간에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중부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는 굴다리가 나온다.

그런데 길도 없는데 뭐하러 자세히 설명하지?

 

 

 

이렇게 길도 없는데다 사람이 지나 다니질 않아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경사는 높고 낙엽이 바짝 말라 길은 미끄럽고 나뭇가지라도 잡을라 치면

썩은 나무들이라 부러져 버려 힘을 뺏다.

 

산에는 개미 한마리 보이질 않았고 내 발자욱 소리만 들려 대낮인데도 무서웠다.

컴컴한 밤에는 사람을 만나면 무섭고

훤한 대낮에는 사람이 없으면 무섭다. 희안하다.

 

 

 

고개를 하나 넘으니 경작된 밭도 보이고 민가도 있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계속 올랐다.

물론 착각이었다.

 

 

 

마침내 등산로를 만났다.

1.2Km를 1시간 20분 동안 올랐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방향에서 왔어야 하나 나는 사진 오른쪽에서 치고

올라왔던 것이다. 이 길을 만나고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ㅋㅋㅋ

 

 

 

암튼 초반에 힘 다 빼고 용마산 정상에 오르긴 했다.

596m의 산인데 산행의 방법을 달리 하면 거의 에베레스트급 산행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용마산의 특징은 활엽수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인지 등산로에도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일쑤다.

다른 계절에는 모르겠으나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은 권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하긴 내가 그리 고생했는데 남들한테 권하겠나...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호의 모습이다.

왼쪽 끝자락의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오른쪽에 흘려 내려오는 경안천이 만나

팔당호의 물을 채운다. 가운데 떠있는 섬이 소내섬이다.

스모그 띠가 선명하게 보여 가을 하늘의 정취를 다 망가뜨렸다.

 

 

 

용마산 정상에서 검단산까지 3.7Km다.

갈 수 있을까?

 

 

 

길을 가다가 고사목이 있어서 한컷 찍었다.

 

 

 

 

 

고추봉 이다.

누군가 나무에 정성스럽게 표지를 만들어 붙여 놓았다.

어느 한사람의 정성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 표지를 보고

지명을 알고 간다.

 

 

 

남한산성 방면의 전경이다.

 

 

 

여기가 검단산 정상과 산곡초교 방면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검단산 정상까지는 500m 밖에 남지 않았으나 등산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초반에 하도 힘을 빼놔서 산행 내내 힘이 들어 헉헉거리긴 했지만

웬만하면 정상 등정을 포기하지 않는데

어머니를 픽업해서 사촌조카 첫딸 돐잔치에 가야 하는 관계로

할 수 없이 하산 해야 했다.

 

에잉! 여기는 다음을 기약...하지 않겠다.

 

 

 

하산 하다가 억새가 있어서...

갈대는 호수나 습지에서, 억새는 들판이나 산에서 자란다고 한다.

 

 

 

산곡초등학교 방면으로 내려오다 만난 풍경이다.

검단산의 수종은 용마산과 확실히 구별 된다.

검단산은 삼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쭉쭉 자라 큰 키를 자랑한다. 

반면 용마산에 자라는 큰 수종은 대부분 상수리 나무다.

바로 옆에 있는 산인데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검단산에 인공조림을 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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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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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내려오는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자작나무 숲속교실"이라는 현판이 걸린 전망대가 있다.

 

 

 

자작나무로 인디언 텐트를 만들어 놓았다.

발상이 재미있다.

 

 

 

 

 

 

 

 

 

이 숲길을 산책하는 3개의 코스가 있다.

우리 일행은 다음 일정(점심식사^^) 때문에 코스 산책은 생략했다.

이때가 12시 반쯤이었는데 산을 내려가 점심식사를 몇시에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옛말 틀린거 없다.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를 비교해 보았다.

외모는 많이 다르지만 물박달나무도 자작나무과라고 한다.

 

 

 

자작나무는 하얀 껍질을 얇게 벗겨내어 불을 붙이면 나무껍질의

기름 성분 때문에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잘 탄다고 자작나무로

불린다고 한다. 

자작나무 목재는 질이 좋고 썩지 않으며 병충해에 강해서

건축재, 조각재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목판으로도 일부 사용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나무껍질은(백화피, 白樺皮) 이뇨, 해열 작용을 하는 한약재로

수액(화수액)은 음용으로, 나무껍질에서 추출한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에

사용한다고 하니 버릴게 없는 나무다. (네이버 테마백과사전 참조)

실제로 나무를 만져보니 하얀 외피는 가로로 벗겨지고 기름성분이

느껴졌다. 잘라진 단면을 보니 매우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보였다.

 

 

 

 

산을 오를 때 보다 하산 할때는 운무가 점점 짙어졌다.

 

 

 

운무에 가려 뒤에 있는 계곡과 산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두시간에 걸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탐방을 마쳤다.

 

차에 가 부리나케 남은 김밥과 빵으로 허기를 면하고 다음 일정인

맛있는 점심식사를 향한 여정을 이어나갔다.

 

눈과 입이 호강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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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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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던 지난 토요일(10/27)에 인제읍 원대리에 개장한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에 다녀왔다.

 

북부지방산림청에서 1974년부터 20여년간 산불방지와 수종갱신을

위해 총 138ha의 국유림 원대봉(684m) 자락에 자작나무 690,000본을

조림하고 관리하다 작년부터 입소문을 타고 탐방객이 많아지자

3개의 탐방코스를 조성하고 2012년 10.23일에 본격적으로 개장 했다고 한다.

물론 개장 전부터 여러 탐방객들이 다녀갔겠지만 개장 한지 불과

몇일 만에 다녀온 셈이 되었다.

 

여기 주소지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산75-22번지"라고 하는데

Portal Site 지도서비스나 네비에서 치면 안 나온다.  

산75까지만 치고 검색해서 가다가 "남진교"라는 다리를 건넌 후 좌회전해서

7km 직진해 가다가 도로 오른쪽에 차들이 주차해 있으면 다 온거다.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도로가에 주차를 해야 한다.

 

자작나무 숲도 멋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산의 단풍을 볼 수 있는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우뚝 서있는 산과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환상적이다.

차를 운전해야 해서 사진을 찍지 못해 못내 아쉽다.

 

"자작나무 숲"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하게 귀에 익다 싶어 어디서 들었는지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사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때문이었다.

참 이상한 연상작용이다.

 

 

 

좌측 중간에 보이는 집이 산불 감시초소인데

일행을 대표해서 1명이 탐방객 방문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쓰는데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작성 하는듯 하다.

