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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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단풍구경을 다녀 온 후...
눈부시게 빨갛던 단풍이 눈에 선하다.

 

 

 

- 단풍 애가(哀歌) - 
 
 
이른 봄부터 별렀다 
 
넌 온갖 색으로 치장하고
별 잡스런 모양으로 시선을 끌며
갖가지 찬가로 추앙 받는 동안 
 
난 나면서부터 비바람에 시달리며
부러질 듯한 가지에 매달려
쉼없이 물 퍼올려
널 피우고 결실 맺게 했다 
 
넌 색깔이 예쁘다고
모양이 신묘하다고
온갖 사랑을 독차지 한 것도 모자라
숨겨 놓은 꿀단지를 미끼로
거지 동냥주듯 해도
칭송만 자자하더구나 
 
난 연두색 조끼 한벌로 버티다
한여름 뙤약볕에 그을려
그 곱던 빛깔이 새까만 초록이 되어도
내 노고를 알아주기는 커녕
갉아 먹혀 쭈그러진
내 외양만 탓하더구나 
 
이제 기운이 쇠해
매달릴 힘도 없다
네가 가버린 지금
널 탓해 무엇하겠냐마는
나도 너따라 가기전
꽃단장 해보련다 
 
비록 상처난 얼굴이지만
뻘건 물들여 바람에 살랑거리고
더 이상 유혹할 나비는 없다만
노랑칠로 가을 햇볕에 반짝거려 보련다
그리하여 부스러기 사랑이라도
말라버린 예찬이라도 건져보련다 
 
온몸을 살라
색칠을 해본들 오래가지 못할줄 안다
잠깐의 환호가 탄식으로 변할 즈음
땅빛으로 떨어져
내 마지막 봉사로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마 
 
그 소리가 들리거든
빨강의 열정과
노랑의 추억을 안고 간
나를 가끔씩만 기억 해다오
내 조금 있다
연하디 연한 연두로
돌아 올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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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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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추 - 
 

이 맘때면 산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펼치고 있는 산부추 꽃을 발견 할 수 있다.
가느다란 꽃대 끝에서 자주빛 꽃이 구형으로 피어난 모습이 막대폭죽(스파클러)을 연상시킨다. 
 
산부추는 사찰에서도 즐겨 먹는다고 하는데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하는 부추와 같이 백합과에 속한다.

산부추를 검색해 보면 꽃보다는 먹는데에 더 관심이 쏠려 있는듯 하다.

부추보다 맛과 향이 진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우리가 식재료로 활용하는 파, 마늘, 양파도 모두 백합과에 속하고 꽃이 피는 모양도 구형으로 비슷하다.

산부추와 부추까지 포함해서 얘들 모두 이웃사촌들이다.

그런데 기품있어 보이는 하얀 백합과 식용으로 쓰이는 파나 부추가 같은 과로 분류되는게 신기해서 조금 더 찾아 보았다. 
 
원예용으로 재배하는 백합은 백합과 나리속(屬 Lilium)으로 분류 되는데

참나리, 하늘나리, 땅나리 등 척 보면 백합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꽃들이 속해 있다.
반면 파, 마늘, 양파, 부추 등은 같은 백합과 이지만  파속(屬 Allium)으로 분류 되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학자들이 이렇게 분류했겠지만 문외한이 봐도 엊비슷한 종류끼리 묶어 놓을 걸 알 수 있다. 
 
내친 김에 백합과의 특징을 알아 보았지만 대체 뭔소리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포기가 빠르면 마음은 편하다.) 
 
다시 꽃 얘기로 돌아 가서 산부추는 8월에서 11월까지 붉은자주색으로 꽃이 핀다.

속이 빈 긴 꽃자루 끝에서 난 여러개의 작은꽃자루에 달려 산형으로 꽃이 피는데

백합과 꽃의 특징대로 수술은 6개, 암술은 1개다.

활짝 개화된 꽃을 찍지 못해 직접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반면 부추는 7~8월에 순백의 하얀 꽃을 피워낸다.

무갑산 하산길에 밭둑에서 피어난 하얀꽃을 발견하고 이게 무슨 꽃일까 궁금해 하던 생각이 난다.

어려서부터 도시생활을 한 덕분에 농작물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이 없어 새로운 야생화를 만난 줄만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부끄럽다... 
 
산부추와 부추는 피워내는 꽃의 색과 모양이 다르지만 꽃이 달리는 형태는 비슷하다.

하지만 나름 화려한 산부추꽃과 정갈한 느낌을 주는 부추꽃은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형제라서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성격까지 똑같진 않은 것처럼... 