사진은 초소에서 조금 올라 온 후 찍은 사진이다.

 

초소부터 조성되어 있는 자작나무 숲까지는 3.2km이다.

숲이 평지에 있지 않고 684m나 되는 원대봉 자락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경사가 있는 임도를 올라야 한다.

산책한다는 생각으로 구두를 신고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약 1시간 정도 넓은 산길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이날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고 초소에서 다른 코스는

빗길에 위험하니 올라간 코스로 다시 내려오라고 해서 나머지 코스

탐방은 생략했는데 총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산을 오르는 길의 일부는 이렇게 흙길이고

경사가 급한 곳은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벌써 자작나무 숲도 보이고 간벌된 나무를 쌓아 놓은 것도 보인다.

 

 

 

자작나무 사이사이에 노랗게 물든 키가 낮은 나무가 인상적이다.

 

 

 

계곡마다 운무가 피어오르면서 비까지 내려 기분을 착 가라 앉게 만든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 때문인지 유난히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고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자작나무 숲에 대한 기대감에 발길을 재촉한다.

 

 

 

이렇게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 구간도 있다.

 

 

 

밀식되어 있는 자작나무들을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이 고개만 넘으면 목적지다.

 

 

 

비가 와서 앉지는 못했지만 이런 휴식 공간도 나오고...

 

 

 

목적지 도착.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속삭이는게 자작나무일까? 숲일까?

무슨 생각으로 숲에 괄호를 쳤는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참말로~~

 

 

 

다 좋은데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명품"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 "명품숲"은 별로다. 다른 좋은 단어도 많을텐데...

 

 

 

숲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본 명품숲의 전경이다.

 

명품숲의 몇몇 전경과 하산길은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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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단풍놀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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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계속 가다보니 허기가 졌다.

위 사진은 만경대 허리에 난 길을 따라 가다가 단풍도 구경 할겸 잠깐  쉬면서

찍은 사진이다. 이때 마신 맥주 한캔이 산에 와서 섭취한 유일한 칼로리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정상에 갔다 내려오면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또 길을 재촉했다.

 

 

 

만경대 허리를 돌아 백운데 코 앞에 도착했다.

이제 저 돌산을 올라야 한다.

 

 

 

암봉을 오르는 구간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쇠줄을 잡고 오를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구간이 있기도 하다. 등산객 중 한명이 벼락 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쇠줄을 동아줄 같은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여름에 갑자기 비가 오면서 벼락이 치면 바위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금속성 쇠줄에 벼락이 떨어질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명이 오르는 산에 나무나 동아줄 같은 것으로 가드 레일을

설치해 놓으면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웬 오지랍이람...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 길은 항상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충분히 넓지 않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백운대 중간쯤에 새머리 모양의 바위가 큰바위에 얹어져 있다.

참 재미있게 생겼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아까부터 몰려오던 구름이 하늘을 꽉 메워버렸다.

정상에서 서남방향을 찍었는데 저멀리 구름사이로 햇빛이 비추고 있다.

 

 

 

정상의 넓은 바위 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 사람이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운동은 등산이 아닐까 싶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여러 산에 접근 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과 경제적으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일게다.

하지만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 평균연령을 따지면 오십은 가뿐하게 넘길 것 같다.

다들 나이를 먹어야 산이 좋아지나 보다. 나도 그렇다.

 

 

 

여기가 정상인데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다.

신기한 일이다.

몇백억을 들여 산성은 복원하면서 표지석 하나 세워 놓지 않다니 알다가 모를 일이다.

 

 

 

 

 

 

 

북한산 대피소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 찰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대충 참고 먹으려 했으나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결국 포기하고 도선사까지 뛰다시피 하산하여 도선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2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우이동 입구까지는 2km가 넘었다.

또 결국 포기하고 열심히 내려가고 있는데 2/3쯤 내려 왔을 때 버스가 손님을 태우러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단풍구경은 좋았는데 마무리가 꼬였다.

하긴 그깟 밥한끼 못먹은게 뭔 대수냐.

이렇게 멋진 단풍을 하루종일 싫컷 구경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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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단풍놀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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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은 1711년(숙종37년)에 쌓았다고 하며 성문은 6개가 있다고 한다.

칼바위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면 보국문과 대동문 사이를 통해 성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복원되어 있는 성곽이 유난히 하얀 화강석으로 되어 있고

언뜻 보기에도 어색하기 이를데 없어 나중에 뉴스를 검색해 보니

용암문에서 대남문까지는 2008년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도 제대로된 고증도 없이 흉물스럽게 만든다고 말들이 많았었는데

이때 서울시장은 5세 훈이였다. 이사람 참 여러모로 망쳐 놓은 곳이 많다.

기사를 보니 복원하는데 100m당 6억원이 들었다는데...

그럼 오늘 내가 얼마 어치를 본거지?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무튼 비싼 구경 햇다.

 

 

 

마침내 대동문에 다다랐다.

성안에 들어온 뒤로는 산을 오른다기 보다는 트래킹하는 기분이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백운대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가 1시 30분 정도 였는데 넓은 공터 여기저기에 자리를 깔고

끼리끼리 모여 식사하는 팀이 많이 있었다.

나는 이렇게 공개된 자리에서 혼자 청승스럽게 도시락 까먹기가 마땅치 않아

좀 으슥한 곳이 나오면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려고 뒤로 미루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실수였다. 가도 가도 혼자 식사하기 알맞은 은폐된 자리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이날 점심은 먹지 못했다. 이유는 3편에서...

 

 

 

동장대의 모습이다.

장대는 지휘관이 지휘하던 장소이며 현재는 이 동장대만 복원되어 있다고 한다.

건물의 형태가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군사적 용도로 지어서 그렇게 보였나 보다.

 

 

 

동장대는 소실되었던 것을 1996년에 복원하였다고 한다.

최고지휘관이 쓰던 곳이였고 가장 중요시 되던 장대였다고 한다.

 

 

 

이제 담쟁이도

빨갛게 물들고 있다.

여러 나무와 풀들이

여름의 영광을 기리며

화려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 입고

마지막 축제를 즐기는 듯 하다.

 

그래야 추운 겨울에는

이때의 화려했던 시절을 위안 삼아

버텨 낼 수 있지 않을까?

 

회상할 만한 추억이 없다면

현실을 지탱하기가

훨씬 버거울게다....

 

음~~ 갑자기 뜬금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길을 계속 걷는다.

성벽을 끼고 걷는 이 길도 나름 재미있다.

 

한가지 의문이 드는 건 적이 쳐들어 왔을때 굳이 이 험한

산성에 돌진 할까 하는 생각이다. 평지로 쳐들어가 서울 도성을

함락시키면 될텐데...

그럼 이 산성은 뭐에 쓰는 거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묘호란때 인조가 강화도 피신 한 것처럼 비상시에

왕의 도피처로 활용 할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전쟁이 길어 질때를 대비하여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성에서 오랜동안 농성 할 목적이었을까?

 

아무튼 쓸모가 있었으니 지었겠지...

아는게 별로 없으니 의문만 많다.

 

 

 

아까보다 정상이 훨씬 가까워 보인다.

왼쪽부터 백운대(836.5m), 가운데 만경대(799.5m), 오른쪽 인수봉(810.5m)이 북한산의 주봉이다.

삼각산이라는 북한산의 옛 이름이 이 세봉우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삼각산과 북한산, 도봉산이 항상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걷다가 고사목이 있어서 찍었다.

마치 두팔을 벌리고 힘껏 공을 차는 사람 모습 같아 보인다.

 

 

 

노란색이 예뻐서...

 

 

 

잎이나 꽃 모양으로 봐선 국화 종류 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하루 종일 단풍에 취해서인지 오늘은 꽃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면에 보이는 만경대 허리를 끼고 돌아가야 왼편에 보이는 백운대에

오를 수 있다. 코스 참~~길다.

 

 

 

용암문에 다다랐다.

암문은 전쟁시 은밀하게 드나들기 위해 만든 성문이며 6개소가 있는데

용암문 역시 1996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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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단풍놀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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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또는 서울 근교의 산들을 한번씩 가보기로 마음 먹고 실천 중인데

북한산은 집에서 좀 거리가 있어 뒤로 미루어 두었었다.

 

지난 주에 관악산을 갔지만 생각보다 단풍이 화려하지 않아 약간 실망했었다.

그걸 보상 받기 위한 단풍구경 산행지를 검색하다 북한산 단풍이 좋다는

블로거들의 글을 보고 내친 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주 처럼 일요일에 산에 갔다 월요일에 고생하지 않으려고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했건만 결국 등산로 입구(아카데미하우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오늘의 등반 코스다.

   아카데미하우스 → 칼바위 → 대동문 → 동장대 → 용암문 → 백운대(836.5m)

   하산 : 북한산 경찰구조대 → 도선사 → 우이동계곡 → 우이동 등산로 입구

 

총 등산거리 10.1km, 소요시간 5시간 27분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산 단풍은 매우 훌륭했고

산행 내내 눈은 즐겁고, 마음이 가벼운

요즘 말대로 힐링이 되는듯한 좋은 시간이었다.

 

 

북한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게 최소한 5~6년은 된듯하다.

위 지도에 그려져 있는 코스로 오른 적이 한번 있는데 같이 간

직원들의 중도 하산 종용으로 그때는 백운대까지 가보진 못했다.

물론 우이동쪽에서 올라 백운대정상까지는 몇번의 등반경험이 있다. 

 

이번에 이렇게 멀리 돌아서 정상까지 가는 코스를 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한 24~5년 전 봄에 아카데미하우스 옥상 카페에서

북한산을 바라 본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환상적인 벗꽃 생각이 나서

이쪽 방면의 단풍도 예쁘려니 짐작하고 선택했다.

 

 

 

지하철 4호선 1번출구에서 강북01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오면

등산로 입구에 올 수 있다.

Naver가 나쁜 짓을 많이 하지만 이럴 때는 참 유용하고 고맙다.

 

 

 

등산로 초입부터 빨갛게 물든 낮은 키의 단풍이 맞아주었다.

속으로 "오! 입구부터 이정도면 오늘 단풍구경 대~박 나겠는데!"라고 외치며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에는 사진처럼 박석을 깔아 놓았다.

역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우이동계곡 방면에 비하면

이쪽 등산 코스는 한가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5분 간격으로나 등산객들을

한두명 볼 수 있을 뿐이어서 내가 제대로 된 코스를 오르고 있는지 은근히 걱정된다.

 

 

 

등산을 시작하고 1시간 30분 가량은 계곡을 타고 산등성이에 올라야 한다.

칼바위까지는 위 사진과 같이 단풍으로 둘러 쌓인 계곡길을 오르면서

여러 색으로 물든 환상적인 단풍들을 감상 할 수 있다. 아직 단풍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초록과 노랑, 빨강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색들의

조합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몇년만에 이렇게 멋진 단풍을 호젖하게 즐기는지 모르겠다.

항상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가을을 탓하기만 하고 마중나가 같이 즐기려는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는데...

그건 다 나의 게으름과 각성의 부족 때문이었다.

 

주말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이렇게 멋진 산들을 곁에 두고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생활의 각박함만을 탓했는데

지금에야 생각해보니

돈의 문제도 시간의 문제도 아닌

스스로의 마음가짐 문제였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산 몇군데 다녔다고 도통한 것처럼 얘기한다...ㅎㅎㅎ

 

 

 

단풍만 보면 사진을 찍어 댔다.

나중에 집에와 확인해 보니 이날 찍은 사진이 200장이 넘었다.

사진을 찍으러 간건지 등산을 한건지 모르겠다.

하긴 사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그렇지 산행 할 건 다했다.

 

 

 

아직 덜 물든 단풍도 있지만

오히려 초록과 빨강이 섞여 보색의 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산에 오르다 보니 노란색의 이 나무가 많이 보였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노랗게 물든 나뭇잎이 햇빛을 투과시키며

환상적인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엔 노랑과 빨강의 조화...

 

 

 

이사진이 이날 찍은 것 중에 제일 맘에 든다.

주위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색감이 풍부하게 표현되었다.

 

 

 

 

 

드디어 계곡을 벗어나 산아래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올랐다.

 

 

 

산등성이에 올라 조금 가다보면 드디어 칼바위가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바위타기가 시작되었다.

칼바위가 멀리 보였을 때는 그리 험하지 않고 낮아 보였으나

실제로 가보니 경사가 매우 가파랐고 힘든 코스였다.

특히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다음 발을 디딜 곳을 찾아야 하고

마땅치 않을 때는 다리를 크게 벌리거나 발을 위로 뻗어야 하는데

유연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난감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나 뻣뻣하고 유연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 또한

오늘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요가를 해야 되나...

 

 

 

칼바위를 벗어나 산성코스로 진입중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조금 보이지만 산 등성이를 따라 북한산성이

복원되어 있고 이길을 따라 저 멀리 보이는 백운대까지 가는 코스다.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니 저렇게 멀리 떨어진 산을 어찌 그리

쉽게 생각하고 등반했는지 신기하다.