 
 
산부추(김승기) 
 
또 한해를 살아냈다 
 
봄가뭄
쩍쩍 갈라지는 엉그름의 마음바닥
황사바람이 창문을 흔들어대고
먼지 쌓이는 문틈 사이로
주름만 깊게 패였다 
 
장마
오락가락하는 빗발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무겁게 내려앉는 물안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았다 
 
타는 여름
바람 한 점 없는 갈증의 자갈밭에서
저리는 팔다리로 허리 세우며
흠뻑 땀에 젖어야 했다 
 
다시 건들장마
장대비에 태풍 불어
젖은 마음벽 금이 가고
줄줄 비가 새더니
마침내 홍수에 잠겼다 
 
발버둥치며 치며
겨우 목숨만 부지한 가을
온몸 가득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멍자국 달리고
손바닥에는 자글자글 잔금만 늘어나 있었다 
 
그렇게 자줏빛으로 피우는 꽃송이
무엇을 위한 자축인가 
 
공중에서 팍 터져버리고 사그라지는
한 순간의 불꽃놀이
이제 어떤 꿈으로 동면에 들어야 하나 
 
겨울이 눈앞에 와 있다 
 

 


 

전국 각지의 산기슭이나 들판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속씨식물문 > 외떡잎식물강 > 백합목 > 백합과
꽃말 :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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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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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가리 - 
 
하루가 다르게 아침 기온이 쌀쌀해 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주책 맞게 가을을 타는지, 웬지 가슴 한구석이 휑하다.
설마 살이 빠져 그런건 아닐텐데 말이다. 
 
오늘의 야생화는 '박주가리'라는 조금은 별스럽게 생긴 꽃이다.  
 
박주가리는 꼬리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7월 중순에 천마산을 오르다 처음 만났다.

키 낮은 관목을 휘감고 오른 덩굴에서 피어난 조금은 이상한 생김새를 가진 꽃을 보며

이런 '꽃'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꽃도 이름이 있으려나 싶었다.  
 
그 옛날부터 살아 왔겠지만 내가 모르거나 생김새가 낯설면 뭉뚱거려 '잡초'라고 싸잡아 불러 왔던 관성으로

박주가리를 이름도 없는 잡초로 매도 할 뻔 했다. 
 
꽃은 흰색이나 옅은 자주색이며 화관이 5개로 깊게 갈라져 있고 안쪽에 털이 빽빽이 나있다.

암술머리는 꽃 중앙에 안테나처럼 솟아 있다.

도감에 수술은 5개라고 나와 있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도대체 그 작은 꽃에서 수술 5개를 찾아낸 사람은 현미경으로 들어다 보기라도 한 것일까?
아무튼 내가 받은 이 꽃의 첫 인상은 불가사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좀더 그럴싸하게 표현해도 '털달린 별' 정도다. 
 
처음 이 꽃을 접한 이후 10월 현재까지 박주가리 꽃을 여러 곳에서 그렇게 자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박주가리 열매는 10월경에 열리고 11월이면 완전히 익어

씨방이 갈라지면서 은백색 깃털이 달린 다량의 씨앗이 공중에 날아 오른다.

이 가벼운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기슭이나 공원 등에서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내가 올해 처음 봤기 때문에 신기해 했을 따름이다.   
 
박주가리는 열매가 박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열매를 군것질거리로 먹었다고 한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독성이 있어 몸에 난 사마귀를 제거하는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도 하고,

이런 약효 때문인지 잎이나 줄기를 식용하면 남자한테 좋다고 한다. 남자한테... 흠.

그리고 다 익은 꼬투리에서 은백색의 깃털들을 모아

인주나 바늘쌈지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하니 나름 활용도가 높은 식물이었나 보다. 
 


 
그들의 삼각관계(마경덕) 
 
식물, 곤충, 동물이 뒤섞이는 계절
독을 숨긴 박주가리는 천연스럽고
독을 묵인하는 제주왕나비는 능청스럽다 
 
이름값대로 왕의 기질을 드러내는 제주왕나비
애벌레들은 심장을 마비시키는 박주가리 흰 즙을 먹고
박주가리보다 더 독해진다
조금씩 독을 맛보며
치사량의 독을 이겨야 하늘을 얻는다 
 
노련한 사냥꾼 푸른어치
제주왕나비 날개를 떼고 몸통을 삼킨다
용포가 찢어지는 위험한 식사,
그때 숲의 비밀을 깨닫고 삼킨 것을 모두 게워낸다 
 
죽다가 살아난 푸른어치
먹잇감의 목록에서 제주왕나비 이름을 삭제한다 
 
삼키고 뱉는 생존전략
꼬투리 틈을 열고 새처럼 날아가는 박주가리 비행으로
제주왕나비, 박주가리, 푸른어치의 관계는 해마다 이어진다 
 
 

제주왕나비 애벌레는 박주가리 잎을 먹고 자라는데, 이때 박주가리의 독이 체내에 축적된다.

후에 포식자가 자신을 잡아먹으면 이 독이 포식자의 심장에 타격을 가한다.

결국 포식자는 제주왕나비를 게워내고 위기를 모면하지만 학습효과로 인해 제주왕나비의 생존율은 높아진다. 
 
이러한 생태계를 '그들의 삼각관계'라는 약간은 코믹한 제목으로 표현한 시다.
음미하다 보니 '삼키고 뱉는 생존전략'이 그들만의 삼각관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산기슭에 흔하게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속씨식물문 > 쌍떡잎식물강 > 용담목 > 박주가리과
꽃말 : 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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