사실 신기하게도 실제 등산 할 때는 산이 멀리 보이든 말든 그냥

전진만을 생각하므로 아득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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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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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봉우리를 대여섯개는 지나 온 것 같은데...

 

 

 

 

 

이제 연주대 정상이 코 앞에 있고 거의 마지막 난코스만 넘으면 된다.

서울대 입구 쪽에서 등반 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 코스를

타다보니 악(岳)자가 괜히 들어가 있는 산이 아니란걸 실감했다.

 

 

 

드디어 연주대 정상이다.

 

 

정상에서 과천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좌측 중간에 과천경마장이 보이고 가운데 보이는 호수는 과천저수지다.

과천저수지 뒤가 서울랜드이고 이들을 감싸고 있는 산이 청계산이다.

산 정상에 올라 지형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생각해 보고 조망하는 것도

재미있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 해발 629m이다.

역시 등산은 산의 높이 보다는 코스에 따라 난이도가 갈린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기상레이다라고 한다.

 

 

이 탑은 TV방송 중계용 송신탑이고...

 

 

깍아지른 절별위에 조그마한 암자가 지어져 잇다.

가 보았더니 몇사람이 앉기도 힘든 조그마한 공간에서 모셔놓은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산길에 노랗게 피어 있는 산국이 보이길래 한컷 찍었다.

노란색은 강렬하지만 모양은 참 소박한 꽃이다.

 

 

 

이렇게 돌로 조성된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면...

 

 

 

연주암이 나온다.

7~8년 전에 회사에서 단체로 산행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연주암에 들러 점심공양을 얻어 먹기도 했었다.

지금도 점심공양을 주는지 모르겠다.

 

 

 

워낙 산행을 늦게 시작해서 점심때를 놓쳐버렸다.

어느덧 오후 5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야 등산로 길가에 자리잡고 앉아

컵라면에 밥을 말아 먹으며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때웠다.

 

 

 

하산길에 오른쪽에 보이는 계곡이다.

계곡 바위의 색이 유난히 하얗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 되었다.

일요일 늦은 시간까지 산행을 했으니 월요일에 고생 좀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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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사당역에서 오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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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내가 부릴 수 있는 최대치의 게으름으로 무장하고

하루 세끼 영양분 공급 외엔 일체의 움직임을 자제(?)하는 하루를 보낸다.

 

한밤 중이 되서야 급반성하면서 내일은 기필코 대문을 박차고 나가야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다. 그리하여 일요일 산행을 한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는 어제의 힘들었던 산행으로 인해 병든 닭처럼 꾸벅거린다.

 

이제 이렇게 주말을 보내는게 패턴화 되면서 고착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무튼 10월 14일 일요일 관악산 산행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간 날때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미리 검색해 놓기 때문에

어느 산을 갈지 어느 코스를 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 없다.

단지, 집에서 좀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시간을 끌다 보니

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11시쯤이 되버리는게 문제다.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등등) 지도로 산들을 검색해 보면 등산로가 잘 표기되어 있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네이버 지도를 보고 사당역에서 연주대를 오르는

약간은 험하고 긴코스를 선택했다.  

 

 

 

총10.7km, 5시간 57분이 소요되었다. 밥먹고 쉬는 시간 포함해서...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2/3 지점 쯤에서 길을 잘못들어

갔다가 되돌아 왔는데 Map에 내가 헤멘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2호선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와 산쪽으로 난 도로를 약 7~800m를 걸어 올라가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등산로 초입에 세워져 있는 안내도 사진에 내가 올라간 코스를

표시해 보았다. 사진에서 보듯이 이 코스는 처음부터 산의 낮은 능성이를 챈 후

정상까지 계속해서 산등선이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코스는 아니다.

조금 무난한 산행을 하려면 서울대입구에서 시작하여 계곡을 따라 차근차근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를 권장한다.

 

 

 

등산로 초입이다.

관음사까지는 이렇게 포장된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관음사 일주문이다.

여기서부터 관음사까지 100m 조금 넘는 거리지만 경사도는 엄청나다.

이 길을 오르면서 시작부터 오늘 코스 잘 못 잡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관음사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시작 하자 마자 벌써 밧줄과 바위가 나오고 심상치 않다.

 

 

 

"관악산(冠岳山)은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에 속했던 산으로, 서울의 남쪽 경계를

이루고 있고 그 줄기는 과천 청계산을 거쳐 수원의 광교산까지 이른다."

(출처 : 두산백과사전)

 

난 이번에 관악산이 경기 5악에 속할 정도로 크고 험한 산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전철을 타면 손쉽게 갈 수 있는 산이고 높이 또한 629m로 그리 높지 않아 등산하기에

만만한 산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등산을 하면서 산의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나다고 느껴져서 나중에 검색해보니 산줄기가 수원의 광교산까지

미친다고 하니 대단한 산이었는데 내가 단단히 오해(?)를 했었나 보다.

 

 

 

등산로 중간에 바위가 툭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올때 저 바위 밑에 서면 한사람 정도는 비를 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산을 한참이나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샘터와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조그마한 운동장이 나왔다.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 난 본격적으로

등산한다고 열심히 낑낑대고 올라왔는데 그냥 동네 마실나온 차림으로

운동하고 있는 분들을 보고 이건 뭥미?하는 좀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관악산의 단풍은 아직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하나 보다.

산에 단풍나무가 많지 않고 활엽수의 대부분이 상수리나무처럼

바로 갈색으로 변하는 수종이 많아서인지 영 예쁘게 물든 단풍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을 오른지 한시간 정도 지난 후 산을 올라온 방향을 찍은 사진이다.

많이 올라 왔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갑자기 헬리콥터가 다가 오길래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고

사람들이 손도 흔들어 주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정지 비행을 하다

소방대원이 헬리콥터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 보였다.

엊그제 TV에서 주말이면 등산객들의 조난이나 부상 신고 때문에

119 헬리콥터가 20여 차례나 출동을 한다고 하던데 내가 본 광경도

그런 출동 중의 하나였다. 헬리콥터가 떠 있던 곳이 어짜피 가는

등산로 방향이어서 가다보니 할아버지가 탈진 해 있었고 소방대원이

응급조치를 끝낸 상황이었다. 산에 다니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몸상태를

잘 체크하고 다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대가 훤히 보이는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앉아 캔맥주 한캔을 마시면서

땀을 식혔다. 관악산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컨버스를 볼텐데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수많은 부모들의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서울대...

 

 

 

 

 

여기 헬기장에서 길을 잘못들어 계속 내려가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핸드폰 지도앱에서 내 위치를 파악해 보니 정상적인 등산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참을 다시 올라와야 했다.

아무리 길 눈이 어두워도 훤한 대낮에 등산길을 잃어버리다니...

 

 

 

쑥부쟁이 몇송이가 길모퉁이에 애처롭게 피어있다.

 

 

 

기름나물도 보이고...

 

 

 

이제 연주대 정상이 보인다. 뾰족한 철탑이 TV방송 중계탑이다.

벌써 산을 탄지 3시간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정상은 멀었다.

 

 

 

오늘 찍은 단풍 사진 중에 가장 색이 예쁘게 표현되었다.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신발 인증샷! 한컷 찍고...

 

 

 

바위로 된 능선타기는 계속되고...

 

 

 

관악문 오른쪽 바위에서 자리잡고 있는 소나무..

 

 

 

친절하게 누군가 관악문이라고 페인트로 적어 놓았다.

세상엔 가끔 쓸데 없이 친절한 사람도 있다.

 

 

 

관악문을 지나오니 어떤 아저씨가 관악문 왼쪽의 바위가 한반도를

닮았다고 설명해 주셔서 한컷 찍었다. 조금 닮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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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봉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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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29일) 어머니 댁에 가는걸 저녁으로 미루고 예봉산을 올랐다.

우리집의 명절담당 음식인 각종 전류는 어제 저녁에 세시간에 걸쳐 준비를

완료해 놓은 터라 부담은 없었다.

어짜피 오전에는 고속도로도 꽉 막혀 있는 상태라서 좀 풀리면 내려갈 요량이었다.

 

사실 아내의 꼼수에 장단을 맞춰준 경향이 없진 않다.

어느 며느리가 시댁에 빨리 가고 싶어 하겠는가...

명절 때마다 생각해 보건데

내 자식이 결혼 한 이후에도 명절에 내 집에 모여

차례지내고 명절음식 먹고 하는 전통이 이어 질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다. 어쩌면 내가 귀찮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으로는 명절을 그냥 보내기 아쉬우니까

명절 2주나 1주 전에 두 아들 내외와 음식점에서 밥 한끼 먹는 것으로 때우고

여유가 있다면 여행이나 다니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로서는 공상이다.

 

 

 

총 3km, 3시간 24분이 소요되었다.

 

예봉산에 오르려면 중앙선 팔당역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나도 전에 사람들을 따라 그렇게 갔었다.

하지만 오늘은 예봉산 매니아인 아내와 아내친구가 동반 등반을 하면서 그네들이

항상 다니는 길로 가다보니 인적이 드문 반대방향으로 올랐다.

팔당역을 바라보고 왼쪽길로 접어 들면 인적이 드문 조그마한 마을이 나오는데

이 코스로 아내와 아내친구 둘의 꽁무니를 쫓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면 두 길이 만나긴 하지만 이쪽 길이 조용하고 경치도 좋다.

 

 

 

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자 마자 왼쪽에 높은 등성이가 보이는데 싸리나무잎이

벌써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군데군데 군락을 지어 미국쑥부쟁이가 하얗게 피어있어

예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랜만에 동반 산행을 하는 파트너들이다. 둘 중에 튀는 패션을 한 이가 아내다.

평범한 패션을 거부하는 아내... 체력은 나보다 훨 좋다. ㅎㅎㅎ

 

 

 

마을이 끝나는 산 초입에는 들깨가 심어져 있는 밭과 논도 보인다.

하늘 색깔도 예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을 하는데

더이상 경제생활을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온다면

이런 곳에 조그마한 황토집을 짓고 텃밭이나 가꾸면서 살고 싶다.

체력과 여유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산이나 트래킹 코스도 다니면서...

이 생각도 현재로서는 공상이다.

 

 

 

이 코스의 초입은 비교적 험하지 않고 완만하다.

하지만 강력한 중력의 저항을 받는 나는 두 아주머니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덧 완만한 경사는 끝나고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바위를 뚫고 살아 남은 소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듯 하다.

산에 갈 때마다 여러 소나무를 보는데 유난히 바위 틈에서 자라는 식물은 소나무인 경우가 많다.

참 대단한 생명력이다.

 

 

 

산을 중간쯤 오르면 앞이 조금 트인 쉼터가 나온다.

아내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오르면서 나보고 힘들면 쉬었다가 천천히 올라오란다.

요즈음 산행을 자주 한터라 체력이 많이 길러 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자존심은 지나가는 강아지 한테 줘버리고 난 쉬었다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급경사의 계단을 오르면 산의 2/3 정도를 오른 셈이 된다.

계단을 거의 다 오르면 앞이 확트인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강건너 보이는 산이 검단산이고 오른쪽 끝에 보이는 다리가 팔당대교다.

사진 중앙의 멀리 보이는 산이 얼마 전에 걸었던 위례둘레길을 품은 갑산, 남한산인 것 같다.

 

 

 

전망대에서 오른쪽을 돌아 보면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하남시 전경이 보인다.

 

 

 

두시간 정도의 등반으로 정상에 도달했다.

해발 683m의 높이가 제법 되는 산인데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이 해발 100m 이상은 되지 않나 싶다.

 

 

 

정상에 등산코스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었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올라온 길이 최단코스였다.

 

 

 

사진 정면에 보이는 산이 운길산이다.

예봉산 보다 동쪽에 있는 운길산은 정상에 가보지 못했다.

작년에 친구들과 수정사에 가서 500년 된 은행나무와 주변경치를 구경하고

이왕 온김에 운길산 정상에 가보자고 해서 산을 올랐는데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정상을 가지 못하고 하산해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가 심한 산이어서

그리 좋아 하지 않지만 단풍이 들때면 볼거리가 많은 산이어서 다시 한번 올라야겠다.

운길산 입구에 있는 운길산장의 막걸리도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운길산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양수교와 두물머리가 보인다.

 

 

 

다시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또 강이 보이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진 한강도 아닌데 이건 또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네이버 지도를 보고서야 보이는 강이 경안천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남한강, 북한강, 경안천에서 온 세개의 물길이 모여 팔당호의 물을 채우고

다시 팔당호에서 흘려 보내는 물이 한강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앞에 보이는 산은 예빈산이다.

 

 

 

하남방면을 바라본 사진이다.

가까이는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미사대교가 보이고

중간쯤에 아차산, 용마산도 볼 수 있다.

가장 멀리 보이는 산은 북한산과 도봉산으로 생각된다.

 

산 정상에는 막걸리를 판다.

급히 나오느라 사오지 못해서 한병을 샀다. 무려 5,000원이다.

하긴 그 무거운걸 600m가 넘는 산 정상까지 지고 왔으니 비싸게 받아야겠지.

점심을 먹으면서 셋이서 사이좋게(?) 나눠 마셨다.

비싼 막걸리라서 그런지, 아니면 굉장히 차갑게 냉장이 잘되어 있어서 그런지 유난히 맛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하산 하는 길에 본 신기한 나무다.

하나의 뿌리에서 두개의 줄기가 뻗어나와 자란 나무다.

좀 더 내려가다 보니 한뿌리에서 세줄기가 나온 나무도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상수리 나무인것 같은데 품종이 조금 다른 건지 아니면 성장조건이 열악해서

이런식으로 자란건지 모르겠다.

 

 

 

하산 길에도 난 여전히 뒤쳐져 걸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저 두분이 밤 줏는데 정신이 팔려 내가 먼저 내려 왔지만...

 

 

 

 

 

이렇게 해서 예봉산 산행을 마쳤다.

 

아래는 산행을 하면서 발견한 열매와 꽃들이다.

 

 

 

찔레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저 열매를 새는 먹으려나...

 

 

 

"물봉선"이다. 물봉숭아라고 하기도 한다.

찾아 봤더니 꽃말이 재미있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란다.

그땐 꽃말을 몰랐지만 잎파리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내려왔다.

 

 

 

누리장나무 열매다.

잎에서 누린내가 나서 이렇게 이름 붙여 졌다고 한다.

천마산에 갔을때 누리장나무 꽃을 보았었는데 흰색 꽃의 이미지와 열매의 색이 매우 이질적이다.

 

 

이 사진이 8월에 천마산에서 찍은 누리장나무 꽃이다.

 

 

 

아마도 쑥부쟁이 일거 같은데 잎의 모양이 좀 달라 자신이 안선다.

하긴 쑥부쟁이의 종류가 10여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중의 하나 일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피어있던 코스모스와 배경으로 보이는 호박꽃이다.

 

 

 

금계국이다.

금계국을 찍을 때마다 이상하게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아마 줄기가 가늘어서 바람에 날리다 보니 초점 맞추기가 어려운가 보다.

 

과거에 경관을 위해 코스모스와 함께 금계국을 여기저기 많이 심었는데

이젠 야생화가 되어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양등골나물이다.

꽃은 예쁘지만 외래종이고 페놀을 많이 방출해서 자생종의 성장을 방해한다 하여

생태계위해 외래식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미리 알았으면 뽑아버리고 왔을텐데...

 

 

왕고들빼기 꽃이다.

봄에는 뿌리와 잎사귀를 나물로 먹고 여름에는 돋아나는 잎사귀를 쌈으로 먹는다.

지금은 줄기만 길게 웃자라서 잎이 잘 보이지 않지만 잎모양을 보면 다들 한번쯤은

먹어본 기억이 날만한 채소다.

 

 

 

미국쑥부쟁이다.

이놈 역시 꽃은 예쁘지만 밀생해서 자라면서 자생종을

밀어 내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꽃이름에 서양이나 미국이 접두사로 붙는 외래종은 우리나라 환경에 대부분

악영향을 미친다.이런 외래 종들이 워낙 생명력이 뛰어나서 그런가 보다.

And

강변공원을 거쳐 아차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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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동안 찌운 지방을 조금이라도 연소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 길을 나섰다.

오후의 가을 햇살은 아직 따갑고, 하늘엔 군데군데 구름이 피어 올라 있지만 가을 답게

청명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날이다. (10월 3일 개천절)

 

오전에 오랫만에 골프연습장에 가서 골프채를 휘둘렀더니 허리가 묵지근했다.

나도 나름 허리라는 부위를 사용하긴 하나 보다.

느즈막히 연습장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집에 와보니 벌써 3시다. 늦은 시간을 핑계대고

눌러 앉으면 어제와 같이 TV속에 빨려 들어갈까봐 모자와 수건 등을 챙긴 후 바로 집을

나왔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나왔지만 평소 가장 부담없이 다니던 길로 들어섰다.

 

오늘의 트래킹코스다.

올림픽공원 북2문 → 송파워터웨이(성내천 뚝방길) → 강변공원 → 광진대교 → 아차산 → 긴고랑길(하산)

총 길이 12km,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올림픽공원 북2문에서 성내천을 왼쪽으로 끼고 걷기 시작한다.

천변에는 갈대가 자라나 제철을 맞고 있다.

벌써 가을의 정취를 풍겨내고 있다.

오른쪽 길가에는 강아지풀이 빼곡하다.

이놈들도 서서히 가을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아직 제색을 갖추고 있다.

 

 

 

올림픽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과거에는 가운데 보이는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앞을 바라보면 시야가 확 트여 있어 일몰 감상이

용이했는데 지금은 높은 아파트(파크리오)가 들어서는 바람에 시야를 많이 가려 버렸다...

 

 

 

앞에 보이는 강아지풀 닮은 풀을 낭미초(狼尾草)라고 한다.

검은 자주색 털이 빽빽하게 난 꽃이삭이 늑대(狼)의 꼬리(尾)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낭미초가 산책로를 따라 탐스럽게 피어있다.

 

 

 

강변공원 한켠에는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

이 코스모스 품종은 키가 작나 보다.

아직 활짝 개화하지는 않았다.

 

 

 

광진대교 위에서 천호대교 방향을 바라본 풍경이다.

해가 구름속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다.

 

 

 

광진대교 중간 쯤에서 아차산 방면을 찍었다.

오늘따라 한강이 호수처럼 잔잔하다.

여기 올 때마다 파노라마사진을 찍는다. 가슴이 확트이는 느낌이다.

 

 

 

아차산에 오르기 시작 할 때는 이미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일몰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고 부지런히 산을 올랐다.

다행히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아차산 일출 전망대쯤에서 찍은 남산 뒤로 지고 있는 일몰 광경이다.

자세히 보면 남산타워가 보인다.

노을과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조금 지나니 해가 서해바다로 완전히 빠져버리고 잔상만 남았다.

세상이 참 평화로워 보인다. 여기서 보기에...

 

 

 

일몰을 한참 보다가 반대방향(구리, 하남방면)을 돌아 보았다.

너무 자주봐서 익숙하다.

 

 

노을 감상하면서 신선놀음을 계속 하다가는 어두운 산에서 헤메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왔는데 야간산행이면 어떠랴 싶어 내쳐 아차산 등성이를 타고

정상을 지나 용마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긴고랑길로 빠져 하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지런히 걸어 아차산 정상에 다다르니 이젠 완전히 어두어져 사방은 어둡고 등산객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내리면서 강변북로의 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한컷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핸드폰 밧데리도 거이 방전 수준이 되어 켜지 못하고 불빛하나 없는 긴고랑길을 내려왔다.

긴고랑길은 이번이 처음인데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긴 고랑길이니 당연히 긴고랑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쪽 방면에 집이 있다면 모를까 권장하고 싶지 않다.

산을 다 내려와서도 대중교통을 타려면 거의 1~2km는 걸어야 했다.

 

내려오다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깜짝 놀랐다.

어두운 밤길에 가장 무서운 것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더니 실감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므로...

 

이렇게 개천절의 트래킹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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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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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안으로 들어와 계속 걷다 보니 또다른 성곽을 만났다. 봉암성이라고 한다. 성의 구조가

복잡하여 머리 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성곽을 따라 계속 걸었다. 성의 규모가 생각보다 컷다... 다리 아프고 배도 고픈데 끝이 안보인다.

 

 

 

코스모스의 색깔이 유난스럽게 느껴진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장경사를 만났다. 규모가 조그마한 절이다.

 

 

 

동문(좌익문)이다. 장경사에서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동문에서 주도로와 만났다.

여기에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주자장쪽으로 올라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후 4시였다.

 

 

 

음식점에서 나오다 신기한 화초가 있어서 찍어봤다. 버들강아지를 염색해 놓은 것 같다 ^^

 

이렇게 해서 위례둘레길에서 남한산성까지의 트래킹을 마쳤다.

힘은 들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몸을 힘들게 하려고 하는 짓이니 당연히 힘들지...

근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은 언제나 연소 될까.

 

위례둘레길에는 나무의 이름과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 표지가 많이 있었다.

나중에 아는척 하려고 몇가지 나무 사진을 올린다.

 

 

"생강나무"

잎이나 작은가지를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고 한다. 3월에 노란색 꽃이 핀다.

 

실제로 나뭇잎을 비벼봤더니 냄새가 났다. 생강냄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는 냄새가 아주 좋았다.

 

 

"산초나무"

8월경 흰꽃이 피며 10월경 열매가 익는다. 어린 잎과 열매는 향신료로 쓰인다.

 

내고향(순천) 작은아버님 댁에서는 산초 열매를 넣어 김치를 담근다. 어려서부터 익숙한

사람들은 좋아 할 지 모르지만 처음 맛보는 사람은 대부분 거부감을 느낀다. 나는 그나마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그럭저럭 먹지만 친형은 입도 대지 않는다.

 

 

 

"노린재나무"

나무를 태우면 노락색 재가 남아 노린재나무라고 한다. 5월에 하얀 꽃이 핀다.

당연히 태워 보지 못했다.

 

 

 

"물푸레나무"

물에 가지를 담그면 물이 푸르게 변하기 때문에 물푸레나무라고 부른다.

역시 물에 담궈 보지 못했다.

 

 

 

"층층나무"

5~6월에 흰꽃이 핀다. 가지가 수평으로 퍼져서 층을 이루고 있어 층층나무라고 한다.

 

 

 

"쪽동백"

5~6월에 흰꽃이 피며 열매는 9월경 가지에 나란히 달리고, 이것으로 기름을 생산한다.

 

머리에 바르는 동백기름이 이 나무의 열매에서 얻어지나 보다.

 

 

 

"낙엽송"

소나무류 가운데 겨울에 잎이 떨어진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며, '일본잎갈나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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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둘레길 제4코스와 남한산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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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말이 다가오면 이번주엔 어디를 가야 하나 하는 궁리를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토요일에는 포천 포레스트힐 CC로 1년여 만에 필드에 나갔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준비해서 7시 15분에 티업...

역시 뭐든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자주 해야 흥미를 잃어 버리지 않나 보다.

예전 처럼 애인을 만나러 가는 듯한 설레임도 없고, 잘하고 싶다는 욕망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라운딩이었다.

이제는 천상 산에나 가야할 모양이다.

 

▲ 아마 저 뒤에 보이는 산이 얼마 전에 다녀온 운악산 일게다. Hill 코스 1번 홀에서...

 

토요일을 골프공 드리블 하다가 보내 버리고

일요일(9/23)까지 주말 산행을 포기 할 수 없어 남한산성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면서 어느 코스로 오를까 검색하다가

집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고, 산이 높지 않으니 거리가 긴 코스로 선택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등산길로만 표시 되어 있어서 입구에 진입해서야 여기가 "위례둘레길"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도만 보고 선택했는데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둘레길이란

명칭이 붙어 있다면 표지판이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 트래킹어플로 등반한 코스를 기록한 지도다. 한 화면에 잡으면 너무 조그맣게 보여 지도

3개를 이어 붙였다. 

총 거리 10.13km, 4시간 41분이 걸렸고 2,365kcal를 소모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 뱃살이 그대로인건 뭐지...

 

 

 

보성고등학교 앞에서 30-5번 버스를 타고 하남시 춘궁동 서부농협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 700m 정도를 직진하면 위 사진의 표지판이 보인다.

네이버 지도만 보고 온터라 어림 짐작으로만 입구를 찾다가 이 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려

한참을 갔다가 되돌아 오다 겨우 발견했다.

혹시 여길 오시는 분이 있다면 선법사 표지판을 찾는게 빠른 방법이다.

네이버지도에서는 향교말마을출발점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천법사까지는 마을길을 500m 정도 올라 오면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둘레길이 시작된다.

표지판에도 보이지만 객산까지는 1km다. 객산의 높이도 산에 설치되어 있는 표지판을 보고서야

알았지만 301m의 낮은 산이다.

 

 

 

등산로가 시작되는 길의 모습이다.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산을 조금씩 오를수록 무난하지 않았다. 경사가 점점 심해지면서 오늘 너무 무리한 

산행계획을 잡은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밀려들었다.

어제 라운딩을 끝내고 집에서 TV를 보다 도봉산 가기 전날에 등장했던 그 친구의 호출로 인해

또 한잔 걸쳤던 터라 다리는 후들거리고 호흡은 매우 거칠어졌다. 시작부터 이렇게 경사가 심한

산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 매우 힘들게 만든다. 몸이 어느 정도 적응 할 때까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페이스를 끌어 올릴 수 밖에 없다.

 

 

 

길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경사가 심한 구간을 지나면 걷기 수월한 오솔길이 나온다.

 

 

 

객산 정상에서 하남시를 바라본 전경이다. 사진 오른쪽 강넌거 보이는 산이 예봉산이다.

객산의 표지판에 적혀 있는 글을 옮긴다.

 

"객산은 해발 301m로 교산동과 천연동, 하사창동, 하산곡동을 끼고 있다. 정상에서 보면

동(東)으로는 검단산, 서(西)로는 금암산, 이성산과 서울시가지, 남(南)으로는 남한산성,

북(北)으로는 한강을 낀 하남시 전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남한산성까지는

완만한 능선길로 비탈진 곳이 없어 마치 평지를 걷는 것 같다.

 

객산은 옛날 마귀할멈이 안양에 남산을 만들려고 이천(利川)의 도드람산을 떠서 치마폭에

싸가지고 가던 중, 너무 힘이 들어 이곳에 그냥 놓고 가서 생긴 산으로 객지에서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과, 옛날 지나는 길손이나 관아에 볼 일이 있어 왔던 사람들이 묵어

갔던 객사가 산 밑 고을에 있었기에 객산이라 하였다고도 한다."

 

표지판에 쓰여진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아야 한다. 여기서부터 남한산성까지 마치

평지를 걷는 것 같다고 쓰여 있으나 과장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산길인데 설마 평지를

걷는 것 같을까... 실제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번 반복 된다.

 

 

 

객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앞이 확트인 곳이 나온다. 내 기억으로는 여기가

마지막으로 나무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제 저 산속에 나 있는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남한산성까지 걸어야 한다.

 

 

 

여기를 "사미고개"라고 한다.

 

"하사창동과 하산곡동을 오가는 고개로, 새미재 또는 삼외고개라고도 한다.

객산과 남한산성을 연결하는 주능선 중에서 가장 지대가 낮은 곳으로, 고골 사람들이 광주나

이천 우(牛)시장에서 소를 가지고 올 때 이 길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여기가 가장 지대가 낮은 곳이라고 하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여기는 "막은데미 고개"라고 한다. 이름 참 재미있다.

 

"막은데미는 산이 앞을 막은듯하게 생겨서 붙여진 산곡초교 건너편 산동네를 말하며,

이 고개가 그 마을 뒤에 있어서 막은데미 고개라 부르고 있다."

 

 

 

위례둘레길은 이렇게 소나무나 여러 활엽수 사이에 가늘게 나있는 오솔길이 대부분이다.

주위를 둘러 봐도 나무 사이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외엔 보이는 것이 없다. 집에서 불과

30분 정도 버스타고 왔는데 이렇게 첩첩산중에 나있는 길을 걸을 수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바위의 이름이 "새바위"다. 사진을 찍을 때는 해가 비쳐서 그랬는지 어딜 보고 새바위라는

거지?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부리모양이며 눈, 날개가 영락 없는 참새다.

참새바위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곳이 거의 없어 길을 잃어 버릴 염려가 거의 없지만 이런 표지판을 띄엄띄엄

달아 놓아 안심하고 걸을 수 있었다.

 

 

 

재미있으라고 붙여놓은 이름 같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작명했나 보다.

 

 

 

넝쿨이 소나무를 기어 오르고 있다. 이제 여름도 저물어 가는데...

 

 

 

걷다 보면 길에 통나무나 나무가지를 가로로 놓아 둔 곳이 많았다. 걷기 불편하게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의문이 갔다. 의문은 곧 풀렸다.

이 코스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었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장애물로 설치 한 것 같다.

자전거 금지 표지판을 보지 못한걸 보니 아예 금지시키지는 않았나 보다.

자전거를 금지 시키는게 좋을까?

아차산 같이 등산객들이 많은 산은 금지하는게 당연한데 여기는...글쎄다.

 

 

 

중간 중간 디자인이 예쁜 의자들도 설치 되어 있다. 

여기 쯤이 "바람재"다.

 

"법화사지 위 능선에서부터 개구리 바위까지의 능선을 가리키며, 바람이 항상 부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가 능선인지 알기도 힘들다.

온통 나무들에 쌓여 있어 그냥 다 똑같아 보인다.

 

 

 

사진 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여기가 토성이다. 길 양쪽으로 경사가 급하다.

 

"위례둘레길에는 자연지형인 능선을 이용하여 춘궁동(궁안) 방향은 그대로 두고 적이 침입

하는 산곡동 방향은 경사가 급해 지도록 흙을 깎아 성벽처럼 만든 곳과 능선과 능선 사이의

좁은 협곡에 흙을 다지고 쌓아 연결하여 성벽처럼 만든 방어용 군사시설인 토성으로 추정

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언뜻 보면 자연스럽게 난 산길인지 인공적으로 조성한 길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아무튼 이런 곳을 토루(방어용 군사시설)라고 부른단다. 설명문을 보니 확신하지는

못하나 보다.

 

"토루(土壘)는 남한산성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기 위하여 설치한 일종의 인위적

방어용 군사시설로 추정된다. 적이 쉽게 침입하거나 공격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능선을 깍거나 성토하여 적군에게 매우 불리한 지형이 되도록 "S"자 형태의 협곡을

만든 것이다. 적의 침입시 협곡 위 높은 곳에 매복해 있다가 쉽고 효율적으로 적을

교란 시키면서 공격 할 수 있도록 만든 군사시설로 보인다."

 

 

 

길 옆으로는 거의 원시림이다. 오로지 나무와 하늘만 보인다.

 

 

 

"법화골"과 "가지울"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지나 드디어 남한산성 제13암문에

도착했다.

 

"암문"은 적의 관측이 어려운 곳에 설치한 성문으로, 일종의 비밀 통로이기 때문에

크기도 작고, 적에게 쉽게 식별 될 수 있는 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다. 남한산성에는

모두 16개의 암문이 있는데 본성에 11개, 봉암성에 4개, 한봉성에 1개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까지 6.73km, 3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제13암문을 통과 한 후 그래도 제일 높은 곳이 벌봉(522m)이라고 하니 가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표지판을 놓쳤다. 가다보니 동장대(터)가 나오고 벌봉과는 점점 멀어졌다.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 보니 시야도 확보되지 않고 큰바위 하나만 덩그렇게 있긴

하던데...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벌봉을 못보고 지나친게 조금 아쉽다.

 

 

 

위례둘레길 제4코스는 여기까지다.

아직 남한산성 코스 남았는데... 2편은 언제 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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